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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8) 강화도 ‘칠선주’

 

경향신문 / 2006-04-25 15:15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참성단 등의 유명세로 민족의 영산으로도 불리는 마니산 자락에서 제조되고 있는 인천 유일의 전통주 ‘칠선주(七仙酒)’. 칠선주의 ‘칠(七)’은 인삼과 구기자, 산수유, 사삼, 당귀, 갈근, 감초 등 일곱가지 약재를 혼합한 데서 유래됐다. 특히 ‘선(仙)’은 술을 마셔도 몸에 해가 되는 것보다 보양(補陽)과 장수(長壽)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 술을 즐겨 마시면 병들지 않고 늙지도 않는 신선(神仙)이 된다’는 품평을 상징하고 있어 이채롭다. 칠선주는 강화도의 맑은 공기는 물론 마니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맑고 청아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조선 정조때부터 제조 궁중에 진상
칠선주의 유래는 동의보감과 생활한방민속약, 규합총서, 산림경제, 양주방 등 고문헌에 남아 있다. 고문헌들에 따르면 칠선주는 1777년 조선조 제22대 정조 원년 때부터 인천의 옛 지명인 ‘인주(仁州) 지방’에서 빚기 시작했다. 당시 선조들은 장수와 보양을 기대하며 칠선주를 마셨으며 뛰어난 맛과 효능 때문에 궁중에 진상되는 명주(名酒) 중 하나로 손꼽혔다. 칠선주의 주 재료인 ‘인삼’과 ‘사삼’의 사포닌 성분은 폐와 간장을 보호하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구기자’는 양기를 돋우어 주고 눈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하며 ‘산수유’는 혈액을 맑게 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또 ‘당귀’는 빈혈과 복통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심장에 들어가면 피를 생산하고 간장에 들어가면 피를 저장케 한다. 이 밖에도 ‘갈근’과 ‘감초’는 각각 갈증을 해소하고 몸을 해독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칠선주는 이처럼 몸에 좋은 한약재를 골고루 배합했기 때문에 예로부터 애주가들에게 술맛은 물론 건강까지 약속해 주는 술로 유명하다. 칠선주는 특히 국세청 기술연구소 실험 결과 음주후 머리를 아프게 하는 성분인 ‘아세트 알데히드’가 거의 검출되지 않아 ‘숙취가 없는 술’로도 정평이 나있다.

숙취없는 깨끗한 술로 호평
칠선주는 싱겁지도 독하지도 않아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또 그윽한 향기가 입안에 오래 남고 취하도록 마셔도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애주가들의 호평을 받는 칠선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름간의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맵쌀로 고두밥(쌀밥)을 지어 식힌 후에 누룩과 물을 섞어 3~4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로는 찹쌀로 다시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에 누룩과 물을 부어 덧술을 담아 앉히는 수고가 필요하다. 특히 세번째 과정이 핵심인데 맵쌀로 고두밥을 지은 뒤 식을 동안에 인삼을 비롯한 7가지 약재를 푹 달인 다음 양조용수와 함께 1차로 발효중인 덧술 술독에 부어 다시 4~5일 동안 숙성시켜야 한다. 이처럼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야만 비로서 애주가들의 손에 건네질 수 있는 칠선주는 1909년 일본인들이 고율의 주세를 부과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해방 후에도 정부가 쌀이 아닌 비곡주 개발 정책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명맥이 끊기는 듯했으나 1990년 정부가 각 시·도별로 전통민속주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인천의 술로 인정받으면서 부활의 맥을 잇게 됐다. 칠선주는 현재 마니산술도가(주)의 민속주 기능보유자인 이종희씨(64)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옛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이씨는 지금도 술의 숙성이나 첨가물 배합은 항상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있으며 때론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밤을 새우며 작업할 때도 많다. 이씨는 “옛 조상들의 숨결과 얼을 후세에도 잊혀지지 않고 전수시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칠선주를 재현해 냈다”면서 “칠선주가 앞으로도 이 땅에 영원히 함께 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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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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