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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36) 양주 대나무주

 

경향신문 / 2005-11-08 15:06

 

 

대나무 껍질을 죽여(竹茹)라고 한다. 죽여는 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열을 수반하는 토혈이나 코피, 두통 등을 치료하는 데 약재로 사용된다. 기력이 쇠진해질 때, 큰 질병을 앓고 난 뒤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도 좋다. 또 여름철 더위로 갈증이 멎지 않을 때도 감초·오매 등과 함께 끓인 물을 차처럼 마시면 효험이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장점을 지닌 대나무와 전통 방법으로 빚어진 약주가 만나 감미로운 맛이 입 안을 감도는 또 하나의 전통술이 만들어졌다. 경기 양주시 양주시청 부근 불곡산 자락에 자그마하게 자리한 양주주조. 겉으로는 허름해 보이지만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고장의 대표적 술 공장이다. 이곳은 15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독특한 술 맛을 낸다. 양주주조가 생산하는 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은 ‘불곡산 막걸리’. 불곡산 막걸리는 이 지역에서 30여년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찐쌀 사용때 보다 영양파괴 적어
양주주조는 막걸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몇 년 전부터 대나무를 이용한 대나무술을 생산하고 있다. 김기갑 연구실장(36)은 “대나무술이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실패가 뒤따랐다”며 “제품이 생산되기까지는 옛 관련 문헌과 전문가, 교수 등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술 빚는 방법 등을 소개한 작자미상의 고서 ‘양주방’에서 대통주의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약주가 재료로 찐쌀(고두밥)을 사용하지만 양주 대나무주는 생쌀을 사용한다. 생쌀은 발효과정이 고두밥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유명한 몇몇 전통주 제조 회사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생쌀로 만든 술은 우선 맛에서 고두밥으로 만든 술보다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영양소 파괴가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나무주는 생쌀을 잘게 부숴 숙성시킨 뒤 숙성된 술에 일정한 크기로 자른 대나무를 10여일 동안 담가 놓으면 대나무 껍질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향과 약주와 뒤섞인다. 이후 대나무 잎 엑기스를 적당량 술과 혼합한다. 완성된 대통주는 연한 황색 빛깔로 단맛과 함께 은은한 대나무 향이 압안에 오래 남아 입맛을 돋운다.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술과 비교해 취기도 쉽게 깨고 뒤끝도 개운하다는 평을 듣는다.

굵기와 색 동일한 대나무만 고집
약주와 어우러지는 대나무는 엄격한 선별을 거친다고 한다. 대나무의 굵기와 색이 동일해야만 독특한 맛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 12%인 대나무술은 현재 페트병에 담긴 600㎖와 1,200㎖짜리 등 2가지 제품만 생산된다. 가격은 도매가가 각각 병 당 750원, 1,660원이다. 중국의 죽엽청주보다 단맛은 덜하고 향은 짙은 양주 대나무술은 담백한 맛에 돼지고기 등 붉은색 고기류와 잘 어울린다. 불곡산 막걸리 등을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 양주주조는 앞으로 대나무술의 알코올 도수와 포장을 다양화 해 해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 등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위원회 한상봉 사무국장(38)은 “양주 대나무술은 맛이 깔끔하면서도 은은하게 감도는 향이 특징”이라며 “오랜 역사의 약주 제조기술과 전통주 제조법이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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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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