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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소주 ‘화요41’ 음미 화려한 변주법에 대하여

 

매일경제 / 2017-05-13 06:03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 - 06]

 

화요41은 얼음처럼 차갑고 불처럼 뜨겁다. 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 화요41은 알코올 도수 41%의 독주다.

차디찬 화요41을 담은 술잔을 입에 대는 찰나, 냉기는 열기로 변한다. 불 속에서 태어난 증류식 소주이기 때문일까. 술이 닿는 혀와 식도와 위장이 금세 열기에 휩싸인다. 몸이 달아오를 때 입 안에는 밥을 오래 씹었을 때의 단맛이 감돈다. 냉동고에 두었다가 마시면 차가움과 뜨거움의 대비가 극대화된다. 도수가 높아 얼지 않고 걸쭉해진다.

화요41은 쌀을 발효시켜 증류하고 3~6개월간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쌀 외에 다른 곡류는 들어가지 않는다. 제조사는 지하 150m 암반층에서 끌어온 물을 사용해서 맛이 더 좋다고 설명한다.

맛의 호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화요41을 맛보고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품질은 객관적인 영역이다. 화요41이 꽤 잘 만든 술이라는 사실까지는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41%가 부담스러운 술꾼들에게 온더록은 모범 답안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향이 움츠러든다. 때문에 위스키 온더록은 피하는 편이다. 화요41을 마실 때 향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얼음에 따라도 문제가 없다. 청량감을 느끼고 싶다면 토닉워터에 타 마셔도 좋다. 비율은 화요 1대 토닉워터 2 정도가 적당하다.

제조사는 유자청, 클럽소다와 함께 마시는 칵테일 ‘유화’를 추천한다. 먼저 유자청 45㎖를 샴페인 잔에 넣고 젓는다. 이어 라임 한 조각을 즙을 짜고 통째로 넣는다. 화요41 30㎖를 넣고 젓는다. 잘게 부순 얼음을 가득 채우고 클럽소다를 부어 섞는다.

‘가랑가랑’도 추천 메뉴다. 적당한 잔에 깻잎 3장을 잘게 찢고 설탕 두 스푼을 넣는다. 라임 4조각을 넣고 화요 45㎖를 넣는다. 이어 굵은 얼음과 잘게 간 얼음을 순서대로 채운다. 각 과정에서 잘 저어줘야 한다. 둘 다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이다.

스트레이트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라임향 탄산수에 섞어 마실 때 가장 좋았다. 알알이 터지는 탄산 방울과 함께 술맛이 올라오는 게 제법 매력적이다. 비율은 토닉워터와 마찬가지로 술 1대 탄산수 2면 된다. 맥주에 타 먹기에는 아깝다. 화요의 맛과 향이 맥주에 묻혀버린다.

갖가지 변주에도 불구하고 화요41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는 데는 스트레이트로 원샷하는 것만 한 음주법이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화요41은 거의 모든 한식과 어울린다. 데친 나물과 마시면 좋다. 삶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으며, 기름진 중식을 먹을 때 곁들여도 괜찮다.

화요는 주류회사가 아니라 도자기회사에서 만든다. ‘광주요’에서 아름다운 도자기에 어울리는 우리 술이 필요해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전통은 길지 않다. 2005년에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표방하고 출시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최근에는 고급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첫손에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화요41 375㎖는 대형마트에서 3만원 선이다. 화요는 도수에 따라 17%, 25%, 41%, 53%로 출시된다. 이외에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엑스 프리미엄(X Premium)이 있다. 엑스 프리미엄은 41도다. 구하기 어려운 53도와 엑스 프리미엄도 마시고 글을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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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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