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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7) 광주 ‘알로愛주’

 

경향신문 / 2006-04-18 15:00

 

 

주당들에게 선을 뵌 지 1년도 채 안된 전통주 하나가 갖가지 화두를 엮어내고 있다. 전통주가 지니는 이미지인 ‘고집스러움’이나 ‘지역적 안일성’을 훌훌 털어낸, 그 당당함이 예사롭지 않다. 광주를 기반으로 한 주류회사 (주)청강월이 내놓은 ‘알로愛주’. 이 술이 내건 컨셉트 ‘열림’을 되뇌면 맛과 멋도 한층 더해진다. 양주의 귀족성, 소주의 보편성을 헤집고 펼쳐보인 친숙성이 살갑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13%의 알로에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맛이 익숙지 않아, 숙취가 부담스러워 감히 넘기지 못한 술자리 고민을 한꺼번에 풀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거액을 주고 슈퍼모델을 동원한 TV광고도 내놨다. ‘알로愛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중주’, 서로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주’라고 인정받는 그 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장기능·피부보습에 좋은 웰빙주
이 술을 탄생시킨 주역은 청강월 사장 엄일석씨(39). 엄씨는 2년여 전만 해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직물업체 기획실장이었다. 입사 후 밤낮없이 영업·기획 부분에서 뛴 결과 서른 다섯살 나이에 중역을 꿰찬 일벌레였다. 그러나 조직 구조조정을 놓고 윗사람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서 강제퇴직을 당했다. 너무 충격이 커 머리를 식히려고 연고가 있는 광주의 한 암자를 찾았다. 그대로 불가에 들어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문자답하길 꼭 100일 만에 술 사업을 떠올렸다. 가끔 산사에서 내려와 맛본 광주 한정식에 반해가면서 술사업을 해보자고 작정했다. 여전히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가짓수가 많고,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벌이는 폭탄주 돌리기는 왠지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았다. 공해에 때묻지 않은 호남벌의 먹거리에 어울리는 술 하나를 만들어내겠다고 별렀다. 유명 술도가와 전문 연구가를 찾아다닌 끝에 ‘알로에 술’로 결론을 내렸다. 숙취해소, 장기능 촉진, 피부보습, 향긋한 내음…. 알로에의 효능은 또 하나의 ‘웰빙주’ 탄생을 예고했다. 농민들의 주름진 얼굴을 ‘알로에 농사’로 풀어드리자는 뜻도 함께 담겨 있다.

지리산 청정수에 여러 한약재 첨가
알로에는 2차대전 때 부상자를 치료하는데 효험이 크게 입증돼 ‘사람을 살리는 풀’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 이미지는 ‘술이 몸을 해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도 안성맞춤이다. 여기다 강정·강장제로 쓰이는 하수오, 계피, 구기자, 오미자, 감초, 진피, 갈근 등 온갖 한약재를 준비한다. 우선 누룩과 고두밥을 섞은 후 효모를 넣고 일주일간 담가 22~28%짜리 밑술을 만드는 것이 첫 공정. 그 다음 또 누룩과 고두밥을 첨가해서 10시간 담가, 도수가 32%로 올라갈 때쯤 깨끗하게 씻은 생쌀과 누룩을 넣고 일주일간 발효시킨다. 여기에 알로에 등 약초를 넣고 다시 2주일가량 숙성시키면 걸쭉한 원액이 만들어진다. 꼬박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이것을 다시 3차례 걸러내는 과정을 거치면 초록빛과 노랑빛이 어우러지는 ‘13% 약주’가 탄생한다. 공장이 지리산 자락에 있어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안된 산골짜기 물을 쓰는 이점도 있다. ‘알로愛주’의 인기비결은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을 주는 술 빛깔, 은은한 향이 호감도를 높인다. 특히 술 마신 후 피부트러블이 나타나는 특이 체질의 여성도 걱정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뒤끝이 전혀 없는 ‘알로애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알탄주’도 등장했다. 안주로는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술 특성에 맞게 갓 건져올린 해산물이나 생선회가 좋다. 물론 장운동을 돕는 술이어서 육식 때도 한잔 곁들이면 뱃속이 편안하다. 차게 해서 들면 더욱 진미를 느껴볼 수 있다. 375㎖ 들이 2병짜리 8,000원, 6병 2만2천원, 10병 4만5천원, 20병 7만원. 062-224-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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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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