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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종류도 많고 사용 범위도 대단히 넓은 화학물질이다. 식품, 화장품, 약, 세제, 샴푸, 치약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마주치는 수 많은 생활용품에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농약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사람을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도를 한 후에 계면활성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계면활성제는 무엇이며,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계면활성제는 무엇이며,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계면활성제란 무엇인가?

 

기름과 물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기름과 물은 화학적으로 서로 친하지 않다. 그것은 물은 극성의 성질을, 기름은 비극성의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은, 극성 용매에는 극성 분자들이 잘 녹고, 비극성 용매에는 비극성 분자들이 잘 녹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분자들도 서로 끼리끼리 상호작용을 잘하는 것이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 부분(친수성, hydrophilic)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소수성, hydrophobic)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계면활성제의 친수성 부분은 기름을 싫어하고(lipophobic), 소수성 부분은 기름을 좋아하는 특성(친유성, lipophilic)을 가진다. 계면활성제를 영어로 surfactant라 하는데, 이것은 표면(surface) 활성(active) 물질(substance 혹은 agent)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이다.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부분은 탄소 원자가 여러 개 연결된 구조이며, 비극성이다. 반면에 비극성 부분에 같이 결합되어 있는 친수성 부분은 극성이다. 일반적으로 극성 부분의 크기는 비극성 부분의 크기에 비해서 작은 편이다. 그래서 편의상 극성부분을 머리(head)라고 부르며, 비극성 부분을 꼬리(tail)라고 부른다. 계면활성제 분자를 생각할 때는, 콩나물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콩나물 대가리를 머리, 콩나물 줄기를 꼬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꼬리부분은 비극성인 기름과 상호작용을 잘하며, 머리 부분은 극성인 물과 상호작용을 잘한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친수성 부분과 소수성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냐에 따라 음이온, 양이온, 중성, 주피터 이온형(zwitter ionic) 계면활성제로 분류를 한다. 물과 상호 작용하는 머리 부분이 음이온(예:-COO-)이면 음이온 계면활성제, 양이온(예: -N((CH3)n)4+)이면 양이온 계면활성제, 극성을 띠지만 전하는 중성인 그룹(예: 폴리에틸렌 옥사이드)이 붙어 있으면 중성 계면활성제, 양이온과 음이온이 모두 포함된 경우에는 주피터 이온형 계면활성제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누나 샴푸는 모두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이며, 머리와 꼬리 부분을 변형하면 기능과 활용도가 다른 수 많은 종류의 계면활성제를 만들 수 있다.

 

 

 

 

 

마이셀(micelle)과 역 마이셀

 

물은 표면장력이 큰 액체이다. 액체 내의 물 분자들은 주위에 있는 같은 물 분자들에 의해 서로 끌려서(수소결합 포함) 안정화가 된다. 그러나 공기와 접촉하는 액체 표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즉 계면(액체와 기체)에 존재하고 있는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서는 물 분자들이 끌어 당겨주지만 공기 방향에서는 그러한 요인이 없다. 따라서 계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 있는 물 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액체의 물은 표면에 가급적이면 공기와 접촉할 수 있는 분자들의 수를 줄여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깨끗한 고체표면에 물을 조금 떨어뜨려 보면 물이 동그란 구형으로 방울이 맺히는 것도 물의 표면이 최소가 되려는 자연 현상인 것이다.

 

 

 

 

 

물에 계면활성제 분자가 일정 농도가 되면, 친수성인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이 물 쪽으로 노출되는 둥근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를 마이셀이라고 한다. 기름에 계면활성분자가 들어가면 이와는 반대모양의 역 마이셀이 만들어진다.


계면활성제를 물에 첨가하면 물보다 가벼운 계면활성제 분자들은 물 표면에 모여든다. 그 때 물 분자간의 인력은 계면활성제 분자가 물 분자들 사이에 끼어서 약해지고 더 이상 물이 구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넓게 퍼진다. 그런 상태의 용액의 표면장력은 순수한 물의 표면장력보다 약하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물에 섞여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분자들의 머리부분은 친수성이므로 물 속에 잠겨있을 것이며, 꼬리부분은 소수성이므로 공기를 향해서 배열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에 계면활성분자들이 점점 많아져서 물 표면을 다 채우고도 남은 계면활성제 분자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물속에 뭉치기 시작한다. 뭉쳐진 모습은 구형(sphere)의 작은 입자처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계면활성제 주변은 온통 물 분자이기 때문에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은 물 쪽으로 노출되려고 하고, 계면활성제의 꼬리부분은 물과 가급적 접촉을 피하여 꼬리 부분이 서로 뭉쳐지는 정렬이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한 구형 입자를 마이셀(미셀, micelle)이라고 한다. 또한 마이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농도를 임계 마이셀 농도(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라고 한다. 마이셀이 형성되는 조건은 농도뿐 아니라, 용액의 온도, pH, 용액에 존재하는 다른 이온들의 농도(이온세기)에 따라 다르다.

 

 

 

 

 

반대로 기름(혹은 비극성 용매)에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마이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머리부분은 기름을 피하여 서로 뭉쳐지고, 꼬리 부분은 기름 속으로 퍼져있는 형태를 상상하면 된다. 마이셀의 구형 입자가 안과 밖이 한 번 뒤집어진 구형이 될 것이며, 이것을 역 마이셀(reverse micelle)이라 한다. 역 마이셀에서 머리 부분이 형성하는 구형 모양의 크기는 포함된 물의 양과 온도에 따라서 변한다. 그런 구형의 역 마이셀은 나노 입자를 만드는 템플릿(template)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에 비누(계면활성제의 한 종류)를 많이 풀어서 비누 분자의 수가 많아지면(임계 마이셀 농도 이상이 되면) 마이셀 입자가 형성된다. 그 입자들로 인해서 빛이 산란 되기에 용액 전체가 뿌옇게 보인다. 물에 포함된 기름 분자들이 마이셀의 중심에 놓여있을 경우 아주 안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마치 잠수함(마이셀)에 타고 있는 사람(기름 분자)처럼…

 

 

 

계면활성제는 비누, 치약, 샴푸를 비롯한 생활용품부터 여러 가지 식품까지, 우리 생활의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의 계면활성제

 

 

물에 기름을 한 두 방울 넣고 잘 흔들어주면 기름은 작은 입자로 쪼개져서 물 속에 분산된다. 마찬가지로 소량의 물을 기름에 넣고 흔들면 물은 작은 입자로 갈라져서 기름 속에 분산된다. 흔드는 것을 멈추면 금방 작은 입자들은 서로 뭉치고, 결국에는 물과 기름으로 분리된 상태로 변한다. 에멀션(emulsion)은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분산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액체가 작은 입자로 다른 종류의 액체 내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가 에멀션이다. 에멀션 액체가 뿌옇게 혹은 불투명한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액체입자로 인해서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다. 분산된 작은 입자들이 안정이 되어 에멀션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 3의 물질을 첨가하는 데 그것이 바로 계면활성제이다. 우유도 물에 지방과 지질 단백질이 잘 분산된 에멀션 상태이지만 자연산 계면활성제(레시틴(lecithin))가 들어 있어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식용유와 식초를 섞어서 샐러드 드레싱(dressing)을 만들어 보면 불안정한 상태의 에멀션이 되어 곧 바로 두 층의 액체로 분리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량의 식용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샐러드 드레싱이 안정한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에멀션은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분산된 상태다.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것이 계면활성제다.

 

 

 

 

계란 노른자에 식용유를 넣고 계속 저어 주면 흰색의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계란 노른자에는 역시 레시틴이 들어 있다. 레시틴은 인지질(phospholipids)의 한 종류이며, 콩 기름에 많이 포함된 식용 계면활성제이다. 그래서 콩 기름에서 추출된 레시틴은 식품에 사용되는 계면 활성제로 많이 이용한다. 계란 노른자 한 개에도 약 2 그램 정도의 레시틴이 포함되어 있다. 레시틴의 꼬리 부분이 식용유 입자 혹은 지방을 둘러 싸서 식용유는 안정이 된다. 마요네즈 역시 오랫동안 안정된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식품이다. 마아가린과 같은 유제품에도 식용 계면활성제가 첨가되어 있다.

 

화장품에도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 있다. 안전한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만약에 피부에 바르려고 화장품을 열었을 때 기름과 물이 분리된 상태로 있다면 화장품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 같다. 먼지나 기름기를 닦아내는 기초 화장품인 클렌징 크림(cleansing cream)은 물 속에 지방산을 포함한 기름 등을 섞고,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여 안정화 시킨 제품인 것이다. 연구를 통하여 피부에 안전한 계면활성제와 그 양을 잘 조절하여 안정한 상태로 에멀션을 유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계란 노른자에 식용유를 넣고 계속 저어 주면 흰색의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계란 노른자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레시틴이 식용유 입자 혹은 지방을 둘러 싸서 식용유는 안정이 된다.

먼지나 기름기를 닦아내는 기초 화장품인 클렌징 크림은 물 속에 지방산을 포함한 기름 등을 섞고,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여 안정화 시킨 제품이다.

 

 

 

 

 

계면활성제, 위험한가?


다른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계면활성제도 적절한 양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용 용도와 범위를 벗어나 이용하면 계면활성제 역시 위험한 화학물질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독버섯을 보고 놀라서 모든 버섯에 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자연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일지라도 공장에서 합성한 계면활성제와 분자구조가 정확히 같다면 그것은 같은 효과와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계면활성제 이름 앞에 천연, 자연, 유기농과 같은 이름을 붙이지만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모든 화학물질 분자의 관점에서 변한 것은 없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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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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