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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0) 대구 ‘하향주’

 

경향신문 / 2006-05-09 15:00

 

 


‘향에 취하고 맛에 반한다.’ 은은한 연꽃향기를 품어내는 하향주(荷香酒)는 맛과 향이 살아있는 대구의 전통명주로 꼽히고 있다. 이 술은 부드러운 데다 약리작용이 뛰어난 민속주로 알려져 애주가들이 즐겨 찾고 있다.

찬란한 전통, 이어지는 명성
하향주는 비슬산 맑은 물과 전통누룩, 유가찹쌀에 약초로 빚어진다. 약초로는 비슬자락의 들국화, 약쑥, 인동초 등이 첨가된다. 그래서 약주로 불린다. 산림경제 고사촬요 등에 의하면 하향주의 기원은 신라 성덕왕(재위기간 702~73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고찰인 유가사에서 빚기 시작해 1,000여년 역사를 자랑한다. 당시 병란으로 전소한 비슬산 중턱에 있던 도성암을 중수하는 인부에게 제공하기 위해 절에서 토주로 빚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조선 광해군 때에는 궁중에 이 술을 진상해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해 천하약주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후 10월 상달에 이 술을 조정에 줄곧 진상해 왔다. 확실한 전승계보는 1860년부터 지금의 기능보유자 김필순씨(89)에 이르기까지 4대째 100년 이상 박씨 종가에서 계승되어온 가양주라는 사실이다.

다섯가지 맛의 오묘한 조화

술에서 풍기는 감미로운 향기가 일품이다. 연꽃 향기가 풍긴다고 해서 연꽃 ‘하(荷)’자를 따서 하향주로 명명되었다. 하향주는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킨 약주라고 해서 백일주로 불리기도 한다. 빛깔은 은은한 연녹차색을 띠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신맛과 단맛, 떫은 맛, 쓴맛과 구수한 맛 등 민속주 특유의 다섯가지 맛이 어우러지고 연꽃 향이 뒷맛으로 남아 입안에 은은히 감돈다. 100% 유가찹쌀로 빚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달지 않으며 17%의 부드러운 술맛을 선사한다. 하향주의 명성은 고문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의보감 약탕편과 방약합편에 의하면 하향주는 약리작용이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묘사하고 있다. ‘독이 없으며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한다.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몸이 허한 사람은 보하고 피로와 갈증, 이질, 황달, 폐를 치유하고 토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소개돼 있다.

100일 정성으로 빚은 약주
밑술과 덧술 과정에 발효와 숙성을 거치면서 주조과정에 평균 100일 걸린다. 이 기간 어느 한 과정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전통누룩을 콩알 크기로 잘게 깨서 1주일가량 밤낮으로 말려 잡균을 제거한다 ▲멥쌀로 떡(백설기 일종)을 만들어 누룩과 떡, 물을 혼합해 밑술을 만들다 ▲밑술에서 효모가 가장 많이 생성될 때 찹쌀로 꼬드밥을 만든다 ▲이를 밑술과 혼합해서 덧술을 만든다. 주조과정에 누룩의 질과 두께, 물의 양, 적정온도(18~24℃)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주조과정의 핵심은 밑술에서 효모가 가장 많이 생성될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놓치면 술이 시큼하고 신맛이 난다.하향주는 1996년 대구 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되면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대구시 신기술사업단과 함께 과학적인 방법으로 품질개선에 나섰다. 전통 하향주가 신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구의 하향주가 지역을 넘어 한국의 명주, 세계의 명주로 발돋움할 날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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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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