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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핵융합에너지이다. 핵융합에너지는 지구상에서 변환되거나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형태가 아닌, 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너지 생성과정을 직접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에너지원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핵융합에너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태양에서의 핵융합

태양에서 에너지가 발생되는 원리가 바로 핵융합이다. 태양은 1초당 약 3.9×1026 J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1메가톤급 핵폭탄 약 천억 개의 폭발력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이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가 융합하여 헬륨 원자핵을 생성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반응물과 생성물의 질량 차이인 질량결손이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해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이다(좀 더 자세한 과정은 오늘의 과학 ‘별의 핵융합편’을 참조하라.) 태양의 중심부는 약 1600 만도, 30억 기압의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 상태로 되어 있어 태양에서의 핵융합 반응은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태양 에너지의 근원은 핵융합. <출처: NASA>

 

 

지구상에서 핵융합

그러면 지구상에서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조건들과 장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핵융합 반응은 수소의 원자핵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하는 반응이다. 두 개의 원자핵이 융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간의 전기적 반발력(쿨롱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자핵이 가진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로 가열해주어야 한다. 태양에서는 약 1600만도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지만, 이는 약 30억 기압이라는 압력이 있기 때문이고, 지상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약 1억 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상에서 핵융합을 구현하려면 수소를 가열하여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KSTAR의 플라즈마.


지구상에서 구현할 가장 유력한 핵융합 과정은 중수소(Deutrium)와 삼중수소(Tritium)의 핵융합 반응으로 보고 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데, 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 삼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 2개로 구성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반응하면 아래와 같이 헬륨과 중성자가 나온다.

 

D는 중수소이며, T는 3중수소, n은 중성자. ()안은 각각이 가진 에너지를 표기

 

이 반응을 DT핵융합 반응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핵융합 반응 중 반응 조건이나 반응 후 생성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반응식에서 볼 수 있듯이 DT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에너지의 20%는 헬륨원자핵(4He)의 에너지로 80%는 중성자(n)의 에너지로 방출된다. 그러니, 핵융합 발전의 기본 원리는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열에너지 및 중성자가 전달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핵융합의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핵융합을 하려면 연료인 수소가 필요하다. 핵융합 중 가장 실용화에 유력하게 여겨지는 DT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중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 중 약 1/6700의 비율로 존재한다. 지구에는 충분한 물이 존재하므로 중수소의 확보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 반면 삼중수소는 지구상에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매우 풍부한 리튬(Li)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다. 리튬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아래와 같이 삼중수소와 헬륨이 생성된다.

 

 

이때 필요한 중성자는 DT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중성자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즉, DT핵융합이 일어나는 곳 주위에 리튬이나 리튬화합물을 가져다 놓으면 삼중수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1억 도의 고온을 견디는 장치는?

DT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1억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하여야 한다. 이 고온의 플라스마를 어딘가에 담아두어야 할 텐데, 1억 도의 온도를 견딜만한 용기는 없으니, 보통의 방법으로는 플라스마를 담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장치가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 현재 가장 유력한 장치는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Toroidal Chamber with Magnetic Coils 라는 뜻의 러시아어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구소련의 이고르 탐(Igor Tamm 1895-1971)과 사하로프(Andrei Sakharov 1921-1989)가 1950년대 발명하고 아치모비치(Lev Artsimovich 1909-1973)가 1968년 발표한 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금은 전세계 핵융합 연구가 토카막 장치에 집중되고 있다. 참고로 토카막 외에 스텔러레이터(Stellerator)라는 장치, 고출력을 레이저를 이용한 장치 등이 있다.


한국형 초전도 토카막 연구장치, KSTAR의 토카막 내부.

 

 

토카막의 원리

토카막의 원리는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전기를 띤 입자에 작용하는 로렌츠 힘(Lorentz force)을 바탕으로 한다. 토카막 속의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이므로 전기를 띤 입자, 즉 하전 입자의 상태이다. 하전 입자는 자기장과 입자의 속도에 수직한 방향으로 로렌츠의 힘을 받으므로 그림에서와 같은 나선형의 궤적으로 움직인다.

 

평행한 자기장에서 하전입자의 운동. 바로 위에서 본 그림(좌), 옆에서 본 그림(우).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들면 내부의 하전 입자는 자기장 내부를 빙글빙글 돌면서 갇혀있게 된다. 이것이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실제의 토카막에서는 단순히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자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자석을 이용해서 내부의 플라스마가 잘 유지되도록 제어해줄 필요가 있다. 토카막에서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것을 TF(Toroidal Field) 자석,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자석을 PF(Poloidal Field), 플라스마 전류(플라즈마 자체가 운동하면서 생성되는 전류)를 구동하는 자석을 CS(Central Solenoid) 자석이라고 한다. 플라즈마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서 효과적으로 가두기 위해서는 높은 자기장이 필요하므로 최근에 건설되는 토카막 장치들은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다.

 

토카막 내에서 플라즈마가 나선형으로 운동하며 핵융합을 일으키는 모습.

 

 

핵융합로의 구조

토카막을 이용한 핵융합로를 중심부에서부터 본 단면 구조는 이렇다. 토카막 내부에 연료가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여 핵융합 반응에 의해 열과 중성자를 방출한다. 그 주위에 블랑켓이라는 장치가 플라즈마를 감싸듯이 설치되어 핵융합 반응에 의한 에너지를 바깥쪽으로 전달하고 중성자를 이용하여 삼중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블랑켓은 플라즈마와 맞닿는 쪽의 1차벽과 중성자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뒤쪽의 차폐벽 사이에 삼중수소 증식부분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냉각부로 구성되어 있다. 블랑켓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안쪽에 설치되어 있어 진공용기의 벽은 플라즈마와 외부와의 경계 면의 역할을 한다. 진공용기 바깥쪽에는 초전도 자석이 설치되어 플라즈마를 유지하고 제어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런 구조는 현재 국제 협력으로 건설이 진행 중인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국제핵융합실험로)라는 핵융합로에서 실현될 예정이다.

 

국제 협력으로 건설이 진행 중인 ITER 핵융합로의 구조.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조달예정인 품목의 비중이다.

 

 

핵융합의 전망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각 국가들은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7위, 석유 정제능력 세계 5위, 전력소비 세계 12위의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화석연료의 가격은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융합에너지가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 성공 후 본격 가동에 들어간 KSTAR 장치를 통해서 장시간 플라즈마 발생 및 제어, 운전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며, 2020년대에 본격 가동할 예정인 ITER 장치를 통해서는 DT 핵융합 기술에 대한 공학적 검증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후 2030년대에 핵융합 반응을 통해 1000 MW 급 전기를 생산하는 DEMO(실증플랜트)의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대략 앞으로 30~40년 후면 인류가 꿈꾸던 무한에너지의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1. 플라즈마

    고체, 액체, 기체가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99% 이상은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한다.

 

 

 

김형찬 /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핵융합 실증로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발행일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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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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