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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1) 경북 영주 ‘천곡 산수유주’

 

경향신문 / 2006-05-16 15:24

 

 

 

‘꽃이 피어서/산에 갔지요/구름 밖에/길은 삼십리/그리워서 눈감으면/산수유 꽃/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시인 곽재구의 ‘산수유 꽃 필 무렵’의 구절이다. 산수유만큼 고향을 잘 나타내주는 꽃도 드물다. 쳐다보기만 해도 편안해지고 정겨움이 감돈다. 어느 여류시인은 산수유를 “친정집 돌담 밑 아직 겨울의 잔설이 웅크리고 앉아 있어도 어김없이 피어나던 꽃”이라고 노래했다. 산수유로 술을 빚었으니 그 멋과 맛 또한 비길 데 없다. 노란꽃이 지고 열린 빨간 열매로 우려낸 것이니 ‘정열의 술’이 아닐까. ‘영천 천곡 산수유주’에는 바로 그런 고향의 푸근함과 정취, 정열이 녹아있다.

정신 맑게하고 신장기능 강화 ‘건강주’
산수유주는 알코올 도수 13%의 약주다. 한방재로 널리 쓰이는 산수유로 빚은 만큼 술도 ‘건강주’로 평가받는다. 산수유는 코르닌·모로니사이드·로가닌·탄닌 등 배당체와 포도주산·사과산·주석산 등 유기산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A와 다량의 당(糖)이 있어 영양 덩어리라 할 만하다.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 등에 의하면 산수유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해준다고 한다. 두통을 없애주고 귀를 밝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식은 땀을 많이 흘리거나 야뇨증에도 좋고, 추운 기운을 없애준다 해서 일찍이 민간요법으로 산수유가 이용됐다. 보약으로도 효능이 뛰어나 십전대보탕과 쌍벽을 이루는 육미지황탕에 산수유가 사용되기도 했다. 아이에게는 키를 키워주고 어른에게는 노화를 예방해주는 한방명약이다. 최근에는 산수유 추출물이 DHT(남성 탈모의 원인으로 보며 남성호르몬의 전환체임)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연구보고도 나왔다.

구기자와 천연암반수와의 만남
영천 산수유주에는 구기자가 또다른 성분으로 첨가된다. 구기자는 단백질·지방·칼슘·인·철분·비타민 등이 들어있어 흡수가 빠르다. 한방에서는 강장제와 해열제로 쓰이고, 간기능 보호작용이 뛰어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력을 좋게 하고 당뇨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며 폐와 신장기능을 강화해 주는 약재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수술환자들이 회복기에 구기자를 사용할까. 영천 산수유주에는 또 ‘천곡(泉谷)’이란 말이 붙어 있다. 거대한 팔공산이 품었다 토해내는 맑은 물을 쓴다. 산수유주 제조공장인 (주)갓바위주조가 위치한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 일대는 맑은 샘물로 유명한 곳이다. 천곡은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할 만큼 맑은 샘물이 솟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구전돼 붙여진 이름이다. 산수유주의 또다른 특징은 흑미를 덧술로 쓴다는 점이다. 산수유와 구기자로 1·2차 발효를 하고 3차에 별도로 흑미를 발효시켜 덧술로 사용한다. 특이한 과일향도 흑미를 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음식과 궁합 잘 맞아
산수유주는 특유의 부드러운 맛 때문에 매우 여성스런 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사(산사과)를 원료로 사용해 흡수력과 소화력이 뛰어나 어떤 안주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그러나 고추냉이, 초고추장, 간장 등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자극적으로 만든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부드러운 술 맛이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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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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