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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어느 정도 마셔본 사람들에게도 와인을 구매하는 일은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산지와 빈티지, 와인을 같이 마실(혹은 선물할) 상대의 기호, 좋아하는 와인의 스타일, 적당한 가격대와 와인의 용도 등을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와인은 ‘생물(生物)’이라고 표현할 만큼 온도에 민감하다. 와인은 보관과 운송, 서빙 환경 등 약간의 온도 변화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똑같은 와인을 마셔도 한달 전에 마신 것과 오늘 마시는 와인이 다르고, 외국에서 마셔 본 와인이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때와 또 다른 맛과 향을 낸다. 이처럼 와인은 숙성하는 과정과 시간, 보관상태와 와인을 마시는 내 몸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서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따라서 와인 구매 시 고려해야 될 민감한 환경과 조건들을 체크하면서 와인을 구매해야 상한 와인, 병든 와인, 맛없는 와인을 고르는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또, 그래야 제 값을 하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

 

와인은 보관과 운송, 서빙 환경 등 약간의 온도 변화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와인의 보관상태, 온도부터 따져라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온도야말로 제대로 된 보관과 관리의 핵심이며,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에 맞춰 와인을 마셔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와인은 보관상태의 온도가 매우 중요한데, 12-14도 내외의 온도와 60-70%의 습도가 최적의 보관 조건이다. 또한 심한 냄새와 강한 빛에 노출되면 안 되고, 진동이 심한 곳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와인을 사러 와인가게를 방문했는데 와인이 강한 자외선이나 태양광에 노출되어 있다든지, 온도 변화가 심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경에서 보관되고 있다면 일단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오랫동안 상품 회전이 안되어 먼지를 뒤집어 쓴 동네 와인 가게 같은 곳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청결하지 않고, 보관 온도나 보관 상태가 불량하면 판매자로서의 자격을 의심해 봐야 한다.

 

 

상한 와인 골라내기

와인의 라벨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와인의 온도가 높아졌다가 다시 내려가는 현상을 ‘와인이 끓어 넘쳤다’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운송 시 냉장 보관하지 않는 저가 와인에서 주로 발생하며, 컨테이너 속 혹은 갑판 위에서 적도를 넘나들며 3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어 병 안의 액체 온도가 상승할 때 일어난다. 이렇게 끊어 넘친 와인 때문에 와인병 라벨에 얼룩이 남거나 병목을 둘러싼 포일이 병과 들러붙기도 한다. 와인병을 잡고 포일을 비틀었을 때, 상태가 좋고 청결하게 보관된 와인이라면 포일이 병과 따로 돌아간다. 또한 와인이 끓어 넘쳤거나 쏟아져서 생긴 빈 공간에는 공기가 가득 차게 되는데, 이는 와인의 산화를 유발한다.

 

 

와인을 올바르게 구매하기 위해 병목을 둘러싼 포일도 잘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끓어 넘친 와인들이 그대로 판매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인을 만약 선물이라도 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북향이나 직사광선이 없는 서늘한 곳에 보관 되어있고, 10만원이 넘는 고급와인 정도라면 별도의 전용 셀러 속에 보관된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와인을 판매하는 사람의 신뢰감이다. 이들은 소믈리에 자격증보다도, 와인 지식과 정보를 올바르게 조언해줄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만약 이익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악성 재고와 마진 높은 덤핑 물건들만 추천할지도 모른다.

 


빈티지 차트 활용하기

5-6만 원 대 이하의 중저가 와인이고, 칠레,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면 빈티지 차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들 와인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기후 변화가 심하지도 않고 토양이 비교적 균질적인 곳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빈티지 마다 품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 등 기후변화가 심한 유럽의 와인들은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빈티지 차트를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은 와인을 선택할 위험을 줄이고 맛과 품질이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

 

 

빈티지 차트.

 

 

 

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와인 고르기

와인을 구매할 때에는,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선물할 사람, 와인의 구매가격, 음식과의 매칭 여부, 와인을 마시는 장소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생일, 결혼 기념일, 졸업이나 입학, 합격, 위로 등의 시기적 특성에 와인의 성격을 맞추면 그 와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이나 프러포즈 등 사랑과 관계 있는 상황이라면, 와인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러브스토리를 갖고 있는 와인들 - 예를 들면,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프랑스 부르고뉴의 로버트 그로피에 레 아므로즈(Robert Groffier Les Amoureuses)-이 어울릴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슬픔에 가득 찬 사람에게는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 보르도 와인인 샤스 스플린(Chasse-Spleen)이 어울릴 수도 있다. 누군가의 생일에 그 사람이 태어난 빈티지의 와인을 함께 마신다면 이 또한 엄청난 이벤트가 될 것이며, 자녀가 탄생한 해의 빈티지 와인이나 결혼한 해의 빈티지 와인 등도 고려해 볼만 하다.

 

와인을 같이 마시는 공간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인의 집들이에 들고 갈 와인이라면, 상대방의 기호와 연령,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친한 이웃들과 편안한 차림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며 와인을 한잔 나눌 때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와인을 가정에서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거라면 2-3만 원 대 칠레와인도 좋다. 10월~11월 같은 단풍철에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라도 연다면, 5만 원 이상의 비싼 와인보다는 저렴하고 타닌이나 알코올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칠레나 호주와인이 적당하다.

 

 

가격대별 와인구매 요령

사실 와인구매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대형 할인 마트에 진열된 1만 원 대 전후의 와인은 흔히 ‘Daily wine’ 또는 ‘Easy drinking wine’이라 부른다. 이 와인들은 저녁 식사 때 반주로 곁들여 마실 법한 와인들로, 품질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구매할 필요는 없다. 3-8만 원 대 사이의 와인이라면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밸류 와인(Value wine)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밸류 와인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려면, 마셔본 와인에 대해 기록하고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가는 와인 전문점의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것도 밸류 와인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7-8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신경이 많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병목의 포일을 비틀어 병과 반대방향으로 잘 돌아가는지 보고, 와인과 코르크 사이에 산소공간이 충분히 좁은지도 살펴보자. 또한 와인의 맛, 스타일, 품종, 빈티지 등 많은 복합적 요인들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자주 가는 와인 전문점의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것도 밸류 와인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글/사진 와인오케이닷컴 
와인오케이닷컴(wineok.com)은 약 2만 6천여 개의 국내 최다 와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와인 포탈 사이트로, 와인 관련
상식, 뉴스, 할인행사, 시음회 소식 등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WineOK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와인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와인오케이닷컴은 현재 미투데이 공식 미투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발행일 201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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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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