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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폐광 위 전원주택 개발, 뒹구는 폐석 사문암은 축대로
한겨레 / 2009-10-14 07:35
명진·가평광산 방치 현장… 인근에 농가·노인복지시설도… “위험 불감증” 지적
석면을 캐던 광부의 괭이질이 멈춘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광산 주변에는 여전히 ‘죽음의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지난 8일 <한겨레>가 찾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명진광산과 가평광산. 광산 부근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캐내던 흔적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이 두 곳은 1980년대 초반까지 수도권에서 유일한 석면광산이었다.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서민들의 집 지붕이 죄다 슬레이트로 교체될 때까지만 해도 밤낮없이 가동되다, 지난 83년 경제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명진광산에는 산 정상에서부터 6개의 갱구가 뚫려 있어, 한눈에 대규모 광산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광산 입구에는 100여개의 폐석이 비바람에 노출된 채 쌓여 있었다. 함께 방문한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의 연구위원들은 폐석더미에서 석면이 함유된 사문암들을 쉽게 찾아냈다.
명진광산에서 남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가평광산은 광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232㏊ 규모의 노천광산이던 이곳에선 전원주택용 택지 조성작업이 한창인데, 심지어 석면이 함유된 사문암을 택지의 축대로 쓰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인현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지질학 박사)은 “택지 조성작업을 위해 암반을 깨면 광맥에 포함된 석면이 주변으로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환경연구소 쪽이 광산 2곳에서 채취한 시료 9개를 석면 분석 전문기관인 이사석면분석연구소에 넘겨 검사한 결과, 모두 백석면으로 판정됐다. 특히 2개의 시료는 명진광산 주변 밭과 길에서 채취한 것이어서 석면의 비산(흩날림)이 실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광산의 10여m 아래쪽에는 수십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1~2㎞ 거리에는 대규모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명진광산 바로 뒷편에는 노인복지시설이 있다.
가평군청 허가과 쪽은 “(가평광산) 택지는 석면이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전인 2008년 허가가 난 것”이라며 “현행법상 폐광 위에 주택을 건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규는 없다”고 말했다. 석면 폐광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 쪽은 “다른 노천 폐광 일부도 현재 논과 밭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허술한 관리 실태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은 “환경부가 폐광 22곳 가운데 2곳에서만 전문적인 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단순 개황조사만 실시중”이라며 “36억원에 불과한 관련 예산을 늘려 모든 폐광지역에서 전문조사를 실시하고 석면 오염 확산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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