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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38) 충북 진천 ‘덕산약주’

 

경향신문 / 2005-11-22 15:09

 

 

식전에 적당히 마시면 보약이 된다는 약주. 전통주 홍수 속에서도 전통방식 그대로 진짜배기 약주를 빚는 곳이 있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 세왕주조(대표 이규행·45). 여기서 생산되는 ‘덕산약주’엔 76년의 전통주 혼이 담겨있다. 술도가에 들어가는 순간 물씬한 누룩내와 고두밥이 뒤엉킨 술 익는 냄새가 이를 말해준다. 원래 이곳은 ‘덕산양조장’으로 유명하다. 이사장이 3대째 이 양조장을 지키며 전통술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다. 덕산양조장은 할아버지인 고 이장범씨가 1929년 설립해 막걸리와 약주를 생산했다. 1961년부터 운영을 맡은 아버지 이재철씨는 1972년 약주전문공장으로 변신시켰다.

국산 햅쌀만 사용 묵은 맛 없애
이사장이 약주에 인생을 건 것은 1998년. 청주에서 건설업을 하다 IMF를 피해 낙향한 것이 가업을 잇게 됐다. 고서를 보면 중국에서는 약주를 천제(天祭), 종묘제(宗廟祭), 각 신묘제(神廟祭)에 많이 쓰고 애경사, 접대, 향연 등에 애용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왕가는 물론 평민에 이르기까지 제례, 경사, 향연, 집회 등에 고급주로 애용해 왔다. 지금도 설과 추석절에 제례를 올릴 때 반드시 약주를 올리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약주가 전통방식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소맥분 또는 옥수수 전분을 주원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덕산약주는 국내산 백미를 80%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햅쌀만 쓴다. 묵은 쌀을 쓰면 술에 묵은 맛이 그대로 배어 나오기 때문이란다. 옥수수 전분과 물을 섞어 끓인 뒤 고두밥 대용으로 4~5일 정도 발효시켜 내놓는, 요새 시중에 유통되는 당화주(糖化酒)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사장에게도 유혹의 손길은 수없이 뻗쳤다고 한다. 손쉽게 만들면 될 것을 왜 속을 썩여 가며 전통주를 고집하느냐는 거였다. “IMF때 회사를 살려 준 술은 서민들이 즐겨 마신 ‘약주’였습니다. 그러니 다른 술보다 깨끗하게 만들어야 되지 않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다음날 머리가 아픈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정직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목조 양조장서 익히는 진짜 약주
덕산양조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술이 농익어가는 누룩내가 펄펄 난다. 고희 넘은 술항아리 속에서 쌀술이 발효되면서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 오르며 이룬 층은 가관이다. 모든 술은 열사흘 동안 이곳에서 익어간다. 발효실 술항아리 속에서 전분이 당으로, 당이 알코올로 바뀌는 두가지 과정을 복합적으로 겪으면서 특유의 술맛을 낸다. 이 때 덧밥(술밥)이 더해지면 술은 더 독해진다. 저온 살균처리로 낸 맑은 빛깔과 부드러운 맛은 애주가들의 입술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도 남는다. 덕산약주는 75년 된 목조건물이 있기에 그 명맥이 유지될 수 있었다. 1930년 지어진 이 양조장 건물은 일본식 단층 목조건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58호)으로 지정됐다. 전란과 풍파를 견뎌내고 원형 그대로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덕산약주는 900㎖, 1,000㎖, 1,800㎖짜리가 있다. 900㎖짜리는 전국 대형매장과 마트에 주로 납품되고 1,000㎖짜리는 서울랜드에 독점 납품된다. 1,800㎖짜리는 재래시장에서 많이 유통된다. 이밖에 덕산양조장에서는 국내산 백미 100%와 12가지 한약재로 만든 천년주, 쌀막걸리, 전국 유일의 보릿고개 동동주, 좁쌀 동동주, 가시오가피주 등도 생산하고 있다. 043-536-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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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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