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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4) 전남 순천 ‘보성 녹차주’

 

경향신문 / 2006-01-10 15:18

 

 

차(茶)의 고장인 보성과 인접한 전남 순천시 외서면 신덕리 659 밀림산업 김동현 대표(50)가 빚어낸 ‘보성 녹차주’는 일반 민속주와 달리 ‘웰빙시대’에 걸맞은 술이다. 이 때문에 시판한 지 2년 만에 미국 바이어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14만달러어치를 사가는 등 ‘처녀주’에 걸맞지 않은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녹차주가 대부분의 주류와 달리 마실 경우 혀 끝과 식도를 자극하는 ‘톡 쏘는 맛’을 내지 않고 입안을 감미롭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뒷맛이 부드럽고 달콤해 미국 애주가들은 이를 ‘녹차 와인’이라 부른다. 부드러운 맛(알코올 13%) 때문에 국내 소비층도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도주처럼 부드러워 여성들에게 인기
김씨가 녹차주 생산에 도전한 것은 2002년부터. 이어 2003년 특허를 획득하면서 본격 시판에 나서 지난해 미국에 첫 수출을 하는 등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5억원을 매출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녹차주를 생산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녹차 성분에는 알코올(술) 분해 물질이 들어 있어 ‘궁합’이 맞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효소와 쌀, 누룩 등과 찻잎을 함께 넣어 직접 발효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으나 2년여 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쓴 맛을 봤던 것이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찻잎과 곰팡이균만을 이용, 별도로 발효시켜서 만든 ‘녹차 효소엑기스’와 쌀과 누룩 등으로 별도 발효시킨 물질과 ‘혼합 발효’하는 데 성공하면서 녹차주가 탄생한 것이다. 녹차주의 원료격인 ‘녹차효소 엑기스’를 만드는 데만 3개월이 소요되며 엑기스를 숙성, 탱크에 담아 3개월을 더 묵혀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효소 엑기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녹차효소는 26~29℃에서만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봄·가을에 필요한 양을 만들어 저장했다가 4계절 술을 빚고 있다.

항암·비만억제 등 유용한 차성분 함유
김씨는 보성 다원에서 생산된 녹차 가운데 ‘유기농 등록 찻잎’과 조계산 자락 지하 120m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 순천만 청정미로 녹차주를 빚고 있다. 특히 녹차주는 맛뿐 아니라 녹차 성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항암 작용과 비만을 억제하는 지방분해, 유해물질 해독 기능을 갖고 있다. 녹차주는 찻잎이 갖고 있는 성분 때문에 많이 마셔도 두통과 속쓰림 등 숙취가 전혀 없으며, 차(茶)로 마시는 것에 비해 몸속에서 더 신속하게 분해돼 효능이 곧 바로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다 차를 마시면 속이 찬(냉) 체질에 맞지 않지만 술은 효소 성분 때문에 상관없다. 녹차주 특징이 말해 주듯, 차게 해서 마시면 녹차향을 음미할 수 있다. 잘 어울리는 안주 역시 육류와 수산물 등 두루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생선회 등과 곁들이면 달콤한 맛과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한 층 술맛을 돋우어준다. 국내에서도 주로 일식집 등지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김씨는 녹차소금과 녹차생식 등도 특허를 받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 상당수 민속주 제조업체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지원 아래 지역별로 광역화해 생산할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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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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