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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다 남은 와인, 냉장고 보관하면 일주일 지나도 ‘싱싱’

 

헬스조선 / 2017-04-30 10:00

 

 

봄과 여름 사이, 오늘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한강변 흐드러지게 핀 꽃 밭을 바삐 걷는 직장인들의 가슴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붉은 노을이 물들고, 다행히 그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은 도심 속 네온사인 가득한 카페 촌이다. 5월은 와인 마시기 좋은 계절이다. 분위기도 좋지만, 한낮 평균기온과 최적 서빙 온도가 비슷해 보관이나 이동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왕 마실 와인이라면 어떻게 하면 좀더 맛있게 멋지게 마실 수 있을까. 단적인 사례를 들어 그 방법을 알아봤다. 50대 후반의 스키 마니아 김준환(가명) 씨는 지난 시즌 강원도 소재 한 리조트 숙소에서 특이한 와인 맛과 향을 경험했다. 눈 내리는 겨울밤, 식사 자리를 끝내고 마시다 남은 와인을 냉장고에 넣어둔 채 귀경길에 오른 것. 와인은 병에 3분의 2정도 남아 있었고, 행여 상할까봐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막아놓은 상태였다. 일주일이 지난 다음 주말 스키장 숙소 를 찾은 그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와인이 생각났다. 레드 와인의 최적 서빙 온도를 감안해, 급히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한 모금 마 셔본 그는, 오묘하고 뭔가 색다른 맛에 깜짝 놀랐다. 지난 주 느낀 초반의 강한 타닌과 끝부분 신맛은 어느새 사라지고, 솜털처럼 부드러우며, 당도와 산도 밸런스도 잘 맞았다. 그야말로 와인 맛이 최고 정점에 올라 있었다. 눈을 감고 한 모금 삼키다보면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마치 섣달그믐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동안 숱 하게 와인을 마셔봤지만 그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었다고 한다.

와인 숙성과정, 우리네 삶과 비슷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 답은 바로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와인의 풍미와 밸런스를 결정하는 과정은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 발효와 숙성을 마친 와인이 병에 담겨지면 처음에는 맛과 향이 변하는 ‘병 멀미’를 겪는다. 차츰 안정을 찾고 거친 반항기를 지나 정점에 도달하면 한껏 폼을 내고 우쭐거리다가 서서히 퇴화 과정을 밟는다. 고급 와인일수록 그 생명은 길다. 실제 사례에 등장한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 생테스테프 그랑 크뤼 4등급(2013 빈티지)으로, 20년 정도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과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의 세 종류 를 브랜딩했으며, 활기차고 파워풀한 풍미가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 등급 와인의 시음 적기를 병입 후 약 10 년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세상 모든 와인의 최고 정점을 어찌 다 파악하고, 그 기간에 맞춰 마실 수는 없다. 다행히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디캔팅이다. 김씨의 지난겨울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반 가정의 냉장고 내부 온도가 4℃ 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시기 두어 시간 전에 꺼내놓아야 제맛을 느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깊이 잠든 와인을 깨우는 ‘디캔팅’
디캔팅은 원래 와인병 안의 침전물을 가라앉혀 걸러내고 다른 용기에 분리해 따르는 과정을 말한다. 실제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와인은 타닌과 이물질이 결합해 미세한 찌꺼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잦은 코르크 마개 부식도 디캔터 사용을 부추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9세기 디캔팅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와인 병 속 불순물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그러던 것이 와인 양조와 포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침전물이 줄어들자 디캔터의 용도가 달라졌다. 즉, 타닌과 공기의 접촉으로 깊은 잠에 빠진 와인의 풍미를 연다는 것. 이를 통해 향의 발산과 미감의 개선이 가능하다 고 한다. 타닌이 강한 미숙성 와인이 그 대상이다. 잔에 들어 있는 와인을 돌려 표면을 넓혀주는 ‘스웰링’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의견이다. 디캔팅 시간은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오래된 빈티지 와인의 경우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마시기 직전 몇 분이면 충분하다. 공기와 오래 접촉하다 보면 맛과 향이 사라지는 등 자칫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병에 담은 지 얼마 안 된 레드 와인은 한 시간가량 공기와 접촉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레드 와인뿐 아니라 화이트 와인 역시 디캔팅을 통해 공기와 접촉하면 향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으로 알려 졌다. 실제 한 전문가는 리슬링 와인의 마지막 잔이 항상 첫 번째 잔보다 향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한관규 원장 은 “와인을 디캔터에 서서히 따르면서 숨쉬게 하면 향과 맛이 풍부해지고, 타닌은 더욱 부드러워져 훨씬 더 복합적인 와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디캔팅의 목적이 바뀐 셈이다.


과학적 근거 없다는 주장도
‘디캔팅 무용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테이블을 멋있게 꾸미는 것 외에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병입된 와인 숙성은 미생물과 전혀 관련이 없고, 짧은 시간 공기와 접촉해도 별다른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준철 와인스쿨 원장은 “와인은 지식으로 마시는 술이다. 디캔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침전물을 제거하는 데 있다. 다 옛날이야기”라며 “와인을 좀더 맛있게 마시려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계탕이 펄펄 끓어야 제맛이지 차가우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와인의 최적 서빙 온도는 레드의 경우 14~18℃, 고급 화이트는 15℃, 그 외 화이트 와인은 10℃ 정도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똑같은 브랜드의 와인이라도 아는 만큼 맛있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와인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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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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