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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32) 덕유산 준령 ‘샤또 무주 머루와인’

 

경향신문 / 2005-10-12 16:48

 

 


그것은 운해(雲海)였다. 백두대간 덕유산 준령 삼봉산은 해발 1,254m. 무주 구천동에서도 한참을 꼬불꼬불 달려 올라 해발 900m에 이르렀다. 눈앞에 펼쳐진 1만5천평의 머루 밭. 이슬을 먹고 자란 8,000그루의 머루나무들은 태산 준령속 뽀얀 구름 속에서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이 한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샤또 무주 머루와인’이 생성되는 현장이다.

한국와인도 최고가 될 수 있다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고 한다. 와인 중에서도 레드와인의 효능은 발효단계부터 빛을 낸다. 머루는 포도에 비해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적어 농축된 과즙을 얻어낸다. 그 효능은 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가 알코올에 의해 추출돼 나타난다.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변화돼 콜레스테롤 산화를 억제하고 혈소판 응집억제작용을 도와 맑은 혈액과 탄력있는 혈관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와인은 조선시대부터 빚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동의보감’과 ‘양주방’에는 포도주 제조방식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 포도나무와 당시 포도나무가 다르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포도를 잘 그렸던 황집중의 ‘묵포도도’에 나오는 포도는 잎이 다섯 갈래인 까마귀 머루다. 신사임당 역시 한개의 포도송이 안에 검붉은 포도송이와 익지 않은 포도를 같이 그렸다. 포도는 알맹이가 한꺼번에 익어가고 머루는 드문드문 익는 것으로 봐서 머루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선시대 포도주의 원료는 머루였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머루를 포도주 원료로 쓰기가 워낙 고역이어서 현대 포도주 원료가 포도가 됐지만 머루주는 포도주의 원조격이다.

머루와인의 메카 전북
산악지대가 많은 전북지역에 머루와인공장이 많이 자리잡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원료가 와인 맛의 90%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머루주 특성 때문이다. 큰 폭의 일교차와 채광량, 고산지대 등 가장 이상적인 기후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전북이다. 그 중에서도 무주는 덕유산이 휘감고 있는 데다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청정지대다. 이곳에는 머루와인 공장이 4개나 된다. 심지어 무주 군청이 지난해 41억원을 투입해 산성와인이라는 머루주 공장도 설립했다. 지자체에서 특산품 가공처리공장을 만들기 위해 이런 예산을 쏟아부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만큼 무주 머루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러개의 와인 중에 샤또 머루와인을 마셔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단골고객이 된다. “정말 맛보기 어려운 와인”이라는 게 품평가들이 내놓은 탄성이다. 그 이유는 머루원액 그대로의 와인이 빚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대간 준령에서 직접 재배된 머루는 25일간의 발효과정을 거쳐 1년간 탱크에서 숙성된다. 숙성이 끝나면 원액 그대로 병에 담긴다. 이곳에서 희석식 와인은 제조되지 않는다. 고산에서 크는 머루지만 철저히 자연친화적인 방법에 의해 재배되는 것도 특징. 초생재배법을 도입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녹비를 연중공급한다. 해발 900m의 자연상태 저온숙성과 최신 양조설비도 맛을 내는 비결이다. 우리나라에서 원료재배부터 수확, 양조 숙성과정을 거쳐 병주입까지 이뤄지는 도메인 와인은 샤또 무주머루가 처음이다. 와인생산연도를 라벨에 표기해 주는 빈티지를 당당하게 붙인 것도 샤또 와인이 유일하다. 샤또 와인의 시발점은 이렇게 축약된다. ‘한국 전통와인이 세계 와인을 주눅들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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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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