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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1) 소주와 지초의 만남 ‘진도 홍주’

 

경향신문 / 2005-03-02 16:48

 

 


진도 홍주는 소주와 지초가 만나 조화를 부린 전통 명주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주 500여가지가 대부분 일제 강점기의 ‘밀주단속’과 우리 문화 말살정책으로 사라졌으나 홍주만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진도에서 명맥을 유지해 오늘까지 뛰어난 맛과 향을 전하고 있다. 홍주가 진도에서 대를 이어 전수된 것은 주원료인 만병통치약 지초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주와 양천 허씨
홍주는 조선시대 ‘지초주’라 하여 최고 진상품으로 꼽혔으며 양반가에서도 술을 빚었다. 이 술에 얽힌 두가지 야사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세조때 경상도 절도사를 지낸 허종의 부인 청주 한씨가 성종이 윤비를 폐출하기 위해 어전회의를 소집하자 남편에게 홍주를 권해 입궐을 막아 갑자사화의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광해군의 형 임해군이 진도로 유배될 때 부인 허씨(허명의 딸)가 친정조카인 허대에게 고숙을 보살피도록 부탁해 허대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조리(소주를 내리는 기구)를 가지고 진도에 와 정착한 뒤 홍주비법을 전수했다는 이야기다. 진도의 양천 허씨는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와 미산·남농 등 운림산방 3대와 의제 허백련 등 위대한 예술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추사 김정희 등 당대의 명사들도 운림산방을 찾았으니 그 때마다 홍주가 상에 올랐을 것이다. 1995년 전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6호로 등록된 진도 홍주의 기·예능 보유자 허화자 할머니(76)도 소치 집안 출신이니 홍주와 허씨 문중과는 인연이 깊은 게 틀림없다.

몽골 백주와 지초의 만남
“1960~70년대까지도 진도에는 집집마다 서너뿌리의 지초를 상비품으로 재배하거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가 경기를 일으키면 지초 뿌리에 참기름을 부어 약한 불로 다려 치료하고 가루로 만들어 체했을 때 먹이거나 피부질환이 생기면 환부에 바르는 등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했습니다” 허씨 문중 전래설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은 몽골 침략때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와 백주(소주)제조법을 전수한 뒤 지초와 소주가 만나 자연스럽게 홍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외지산 지초는 아무리 뿌리가 굵고 길어도 한번 홍주를 만들고 나면 색소가 우러나지 않는데 진도의 지초는 뿌리가 작아도 3번까지 사용할 정도로 우수해 홍주가 진도에서 뿌리내리고 명품이 되었을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다.

홍주의 현주소
진도 홍주는 향이 좋고 맛이 뛰어나며 뒤끝이 깨끗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밀조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제 때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박해와 단속의 대상으로 일부 주민이 생계수단으로 빚어오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 현재는 7개 영농조합법인과 최소한 100가구 이상의 가정에서 제조돼 연간 1백억원어치가 판매되고 있다. 이름은 똑같은 홍주지만 술을 담는 용기와 상표가 각각 다르고 유통구조도 확립되지 않았는데 이처럼 엄청난 양이 유통되는 것을 보면 그 진가를 짐작하게 한다. 진도 홍주 제조자가 난립하고 있는 것은 홍주의 제조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쌀과 보리를 찐 뒤 누룩을 버무려 밑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드는데, 증류된 소주가 지초뿌리를 통과하면 붉은 색이 우러나고 진한 향을 지닌 홍주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홍주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쌀과 보리, 누룩의 혼합비율, 숙성기간, 숙성·증류 온도, 지초함량, 여과장치 등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명품화 작업
진도군 농업기술센터는 2003년부터 전남대, 농업전문대와 함께 홍주 명품화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는 5월에 완료되는 제1차 연구에서 기술센터는 진도 홍주중 가장 뛰어난 제품 20가지를 선정해 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원곡·누룩·지초함량·숙성온도·증류온도·여과장치·숙성기간 등을 조사해 홍주제조 표준모델을 확정했다. 전남대는 지초성분을 연구한 결과 장내 유산균의 생육인자로 소화촉진 및 변비 개선효과가 크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며 다이어트 효과와 당뇨예방 및 면역증강, 항암효능을 지닌 프락토올리고당이 2~3%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 제2차 연구(2005~2006년)는 40% 안팎의 홍주 도수를 20~25%로 낮춰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찾고 3차 연구(2006~2007년)는 장기 숙성주로 양주와 견줄 만한 고품격 술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홍주의 파급효과
홍주 1백억원어치를 만드는 데는 지초 60㏊, 보리 100㏊, 쌀 70㏊의 재배면적이 필요하다. 명품화 연구가 끝나 5백억원의 매출이 이뤄질 경우 지초는 300㏊, 보리는 500㏊, 쌀은 350㏊로 재배면적이 늘어 농산물 가격안정과 군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홍주는 올들어 미국에서도 10만달러어치의 주문이 들어오고 청와대에서도 1,500상자를 구매해 가는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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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처럼 데워서 마시는 와인 ‘글루바인’

 

세계일보 / 2009-01-07 22:00

 

 

정종처럼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와인이 있다.

최근 와인 드라마 ‘떼루아’에서 소개돼 화제가 된 글루바인(사진)은 겨울이 일찍 오는 유럽에서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술이다. 독일어로는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프랑스에서는 ‘뱅쇼’ 영어로는 ‘뮬드 와인’이라고 부른다.

글루바인의 주재료는 레드와인으로 여기에 정향·계피 등의 향신료와 오렌지, 레몬을 넣고 약간의 설탕이나 꿀을 넣어 입맛에 맞게 끊이면 된다. 유럽에서는 가정식 감기약으로 먹을 정도로 비타민이 풍부하며, 따뜻한 술이 추위로 긴장된 몸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까지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포도품종은 피노누아, 쉬라, 가메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포도품종의 레드 와인이 좋으며, 집에 남은 와인으로 만들어도 좋은 장점이 있다. 글루바인을 만들기 좋은 와인은 무겁지 않고 풍부한 과일향이 좋은 블랙타워 레드나 빌라 M 로미오를 추천한다.

가정에서 만들기 간단해 끊여두고 마시면 겨울을 찾는 입맛을 향기로운 따뜻함을 전할 수 있으며, 보온병에 넣어 다니면서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많이 마시면 일반 와인보다 빨리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주전자에 글루바인을 담아 가스버너로 끓여 길거리에서 팔 정도로 겨울을 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지만, 한국에서는 마니아들의 수요와 최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보드나 스키를 즐기는 중간 휴식시간이나 활동을 끝내고 펜션에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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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또 다른 변신 - 코냑

 

세계일보 / 2008-09-05 01:46

 

 

 

와인의 변화된 모습들을 살펴보자. 일반 와인에 알코올을 더 강화하면 포트나 셰리 스타일의 ‘포티파이드(Fortified)’ 와인이 되고 일반 와인에 한번 더 발효를 통해 탄산가스를 생성시키면 스파클링 와인이 된다. 와인의 또 다른 변신은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코냑(Cognac)’과 같은 브랜디(Brandy)이다.

코냑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브랜디의 한 종류라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랜디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다시 이를 증류해서 숙성시킨 40%의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이다. 즉 와인이 발효주라면 브랜디는 증류주(영어로는 증류주를 스피리츠·Spirits라고 부른다)로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만든다. 물보다 먼저 끓는 알코올을 증기 형태로 분리한 후 다시 냉각시켜 액체 형태로 농축된 알코올을 모으게 된다.

대표적인 증류주에는 브랜디 말고도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등이 있다. 포도를 원료로 한 브랜디는 전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브랜디의 대명사인 코냑은 오로지 프랑스의 남서부, 보르도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 ‘코냑’ 지방에서만 만들 수 있고 ‘Cognac AC’로 원산지 보호를 받는다.

코냑은 위니 블랑이란 포도 품종을 사용해 만드는데 코냑 지방 내에서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보르드리 지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한다.

코냑 병이나 포장 상자에 ‘Fine Champagne(핀 샹파뉴)’라고 표시된 경우가 있어 사람들이 샹파뉴(영어로 샴페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Fine Champagne’는 스파클링 와인 산지인 샹파뉴와 무관하게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즉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하는 두 지역의 코냑을 블렌딩한 걸 의미한다.

샴페인이나 피노 셰리를 식전주 즉, 아페리티프로 많이 마시듯이 코냑은 식사 후 소화를 돕는 ‘다이제스티프(digestif)’로 많이 즐긴다. 특히 서양에선 전통적으로 식사 후 응접실에 모여 시가와 함께 코냑의 향을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원료는 똑같이 포도인데 코냑의 여러 가지 다양한 특별한 풍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코냑은 단지 와인을 증류한 것이 아니다. 증류 후 오크통에서 여러해 동안 숙성되면서 다른 스피리츠와 차별화된 고품격의 스피리츠로 탄생한다. 즉, 오크통 숙성을 하는 동안 높은 알코올 도수는 조금씩 증발해 자연적으로 감소된다. 또 숙성 과정 속에 스피리츠의 거친 알코올은 부드러워지며 오크통으로부터 견과류, 바닐라, 코코넛, 말린 과일, 커피 캐러멜, 토스트 등 여러 가지 풍미를 얻게 되고 색도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게 된다.

오크통 숙성 후 병 입 전에는 알코올 도수를 40%로 맞춰 물로 희석시키고 여러 오크통을 블렌딩하여 각 코냑 회사마다 고유한 스타일로 완성되는데 이때 비로소 ‘코냑’이란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코냑은 병에 VS(또는 ***,), VSOP, XO(나폴레옹) 등으로 숙성 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2, 4, 6년 이상을 숙성시켰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부분 유명한 코냑 상품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숙성해서 출시된다. 코냑을 숙성시키는 데 사용되는 오크통은 프랑스 오크 중 세계적으로도 가장 품질 좋기로 유명한 트롱세나 리무젱 지방의 오크로 만든다.

코냑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 브랜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르마냑(Armagnac)’이다.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보다 아래쪽 내륙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아르마냑은 코냑처럼 원산지를 지칭하는 것이고, 포도 품종도 코냑과 같고 양조 방법도 비슷하지만 스타일엔 좀 차이가 있다.

코냑은 꽃향기가 풍부하고 좀 더 섬세하며 화려하고 우아한 스타일인데 아르마냑은 말린 과일 향에 견과류 향이 강하고 우아하기보다는 좀 더 남성적이며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아르마냑도 VS(또는 ***,), VSOP, XO로 숙성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1, 4, 5년 이상을 숙성했음을 의미한다.

코냑이나 아르마냑을 마실 때는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체온으로 데워서 향을 음미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실온에서 즐기면 된다. 술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원샷으로 즐기는 술도 있지만 코냑처럼 천천히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는 술도 있다.


올 추석엔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한가위 밝은 달을 보며 향긋한 코냑 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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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는 차게 마셔야 제맛

 

스포츠칸 / 2008-05-16 05:06

 

 

온도따라 맛과 향 달라져… 전도율 낮은 도자기잔 딱… 보관도 서늘한 곳이 좋아…

우리 술은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자 하셨던 옛 조상들의 지혜가 배어 있다.

선조들은 술을 담글 때 몸에 좋은 재료를 적절히 사용했으며 계절에 따라 제철에 맞는 술을 즐겨 마셨다. 즉 마시고 단순히 즐기기 위함이 아닌 건강까지도 생각하는 술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한 음청류(식혜, 수정과, 매실차, 오미자차, 유자차, 대추차 등)가 발달돼 있는데, 우리 술 역시 가양주 형태로 여러 종류의 술이 제조됐다.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몇 가지 항목만 가지고 우리 술의 맛과 향을 규정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특성을 알고 있으면 와인 못지않게 다양한 맛과 향으로 우리 술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전통 약주의 색은 대체로 선명한 황금색을 띠고 있다. 색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을 가지며, 색이 짙을수록 진한 맛을 내뿜는다. 전통 약주는 맑은 황금색을 띠는 것이 좋은데 약재 등 곡물이 아닌 원료가 들어간 경우에는 원료의 색깔에 따라 술의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제조 공정 기술을 통해 거의 무색으로도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약주의 빛깔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술들로는 술빛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백하주, 그 색이 푸른 파도와 같다는 데서 붙여진 녹파주 등이 있다.

약주는 또 발효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향을 갖게 되는데, 사용된 누룩의 종류에 따라 술의 기본 향이 달라진다.

구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누룩 향은 품격 높은 전통 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으로 기호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약주를 선택하면 된다.

발효 과정을 통해 사과향이나 배향 등 은은한 과실향이 풍기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 저온 숙성시킨 약주에서 좀더 풍부한 편이다. 또한 어떠한 한약재 원료를 사용하였느냐에 따라서 그 한약재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향들이 조화를 이루어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풍겨야 좋은 약주라 할 수 있다.

전통 약주는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보다 강한 편인데,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고전적 방식대로 빚은 술은 너무 시고 달아 현대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맛은 우리 술만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술과 비교해 맛을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약주의 단맛은 어느 정도 발효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쌀을 보충하거나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되게 하는 덧술법으로 생성된다. 신맛은 누룩 속의 미생물 조성과 발효 경과에 따라 젖산, 구연산 등 다양한 유기산에 의해 생기는 자연적인 산미로, 온화하고 상쾌한 산미를 나타낸다.

다만, 술맛이 너무 시큼하고 오래된 김치냄새, 식초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의심해야 한다.

단맛과 신맛 외에도 약주에서는 쓴맛, 떫은맛, 구수한 맛, 매운 맛 등을 느낄 수 있다. 약주의 쓴맛은 효모 등의 대사 산물이나, 부 원료로 첨가된 약재에서 주로 유래하는데, 쌉싸래하게 퍼지는 맛은 입맛을 돋우고, 뒷맛을 깔끔히 마무리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약주의 떫은맛은 주로 감이나 도토리 등에서 느껴지는 맛과 유사한데, 적당한 떫은맛은 고기류의 안주와 잘 어울린다. 약주의 구수한 맛은 곡물 발효주의 특징적인 맛으로 곡물의 피질에 있는 단백질들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나는 자연스러운 맛으로 이는 약주의 맛을 한층 부드럽게 해준다.

전통 약주의 매운맛은 주로 알코올에 기인하지만, 감미와 산미, 그리고 다양한 향과 어우러져,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약주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차게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옛 고전서인 규합총서에서도, “밥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술은 특히 차가운 것이 좋다. 하지만 중후한 맛과 향을 좋아한다면, 너무 차지 않게 즐겨도 되며, 구수한 향을 좀더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면 기호에 따라 살짝 데워서 마셔도 좋다.

단, 마시는 도중에 술의 온도가 큰 차이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약주를 마실 때에는 비교적 온도 편차가 적은 도자기 잔으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유리잔을 사용할 경우에는 입구가 바닥보다 넓어서 약주의 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잔이 좋다.

좀더 맛있는 약주를 즐기기 위해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약주는 이산화황(SO₂) 등의 보존료를 넣지 않아, 보관상태에 따라 그 풍미가 쉽게 변할 수 있다. 빛에 노출이 길어지면 탈색이 될 수도 있고, 2차적인 화학반응으로 인해 맛과 향이 변질된다.

고온에서 오래 방치될 경우에도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야 오래도록 원래의 풍미를 잃지 않고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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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명품 먹거리] 소곡주 그윽한 술맛보다 백제의 향기에 먼저 취하다

 

한국일보 / 2008-03-29 03:33

 

 

지난 주 본 칼럼의 ‘명품 먹거리’로 400년 된 일본 과자를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좋은 술을 마시게 되었다. 2~3년 전쯤 선물로 받아 맛을 보았던 ‘한산 소곡주’를 다시 맛볼 기회가 생긴 거였다. 술맛에 취해 그냥저냥 지나칠 뻔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아, 이 맛은 천오백년이나 되었잖아!”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들의 흔적이 아직 오사카(大版) 등지에 선연히 남아있는, 나라가 멸망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백제인들의 술. 오늘은 천오백년 묵은 백제의 소곡주를 이야기하련다.

● 한산 소곡주
백제의 궁중 술이었다고 전해지는 한산 소곡주. 지금도 소곡주가 빚어지고 있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은 백제 때부터 명주의 본산으로 이름난 마을이었다. 한산면 호암리에서 소곡주 명인으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으신 분이 고 김영신님. 그 옛날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을 함락하자 백제의 풍 왕자가 주류성에 머물며 부활을 꾀하였고, 그 주류성이 있던 산자락이라 전해지는 서천군 한산면이 고향이셨다. 혼례를 올린 후, 부군과 함께 고향에 돌아와 살게 되면서 그녀의 소곡주 전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70년대에 이미 잔치집마다 돌아다니며 술을 빚어 주었을 정도로 동네에서는 소문난 명인이었던 김영신님의 술은 줄 서서 기다려야 맛볼 수 있었단다. 항아리 100개를 묻고 석달을 기다려야 했기에 독을 여는 날에는 집 앞은 술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거렸다고. 1979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으셨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쌀이 모자라던 시절. 먹기에도 빠듯한 쌀로 빚은 맑은 술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귀하디 귀하기만 했다. 올림픽을 치른 후 쌀 공급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인 1990년부터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 김영신님 일가로부터 한산 소곡주는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고구려에는 계명주, 신라에는 교동 법주가 있어 삼국삼주(三國三酒) 시대였던 무렵, 백제의 소곡주는 훗날 일본 사케(청주)의 모태가 되었을 만큼 그 영향력이 컸다. 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하다면 맛을 보면 된다.

● 소곡주의 눈물
와인이 잔을 타고 흐르는 모양을 흔히들 ‘눈물’이라 부르는데, 소곡주도 눈물이 있다. 일부러 물컵 크기의 유리잔에 따라 마셔보면 안다. 잔을 기울여 한 모금 하고, 다시 잔을 원위치시키면 끈적하게 흔적을 남기는 소곡주의 눈물. 바로, 술의 농도가 진하다는 증거다. 꺼룩하게 충분히 발효시켜 만드니 그렇다. 한산 소곡주의 재료로는 지역 농민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얻는 100% 국내산 찹쌀과 멥쌀. 여기에 야생 국화와 메주콩, 생강, 엿기름, 고추 등이 더해져 향을 돋운다. 순 전통의 방법으로 담기 때문에 화학첨가제나 당분은 일체 섞지 않는다. 고 김영신님의 며느리 우희열 여사와 우 여사의 아드님이자 ‘한산 소곡주’(041-951-0290) 대표를 맡고 있는 나장연 사장의 고집이다. 당을 섞지 않고 전통적인 ‘누리기’를 통해 발효에 이르게 하며, 효모를 인위적으로 주입하지도 않는다. 자연발효를 따르지 않고 억지로 효모를 넣으면 술이 ‘써진다’고 한다. 환경의 변화로 농산물의 맛이 변했고, 누룩의 맛이 변했기에 더욱이 믿을 수 있는 쌀로만 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턱없이 높아지는 재료비. 찹쌀 80㎏, 멥쌀 20㎏, 누룩 30㎏으로 한 독을 담그는데, 그걸로 얻어지는 술은 고작 70리터 남짓. 마음 졸이며 석달을 기다린 항아리 앞에 모자가 쪼그려 앉아 용수를 하는 순간, 그 분위기는 진지하고 진실하다. 대나무로 만든 용수통을 독 중앙에 푹 꽂으면 밥알이 걸러지면서 맑은 술만 가운데로 퐁퐁 솟아오르는데. 잘 익은 술은 색깔이 누리끼리하고, 덜 익은 술은 뿌옇게 떠올라 그 때깔만으로도 술맛을 알 수 있단다. 자식 낳듯이 빚고 기다려 얻어내는 소곡주. 하루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정성과 사랑으로 깊이 익으니 잔을 타고 눈물이 흐를 만큼 진할 수밖에.

 

● 21세기형 명품 먹거리
전 세계적으로 명품 먹거리의 가치가 무한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무개 농부가 재배한 아스파라거스는 안심 한 덩어리보다 비싸고(진짜다), 이탈리아의 아무개 농장에서 짜 낸 올리브유는 유럽 각국 정상들이 아껴 먹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는 먹거리에서 더 나아가 ‘누가 만든 먹거리냐’가 화두라는 것이다. 재배자, 양조자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그렇게 1차 산업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과도기에 우리가 있다. 서천으로 내달려 한산으로 들어가 만나 뵌 우희열 여사와 나장연 사장.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고향에 돌아와 소곡주 전수에 뛰어들게 된 용기가, 이제는 40대에 접어들어 가업을 당당히 이어가는 의지가 멋지다. 이렇게 한산 소곡주의 메이커(Maker·말 그대로 만든 이)가 믿을 만하다. 믿음직한 메이커가 만든 상품은 세계적으로 适ㅉ濱?것이 추세인데, 정작 국내에서는 서양에서 수입한 와인의 열풍에 비해 그 수요가 미미하다. 자랑스러운 우리 술을 마시고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우리 몫으로 남는다. 한산 소곡주, 전주 이강주, 여산 호산춘, 진양주, 문배주 등 역사 깊고 맛 좋은 술이 우리에게는 이미 있다. 우리가 찾지 않고, 챙기지 못한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고집 센 메이커들이 고생으로, 마음으로 지켜주었다. 이제 그들의 술을 와인 마시듯 천천히 향기 맡고, 천천히 시음하면서 일일이 ‘테이스팅’해 보고 싶지 않은가.

소곡주와 푸드 매칭

쌀을 순수 발효시켜 얻는 소곡주를 처음 마신 이들은 비교적 단맛의 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푸 마시다 보면 결코 단맛이 다가 아닌, 넓게 퍼지는 국화 향과 고추와 생강이 바탕을 이루는 숨겨진 감칠맛을 찾아 낼 수 있다. 모든 한식 메뉴와 멋들어지게 어울리지만 간장, 참기름, 다진 파와 마늘, 설탕, 깨소금에 소금, 후추를 더하여 양념한 육회에 잣가루를 뿌리고, 배와 곁들여 소곡주와 먹었더니 끝내주는 조화였다. 또 미나리 반 단에 붉은 고추 좀 썰어 넣고, 부침가루와 물을 더해 술술 풀어 부쳐 낸 미나리 부침과도 그 향기가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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