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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5) 경기 파주 ‘감악산 머루주’

 

경향신문 / 2006-04-04 15:30

 

 

“신토불이 과실주로 세계 와인시장을 공략한다” 전통 과실주 가운데 머루주는 복분자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머루주는 신라시대부터 빚어온 과실주로 전해오며,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와 ‘산림경제’라는 책자에도 제조법이 소개돼 있다.

전통 질그릇 항아리서 장기간 숙성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기슭에 자리한 산머루농원(대표 서우석)에서는 이 같은 전통기법을 기초로 1997년부터 ‘감악산 머루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머루주는 서대표를 비롯해 인근 80여 농가에서 무공해로 재배한 친환경 머루만을 사용한다. 머루주는 9월 중순쯤 잘 익은 머루를 수확해 줄기와 병든 머루 등 불순물을 제거한다. 착즙기를 이용해 머루를 으깬 뒤 약간의 설탕으로 당도를 맞춘다. 이어 배합된 머루를 발효탱크에 넣고 발효시키는 작업을 한다. 머루주가 잘 발효되기 위해서는 한 달 동안 2주일에 한번 저어줘야 한다. 발효된 액이 알코올 농도 10~12%가 되면 침전물 처리 탱크로 옮겨 앙금을 제거해 저장하면 된다. 이 과정이 7개월가량 소요된다. 감악산 머루주는 친환경 재배 기술을 사용하는 데다 전통비법으로 만든 질그릇 항아리에 100% 머루만으로 술을 빚어 3년 이상 숙성시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머루주가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머루를 수확해 술을 담그는 시기 때 외부 온도가 15~20℃를 유지해야 하고 냉각 과정을 거쳐 다시 애초의 온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와인을 담그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 냉각시설을 갖추는 것이 그 이유다. 감악산 주변 기온은 머루주를 생산하는 과정에 맞춰 스스로 필요한 온도를 유지해 주고 있다. 감악산의 9월 평균 온도는 섭씨 15~20℃로 겨울철을 지나 이듬해 4월이면 다시 그 온도로 되돌아온다. 기온뿐만 아니라 토양 조건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머루는 배수가 잘되고 토양이 비옥해야만 잘 자란다. 자생하는 머루나무가 계곡변에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감악산은 바위와 자갈이 많고 계곡이 깊어 머루를 재배하는 데 제격이다.

그래서 서대표는 감악산 머루주에 대해 ‘자연조건 발효공법’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다.

시큼하면서도 무거운 향 오래 남아
감악산 머루주는 과실주의 특징인 단맛은 거의 없고 시큼하면서도 머루의 무거운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때문에 육류와 곁들이면 입맛도 돋우고 느끼함도 해소해 준다. 머루주는 칼슘과 인, 철 등의 성분이 포도보다 3~9배가량 높아 적당량을 마시면 저혈압과 혈액순환, 부인병,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2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한국산(파주산)과 일본·중국산 머루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타민C와 포도당, 당도, 총 페놀 함량 등 색도를 제외한 전 성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악산 머루주는 1999년부터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연간 15만병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교민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전통 술축제에서 명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악산 머루주는 시중에 판매되는 알코올 농도 12~15%의 머루주와 알코올 농도 45%인 코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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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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