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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전, 공기청정, 고온살균, 로봇필터청소…. 여름을 앞두고 판매전쟁에 나선 에어컨 업체들은 각종 첨단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공략한다. 그러나 에어컨의 기본적인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습기를 줄이고 공기를 냉각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원해지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고대 로마인은 집 안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찬 물이 순환되도록 벽 뒤에 수도관을 설치했고, 2세기 중국인인 딩 환은 직경이 3m에 달하는 회전하는 바퀴가 달린 팬을 개발해서 연못 주위의 찬 공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와 같이 공기를 순환·냉각시키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1758년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과 그의 동료인 존 하들리(1731-1764)는 수은 온도계에 에테르를 적신 후 계속 풀무질을 해 에테르를 증발시켜 온도를 -14℃까지 떨어뜨렸다. 이 실험은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물질이 상태변화를 할 때 열의 흡수나 방출이 일어난다. 열이 흡수되면 온도가 내려가고 열이 방출되면 온도가 올라간다. 액체인 에테르가 증발하는 것은 기체로 상태 변화하는 것이고 이 때 열을 흡수하여 온도가 내려간다-을 보여준다.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시원한 바람, 그 안에 숨겨진 원리는?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는 1820년에 압축-액화된 암모니아가 다시 기화할 때 공기가 차갑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암모니아의 독성이 문제였으나 아무튼 모든 현대의 냉각 기술은 마이클 패러데이의 발견에 바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842년에는 존 고리에가 패러데이의 압축 기술을 얼음을 만드는 데 이용했고 1902년에 미국의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가 최초의 상업적인 에어컨을 만들어 인쇄 공장에 이용했다. 캐리어의 설계 역시 패러데이의 암모니아에 의한 냉각 시스템에 기초한 것이다.


초기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각제로 암모니아, 염화메틸, 프로판 등의 기체가 쓰였는데 독성과 가연성 때문에 이러한 기체들이 누출될 경우 위험했고 사고도 잦았다. 1920년대 인체에 안전한 프레온을 개발했으나 이후 프레온이 대기의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에어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냉매는 R-22로 알려진 HCFC인데 역시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이 R-22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까지 생산·수입을 제한해 2030년에는 완전히 금지될 전망이다.
 

에어컨의 기본 원리: 기화열에 의한 냉각

에어컨의 기본적인 원리는 한마디로 기화열에 의한 냉각 이다. 액체가 기체로 기화할 때는 열을 흡수하고 기체가 액체로 응축할 때는 열을 방출한다. 기화할 때 흡수하는 열이 기화열이다. 에어컨은 압축기로 압력을 크게 변화시켜 기체 상태였던 냉각제를 액체로 응축한 후 압력을 낮춰서 증발기 안에서 액체 상태의 냉각제가 다시 증기로 기화할 때 열을 빼앗아 주위의 온도를 낮춘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의한 냉각은 많은 기화열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간단한 냉각 사이클을 통해 이루어진다. 열은 원래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하지만 에어컨의 냉각 사이클을 통해서 반대 방향인 낮은 온도의 실내에서 높은 온도의 실외로 옮겨간다. 실내기에서는 찬 바람이 나오고 실외기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온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로 열이 낮은 온도의 기기 안에서 높은 온도의 기기 밖으로 옮겨간다.

 

 

냉각과정: 냉각제가 압축기, 응축기, 팽창벨브, 증발기을 거치며 냉각이 이루어짐.

 

 

구체적인 냉각 과정은 냉각제가 압축기, 응축기, 팽창밸브, 증발기를 거치며 이루어진다.


1. 압축기

실외기 속에 있다. 기체 상태의 냉각제는 먼저 압축기에서 고온, 고압의 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냉각 시스템은 압축기를 작동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2. 응축기

실외기 속에 있다. 압축기를 나온 고온, 고압의 기체는 외부에서 흡입된 공기와 만나 식으면서 액체가 된다. 이 때 열을 방출하므로 실외기에서는 더운 공기가 토출된다.


3. 팽창밸브

실내기나 실외기 어느 한 곳에 있다. 좁은 곳을 통과할 때 유체의 속도가 커지고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해 모세관을 통과시켜 고압 상태인 액체의 압력을 낮춘다. 압력을 낮추어야 액체가 증발기에서 잘 증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증발기

실내기에 있다. 팽창밸브를 나온 액체 상태의 냉각제는 온도와 압력이 낮다. 이러한 액체는 주위의 더운 공기에서 열을 흡수해 기체 상태로 증발한다.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 지고 팬이 돌면서 이 공기를 실내로 내보낸다. 완전히 증발된 기체는 다시 압축기로 들어가 냉각 시스템의 순환이 계속된다.

 

 

시원한 공기에는 전기에너지라는 대가가 필요하다

이렇듯 에어컨은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뜨거운 국에 담긴 숟가락이 뜨거워지듯이 열에너지는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증기 엔진을 살펴보자. 이 열기관은 뜨거운 열원에서 열에너지를 얻어 바퀴를 돌리는 등의 일을 하는데 이 때 일부의 열은 저절로 낮은 온도로 흘러가 손실된다. 엔진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주어진 열을 100% 일로 바꾸는 열기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 이다. 이것은 자연계에 비가역적인 과정이 있음을 의미한다.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열 펌프인 에어컨은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에어컨은 전기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작동한다. 즉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계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고 결국 열역학 제2법칙을 만족시킨다.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시원한 공기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냉방을 삼가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Oxtoby, [현대일반화학], 박영동 역, 자유아카데미, 2000

 

  1. 기화열에 의한 냉각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를 기체로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다. 액체 상태의 분자간 인력을 이겨야 기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액체가 기화할 때 주위에서 기화열을 흡수하므로 주위의 온도가 내려간다. 뜨거운 여름날 거리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 예이다. 기체가 다시 액체로 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액화열이라고 한다. 기화열과 액화열의 크기는 같다.

  2. 열역학 제2법칙

    에너지의 흐름에 방향성이 있음을 말하는 법칙. 낮은 온도의 물체와 높은 온도의 물체가 접촉하면 열은 높은 온도의 물체에서 낮은 온도의 물체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변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일을 하지 않고 찬 열원에서 더운 열원으로 열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다음은 캘빈의 표현이다. “열원에서 꺼낸 열을 완전히 일로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이러한 장치는 2종 영구기관이다. 이렇듯 자발적이며 비가역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에는 회수 불가능한 에너지의 손실이 따르게 되므로 고립계의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함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을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발행일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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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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