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전통주 기행] (52) 옥천 ‘한주’

 

경향신문 / 2006-03-14 15:33

 

 


조선시대 ‘노주두말빚이’ 비법 재현
한주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노주두말빚이(露酒二斗方)’ 비법을 옥천의 물과 쌀로 재현한 전통 증류식 소주다. ‘노주’란 찹쌀과 멥쌀로 술을 빚은 후 이를 다시 땀을 내듯 증류시킨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슬처럼 맺혀 내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번 맛을 보면 일반 소주보다 맹렬한 기운에 금세 흥취가 오른다. 하지만 뒤끝이 없이 맑게 깨 또 한번 찾게 되는 매력이 장점이다. 한주에 대한 고증은 자세하게 밝혀진 게 없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조선 선조대의 충경공 이정란(李廷鸞) 장군(본관 全義)의 14대손 이필승(李弼承)의 처 허성산(許城山)이 가문에 대물림된 송절주(松節酒·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호)를 빚은 것이 그 유래다. 허씨는 송절주와 함께 노주두말빚이의 담금방법에 의해 덧술을 증류시켜 백로주(지금의 한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만든 백로주로 시아버지와 남편을 공양했다고 한다. 그 후 이 독특한 방법에 의한 맛과 향을 허씨의 며느리인 박아지(朴阿只)가 이어 받았으며, 현재 손자며느리 이성자씨(李成子·59·송절주 기능보유자)에 의해 전국에 전해지고 있다. 백로주는 가문의 술에서 민족의 술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서 이름의 변화를 갖게 된다. 맛과 향이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안고 있다 하여 ‘한주’라고 지어졌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엄격한 고증과 문화체육부의 추천에 의해 한주는 한국의 정취에 가장 알맞은 민속주로 승인받았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집’ 전용 민속주로 선정돼 우리 민족 고유의 음주 문화 특성을 선양하게 된 것이다. 한주는 1993년 10월 국세청의 주류제조면허를 취득, 이듬해인 199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됐다.

증류방법따라 도수 35~60% 조절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해동경서(海東慶書)’에 기록된 백로주의 노주두말빚이 기법은 다소 까다롭다. 멥쌀과 찹쌀 각 1되를 물에 담갔다가 가루를 내고 이를 누룩가루 9되와 함께 끓여 식힌 8되의 물에 섞어 밑술을 담근다. 3일 후 찹쌀 두말을 물에 담갔다가 지에밥으로 쪄서 이를 차게 식힌 후 밑술에 섞어 덧술을 빚는다. 7일 후 모두 솥에 담아 고리를 앉히고 테를 두른다. 그러나 이 술의 기능인인 이성자씨 집안에서는 전통 기법 그대로를 따르지 않고 나름대로 조금은 독특하고 개발된 방법으로 한주를 빚는다. 물론 ‘노주두말빚이’ 기법을 기본으로 하지만 각각의 단계마다 이씨 집안에서 전수된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한주는 송절주를 만드는 데에 근본 뿌리를 두고 있다. 봄·가을에 소나무 마디를 잘라 한약재와 함께 끓인 후 멥쌀로 백설기와 누룩을 잘 섞어 1주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 다시 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술밥을 식혀 양조용수를 미리 담가 놓은 밑술에 섞는다. 그리고 30일간을 숙성시키면 강한 약재 향의 송절주가 탄생되는 것이다. 선조들은 여기에 계절을 좇아 진달래나 국화를 솔잎과 함께 덮어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송절주를 증류시키면 한주가 만들어지는 데 증류의 방법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35%에서 60%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갓 완성된 한주를 벗삼아 취흥을 즐기고 싶겠지만 보다 깊은 맛을 원한다면 밀봉한 후 6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편을 택해야 한다. 오랜 기다림 뒤에 다가오는 그윽하고 진한 향취, 톡 쏘는 곡향 뒤에 오는 깔끔한 뒷맛, 진정한 명주는 이렇듯 긴 시간과 정성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다.오디를 원료로 한 과실주 ‘백상 오디주’(16%)도 생산하고 있다.

728x90
Posted by 호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