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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33) 전남 보성 어성초주

 

경향신문 / 2005-10-20 06:39

 

 


소설 ‘태백산맥’의 고장 전남 보성군 벌교읍엔 눈요깃거리 못지 않게 입맛을 돋우는 명물이 많다. 그 소설 속에 등장해 얘깃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꼬막, 짱뚱어, 전어, 조개 등이 철마다 외지인들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몇해 전부터 벌교에 명품 하나가 더해졌다. ‘약초 중의 약초’로 불리는 어성초로 빚은 술이다. 34년째 어성초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보광어성초(pokwang.co.kr) 대표 서두석씨(66)가 혼자만 즐겨온 ‘밀주’를 세상에 내놓았다.


30여년 어성초 연구끝에 상품화
서씨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어성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1년 초. 대전에서 보일러 사업을 하다 실패하자 6개월여간 정신없이 술로 허송세월을 보낸 그가 거의 패인이 될 때쯤이었다. 날마다 피를 토할 만큼 위와 간이 엉망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여유가 없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치료조차 못할 처지가 됐다. 부인 정순례씨(58)가 어디서 “어성초가 좋다”는 말을 듣고 그걸 구해왔다. 서씨는 “7~8개월을 달여 먹자 가눌 수 없던 몸이 거뜬해지는 효험을 보면서 어성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어성초 관련 서적들을 찾아 독파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성초로 술이나 건강식품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1년여간 고심끝에 벌이가 되겠다는 확신이 서자 객지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벌교읍 대포리로 내려왔다. 한 마지기로 시작한 어성초 농사는 1,000평, 2,000평으로 늘고 지금은 5만평으로 규모가 커졌다. 재배 면적이 넓어지면서 ‘어성초 연구’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생활형편도 쭉 폈다. 어성초를 명약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본의 학자들을 매년 초청, 함께 세미나를 가질 만큼 국내에선 ‘어성초의 대부’로 통한다. 이런 와중에 ‘어성초 술’은 언제나 숙제가 됐다. 내내 어성초를 넣고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등 온갖 형태로 술을 빚는 시험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30여년간 동네, 읍내 지인들의 입맛 품평도 이어졌다. 어성초주는 마침내 2000년 2월 ‘술도가’ 허가를 받고, 벌교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방사능도 이겨낸 ‘약초중의 약초’
어성초(魚腥草)는 글자 그대로 ‘고기 비린내가 나는 약초’다. 45년 원폭 투하로 ‘죽음의 땅’이 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생명의 싹을 틔워 일약 유명세를 얻은 식물이다. 당시 학자들은 히로시마에 10여년간은 식물이 자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이듬해 어성초는 보란 듯 눈처럼 하얀 꽃을 피워냈다. 일찍이 ‘해독초’로 불려온 어성초가 방사능까지 녹여내는 진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상징성 때문에 어성초는 일본에선 ‘제1상비약’으로, 세계적으론 ‘생명초’로 통한다. 한방에선 몸안의 독소를 배출, 피를 맑게 하고, 각종 피부질환과 변비 등 10가지 효험이 뛰어나다고 해 ‘십약’이라 불린다. 학계에선 항암물질인 설파민의 4만배 이상 항암효과를 갖고 있고 혈압을 조절해주는 ‘칼륨의 보고’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어성초주는 단연 주목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주문이 밀리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놓은 농축액 30여만ℓ로 술을 만드느라 요즘은 공장의 기계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5년이상 숙성액만 사용 뒤끝없어
공장 한편 무성한 잡초 사이로 늘어선 30여개 항아리들. 그 안엔 5년 이상 된 어성초 농축액이 발효·숙성되고 있다. 바로 이 농축액은 술 제조 3단계에 넣어지면서 술맛을 좌우하는 밑천이다. 우선 알코올 도수 95%짜리 주정에다 어성초 마른 잎을 물과 함께 넣어 60일 동안 우려내면서 도수를 50%까지 낮춘다. 여기에 다시 암반수를 넣고, 42%까지 재희석시킨 후 어성초 농축액과 올리고당을 탄 후 30일간 숙성하면 20%짜리 어성초주가 된다. 찰진 벌교 개펄을 스쳐온 갯바람을 맞으며 황토에서 자란 어성초라야 된다. 약초로 대량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어성초는 건조 기후와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 제맛을 낼 수 없다. 맛이 쌉싸름하지만 와인처럼 부드럽다. 취기가 금방 올라오지만 머리가 맑아진다. 뒤끝도 전혀 없어 같은 도수의 다른 술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즐겨 찾는다. 소주처럼 불고기나 어패류, 회와 들면 좋다. 농업박람회 가공분야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한 명주다. 375㎖ 3병을 세트로 판다. 061-857-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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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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