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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반응은 온도에 따라 변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몸에서 땀이 나고 몸이 늘어지는 반면, 기온이 내려가면 몸이 떨리고 움츠러든다. 이와 비슷하게 물질의 성질도 온도에 따라서 변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은 팽창한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올라가면 길이와 부피가 늘어나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줄어든다. 이처럼 온도에 따라 물체의 길이와 부피가 변하는 현상을 열팽창이라고 한다. 열팽창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컵이 깨지는 것은 열팽창 때문에 일어난다.

 

유리는 열을 잘 전달하지 않아서(열의 부도체) 뜨거운 물이 닿은 유리컵의 안쪽은 팽창하지만 바깥쪽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컵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은 왜 팽창할까? 물질은 원자나 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지는데 온도가 올라가면 입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입자들간에 서로 멀어지려는 경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평균거리가 증가하게 되어  길이나 부피가 커지는 것이다.

금속은 열을 가하면 팽창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열팽창률은 물질에 따라 다르다

열팽창이 일어나는 정도는 물질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물체의 온도를 1℃ 증가시켰을 때 원래 길이(부피)에 대해서 늘어난 길이(부피)의 비율을 열팽창률이라고 한다. 열팽창률은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며 물질마다 다른 값을 갖는다.


열팽창률이 다른 두 금속을 얇은 띠 모양으로 맞붙여 놓은 것을 바이메탈이라고 하는데, 바이메탈은 온도가 올라가면 두 금속이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서 열팽창률이 낮은 금속 쪽으로 휘어지는 성질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놋쇠와 철을 붙여 만든 바이메탈은 온도가 올라가면 열팽창률이 작은 철 쪽으로 휘어진다. 바이메탈의 이러한 성질은 자동온도조절기나 자동개폐장치에 활용되고 있다.

 


구조물을 만들 때는 열팽창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

다리에서 신축 이음쇠를 사용하는 이유는 열팽창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체는 열팽창률이 크지 않지만 교량이나 철로와 같은 큰 구조물을 건설할 때는 계절변화에 따른 열팽창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철도 레일이나 교량의 상판 사이에 유격을 두거나 전화선을 가설할 때 여분의 길이를 두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자동차 엔진에 사용하는 피스톤의 지름이 실린더의 지름보다 조금 작은 것도 재질에 따른 열팽창을 고려한 것이다. 피스톤(알루미늄)은 실린더(철)보다 두 배나 열팽창률이 크다.


열팽창에 의한 균열이나 틈새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열팽창률이 같은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에 사용하는 시멘트와 철근은 열팽창률이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열팽창이 일어날 때 콘크리트에 금이 가게 된다. 또 인공치아나 치아를 메울 때 치아와 열팽창률이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아가 밀려나거나 치아의 틈새가 벌어지게 된다.

  

 

액체의 열팽창률은 고체보다 크다

고체뿐 아니라 액체도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늘어난다. 액체의 열팽창률은 고체보다 10배 정도 더 크기 때문에 고체와 달리 액체의 열팽창은 눈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을 가득 채운 냄비를 가열하면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온도 증가에 따라 물이 팽창한 때문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냄비의 부피도 증가하지만 물의 팽창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 여름철에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이나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주된 이유도 수온 증가에 따른 물의 열팽창 때문이다.


액체가 고체보다 더 크게 팽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체에 비해 액체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서 입자의 운동이 조금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기체는 액체보다 더 잘 팽창한다. 대기압에서 비교했을 때 기체의 열팽창률은 액체의 2~15배 정도 더 크다.

 


음의 열팽창 - 온도가 올라가면 오히려 수축한다

온도가 증가한다고 모든 물질이 팽창하지는 않는다. 어떤 물질들은 온도가 증가하면 오히려 수축하는데 이를 열수축이라고 부르지 않고 '음의 열팽창'이라고 부른다.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수축하는 물질은 드물며, 이 효과는 한정된 크기와 온도 범위 내에서 일어난다. 음의 열팽창을 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물이다. 물은 0~4℃에서 음의 열팽창을 한다. 물을 냉각하면 열팽창률은 4℃에서 0이 되었다가 그 이하(0~4℃)에서 음의 열팽창률을 갖는다. 순수한 실리콘도 18~120K 범위에서 음의 열팽창률을 갖는다.


음의 열팽창은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수축하는 물리화학적 과정과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양의 열팽창률을 갖는 물질과 음의 열팽창률을 갖는 물질을 섞어서 열팽창률이 0인 복합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물의 밀도는 4°C에서 최대가 된다.

 

 

음의 열팽창의 사례 : 얼음이 물의 표면에서 어는 이유

추운 겨울철에 강이나 연못의 물이 언 것을 보면 표면은 얼었어도 얼음 밑의 물은 얼지 않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얼음은 물의 표면에서부터 언다. 물은 왜 표면에서부터 어는 것일까? 이것은 물이 음의 열팽창률을 갖는 것과 관계가 있다. 따뜻하던 물이 식어갈 때 물속에서는 대류라는 물의 흐름이 생긴다. 수온이 4℃ 이상일 때는 따뜻한 물의 부피가 더 커서(밀도가 작아서) 위층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수온이 4 ℃이하가 되면 음의 열팽창이 일어나서 찬물의 부피가 더 커져서(밀도가 작아져서)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물의 흐름은 0℃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되므로 얼음은 물의 표면에서부터 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물의 밀도는 왜 4℃에서 가장 클까? 물 분자는 온도가 올라가면 활발해지므로 온도가 증가할수록 물의 부피는 커지는 (밀도가 작아지는) 경향을 띤다. 또 하나의 변수는 물이 냉각될 때 형성되는 얼음결정이다. 얼음결정은 0℃에서 거시적 규모로 확장되어 눈에 보일 정도로 얼음이 커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얼음결정은 수온이 10℃ 이하가 될 무렵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따라서 수온이 0℃에서부터 증가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상반된 부피 변화가 일어난다.

 

1. 물 속에 있던 얼음 결정이 녹아서 물의 부피가 감소한다.
2. 물 분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물의 부피가 증가한다. 

 

위의 두 가지 상반된 효과에 의해 물의 부피가 최소가 되는(물의 밀도가 최대가 되는) 온도는 중간지점인 4℃가 되는 것이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은 음의 열팽창률 때문만은 아니다

물이 0~4℃에서 음의 열팽창률을 갖는다고 해도 얼음의 밀도가 물의 밀도보다 크다면 얼음은 물 속에 가라앉게 될 것이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데는 물이 갖는 또 다른 특별한 성질, 즉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성질과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물질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할 때 부피가 줄어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액체는 얼면 밀도가 높아져 자신의 액체 속에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일상에서 고체와 액체가 공존하는 물 이외의 다른 물질을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114℃에서 얼기 때문에 알코올의 얼음은 일상에서 볼 수 없다. 하지만 식초의 원료인 빙초산은 16.7℃에서 얼기 때문에 빙초산의 얼음이 빙초산 속에 가라앉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 분자가 갖는 특별한 구조 때문이다. 물 분자는 ‘ㅅ’ 자 모양을 하고 있는 열린 구조를 하고 있다. 물 분자들은 액체 상태로 있을 때는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하여 부피가 작아지지만, 얼음결정을 이룰 때는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부피가 약 10% 정도 커진다.


 

 

음의 열팽창률을 가지는 물의 특별한 성질이 자연 생태계를 지탱한다

만약 물이 다른 액체들처럼 밀도가 0℃에서 최대가 되거나 물이 얼 때 부피가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이나 연못의 밑바닥에서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하거나 표면에서 얼음이 언 다음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강이나 연못의 온도는 계속 내려가 강이나 연못 전체가 얼어붙거나 물고기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되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물이 갖는 특별한 성질 때문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김충섭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동영상으로 보는 우주의 발견] [메톤이 들려주는 달력 이야기] [캘빈이 들려주는 온도 이야기] 등이 있다.


발행일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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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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