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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현장>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 ‘하세월’

 

연합뉴스 / 2010-08-22 08:47

 

 

<농촌현장> 철거중인 발암물질 석면 슬레이트 지붕 - 22일 울산시 울주군 도농도시인 온산읍의 한 저소득층 주민 주택에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철거 전문 작업인부들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있다.


전국 농어촌 60만가구 이상 발암물질과 ‘불안한 동거’… “정부가 철거에 적극 나서야”… 올해 종합대책 마련
“한 때 석면 슬레이트가 단단하다고 집 지을 때도 많이 쓰고 슬레이트 위에 고기도 구워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난 18일 이른 아침. 울산시 울주군 관내 도농도시인 온산읍 덕신리 지역의 윤을령(75) 할머니 집에서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 저소득층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강판지붕으로 바꾸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하나다. 이웃집 40대 아주머니는 석면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며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고 했다. 철거현장의 작업인부 4명은 하얀 작업복에다 작업모자, 전면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하나씩 뜯어냈다.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은 지정폐기물이어서 노동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석면 철거 전문업체만이 철거할 수 있다. 윤 할머니는 “슬레이트 지붕이 20년 넘은 까닭인지 빗물이 방안으로 새기도 했는데 나라에서 이렇게 무상으로 바꿔주니깐 너무 고맙죠”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헌 지붕을 새 지붕으로 바꿔주는 것이 그저 고마운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공짜는 아니다. 저소득층만 정부의 무상지원을 받는다. 윤 할머니가 사는 온산읍 화산리 마을에는 3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그대로 이고 살아야 한다. 만만찮은 철거비용 탓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전국의 농어촌지역 상당수 가구가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발암물질 석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죽음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 석면
그리스어로 석면(石綿·Asbestos)은 불멸의 물건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섬유모양을 갖는 광물로 불에 타지 않고 어떤 화학물질에도 견디며 전기에도 반응하지 않고 닳지도 않는 아주 튼튼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단열, 브레이크 라이닝 등의 마찰재 재료 등으로 사용돼 왔다. 석면은 크게 6가지 종류로 나뉜다. 독성이 강해 1996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청석면과 갈석면, 상품성이 적어 상업적으로 사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2003년에야 사용이 금지된 트레몰라이트, 액티노라이트, 안쏘필라이트, 그리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석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009년부터 전면금지 항목에 포함되는 백석면이 있다. 호흡을 통해 석면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관련 질병 증세는 상당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발생한다. 노출이 시작되고 나서 짧게는 10년, 평균적으로 25∼30년 이상이 지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기영 한국석면환경협회 회장은 22일 “석면 슬레이트는 새 제품도 그렇지만 오래되고 부식된 슬레이트 지붕에서 미세한 석면 분진이 흩날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워낙 미세해 호흡기나 피부 세포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전했다.

◇ 전국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얼마나?
얼마나 많은 가구가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살까? 그러나 정부도 정확한 수치는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농어촌 207만여가구를 조사한 결과, 61,400여가구에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서울과 대전, 광주가 빠져 있다. 석면 연구 비영리단체인 한국석면환경협회는 최저 40만가구에서 최대 7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표본농가 981가구 중 82%에 달하는 805가구의 주거용 본채 또는 축사 등 별채의 지붕이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 10채 가운데 8채가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거용 본채 건물과 별채 지붕 모두가 슬레이트인 농가는 전체의 38%에 해당하는 372가구였고 창고나 축사 등 별채 지붕만 슬레이트인 농가는 574가구로 59%에 달했다. 환경부는 “연구용역한 전국의 석면 슬레이트 사용실태 등과 관련한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가구수나 동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촌현장> 발암물질 석면 슬레이트 철거전문가들 - 22일 울산시 울주군 도농도시인 온산읍의 한 저소득층 주민 주택에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철거 전문가들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강판 지붕을 설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 정부 주도 철거 ‘하세월’… 개인은 엄두도 못내
울산 화산리 엄재석 이장은 “슬레이트를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어 개인에게는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농가의 입장을 전했다. 실제 농어촌 가구주가 대부분 고령이어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 교체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제적 능력마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슬레이트 지붕을 뜯어내는데만 면적에 따라서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이 넘어 그야말로 엄두가 안 난다. 석면 철거전문업체인 울산 태흥엔지니어링의 이동훈 차장은 “개별적으로 석면 슬레이트 철거를 문의하는 상담전화가 있지만 비용을 이야기하면 이내 포기하고 만다”고 밝혔다. 게다가 석면 슬레이트가 지정폐기물이어서 반드시 전문업체에서 처리해야 하는 강제규정은 개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현재 환경부가 주축이 돼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자치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석면 철거를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철거할 석면지붕은 셀 수 없이 많고 철거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 보인다. 일단 농림부는 자치단체와 연계한 농어촌 주택개량사업을 통해 석면 슬레이트를 철거·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인 부담이 포함된 이 사업은 1974년부터 2007년까지 행정안전부가 맡다가 2008년부터 농림부로 넘어왔다. 주택 수리나 신축은 2,500만에서 5천만원까지 저리 융자로 지원해준다. 오랜 사업이지만 농림부 통계가 잡힌 2008년 6천가구, 2009년 7천가구에서 이뤄졌고 올해는 8천가구가 대상이다. 해마다 5천~8천가구에 달한다. 매년 주택개량사업 대상 가구의 20%가량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림부는 꾸준히 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학조 농림부 지역개발과 사무관은 “오래전부터 이뤄져 온 농어촌 주택개량사업은 석면 슬레이트를 없애는데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자치단체 주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저소득층 가구를 선택, 정부가 무상으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강판 지붕으로 개량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502가구였고, 올해는 8월까지 2,140가구가 사업대상이다. 무상인데다 저소득층 대상이기에 규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부처의 사업대상을 다 합쳐도 전국의 슬레이트 지붕 규모에 비하면 결코 많지가 않다. 노명수 울주군 복지상담사는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석면 슬레이트 건물 가운데는 불법 건축물인 경우도 많아 정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두문 행안부 일자리추진팀 담당은 “앞으로도 정부와 자치단체가 예산을 조율해 저소득층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철거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종합대책 조속 수립… 정부 적극 나서야”
경북 영양군에서 30년 넘게 슬레이트집에서 살고 있다는 박모(63)씨는 “석면 슬레이트가 발암물질이 있다고 해서 하루빨리 치우고 싶지만 돈이 많이 들어 포기한 상태”라며 자치단체나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석면 슬레이트 철거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따른 지붕개량사업 때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많이 조성한 충남 보령시는 지난 3월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해체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이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석면철거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기영 한국석면환경협회 회장은 “석면은 국가적인 문제인 만큼 개인이 돈을 들여서 석면을 철거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안 나서면 방법이 없다. 국가에서 단계별로 나눠서 석면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석면 슬레이트를 없애기 위해 각 부처 간 합동으로 정부종합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석면피해와 구제, 안전을 위한 관련법도 마련 중이고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슬레이트 폐기물 처리방안을 만들 요량이다. 환경부는 정부종합대책이 마련되면 내년에 시범사업으로 2,500가구를 먼저 선정해 적용하는 등 본격적인 석면철거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안연광 환경부 석면TF 사무관은 “슬레이트 지붕 개량사업은 어느 한 부처의 사업이 아니다”며 “올해 말 석면과 관련한 정부종합대책이 나오는 등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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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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