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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또 다른 변신 - 코냑

 

세계일보 / 2008-09-05 01:46

 

 

 

와인의 변화된 모습들을 살펴보자. 일반 와인에 알코올을 더 강화하면 포트나 셰리 스타일의 ‘포티파이드(Fortified)’ 와인이 되고 일반 와인에 한번 더 발효를 통해 탄산가스를 생성시키면 스파클링 와인이 된다. 와인의 또 다른 변신은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코냑(Cognac)’과 같은 브랜디(Brandy)이다.

코냑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브랜디의 한 종류라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랜디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다시 이를 증류해서 숙성시킨 40%의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이다. 즉 와인이 발효주라면 브랜디는 증류주(영어로는 증류주를 스피리츠·Spirits라고 부른다)로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만든다. 물보다 먼저 끓는 알코올을 증기 형태로 분리한 후 다시 냉각시켜 액체 형태로 농축된 알코올을 모으게 된다.

대표적인 증류주에는 브랜디 말고도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등이 있다. 포도를 원료로 한 브랜디는 전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브랜디의 대명사인 코냑은 오로지 프랑스의 남서부, 보르도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 ‘코냑’ 지방에서만 만들 수 있고 ‘Cognac AC’로 원산지 보호를 받는다.

코냑은 위니 블랑이란 포도 품종을 사용해 만드는데 코냑 지방 내에서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보르드리 지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한다.

코냑 병이나 포장 상자에 ‘Fine Champagne(핀 샹파뉴)’라고 표시된 경우가 있어 사람들이 샹파뉴(영어로 샴페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Fine Champagne’는 스파클링 와인 산지인 샹파뉴와 무관하게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즉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하는 두 지역의 코냑을 블렌딩한 걸 의미한다.

샴페인이나 피노 셰리를 식전주 즉, 아페리티프로 많이 마시듯이 코냑은 식사 후 소화를 돕는 ‘다이제스티프(digestif)’로 많이 즐긴다. 특히 서양에선 전통적으로 식사 후 응접실에 모여 시가와 함께 코냑의 향을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원료는 똑같이 포도인데 코냑의 여러 가지 다양한 특별한 풍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코냑은 단지 와인을 증류한 것이 아니다. 증류 후 오크통에서 여러해 동안 숙성되면서 다른 스피리츠와 차별화된 고품격의 스피리츠로 탄생한다. 즉, 오크통 숙성을 하는 동안 높은 알코올 도수는 조금씩 증발해 자연적으로 감소된다. 또 숙성 과정 속에 스피리츠의 거친 알코올은 부드러워지며 오크통으로부터 견과류, 바닐라, 코코넛, 말린 과일, 커피 캐러멜, 토스트 등 여러 가지 풍미를 얻게 되고 색도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게 된다.

오크통 숙성 후 병 입 전에는 알코올 도수를 40%로 맞춰 물로 희석시키고 여러 오크통을 블렌딩하여 각 코냑 회사마다 고유한 스타일로 완성되는데 이때 비로소 ‘코냑’이란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코냑은 병에 VS(또는 ***,), VSOP, XO(나폴레옹) 등으로 숙성 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2, 4, 6년 이상을 숙성시켰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부분 유명한 코냑 상품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숙성해서 출시된다. 코냑을 숙성시키는 데 사용되는 오크통은 프랑스 오크 중 세계적으로도 가장 품질 좋기로 유명한 트롱세나 리무젱 지방의 오크로 만든다.

코냑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 브랜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르마냑(Armagnac)’이다.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보다 아래쪽 내륙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아르마냑은 코냑처럼 원산지를 지칭하는 것이고, 포도 품종도 코냑과 같고 양조 방법도 비슷하지만 스타일엔 좀 차이가 있다.

코냑은 꽃향기가 풍부하고 좀 더 섬세하며 화려하고 우아한 스타일인데 아르마냑은 말린 과일 향에 견과류 향이 강하고 우아하기보다는 좀 더 남성적이며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아르마냑도 VS(또는 ***,), VSOP, XO로 숙성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1, 4, 5년 이상을 숙성했음을 의미한다.

코냑이나 아르마냑을 마실 때는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체온으로 데워서 향을 음미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실온에서 즐기면 된다. 술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원샷으로 즐기는 술도 있지만 코냑처럼 천천히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는 술도 있다.


올 추석엔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한가위 밝은 달을 보며 향긋한 코냑 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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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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