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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6) 경남 합천 ‘가회율주’

 

경향신문 / 2006-04-11 15:15

 

 

 

구황식량이 될 정도로 영양소가 많은 밤. 밤은 전분 함량이 많고 칼로리와 칼슘 함량은 과일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하고 인체발육은 물론 피부미용, 피로회복, 감기예방 등에 효과가 있어 웰빙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고 부드러운 맛… 누룩냄새 전혀 안나

밤을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한 경남 합천군의 가회면. 해마다 9~10월이면 가회면에는 밤이 지천으로 널린다. 마을마다 아낙네들이 밤을 줍고 껍질을 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회면 봉기마을에 사는 이병웅(54), 김정순(54) 부부가 개발한 밤술이 가회율주(佳會栗酒)다. 밤을 누룩으로 발효한 뒤 약재를 섞어 빚은 약술이다. 술 이름은 가회면에서 따왔지만 ‘아름다운 모임(佳會)에는 밤술(栗酒)이 있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밤으로 빚은 술답게 밤색을 띠지만 맑고 투명하다. 술 맛은 달고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이 깨끗하다. 술을 삼키고 나면 한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게 특징이다. 가회율주의 자랑은 우선 질 좋은 밤이다. 가회면의 밤은 품질이 좋다보니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가회면의 밤 소득은 연간 30억원. 밤나무 농가는 600가구가량으로 평균 5백만원 이상 밤소득을 얻는 셈이다. 노인만 남은 이 마을에서 밤나무는 효자 중 효자다. 또 하나의 자랑은 깨끗한 물. 덕촌리의 옥녀봉에서 발원하는 샘물이야말로 깨끗한 술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한다.

신장기운 돋우고 비타민C 풍부한 건강주
가회율주는 6주간의 발효와 두달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옹기에 담아 발효를 시키고 비교적 오랜 기간 숙성기간을 거치다보니 누룩을 많이 사용하는데도 누룩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15% 가량의 약한 술로 생선회와 함께 즐기면 밤술 특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밤은 창자와 위를 보호해주고 신장의 기운을 돋울 뿐 아니라 굶주림을 참을 수 있게 해주는 구황식량이었다” 이씨는 가회율주를 건강주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씨는 또 “술안주로 밤이 좋은 이유는 밤의 비타민C가 알코올 산화를 도와 숙취를 없애주기 때문”이라며 율주가 고급술이란 점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씨 부부는 2003년 (주)가회청목주가를 설립하고 약주면허를 취득, 가회율주 생산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10여년 전 개발한 술이지만 숙취해소와 누룩냄새 제거를 위해 수년간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다. 술의 도수를 15%까지 끌어올리는데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10년간의 노력 끝에 3년전 지금의 가회율주를 완성한 것이다. 2003년도에는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손해를 봤다. 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어 지난해 가을에는 동네 사람을 15명이나 동원해 율주를 담았다. 이씨 부부의 밤술이 산골의 좋은 일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씨 부부는 최근 도수 40%의 율주를 만들어 고급양주도 따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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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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