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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 막걸리 거르는 모습.

 

 

제조방법, 주류의 원료, 발효방식에 따라 분류되는 전통주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주류는 크게 원료에 따른 분류와 제조방법에 따른 분류, 주세법상 분류, 양조학적 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원료에 따라서는 전분질, 당질 그리고 기타 증류주나 양조주에 과실 또는 식물약재를 첨가한 경우가 있고, 제조방법에 따라서는 양조주류, 증류주류, 혼성주류가 있다. 주세법상 주류 분류는 제조방법에 따라 주정과 발효주류(양조주), 증류주류, 기타주류를 포함하고, 양조학적 분류로는 주류의 원료가 당질이냐 전분질이냐에 따라 구분하고, 발효방식에 따라 단발효와 단행발효, 복발효와 병행복발효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류 분류는 주세법에 의한 제조방법에 따른 분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발효주류는 과일이나 곡류, 서류 등과 기타 원료에 들어있는 당질과 전분질을 곰팡이나 효모의 작용에 의해 발효시켜 만든 술을 가리킨다. 이러한 양조주는 국적이나 그 종류를 불문하고 알코올 함량이 20% 이하로 비교적 낮아, 주변의 온도나 열에 의해 변질되기 쉬운 단점이 있으나, 원료 자체의 함유성분에서 유리된 특유의 향기와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맛이 있다. 특히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유의 화합물은 미량이긴 하지만, 항암효과나 항산화작용 등 여러 가지 신진대사에 유익한 영향을 미쳐 선호되고 있다.

 

우리나라 발효주류 가운데 대표적인 전통주로, 전라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 25호인 ‘해남 진양주(海南 眞釀酒)’를 들 수 있다. 우선 해남 진양주는 주재료로 멥쌀과 찹쌀, 전통누룩, 샘물로만 빚으므로 순곡 청주(純穀淸酒)에 속한다. 술을 빚는 방법으로, 먼저 멥쌀로 죽을 쑨 뒤, 누룩을 섞어 만든 술밑을 발효시켜 밑술(酒母)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보태는 과정인 덧술을 하여 다시 한 번 더 발효시키면, 15~17% 정도의 비교적 높은 알코올 함량을 자랑하는 해남 진양주가 얻어진다. 이와 같이 쌀로 죽을 쑤어서 빚은 술에 다시 고두밥을 지어 보태고 한 번 더 발효시키는 방법은 가장 오래된 양조방법의 하나로써, 주재료로 구분하면 쌀술에 해당하고, 두 번 빚고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쳤으므로 이양주(二釀酒)가 된다.

 

고두밥을 찌는 모습.

고두밥을 짓는 모습.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쌀로 빚은 술을 쌀술(米酒)이라고 하지 않고 청주(淸酒)라고 해왔으므로, 진양주는 순곡 청주가 되는 것이다. 또 진양주는 당화제인 아밀라제(전분분해효소)와 배양 효모 대신 전통누룩을 이용하는데, 이 전통누룩 속의 누룩곰팡이(당화효소제)에 의한 ‘당화(糖化)’와 자연균으로써의 야생 효모에 의한 ‘발효(醱酵)’ 과정을 동시에 거쳐 술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통주는 자연균인 누룩곰팡이와 효모균으로 발효시키는 양조방법을 추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같이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거치게 되는 양조방식을 ‘병행 복발효(竝行複醱酵)’라고 한다. 그리고 전통주가 누룩 속의 전분분해효소에 의해 쌀의 전분질이 가수분해에 의해 두 분자의 이당류(전분당)로 환원되는 당화과정을 거쳐야만 발효가 이루어지는, 다소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와인은 과실인 포도가 주원료이므로 포도주라고 하는 것이며, 포도의 단맛성분인 포도당이 원료가 되므로, 배양효모를 첨가하게 되면 당화과정이 없이도 바로 발효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한번의 발효공정만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양조방식을 ‘단발효(單醱酵)’라고 하며, 포도의 당농도에 따라 포도주의 알코올도수가 달라지는 것이나, 전통주에서도 쌀의 양에 따라 알코올도수가 달라지는 이치와 같다. 또 누룩을 이용한 전통주는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 과피 속의 자연효모에 의한 발효만으로 이루어지는 정통와인에 견줄 수 있어, 가장 자연친화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통주가 맑은 술인 청주와 흐리고 탁한 술인 탁주로 맛과 색깔, 향기 등 그 성격을 달리한다면, 와인은 포도 과피의 유무에 따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으로 분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효모나 젖산균 등 미생물의 존재여부에 따라 살균주(殺菌酒) 또는 생주(生酒)로 나누기도 한다.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술을 빚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그 특징이 다양성에 있다. 전통주는 주로 멥쌀과 찹쌀이 사용되나,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보리, 조, 기장, 수수 등 열 가지 쌀이 전통주의 주재료이고,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술을 빚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로 가공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그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앞서의 해남 진양주가 쌀을 죽으로 만들어서 빚은 술이라면, 한산 소곡주(小麯酒)는 찌는 무리떡의 한 가지인 백설기를 지어서 빚는 술이고, 김천 과하주(過夏酒)는 치는 떡인 인절미를 만들어서 빚는 술의 하나이다. 또 특급탁주로 알려진 이화주(梨花酒)는 삶는 떡인 구멍떡으로 빚는 술이고, 하향주(荷香酒)는 삶는 떡의 한 가지인 물송편으로 빚는 전통 청주이다. 흔히 ‘동동주’로 알려진 부의주(浮蟻酒)는 고두밥을 지어서 한번 빚는 청주이고, 국내 최고의 방향을 자랑하는 동정춘(洞庭春)은 찌고 친 다음에 다시 빚어서 찌는 개떡으로 빚는 독특한 방법을 자랑한다. 또 고려시대부터 주막에서까지 팔렸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던 두견주(杜鵑酒)와 도화주(桃花酒)도 독특한 방법의 하나인 범벅으로 빚는 술인데, 쌀가루를 끓는 물로 설 익히는 반생반숙(半生半熟)법이다.

 

이 밖에도 음력 정월 첫 해일에 시작하여 세 번에 걸쳐 술을 빚는 삼해주를 비롯하여 청명일에 빚는 청명주, 배꽃이 필 때 누룩을 만드는 이화주, 여름철에 술이 변하지 않게 빚는 과하주, 올벼쌀로 빚고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햅쌀술 등 술을 빚는 시기에 따라 분류하고, 발효제로 사용하는 누룩(곡자)의 종류에 따라서도 술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이화곡으로 빚는 이화주를 비롯하여 백수환동곡으로 빚는 백수환동주, 궁중비법의 향온곡이나 내부비전곡으로 빚는 내국법온(內局法醞) 등 그 종류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화주용 전용 누륵. 멥쌀 가루를 오리알처럼 뭉쳐 볏짚 속에 묻어 띄운다.

 

 

탁주와 청주

마지막으로 전통주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이해와 올바른 인식을 도모하기 위해 탁주류와 청주류를 요약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탁주류(濁酒類)는 어떤 술이든지 빚어서 익은 술을 고유여과기라고 할 수 있는 술체나 술자루를 이용하여 누룩과 밥알 등 술찌꺼기를 제거하여, 술 빛깔이 뿌옇거나 흐린 상태의 술을 가리킨다. 따라서 탁주는 ‘알코올도수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술 빛깔이 흐리고 탁한 술’이라는 개념이다. 또한 ‘막(마구)걸렀다’ ‘함부로 아무렇게나 걸렀다’ ‘막되고 박한 술’로 인식되고 있는 막걸리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특히 막걸리는 술을 거르는 과정에서 물을 타서 마구 거르기 때문에, 비교적 알코올도수도 낮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나, 탁주와 같이 여느 술에 비해 감칠맛과 영양가가 높아 신분의 차별 없이 전 계층에서 즐겨 마셨다.

 

전통주 빚기 체험 교육에서 청주는 뜨는(채주) 사람들 모습.

 

 

청주류(淸酒類)는 탁주와 마찬가지로 발효된 술체나 술자루를 이용하여 일체의 고형분이 남지 않게 여과한 술로, 탁주에 비해 술 빛깔이 맑고 깨끗한 술을 가리킨다. 그러나 청주는 탁주보다 독특한 방향(芳香)과 ‘일곱 가지 맛(七味)’을 간직하고 있으며, 특히 귀하게 여겨 제사 등 통과의례를 비롯 각종의식에 널리 쓰였는데, 청주야말로 우리 가양주와 전통주의 근간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청주는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 상품화 된 전통주 가운데 청주는 한 가지도 없다. 전통 청주는 주세법에 ‘약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록담
시인, 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발행일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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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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