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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7> 송화백일주 벽암 스님
  2.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6> 지리산 솔송주 박흥선 씨
  3.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5> 추성주 양대수 씨
  4.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4> 민속주 안동소주 조옥화 씨
  5.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3> 소곡주 우희열 씨
  6.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2> 계명주 최옥근 씨
  7. 2015.07.14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1> 문배주 이기춘 씨
  8. 2015.07.14 [전통주 기행] (63) 경북 영주의 ‘오정주’
  9. 2015.07.14 [전통주 기행] (62) 강원 양구 ‘송이주’
  10. 2015.07.14 [전통주 기행] (61) 경북 영주 ‘천곡 산수유주’
  11. 2015.07.14 [전통주 기행] (60) 대구 ‘하향주’
  12. 2015.07.14 [전통주 기행] (59) 충북 영동 ‘샤토마니’
  13. 2015.07.14 [전통주 기행] (58) 강화도 ‘칠선주’
  14. 2015.07.14 [전통주 기행] (57) 광주 ‘알로愛주’
  15. 2015.07.14 [전통주 기행] (56) 경남 합천 ‘가회율주’
  16. 2015.07.14 [전통주 기행] (55) 경기 파주 ‘감악산 머루주’
  17. 2015.07.14 [전통주 기행] (54) 경기 안성 ‘진땡이술’
  18. 2015.07.14 [전통주 기행] (53) 경북 의성 ‘주지몽 석류주’
  19. 2015.07.14 [전통주 기행] (52) 옥천 ‘한주’
  20. 2015.07.14 [전통주 기행] (51) 충남 아산 ‘짚가리술’
  21. 2015.07.14 [전통주 기행] (50) 충남 서산 ‘들국화주’
  22. 2015.07.14 [전통주 기행] (49) 전남 나주 ‘상이오디주’
  23. 2015.07.14 [전통주 기행] (48) 경북 청도 ‘감그린’
  24. 2015.07.14 [전통주 기행] (47) 경기 고양 ‘주교주’
  25. 2015.07.14 [전통주 기행] (46) 전북 순창 쌍치복분자주
  26. 2015.07.14 [전통주 기행] (45) 충북 괴산 ‘홍선21’
  27. 2015.07.14 [전통주 기행] (44) 전남 순천 ‘보성 녹차주’
  28. 2015.07.14 [전통주 기행] (43) 경북 영양 초화주
  29. 2015.07.14 [전통주 기행] (42) 강원 횡성 ‘청일하향주’
  30. 2015.07.14 [전통주 기행] (41) 부산 ‘천년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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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7> 송화백일주 벽암 스님

 

동아일보 / 2009-12-18 03:14

 

 

오곡 솔잎 송홧가루로 우려낸 ‘100일 곡차’

《좋은 술의 기본은 좋은 물. 좋은 물은 바위틈에서 나와야 하고 사철 온도가 일정해야 하며 무거워야 한다. 수많은 고승과 도인을 배출한 호남의 명산 모악산(794m). 이 산 정상 아래 자리한 수왕사(水王寺)는 ‘물왕이 절’로도 불린다. 수왕(水王)이니 물의 왕이다. 물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이 절 주지에게 대물림으로 내려오던 술이 송화 백일주다. 스님이 술을 빚어 판다고? 절에서 술을 곡차라 부른다. 절마다 술이 있었다.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등 큰 절에는 그 절의 독특한 행사용 법주가 있었다. 곡차는 선승들에게 필요한 기(氣)음식이다. 얼음장 같은 산중 냉골마루나 바위에 앉아 수행을 하다 보면 몸에 병이 찾아든다. 고산병 위장병 냉병 영양결핍 등 직업병을 막고 치료하기 위해 곡차를 한 모금씩 마셔왔다. 술은 절에서 금기이지만 한편으로 수행의 방편이 되기도 했다. 경지에 이른 선사들에게 곡차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진정한 차였다.》

수왕사에서는 송화 백일주를 진묵대사(1562∼1633) 기일(음력 10월28일)에 제상에 올린다. 수왕사에는 진묵대사를 모시는 조사전이 있다. 정유재란 때 불탄 수왕사를 중창한 진묵대사(1562∼1633)는 ‘작은 석가’라 불릴 만큼 경계를 넘는 도승이었고 술을 좋아했다. 호남에는 그의 기행과 이적에 관한 수많은 설화가 남아있다. 배고파 구걸하러 온 모녀에게 금부처의 팔뚝을 떼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살려 보내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하늘은 이불로, 땅은 깔개로, 산을 베개로 누워 보니. 달은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인데, 바다는 술통처럼 넘치는구나. 맘껏 취해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이네.”

김삿갓도 탄복했다는 호방한 시를 남긴 진묵대사가 수왕사에서 빚어 먹고 그 비법이 전해 오는 술이 송화 백일주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수왕사 주지 벽암 스님(속명 조영귀·60)은 1994년 송화 백일주 양조법으로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1호에 지정됐다. 열두 살에 출가해 열일곱 살부터 수왕사에 머물면서 술을 담가 온 지 30년 만이다. 1998년 민속주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로 선정됐다.

송화 백일주는 밀로 만든 누룩에 오곡과 솔잎 댓잎을 넣어 발효시켜 16도의 발효주를 만들고 이 술을 증류해 소주를 내린다. 16% 발효주는 송죽 오곡주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여기에 송홧가루와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가 넣고 100일 동안 저온 숙성한다. 도수는 38%로 솔향이 강하다. 술은 투명한 노란빛. 첫맛은 쌉쌀하고 뒷맛은 달콤하다. 빨리 취하고 빨리 깬다. 몸이 가벼운 술이다. 스님은 “소나무 성분이 물에 잘 용해되지 않고 휘발성이 강해 알코올이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5월이면 고추장과 된장을 담은 장독 뚜껑을 열어 놓고 송홧가루가 장에 내려앉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송홧가루가 방부제 역할을 해 우리 몸에 좋은 효모와 효소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송화 백일주에 들어가는 송홧가루도 같은 역할을 해서 술을 오래 두고 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송화백일주는 3년을 숙성했을 때 맛과 향에서 가장 원숙한 상태가 된다. 스님은 1992년 절에서 멀지 않은 모악산 아래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에 아예 술도가(송화양조)를 차렸다. 돈보다 송화주의 맥을 잇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그가 빚는 것은 술이 아니라 전통이요 약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소줏고리나 재래식 술독 대신 스테인리스로 만든 발효통을 사용한다. 옛날에는 술에 소나무의 기운을 담기 위해 소나무 큰 뿌리 밑에 술독을 묻었다.

“좋은 송홧가루와 솔잎 채취가 중요해요. 산꼭대기 소나무에서 한 번 수분이 빠진 늦가을 솔잎을 따고 잘 마른 송홧가루는 수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특별히 밀봉 보관해야 합니다”

송화 백일주에는 과일이나 횟감이 안주로 제격이다. 독주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오리 등 육류와도 함께 즐긴다. 송화 백일주의 명맥은 등단 시인인 후계자 조의주 씨(36)가 잇고 있다. 스님의 속가 아들인 그는 “힘이 들지만 수백 년 내려오는 술을 후손에게 전수하는 보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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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6> 지리산 솔송주 박흥선 씨

 

동아일보 / 2009-12-11 03:15

 

 

《조선시대 영남 유림의 맥을 논할 때 ‘좌안동 우함양(左安東 右咸陽)’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경남 함양은 일찌감치 묵향의 꽃을 피운 선비 고을이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을 병풍 삼아 볕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이 대표적이다. ‘조선5현(朝鮮五賢’) 가운데 한 사람인 일두 정여창 선생(1450∼1504)의 500년 된 고택(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86호)이 이곳에 있다. 하동 정 씨의 집성촌인 이 마을에는 200년 이상 된 기와집 수십 채와 아담한 돌담길이 세월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남아 있다.》

청정 암반수… 깊은 솔향… ‘지리산의 술’

또 하나. 늘 푸르고 꼿꼿한 소나무와 선비의 절개를 닮은 명주가 500년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정 선생 가문에서 500년째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인 ‘지리산 솔송주’다.

“물 좋은 곳에서 좋은 술이 나기 마련이죠. 술의 절대량이 물로 채워지니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명주가 결정됩니다. 솔송주는 지리산 지하 암반수에 지리산 골짜기에서 나는 찹쌀, 솔잎, 송순, 누룩을 버무린 지리산의 술입니다.”

솔송주의 맥을 유일하게 지켜오고 있는 박흥선 씨(57·전통식품명인 27호)는 정 선생의 16대손 며느리이다. 33년 전 개평마을에 시집을 와서 시어머니에게 술 빚는 법을 배웠다. 100세인 시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요즘엔 박 명인 혼자 맡고 있다.

“처음 시집왔을 땐 누룩 냄새를 맡지도 못했어요. 30년 넘게 술을 빚어왔지만 술은 한잔도 못 비워요. ‘이런 내가 가문의 술을 빚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가양주의 맥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제조법을 배웠습니다.”

술은 못하지만 혀끝으로 술이 잘 빚어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남편 정천상 씨(63)의 도움도 컸다. 정 씨는 20대 초반 총각 시절부터 맛본 솔송주에 대한 절대미각이 있다. 그의 기억으로는 솔송주 한잔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개평마을을 찾은 주당 나그네가 엄청났다고 한다.

지금 솔송주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엔 술 이름이 ‘송순주(松荀酒)’였다는 점. 박 명인이 1996년 주조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타 지역에서 먼저 등록한 송순주와의 중복을 막기 위해 한글로 풀어 솔송주라고 이름 붙였다.

함양 선비들의 주안상에 오르던 솔송주의 제조과정은 이렇다. 찹쌀 죽에 누룩을 잘 섞어 독에 보관하고 사흘가량 발효해 밑술을 만든다. 식힌 고두밥과 살짝 찐 솔잎과 송순을 밑술과 섞어 보름가량 숙성한다. 송순을 찌는 건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숙성된 술을 채와 창호지에 걸러내 서늘한 곳에서 20일가량 보관한 뒤 맑은 윗술을 떠내면 비로소 솔송주가 완성된다.

발효과정에서 남은 당분(잔당)을 조절하는 건 박 명인만의 비법이다. 당분이 없으면 독한 술이 되고 너무 많으면 고유의 술맛이 사라진다. 솔향 가득한 술은 이렇게 후손의 손끝에서 가문의 명예를 지켜왔다.

여느 술 빚는 사람처럼 박 명인도 발효와 숙성을 중요시 한다. 날씨와 온도에 따라 숙성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운다. “발효는 하늘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빚는 과정에서 기도를 많이 드립니다.” 가톨릭 신자인 박 명인은 술 빚는 과정이 기도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솔송주는 이름을 닮은 맛을 낸다. 진한 솔향이 먼저 코끝을 파고든다. 도수가 높지만 달짝지근한 맛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뒤끝이 깨끗한 게 특징이다.

1996년부터 솔송주는 대변신을 꾀했다. 가양주 특성상 공급이 달리던 솔송주 명성을 전국과 해외로 확대하기 위해 대량 생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 명인 부부가 개평마을 인근에 대형 술도가인 ‘명가원’을 차렸다. 현대식 술도가에서 만든 솔송주는 13%짜리 약주와 40%짜리 증류주로 나뉜다.

솔송주와 명가원에서 만드는 과실주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홍콩 중국 미국 일본 등 6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정천상 씨가 매년 서너 차례씩 국내외 주류 박람회에서 솔송주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녔다. 박 명인도 직감과 손맛으로 전수된 제조법을 대중화로 이끌어내기 위해 술도가에서 몇 년을 연구했다.

전통을 간직한 노력 덕분에 솔송주는 지난해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환경 올림픽인 ‘2008 람사르 총회’에서 공식 건배주로 채택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때 남측이 내놓은 공식 만찬주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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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5> 추성주 양대수 씨

 

동아일보 / 2009-12-04 03:09

 

 

12가지 한약재로 빚은 ‘담양의 1000년 명주’

《‘깨끗한 찹쌀 5되, 멥쌀 1말 5되를 여러 번 씻어 물에 담그고…(중략). 엿기름 3근, 물 3말, 미지근한 물로 갠 누룩 11근에 두충, 창출, 육계, 독활 따위를 한 근 반씩 넣고…’. 전남 담양군 용면 추월산 자락에 자리한 ‘추성고을’. 양대수 씨(55)가 운영하는 술도가에는 120년 넘게 전해 내려오는 비방이 있다.》

‘추성주(秋成酒)’로 불리는 전통주 제조 기법이다. 양 씨 증조할아버지가 족자에 300여 한자로 써 놓은 것을 할아버지가 한글로 풀어 쓴 것이다. 4대에 걸쳐 내려오는 ‘원본’과 ‘번역본’은 양씨 집안이 가장 중히 여기는 가보(家寶)다.

추성은 담양의 옛 이름이다. 추성주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부터 고려 성종 때까지 250여 년간 추성군으로 불린 담양의 지명에서 따왔다. 술은 추월산 인근 천년고찰인 연동사(煙洞寺)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796년 담양부사 이석희는 이곳 풍물을 소개한 ‘추성지’에 ‘연동사 스님들이 절 주변에서 자라는 갈근, 두충, 오미자 등 갖가지 약초와 보리, 쌀을 원료로 술을 빚어 곡차로 마셨다’는 고려 문종 때 참지정사(參知政事·종2품)를 지낸 이영간의 증언을 적고 있다. 술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마시면 신선이 된다’고 해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로 불렸다는 내용도 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1,000여 년 역사를 지닌 추성주는 역시 명주였다. 한약재에서 우러나오는 그윽한 향과 알싸한 맛이 혀를 간지럽혔다. 알코올 성분이 25%이지만 그리 독하지 않았다. 대나무 숯으로 걸러 낸 때문인지 뒷맛도 깔끔했다.

추성주의 독특한 맛과 향의 비밀은 발효와 숙성 과정에 있다. 제조 과정은 이렇다. 잘 씻은 쌀로 고두밥을 지은 후 누룩과 분쇄한 약초를 넣어 잘 섞는다. 다시 술덧(술밑)에서 15일 이상 저온 발효시킨 후 술지게미(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없앤다. 이어 술덧을 증류기에서 서서히 빼내면 특유의 향미가 나는 원주(배합·출하 공정 이전의 술)가 생긴다. 이를 다시 가라앉히고 대나무 숯으로 걸러내면 추성주가 만들어진다.

전통 비법에는 2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간다고 돼 있지만 지금은 12가지만 사용한다. 독활, 강활 등이 식품 첨가 규제 약제여서 쓰지 않고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 현대식 설비를 갖췄지만 제조방법은 예전과 똑같다.

양 씨는 20년 전 만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지역농협에 다니던 그는 1988년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양조장을 차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추성주를 빚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세한 양조기술을 전수하지 않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추성주는 한약재가 첨가되기 때문에 술을 빚는 과정이 까다로워요. 한약재 특성에 따라 달이거나 찌고 볶는 방식이 제각각이거든요” 약재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추성주를 빚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2년 가까이 약재 연구에 매달렸다.

“대학과 연구기관, 한약방을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구기자와 갈근 등은 달이고, 오미자와 우슬 등은 볶고, 연뿌리는 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더군요”

양 씨는 술을 빚어 주위 사람들에게 맛을 보였다. 하지만 ‘술이 싱겁다’, ‘냄새가 난다’는 등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숙성과정을 조절하고 약초를 줄이는 등 비방을 다듬은 끝에 2000년 국내 22번째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추성고을’에는 담양의 명물 대나무로 만든 ‘댓잎술’도 있다. 추성주를 빚는 과정에서 나오는 증류수에 댓잎을 넣어 만든 12도짜리 발효주로 젊은층에게 인기다. 양 씨는 “요즘 우리 술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담양군의회 재선 의원으로 현재 군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의 전통주에 대한 정성과 열정에 감동한 주민들이 심부름꾼으로 내세운 것이다. 의정활동에 바쁜 요즘에는 동갑내기 부인 전경희 씨와 딸 소영 씨(31), 아들 재창 씨(27)와 며느리가 추성주 명맥을 잇고 있다. 양 씨는 “우리 것을 지켜나간다는 신념이 없다면 벌써 그만뒀을 것”이라며 “좋은 민속주를 만들에 세상에 알리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유일한 민속주 명인인 그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엔화 상승의 여파로 2년 전 수출이 중단된 일본시장에 재도전하고 싶어요. 일본을 공략한다면 전통주 세계화도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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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4> 민속주 안동소주 조옥화 씨

 

동아일보 / 2009-11-27 03:10

 

 


“1200년 비법, 며느리에 전수” 

 

《‘이 풍진 세상을, 아모리 아모리, 저 세상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해도, 때없이 맞닥치는, 겨울비 같은 좌절과 낭패를, 들켜지고 마는 굴욕과 수모를, 불싸질러 흔적없이 사루어주는, 45% 화주(火酒) 안동소주, 사나이 눈물같은, 피붙이의 통증같은, 첫사랑의 격정같은, 내 고향의 약술 그 얼로 취하여, 이 풍진 시대도, 저 시대의 너털웃음 웃어가며, 성큼 성큼 건너뛰며 나 살으리’. 경북 안동 출신의 한 여성 시인은 ‘민속주 안동소주’의 멋과 맛을 이렇게 예찬했다. 어떤 깊이 때문일까?》

기자가 최근 경북 안동시 수상동 ‘민속주 안동소주’ 공장을 찾았을 때 기능보유자(한국전통식품명인 20호, 경북 무형문화재 12호) 조옥화 씨(87·여)는 마침 제조방법을 견학하러 온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학생 20여 명 앞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쌀과 누룩으로 안동소주를 빚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평생을 안동소주와 함께 사셨는데 어떤 마음인가요?”, “왜 45% 술이죠?” 같은 질문을 했다. 조 씨는 “술도 음식인데, 음식은 정성이고…. 제일 담백하고 개운한 느낌을 주는 상태가 45%여서 그렇지요”라고 답했다.

‘술도 음식이고 음식은 정성’이라는 조 씨 말은 제대로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저 좋은 술 한 가지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삶이 녹아있다. 할머니를 보면 여러 가지 음식이 잘 차려진 상 위에 안동소주 한 병이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동소주를 판매하기 시작한 1990년부터 ‘민속주 안동소주’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우리음식연구회장’을 비롯해 ‘궁중음식연구원 이사’, ‘성균관 여성유림회 예학연구원’ 같은 일을 지금도 한결같이 하고 있는 모습이 그 징표이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생일상을 차린 주인공도 바로 조 씨였다. 대한주부클럽이 2001년 그를 ‘33회 신사임당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머니는 말이 별로 없다. “안동소주가 왜 좋은 술이냐. 좀 과음해도 뒤끝이 없느냐” 같은 질문은 어색하다. 누룩과 지에밥을 어떻게 만들어 어떤 비율로 섞으며,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할머니에게서 직접 듣기는 어렵다. 그의 삶을 몇 마디 파편 같은 물음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기껏 쌀 80㎏ 한 가마니로 70병가량을 만들 수 있고, 연간 20만 병가량을 생산한다는 정도이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공장의 지하공간 발효실에서 만드는데, 이곳은 오직 할머니와 며느리만 들어갈 수 있다. 조 씨는 “안동소주는 이제 우리 며느리한테 물어보면 되는데…”라고 한다.

며느리 배경화 씨(57)는 시어머니의 소주 만드는 기술 뿐 아니라 그의 삶도 닮으려고 한다. 서울에 살던 배 씨는 1997년 안동으로 내려와 민속주 안동소주를 계승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안동대에서 안동소주를 주제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지난해 받은 박사학위 논문은 ‘민속주 안동소주 발효의 양조학적 특성 규명 및 자가 누룩 제조의 최적화’였다. 이후 안동소주 누룩의 발효 특성에 관한 논문을 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한 배 씨는 “시어머니의 평생 정성을 보면서 단순히 기술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문헌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동소주의 전래 과정을 연구한 석사논문에서 그는 안동소주의 유래를 기존의 고려시대에서 9세기 신라시대까지 더 올라가 1,200년 역사로 재정립했다. 전통궁중음식을 연구하는 것도 시어머니를 닮았다.

배 씨는 1999년 민속주 안동소주의 기능후보자로 지정됐다. 남편 김연박 씨(63)는 기술적인 소프트웨어는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하드웨어 부분에서 안동소주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아건설 이사를 마지막으로 고향에 내려온 김 씨는 2000년 ‘안동소주박물관’을 개관했다. 공장과 나란히 있는 박물관은 안동소주와 안동의 전통음식 체험장과 시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종 음식과 자료 등 66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김 씨 역시 안동대에서 올해 2월 ‘향토산업으로서 민속주 안동소주 육성 방안’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할머니는 “아들보다 며느리가 든든하다”고 했다. 사진을 좀 찍자는 기자의 부탁에 할머니는 며느리의 한복 옷고름을 바르게 고쳐주면서 “우리 며느리가 더 나은 소주를 만들기 위해 늘 공부해서 정말 기분이 좋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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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3> 소곡주 우희열 씨

 

동아일보 / 2009-11-26 14:32

 

 

혀끝에 와 닿는 첫맛은 술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달다.

곡주(穀酒) 맛이 늘 그렇지만 소곡주는 더더욱 부드럽다. 끈적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몇 순배 돌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술기운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취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오죽하면 ‘맛과 향에 취해 일어나지 않으려다 일어나려 해도 못 일어난다’고 했을까. ‘앉은뱅이 술’이라는 애칭이 붙은 연유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술이 깬다. 그만큼 뒤끝이 개운하다.

“애지중지 가꾼 밀과 찹쌀, 멥쌀을 재료로 하고 정성으로 빚기에 가능한 일이죠”

국내 유일의 소곡주 명인인 우희열 씨(74·여·충남무형문화재 제3호)의 얘기다. 소곡주는 온유하고 부드럽기에 ‘백제의 술’이라고도 부른다. 은은한 미색 빛깔은 마치 백제인의 미소를 닮은 듯하다.

“멸망한 백제의 한을 달래기 위해 하얀 소복을 입고 빚었다 해서 소곡주(素3酒)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마을 뒷산인 건지산 맑은 약수로만 빚어야 이런 맛이 납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건지산 자락. 모시의 본고장인 이곳이 바로 소곡주의 본고장이다. 문헌에 의하면 소곡주는 나라 잃은 백제 왕실과 유민이 건지산에서 백제 부흥을 꿈꾸며 주류성을 쌓고 슬픔을 달래기 위해 빚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또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따르면 “무왕 37년(636년) 3월에 조정 신하들과 부여 백마강 고란사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나온다. 1,400년 역사로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인 셈이다.

우 씨는 “100일이 지나야만 제맛을 내기에 ‘백일주’라고도 부른다”며 “모든 재료는 직접 또는 계약 재배한 것만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소곡주는 가을볕에 말린 들국화가 들어간다. 들국화의 독특한 향이 배어 있는 알코올 농도 18도의 최고급 곡주다. 소곡주를 빚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쌀을 찐 후에 누룩을 넣고 밑술을 만들어 3일 정도 발효시킨다. 밑술은 또다시 최고급 찹쌀로 만든 지에밥과 한몸을 이루며 덧술로 바뀐 뒤 15도 저온 항아리에서 100일간 발효 숙성된다. 메주콩과 엿기름도 들어간다. 우 씨는 그 위에 ‘잡귀’를 쫓는다며 홍고추를 꽂아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우 씨는 27세 때 서천 이곳으로 시집 와 처음 소곡주를 만났다. 친정집에서도 술을 빚었지만 시어머니 김명신 씨(1997년 작고)로부터 배운 소곡주는 주조 기법이 까다롭고 정성 없이는 제맛을 내지 못했기에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처음엔 김 씨가 가용주(家用酒)로 소곡주를 빚었다. 그러던 중 지나던 사람들이 이 집 소곡주를 맛보며 감탄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1979년 선조들로부터 전수받은 제조 기법으로 충남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았다. 1988년에는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받고 제조 면허를 취득하면서 소곡주는 드디어 세상에서 빛을 봤다.

1997년 시어머니 김 씨가 작고하자 우 씨는 전통식품 명인과 무형문화재를 고스란히 승계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산면 일대에서는 소곡주를 빚는 가구가 200여 집에 이른다. 이들도 모두 건지산 약수만을 사용한다. ‘한산소곡주’라는 공식 상표로 출시되는 곳은 우 씨 집뿐. 올 추석 때 처음으로 청와대에 도자기형 4,000세트가 납품돼 2주 만에 모두 팔렸다.

소곡주에 얽힌 전설도 많다.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소곡주의 향과 맛에 취해 과거를 놓쳐 버렸다는 얘기도 있다. 술을 빚던 새색시가 술맛에 반해 젓가락으로 찍어 맛보다가 취해 시아버지 앞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만큼 소곡주의 향과 맛은 그윽하다.

우 씨 집 뒤편 창고 땅속에 묻혀 있는 술독은 군데군데 메운 흔적이 역력하다.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러다 보니 산소가 필요 이상으로 공급돼 맛이 변하기도 한다. 소곡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현대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아들 나장연 씨(44)가 도시 직장생활을 접고 아예 귀향했다. 지금은 우 씨로부터 제조 기술을 거의 전수받았다.

나 씨는 좀 더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소곡주를 추구한다. 올해 안으로 현대식 주조 설비가 완료되면 이 꿈이 실현된다. 제품도 18% 전통약주와 이를 증류한 불소곡주(43%)를 비롯해 신세대 감각에 맞춘 13%짜리 등이 생산된다. 포장도 다양화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포부다.

나 씨는 “전통주에 적합한 곡류의 품종 개발에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며 “특히 전통주가 갖는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세계 시장에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사나 차례상에서 일본 술 정종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전통주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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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2> 계명주 최옥근 씨

 

동아일보 / 2009-11-26 14:32

 

 


《목으로 넘어가는 첫맛은 시큼했다. 발효된 알코올 특유의 신맛 다음엔 곡류(穀類)의 단맛이, 마지막엔 입 안으로 솔잎의 은은함이 퍼졌다. 이제까지 마셔본 어떤 술과도 달랐다.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구려 술로 인정받은 ‘계명주(鷄鳴酒)’ 이야기다. “황혼 무렵에 술을 빚으면 새벽닭이 울 때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계명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만큼 평안도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퍼져 있던 술이 바로 이 계명주입니다.”》

“죽쒀 만든 北 제삿술 알고보니 고구려 술”

국내 유일의 계명주 명인인 최옥근 씨(66)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만큼 계명주는 평안도 지역에서 빨리 만들어 빨리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최 씨는 “당장 내일이 제사인데 집에 술이 없으면 계명주를 급하게 만들곤 했다”며 “그 특성 때문에 이북에서는 ‘잔치술’, ‘속성주’라고도 했고, 엿기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엿탁주’라는 이름도 붙었다”고 말했다.

계명주는 국내 전통주 중에서 보기 드물게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쓴다. 쌀이 귀한 북쪽 지방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고구려인의 주식 중 하나였던 수수가 계명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옥수수가 도입된 이후에는 옥수수를 더 많이 넣어 지금은 술의 빛깔이 황색을 띄지만 원래는 수수의 붉은빛이 더 강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전통주는 지에밥으로 빚지만 계명주는 죽을 쑤어 술을 만든다. 일주일 동안 묵혀둔 누룩에 옥수수와 수수를 갈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죽을 삼베자루로 거르고 솔잎과 함께 발효시키면 계명주가 된다. 계명주의 신맛과 단맛, 그리고 향은 누룩과 수수, 솔잎이라는 세 가지 주요 원료가 어우러진 것이다. 알코올 도수는 7∼16%.

최 씨가 처음부터 ‘계명주’라는 이름을 알고 이 술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최 씨의 남편인 장기항 씨(2005년 작고)와 시어머니 고 박채형 씨는 6·25전쟁 당시 평남 용강군에서 서울로 월남했다. 이때 가지고 내려온 집안의 ‘기일록(忌日錄)’에는 조상의 제삿날과 함께 제주(祭酒) 담그는 방법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23세 때 시집 와서 그 이듬해부터 술 만드는 일을 했어요. 매일매일 제삿술 만들 죽을 쑤라고 시키니 처음에는 이 술이 뭔지도 모르고 시집 잘못 왔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지금이야 가스불이 있어서 금방 되지만, 가마솥에 불을 땔 때는 그야말로 중노동이었죠.”

그러다 경기 남양주에 멧돼지 식당을 차리면서 계명주의 진가가 드러났다. 오가는 손님들에게 집안 전통의 가양주(家釀酒)를 맛보라고 조금씩 만들어 줬더니 처음 보는 술의 기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계명주의 ‘뿌리 찾기’가 시작됐다.

장기항 씨는 그때부터 이북5도청 등을 찾아다니며 평안도 가양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옛 입맛을 알고 있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계명주의 원래 맛을 찾기 시작했다. 1980년대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이 넘을 정도였던 멧돼지 식당의 수익금도 술 연구에 쏟아부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은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던 가양주가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는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등록됐고 1996년에는 농림부가 지정하는 ‘식품 명인’이 됐다. 자칫 잊혀질 뻔한 역사 속의 술이 개인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어렵게 살아난 계명주지만 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공장을 남양주에서 경기 이천으로 옮기며 2년 가까이 술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 씨가 가끔씩 소규모로 술을 만들긴 하지만 대량 생산은 끊어졌다. 계명주라는 이름이 낯선 것도 그 탓이 크다. 한때 서울지역 전통주점에 납품해 좋은 호응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아는 사람만 사는’ 술이 됐다. 대량생산 시설과 술을 홍보할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 씨와 최 씨로부터 계명주 제조기술을 전수받은 제자 이창수 씨(54)는 “술을 맛보는 사람마다 ‘이 술을 가지고 왜 팔지 못하느냐’고 타박하다 보니 가끔 전수자로서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다”며 “내년 2월부터 공장을 다시 남양주에 세우고 본격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내놓는 계명주는 최근 일고 있는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고급 발효주’답게 고급화와 젊은층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최 씨는 “제사를 지낼 때 일본 술인 ‘정종’을 제사상에 올리는 가정이 아직도 많다”며 “한국 전통주를 사용한다면 전통주가 다시 살아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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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 <1> 문배주 이기춘 씨

 

동아일보 / 2009-11-26 14:25

 

 


천년비법, 곡주 금지법에 묻힐 뻔
《‘일본에 ‘사케’, 프랑스에 ‘코냑’이 있다면 한국에는 □가 있다.’ □에 들어갈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답은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 나라 역사의 일부일 만큼 오랜 전통을 지닌 술이어야 한다. 또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없을 국가대표급이어야 한다. 이제부터 □를 채울 전통주의 명인(名人)들을 찾아 나선다. 명인들이 직접 빚은 술을 마시며 술술 들려주는 ‘술 이야기’다. 명인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정하는 식품명인들 가운데 소개한다.》

 

“‘문배주’의 고향은 평양 아닙니까. 이 술이 한국의 국주(國酒)로 꼽힌다는 건 실향민에게 꼭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을 줍니다.” 1,000년 넘는 문배주의 명맥을 잇고 있는 이기춘 씨(67). 이 씨의 얼굴에 번지는 뿌듯한 미소가 문배주 향처럼 은은했다. 그는 문배주 술을 한 번에 들이켜며 문배주가 ‘남북의 화합과 평화’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문배주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찬석상에 올랐던 술이다. 이 씨는 그 의미를 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기자는 23일 이 씨, 그리고 그의 아들 승용 씨(34)와 함께 문배주를 음미하며 술 이야기에 빠졌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마련된 부친 이경찬 선생의 사당(祠堂)에서였다. 문배주를 빚어온 조상의 사진들, 이 선생이 생전에 아꼈던 술병들이 문배주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 문배주 4대 이기춘 씨의 술 이야기
기자의 귀에는 이 씨의 ‘평양’ 발음이 ‘푱양’으로 들렸다. 간간히 억양의 높낮이도 느껴졌다. 9세 때까지 유년 시절을 보낸 평양에서의 흔적인 듯했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의 거대한 생산시설을 봤을 때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아버지가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평양의 평천양조장이 그렇게 컸었지요. 양조장이 어찌나 잘됐던지 연간 매출이 평양 한 해 예산이란 얘기까지 있었습니다. 1940년대 말이었는데 양조장 트럭들이 오가고 종업원도 수십 명이었을 정도니까요” 고려 태조 왕건 시대부터 내려왔다는 문배주 제조법은 이 씨 가문에서 증조모 때부터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문배주를 3대째 이은 부친 이 선생은 1951년 1·4 후퇴 때 서울로 피란 온 뒤에도 계속 문배주를 빚었다. 하지만 그는 곡물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 시행에 따라 손을 놔버렸다. “아버지는 ‘알코올에 물 타 만드는 술은 안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슬럼프에 빠져 끝없이 바닥으로 내려가셨죠. 한참 뒤 국가에서 국주를 찾는다고 하자 아버지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문배주도 국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죠” 문배주가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선생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 덕이었다. 그는 제사 때마다 집에서 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 소량의 문배주를 빚었다. 알코올에 물 섞은 술은 찾지도 않았다. 그런 고집을 이어받은 이 씨도 1980년대 들어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저는 원래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 작업장에서 화물차 운전수가 된 옛 양조장 직원을 만났지 뭡니까. 그 직원이 ‘양조장집 주인 아드님이 어떻게 되신 거냐’고 묻더라고요. 부끄럽더군요. 가업을 잇겠단 생각으로 다 버리고 나와 버렸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결과는 흡족한 결실로 돌아왔다. 이날 그는 마침 ‘러브 콜’을 받고 일본에 다녀온 길이었다. “일본에서 열린 한국 전통주 행사에 다녀왔는데 바이어들이 상당히 많이 가져갈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술 마실 때마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다짐합니다. 외국 자본도 호시탐탐 문배주를 노리고 있으니까요. 세계 시장에 반드시 한민족 대표술로 키울 겁니다”

○ 5대 이승용 씨의 술 이야기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전수자인 아들 이승용 씨는 문배주에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포장을 입히고 있었다. “전통주는 품질 개선 노력이나 연구가 미흡한 편입니다. 문배주도 마찬가지였죠. 2년간 품질에 공들였습니다. 4년에 걸쳐 패키지도 다시 개발해냈어요. 요즘 소비자 취향에 맞게 40도짜리 외에 23도짜리도 개발했습니다. 앞으로 술병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그는 1993년 작고한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문배주 명인의 길을 잇기로 했다. 아버지의 조언으로 대학에서 농화학, 그 가운데서도 발효 부문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일본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쿄 식품박람회에 5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몇 년 동안 박람회에서 맛만 보고 갔던 대형 유통회사에서 드디어 주문을 했습니다. 8월에 납품을 시작해 반응이 좋아서 11월에 2차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아들 얘기를 듣던 아버지 이 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난 문배주 기술을 전하지만 돈 버는 데는 능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양조장 사업을 잘 키웠던 할아버지를 빼닮았어요. 잘 지켜봐주세요”

문배주
평양을 중심으로 서북지방에서 전래돼 온 증류주. 고려 태조 왕건 때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익은 문배나무 돌배 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로 만든 누룩, 좁쌀, 수수 등을 주 원료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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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3) 경북 영주의 ‘오정주’

 

경향신문 / 2006-06-06 15:15

 

 

경북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수많은 명현거유를 배출했다.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금성대군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역사를 간직한 금성단과 피끝마을은 선비의 올곧은 정신을 느끼게 한다. 이런 선비마을에선 술도 가렸다. 이 고장 사대부들이 즐겨 마시던 술이 바로 소백산 오정주(五精酒)다. 오정주는 소백산 청정 약수와 다섯가지 약초로 빚는다. 소백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영주의 물은 맑고 좋다. 국망봉에서 발원, 소수서원 앞을 흐르는 죽계천은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솔숲 등과 어우러져 ‘죽계구곡’을 이룬다. 맑은 물과 좋은 약초를 섞어 만든 오정주는 봉제사 접빈객은 물론 옛 선비들이 소백산 어느 선경(仙境)에서 풍류를 즐기며 벗하거나 금성단 제주(祭酒)로도 올렸을 법 한 술이다.

오장육부의 정기를 북돋워준다 해서 오정주(五精酒)
오정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70년경의 문헌인 ‘요록(要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략한 제조방법과 함께 기가 허한 것을 보해주고 강장·강정작용을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로 미뤄 오정주의 역사가 삼백 수십년을 훨씬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빚어졌는 지는 모른다. 조선시대에는 영주 등 특정지역의 사대부 집안에서 보편적으로 빚어오던 술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반남 박씨 집성촌인 영주시 고현동 귀내마을 박찬정씨(52) 집안에서만 전해내려오고 있다. 박씨의 어머니 이교희씨(78)는 1940년대에 시조모로부터 배운 오정주 담그는 법을 당시에 공책에 깨알같이 정리해놓았으며 박씨는 1996년 집 옆 텃밭에 제조장을 만들어 어머니와 함께 맥을 잇고 있다. 박씨는 “각종 문헌 등을 보면 오정주는 과거 사대부 집안의 보편적인 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일제시대와 이후의 양곡정책 등으로 모두 사라지고 우리 집안에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백산 약초로 빚어 강장·강정 효능이 있는데다 오장육부의 정기를 북돋워준다 해서 ‘오정주(五精酒)’이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대대로 오선주(五仙酒)로 불렸다”고 전했다.

소백산 다섯가지 약초로 빚은 선비의 벗
오정주는 증류식 소주에 약재 등을 첨가한 리큐어에 속한다. 먼저 쌀 한 되에 누룩 일곱홉, 물 한되 비율로 밑술을 만든다.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들어 식힌 뒤 누룩가루와 버무려 물을 넣고 밑술을 만들어 따뜻한 아랫목에 3일간 숙성시킨다. 같은 방법으로 쌀 한말에 누룩 다섯되, 황정·창출·솔잎 등 약초 다섯가지를 넣어 달인 물 한말 두되 비율로 중밑술을 만들어 밑술과 섞어 서늘한 곳에서 열흘가량 발효시킨다. 여기에 쌀 두말에 누룩 한말, 약초 달인 물 두말 석되 비율로 덧술을 만들어 섞는다. 열흘가량 발효시킨 뒤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떠낸다. 이를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 알코올 도수 40~45% 상태에서 청정 약수를 부어 30~35%로 맞춘다. 서늘한 곳에서 100일 이상 두면 맛이 부드러워지게 된다. 청주 맛이 나는, 알코올 도수에 비해서는 순한 술이다. 뒤끝이 없고 개운해 옛날 사대부의 기품이 느껴진다. 풍기인삼으로 만든 인삼정과와 소백산 목초를 먹고 자란 영주 한우구이, 조갯살 말린 것이나 김 등의 건어물이 안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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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2) 강원 양구 ‘송이주’

 

경향신문 / 2006-05-23 16:36

 

 


‘숲속의 다이아몬드 송이의 천연 향을 술병 속에 그대로 담았다’.

전통주류의 하나로 분류되는 혼성주는 너무도 많다. 국화, 민들레꽃, 산딸기(복분자), 살구, 더덕, 하수오, 당귀 등의 천연재료나 약재에 희석주정이나 소주를 넣어 숙성시킨 침출주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향과 맛이 뛰어난 송이버섯을 주재료로 한 술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송이는 5~7일만 지나도 쉽게 부패해 재가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높다보니 송이는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삼국사기’엔 통일신라 성덕왕 3년 진상품으로 올려졌다고 기록돼 있고 ‘조선왕조실록’에 명나라 사신에게 선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을 정도다. 모양이 남성을 닮아서 양기에 좋다는 민담도 곳곳에서 전해진다.

최근엔 송이버섯에 β-글루칸(글루코스), D-프랑크션, MAP(송이버섯 함종양 단백질) 등 항암작용을 하는 각종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송이버섯의 주산지는 강원 양양·양구·삼척, 경북 울진·영덕·봉화 등으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특히 강원산의 경우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에 솔잎이 적당히 덮여 있는 20~80년생 소나무 숲속이 많아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송이는 워낙 생산량이 적어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다. 송이는 시기와 생산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당 30~80만원을 호가하다 보니 황금버섯으로도 불린다. 고가에 거래되는 데다 인공재배법도 개발되지 않다보니 술제조 명인들도 송이로 술을 담글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이같은 통념은 양구 솔래원(주)이 자연산 송이버섯의 맛과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송이주를 개발해 일본과 홍콩, 미국 등지에 수출하면서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송이주 개발은 1993년 송이를 -176℃로 급랭시켜 장기간 신선도를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한 솔래원 이이한 대표(54)의 30년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5년이 지나도 맛과 향이 변하지 않는 이 신기술은 송이 활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솔래원은 이같은 기술을 응용해 현재 향수를 비롯, 화장품, 아이스크림 등 50여종의 송이 관련 제품을 개발, 본격적인 상품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송이주 개발이다. 솔래원은 강원 경북지역 산림조합이나 중간 수집상으로부터 매년 60~80t가량의 송이를 수매해 송이주 제조에 이용하고 있다. 생송이 상태로 사시사철 저장, 적시에 특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담겨있는 송이주를 출시하다보니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다. 송이주는 주정탱크에 송이버섯을 넣어 탈취~침출~여과~저장~숙성(9개월)~혼합~냉동~여과~주입~포장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이대표는 술제조 과정중 독성균을 제거하는 기술과 특유의 향을 유지하는 비법의 경우 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자세한 설명이 곤란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술제조엔 물론 청정 암반수가 이용된다. 평화의 댐 인근인 방산면 지역 지하 385m에서 뽑아 올리는 암반수는 수질검사 기관의 연구원이 마실 물 좀 가져다 달라고 아우성칠 정도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천연 송이와 최상의 물이 합해져 절묘한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표는 유리잔에 얼음 3~4조각을 넣어 송이주를 따른 다음 얼음이 녹기 시작할 때 마시면 최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송이주를 처음 시판할 때는 1병당 1만5천원에서 2만원을 상회했으나 최근 전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생산가를 크게 낮췄다. 현재 출고가는 300㎖ 3,200원, 375㎖ 4,200원, 일본 수출용 360㎖ 400엔으로 일식집 등에선 1만~2만원대에 접할 수 있다.

이대표는 “대중화에 성공한 만큼 올해부터 국내 시판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며 “홍콩 러시아 등 바이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상담을 원하고 있어 수출신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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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1) 경북 영주 ‘천곡 산수유주’

 

경향신문 / 2006-05-16 15:24

 

 

 

‘꽃이 피어서/산에 갔지요/구름 밖에/길은 삼십리/그리워서 눈감으면/산수유 꽃/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시인 곽재구의 ‘산수유 꽃 필 무렵’의 구절이다. 산수유만큼 고향을 잘 나타내주는 꽃도 드물다. 쳐다보기만 해도 편안해지고 정겨움이 감돈다. 어느 여류시인은 산수유를 “친정집 돌담 밑 아직 겨울의 잔설이 웅크리고 앉아 있어도 어김없이 피어나던 꽃”이라고 노래했다. 산수유로 술을 빚었으니 그 멋과 맛 또한 비길 데 없다. 노란꽃이 지고 열린 빨간 열매로 우려낸 것이니 ‘정열의 술’이 아닐까. ‘영천 천곡 산수유주’에는 바로 그런 고향의 푸근함과 정취, 정열이 녹아있다.

정신 맑게하고 신장기능 강화 ‘건강주’
산수유주는 알코올 도수 13%의 약주다. 한방재로 널리 쓰이는 산수유로 빚은 만큼 술도 ‘건강주’로 평가받는다. 산수유는 코르닌·모로니사이드·로가닌·탄닌 등 배당체와 포도주산·사과산·주석산 등 유기산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A와 다량의 당(糖)이 있어 영양 덩어리라 할 만하다.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 등에 의하면 산수유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해준다고 한다. 두통을 없애주고 귀를 밝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식은 땀을 많이 흘리거나 야뇨증에도 좋고, 추운 기운을 없애준다 해서 일찍이 민간요법으로 산수유가 이용됐다. 보약으로도 효능이 뛰어나 십전대보탕과 쌍벽을 이루는 육미지황탕에 산수유가 사용되기도 했다. 아이에게는 키를 키워주고 어른에게는 노화를 예방해주는 한방명약이다. 최근에는 산수유 추출물이 DHT(남성 탈모의 원인으로 보며 남성호르몬의 전환체임)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연구보고도 나왔다.

구기자와 천연암반수와의 만남
영천 산수유주에는 구기자가 또다른 성분으로 첨가된다. 구기자는 단백질·지방·칼슘·인·철분·비타민 등이 들어있어 흡수가 빠르다. 한방에서는 강장제와 해열제로 쓰이고, 간기능 보호작용이 뛰어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력을 좋게 하고 당뇨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며 폐와 신장기능을 강화해 주는 약재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수술환자들이 회복기에 구기자를 사용할까. 영천 산수유주에는 또 ‘천곡(泉谷)’이란 말이 붙어 있다. 거대한 팔공산이 품었다 토해내는 맑은 물을 쓴다. 산수유주 제조공장인 (주)갓바위주조가 위치한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 일대는 맑은 샘물로 유명한 곳이다. 천곡은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할 만큼 맑은 샘물이 솟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구전돼 붙여진 이름이다. 산수유주의 또다른 특징은 흑미를 덧술로 쓴다는 점이다. 산수유와 구기자로 1·2차 발효를 하고 3차에 별도로 흑미를 발효시켜 덧술로 사용한다. 특이한 과일향도 흑미를 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음식과 궁합 잘 맞아
산수유주는 특유의 부드러운 맛 때문에 매우 여성스런 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사(산사과)를 원료로 사용해 흡수력과 소화력이 뛰어나 어떤 안주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그러나 고추냉이, 초고추장, 간장 등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자극적으로 만든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부드러운 술 맛이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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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60) 대구 ‘하향주’

 

경향신문 / 2006-05-09 15:00

 

 


‘향에 취하고 맛에 반한다.’ 은은한 연꽃향기를 품어내는 하향주(荷香酒)는 맛과 향이 살아있는 대구의 전통명주로 꼽히고 있다. 이 술은 부드러운 데다 약리작용이 뛰어난 민속주로 알려져 애주가들이 즐겨 찾고 있다.

찬란한 전통, 이어지는 명성
하향주는 비슬산 맑은 물과 전통누룩, 유가찹쌀에 약초로 빚어진다. 약초로는 비슬자락의 들국화, 약쑥, 인동초 등이 첨가된다. 그래서 약주로 불린다. 산림경제 고사촬요 등에 의하면 하향주의 기원은 신라 성덕왕(재위기간 702~73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고찰인 유가사에서 빚기 시작해 1,000여년 역사를 자랑한다. 당시 병란으로 전소한 비슬산 중턱에 있던 도성암을 중수하는 인부에게 제공하기 위해 절에서 토주로 빚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조선 광해군 때에는 궁중에 이 술을 진상해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해 천하약주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후 10월 상달에 이 술을 조정에 줄곧 진상해 왔다. 확실한 전승계보는 1860년부터 지금의 기능보유자 김필순씨(89)에 이르기까지 4대째 100년 이상 박씨 종가에서 계승되어온 가양주라는 사실이다.

다섯가지 맛의 오묘한 조화

술에서 풍기는 감미로운 향기가 일품이다. 연꽃 향기가 풍긴다고 해서 연꽃 ‘하(荷)’자를 따서 하향주로 명명되었다. 하향주는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킨 약주라고 해서 백일주로 불리기도 한다. 빛깔은 은은한 연녹차색을 띠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신맛과 단맛, 떫은 맛, 쓴맛과 구수한 맛 등 민속주 특유의 다섯가지 맛이 어우러지고 연꽃 향이 뒷맛으로 남아 입안에 은은히 감돈다. 100% 유가찹쌀로 빚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달지 않으며 17%의 부드러운 술맛을 선사한다. 하향주의 명성은 고문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의보감 약탕편과 방약합편에 의하면 하향주는 약리작용이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묘사하고 있다. ‘독이 없으며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한다.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몸이 허한 사람은 보하고 피로와 갈증, 이질, 황달, 폐를 치유하고 토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소개돼 있다.

100일 정성으로 빚은 약주
밑술과 덧술 과정에 발효와 숙성을 거치면서 주조과정에 평균 100일 걸린다. 이 기간 어느 한 과정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전통누룩을 콩알 크기로 잘게 깨서 1주일가량 밤낮으로 말려 잡균을 제거한다 ▲멥쌀로 떡(백설기 일종)을 만들어 누룩과 떡, 물을 혼합해 밑술을 만들다 ▲밑술에서 효모가 가장 많이 생성될 때 찹쌀로 꼬드밥을 만든다 ▲이를 밑술과 혼합해서 덧술을 만든다. 주조과정에 누룩의 질과 두께, 물의 양, 적정온도(18~24℃)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주조과정의 핵심은 밑술에서 효모가 가장 많이 생성될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놓치면 술이 시큼하고 신맛이 난다.하향주는 1996년 대구 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되면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대구시 신기술사업단과 함께 과학적인 방법으로 품질개선에 나섰다. 전통 하향주가 신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구의 하향주가 지역을 넘어 한국의 명주, 세계의 명주로 발돋움할 날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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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9) 충북 영동 ‘샤토마니’

 

경향신문 / 2006-05-02 15:03

 

 


사실 포도주 ‘샤토마니’는 전통주가 아니다. 연륜이 일천한데다 포도주의 고향이 유럽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통주 반열에 오른 것은 최고급 품질로 국내 와인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하고 있어서다. 국내 포도주의 ‘지존’으로 우뚝 선 것이다. 샤토마니의 탄생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도값 등락이 심하자 안정적인 대량 수요처가 필요했던 농민들이 아예 포도주 공장을 차리기로 하고 영농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포도주 생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녀왔지만 핵심인 온도 등 숙성기술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눈썰미가 뛰어난 윤병태 당시 연수단장(현 사장)이 발효탱크 냉각장치를 잘 봐 뒀다가 귀국후 자체 제작에 성공, 이듬해 주류면허를 획득하고 공장을 건립했다.

순수 영동 고당도 포도만 사용
샤토마니(ChateauMani)란 프랑스어 샤토(Chateau·城)와 충북 영동의 명산 마니산(摩尼山)의 합성어다. 마니산 와이너리에서 직접 생산한 와인이라 해서 상품명을 ‘샤토마니’로 이름 지었다. 2001년 공장을 마니산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고 회사 이름도 와인코리아(주)로 바꿨다. 샤토마니의 특징은 원료가 포도 명산지인 영동에서 생산된 고당도 포도라는 점이다. 영동은 백두대간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풍부한 일조량과 밤낮의 일교차, 배수 잘 되는 토양 등 포도재배의 최적지. 연간 3만5천t이 생산되는 전국 최대의 포도단지다. 외부 첨가물 없이 물 한방울도 희석하지 않는 자연 발효 양조방법을 고집하며 품질을 관리하고 있는 것도 샤토마니의 자랑거리다. 특히 숙성은 사계절 13℃를 유지하는, 일제때 파놓은 지하토굴에서 이뤄지고 있어 고급 정통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샤토마니는 크게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으로 나뉜다. 레드와인은 적포도로 만든다. 붉은색이 특색이므로 포도껍질에 있는 붉은 색소를 많이 추출한다. 화이트와인은 잘 익은 청포도와 껍질을 발효 전에 미리 제거하는 적포도로 만든다. 그 차이는 화이트와인은 포도를 으깬 뒤 바로 압착하여 나온 주스를 발효시키지만 레드와인은 씨와 껍질을 그대로 함께 오랫동안 발효, 붉은 색소를 추출한다. 화이트레드의 맛은 상큼하고 깨끗한 반면 레드와인은 발효시 붉은 색소뿐 아니라 씨와 껍질에 있는 타닌성분까지 함께 추출돼 떫은 맛이 난다. 육류엔 레드와인이, 생선요리엔 화이트와인이 제격이다.

수입산 와인과 당당한 경쟁
2004년 와인코리아는 햇포도로 만든 ‘샤토마니 누보’를 선보였다. 누보(Nouveau)란 프랑스어로 ‘새롭다’는 뜻. 그 해 수확한 포도를 단기 숙성시켜 만든 햇포도주를 말한다. 샤토마니 누보는 8~9월 생산된 캠벨어리 햇포도를 45일간 숙성시켜 생산량도 20만병(750㎖)으로 한정했다. 알코올 농도는 10%로 여성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출시 첫날 3만6천병이 팔려 나갈 정도로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포도주의 ‘원조’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에 비상이 걸렸다. 진한 향과 개운한 맛이 한국인 기호에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샤토마니 누보 출시 자체가 국내 와인제조기술의 세계수준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밖에 와인코리아는 무알코올 샴페인과 조각와인, 포도즙, 복분자주 등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으론 포도를 이용한 순수국산 코냑(브랜디)을 만들어 수입코냑에 도전한다. 알코올 도수를 18~20%와 45%로 해 각각 소주시장과 양주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와인코리아는 2004년 영동군이 제3섹터 방식에 의한 출자와 영동군민의 공모를 통해 명실상부한 ‘군민기업’으로 거듭났다. 윤병태 사장은 “2007년에 코스닥 등록, 2010년엔 상장기업을 목표로 국내 최대의 와인회사로 성장해 군민과 애주가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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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8) 강화도 ‘칠선주’

 

경향신문 / 2006-04-25 15:15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참성단 등의 유명세로 민족의 영산으로도 불리는 마니산 자락에서 제조되고 있는 인천 유일의 전통주 ‘칠선주(七仙酒)’. 칠선주의 ‘칠(七)’은 인삼과 구기자, 산수유, 사삼, 당귀, 갈근, 감초 등 일곱가지 약재를 혼합한 데서 유래됐다. 특히 ‘선(仙)’은 술을 마셔도 몸에 해가 되는 것보다 보양(補陽)과 장수(長壽)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 술을 즐겨 마시면 병들지 않고 늙지도 않는 신선(神仙)이 된다’는 품평을 상징하고 있어 이채롭다. 칠선주는 강화도의 맑은 공기는 물론 마니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맑고 청아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조선 정조때부터 제조 궁중에 진상
칠선주의 유래는 동의보감과 생활한방민속약, 규합총서, 산림경제, 양주방 등 고문헌에 남아 있다. 고문헌들에 따르면 칠선주는 1777년 조선조 제22대 정조 원년 때부터 인천의 옛 지명인 ‘인주(仁州) 지방’에서 빚기 시작했다. 당시 선조들은 장수와 보양을 기대하며 칠선주를 마셨으며 뛰어난 맛과 효능 때문에 궁중에 진상되는 명주(名酒) 중 하나로 손꼽혔다. 칠선주의 주 재료인 ‘인삼’과 ‘사삼’의 사포닌 성분은 폐와 간장을 보호하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구기자’는 양기를 돋우어 주고 눈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하며 ‘산수유’는 혈액을 맑게 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또 ‘당귀’는 빈혈과 복통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심장에 들어가면 피를 생산하고 간장에 들어가면 피를 저장케 한다. 이 밖에도 ‘갈근’과 ‘감초’는 각각 갈증을 해소하고 몸을 해독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칠선주는 이처럼 몸에 좋은 한약재를 골고루 배합했기 때문에 예로부터 애주가들에게 술맛은 물론 건강까지 약속해 주는 술로 유명하다. 칠선주는 특히 국세청 기술연구소 실험 결과 음주후 머리를 아프게 하는 성분인 ‘아세트 알데히드’가 거의 검출되지 않아 ‘숙취가 없는 술’로도 정평이 나있다.

숙취없는 깨끗한 술로 호평
칠선주는 싱겁지도 독하지도 않아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또 그윽한 향기가 입안에 오래 남고 취하도록 마셔도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애주가들의 호평을 받는 칠선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름간의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맵쌀로 고두밥(쌀밥)을 지어 식힌 후에 누룩과 물을 섞어 3~4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로는 찹쌀로 다시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에 누룩과 물을 부어 덧술을 담아 앉히는 수고가 필요하다. 특히 세번째 과정이 핵심인데 맵쌀로 고두밥을 지은 뒤 식을 동안에 인삼을 비롯한 7가지 약재를 푹 달인 다음 양조용수와 함께 1차로 발효중인 덧술 술독에 부어 다시 4~5일 동안 숙성시켜야 한다. 이처럼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야만 비로서 애주가들의 손에 건네질 수 있는 칠선주는 1909년 일본인들이 고율의 주세를 부과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해방 후에도 정부가 쌀이 아닌 비곡주 개발 정책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명맥이 끊기는 듯했으나 1990년 정부가 각 시·도별로 전통민속주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인천의 술로 인정받으면서 부활의 맥을 잇게 됐다. 칠선주는 현재 마니산술도가(주)의 민속주 기능보유자인 이종희씨(64)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옛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이씨는 지금도 술의 숙성이나 첨가물 배합은 항상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있으며 때론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밤을 새우며 작업할 때도 많다. 이씨는 “옛 조상들의 숨결과 얼을 후세에도 잊혀지지 않고 전수시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칠선주를 재현해 냈다”면서 “칠선주가 앞으로도 이 땅에 영원히 함께 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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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7) 광주 ‘알로愛주’

 

경향신문 / 2006-04-18 15:00

 

 

주당들에게 선을 뵌 지 1년도 채 안된 전통주 하나가 갖가지 화두를 엮어내고 있다. 전통주가 지니는 이미지인 ‘고집스러움’이나 ‘지역적 안일성’을 훌훌 털어낸, 그 당당함이 예사롭지 않다. 광주를 기반으로 한 주류회사 (주)청강월이 내놓은 ‘알로愛주’. 이 술이 내건 컨셉트 ‘열림’을 되뇌면 맛과 멋도 한층 더해진다. 양주의 귀족성, 소주의 보편성을 헤집고 펼쳐보인 친숙성이 살갑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13%의 알로에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맛이 익숙지 않아, 숙취가 부담스러워 감히 넘기지 못한 술자리 고민을 한꺼번에 풀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거액을 주고 슈퍼모델을 동원한 TV광고도 내놨다. ‘알로愛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중주’, 서로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주’라고 인정받는 그 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장기능·피부보습에 좋은 웰빙주
이 술을 탄생시킨 주역은 청강월 사장 엄일석씨(39). 엄씨는 2년여 전만 해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직물업체 기획실장이었다. 입사 후 밤낮없이 영업·기획 부분에서 뛴 결과 서른 다섯살 나이에 중역을 꿰찬 일벌레였다. 그러나 조직 구조조정을 놓고 윗사람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서 강제퇴직을 당했다. 너무 충격이 커 머리를 식히려고 연고가 있는 광주의 한 암자를 찾았다. 그대로 불가에 들어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문자답하길 꼭 100일 만에 술 사업을 떠올렸다. 가끔 산사에서 내려와 맛본 광주 한정식에 반해가면서 술사업을 해보자고 작정했다. 여전히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가짓수가 많고,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벌이는 폭탄주 돌리기는 왠지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았다. 공해에 때묻지 않은 호남벌의 먹거리에 어울리는 술 하나를 만들어내겠다고 별렀다. 유명 술도가와 전문 연구가를 찾아다닌 끝에 ‘알로에 술’로 결론을 내렸다. 숙취해소, 장기능 촉진, 피부보습, 향긋한 내음…. 알로에의 효능은 또 하나의 ‘웰빙주’ 탄생을 예고했다. 농민들의 주름진 얼굴을 ‘알로에 농사’로 풀어드리자는 뜻도 함께 담겨 있다.

지리산 청정수에 여러 한약재 첨가
알로에는 2차대전 때 부상자를 치료하는데 효험이 크게 입증돼 ‘사람을 살리는 풀’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 이미지는 ‘술이 몸을 해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도 안성맞춤이다. 여기다 강정·강장제로 쓰이는 하수오, 계피, 구기자, 오미자, 감초, 진피, 갈근 등 온갖 한약재를 준비한다. 우선 누룩과 고두밥을 섞은 후 효모를 넣고 일주일간 담가 22~28%짜리 밑술을 만드는 것이 첫 공정. 그 다음 또 누룩과 고두밥을 첨가해서 10시간 담가, 도수가 32%로 올라갈 때쯤 깨끗하게 씻은 생쌀과 누룩을 넣고 일주일간 발효시킨다. 여기에 알로에 등 약초를 넣고 다시 2주일가량 숙성시키면 걸쭉한 원액이 만들어진다. 꼬박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이것을 다시 3차례 걸러내는 과정을 거치면 초록빛과 노랑빛이 어우러지는 ‘13% 약주’가 탄생한다. 공장이 지리산 자락에 있어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안된 산골짜기 물을 쓰는 이점도 있다. ‘알로愛주’의 인기비결은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을 주는 술 빛깔, 은은한 향이 호감도를 높인다. 특히 술 마신 후 피부트러블이 나타나는 특이 체질의 여성도 걱정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뒤끝이 전혀 없는 ‘알로애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알탄주’도 등장했다. 안주로는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술 특성에 맞게 갓 건져올린 해산물이나 생선회가 좋다. 물론 장운동을 돕는 술이어서 육식 때도 한잔 곁들이면 뱃속이 편안하다. 차게 해서 들면 더욱 진미를 느껴볼 수 있다. 375㎖ 들이 2병짜리 8,000원, 6병 2만2천원, 10병 4만5천원, 20병 7만원. 062-224-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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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6) 경남 합천 ‘가회율주’

 

경향신문 / 2006-04-11 15:15

 

 

 

구황식량이 될 정도로 영양소가 많은 밤. 밤은 전분 함량이 많고 칼로리와 칼슘 함량은 과일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하고 인체발육은 물론 피부미용, 피로회복, 감기예방 등에 효과가 있어 웰빙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고 부드러운 맛… 누룩냄새 전혀 안나

밤을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한 경남 합천군의 가회면. 해마다 9~10월이면 가회면에는 밤이 지천으로 널린다. 마을마다 아낙네들이 밤을 줍고 껍질을 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회면 봉기마을에 사는 이병웅(54), 김정순(54) 부부가 개발한 밤술이 가회율주(佳會栗酒)다. 밤을 누룩으로 발효한 뒤 약재를 섞어 빚은 약술이다. 술 이름은 가회면에서 따왔지만 ‘아름다운 모임(佳會)에는 밤술(栗酒)이 있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밤으로 빚은 술답게 밤색을 띠지만 맑고 투명하다. 술 맛은 달고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이 깨끗하다. 술을 삼키고 나면 한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게 특징이다. 가회율주의 자랑은 우선 질 좋은 밤이다. 가회면의 밤은 품질이 좋다보니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가회면의 밤 소득은 연간 30억원. 밤나무 농가는 600가구가량으로 평균 5백만원 이상 밤소득을 얻는 셈이다. 노인만 남은 이 마을에서 밤나무는 효자 중 효자다. 또 하나의 자랑은 깨끗한 물. 덕촌리의 옥녀봉에서 발원하는 샘물이야말로 깨끗한 술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한다.

신장기운 돋우고 비타민C 풍부한 건강주
가회율주는 6주간의 발효와 두달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옹기에 담아 발효를 시키고 비교적 오랜 기간 숙성기간을 거치다보니 누룩을 많이 사용하는데도 누룩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15% 가량의 약한 술로 생선회와 함께 즐기면 밤술 특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밤은 창자와 위를 보호해주고 신장의 기운을 돋울 뿐 아니라 굶주림을 참을 수 있게 해주는 구황식량이었다” 이씨는 가회율주를 건강주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씨는 또 “술안주로 밤이 좋은 이유는 밤의 비타민C가 알코올 산화를 도와 숙취를 없애주기 때문”이라며 율주가 고급술이란 점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씨 부부는 2003년 (주)가회청목주가를 설립하고 약주면허를 취득, 가회율주 생산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10여년 전 개발한 술이지만 숙취해소와 누룩냄새 제거를 위해 수년간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다. 술의 도수를 15%까지 끌어올리는데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10년간의 노력 끝에 3년전 지금의 가회율주를 완성한 것이다. 2003년도에는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손해를 봤다. 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어 지난해 가을에는 동네 사람을 15명이나 동원해 율주를 담았다. 이씨 부부의 밤술이 산골의 좋은 일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씨 부부는 최근 도수 40%의 율주를 만들어 고급양주도 따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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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5) 경기 파주 ‘감악산 머루주’

 

경향신문 / 2006-04-04 15:30

 

 

“신토불이 과실주로 세계 와인시장을 공략한다” 전통 과실주 가운데 머루주는 복분자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머루주는 신라시대부터 빚어온 과실주로 전해오며,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와 ‘산림경제’라는 책자에도 제조법이 소개돼 있다.

전통 질그릇 항아리서 장기간 숙성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기슭에 자리한 산머루농원(대표 서우석)에서는 이 같은 전통기법을 기초로 1997년부터 ‘감악산 머루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머루주는 서대표를 비롯해 인근 80여 농가에서 무공해로 재배한 친환경 머루만을 사용한다. 머루주는 9월 중순쯤 잘 익은 머루를 수확해 줄기와 병든 머루 등 불순물을 제거한다. 착즙기를 이용해 머루를 으깬 뒤 약간의 설탕으로 당도를 맞춘다. 이어 배합된 머루를 발효탱크에 넣고 발효시키는 작업을 한다. 머루주가 잘 발효되기 위해서는 한 달 동안 2주일에 한번 저어줘야 한다. 발효된 액이 알코올 농도 10~12%가 되면 침전물 처리 탱크로 옮겨 앙금을 제거해 저장하면 된다. 이 과정이 7개월가량 소요된다. 감악산 머루주는 친환경 재배 기술을 사용하는 데다 전통비법으로 만든 질그릇 항아리에 100% 머루만으로 술을 빚어 3년 이상 숙성시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머루주가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머루를 수확해 술을 담그는 시기 때 외부 온도가 15~20℃를 유지해야 하고 냉각 과정을 거쳐 다시 애초의 온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와인을 담그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 냉각시설을 갖추는 것이 그 이유다. 감악산 주변 기온은 머루주를 생산하는 과정에 맞춰 스스로 필요한 온도를 유지해 주고 있다. 감악산의 9월 평균 온도는 섭씨 15~20℃로 겨울철을 지나 이듬해 4월이면 다시 그 온도로 되돌아온다. 기온뿐만 아니라 토양 조건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머루는 배수가 잘되고 토양이 비옥해야만 잘 자란다. 자생하는 머루나무가 계곡변에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감악산은 바위와 자갈이 많고 계곡이 깊어 머루를 재배하는 데 제격이다.

그래서 서대표는 감악산 머루주에 대해 ‘자연조건 발효공법’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다.

시큼하면서도 무거운 향 오래 남아
감악산 머루주는 과실주의 특징인 단맛은 거의 없고 시큼하면서도 머루의 무거운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때문에 육류와 곁들이면 입맛도 돋우고 느끼함도 해소해 준다. 머루주는 칼슘과 인, 철 등의 성분이 포도보다 3~9배가량 높아 적당량을 마시면 저혈압과 혈액순환, 부인병,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2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한국산(파주산)과 일본·중국산 머루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타민C와 포도당, 당도, 총 페놀 함량 등 색도를 제외한 전 성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악산 머루주는 1999년부터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연간 15만병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교민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전통 술축제에서 명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악산 머루주는 시중에 판매되는 알코올 농도 12~15%의 머루주와 알코올 농도 45%인 코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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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4) 경기 안성 ‘진땡이술’

 

경향신문 / 2006-03-28 14:39

 

 

 

자연과 더불어 곁들이는 술 한잔. 온갖 시름을 잊게 하고 자연이 주는 정감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술이 주는 매력이다. 전통주의 매력은 역시 발효주에 있다. 산세 좋고 물이 좋아 예부터 술맛 좋기로 소문난 경기 안성의 ‘진땡이술’. 무공해 추청쌀에 질 좋은 6년근 인삼과 솔잎을 갈아 넣어 숙성시켜 만든 이 술은 안성 특산품들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안성약주 옛맛 현대인 입맛에 맞춰
진땡이술은 탁주가 먼저 제조되면서 숙성이 거의 끝날 쯤이면 술독 위에 맑게 뜨는 액체 속에 ‘용수(싸리나무로 만든 것)’를 박아 그 안에 모인 질 좋은 약주를 말한다. 진짜 진짜 술이라는 재미있는 뜻이 담겨져 있다. 진땡이술은 안성약주의 옛맛을 살려 현대 미각에 맞게 만든 술이다. 죽엽색에 가까운 미색을 띠고 있는 발효주로, 생효모·비타민B군·필수아미노산 등이 그대로 함유되어 있다. 여기에 동맥경화 및 고혈압 억제, 당뇨병 예방 등에 효험이 있는 6년근 인삼과 솔잎을 넣어 만들었다. 한 모금 마시면 인삼과 솔잎 향이 어우러져 혀끝을 감돌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입안에서 향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그 독특한 맛은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술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게 애주가들의 평이다. 은은한 향, 자연스러운 빛깔, 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유난히 부드러운 느낌, 자꾸 마시다 보면 알게 되는 미세한 맛의 차이. 진땡이술은 이러한 맛을 담고 있다. 도수는 10%. 일반 탁주(5~6%)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달짝지근한 맛에 이끌려 마셨다가는 금세 취해버린다. 그래서 ‘호랑이 술’이라고도 불린다. 알싸한 취기로 인해 흥취가 있으면서도 숙취가 없다. 진땡이술은 다른 발효주와 마찬가지로 차게 해 마시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안주감은 파전이다. 물 맑은 안성의 자랑거리인 민물고기 매운탕도 찰떡 궁합이다. 750㎖ 1병당 1,500원이다.

숙성기간 한달… 다른 탁주보다 훨씬 길어
진땡이술의 특징은 숙성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보통 한달 정도 숙성시킨다. 숙성방법도 복잡하다. 그래서 향도 짙고 술 맛의 깊이가 다르다. 생산 공정의 첫번째는 ‘누룩 제조’. 안성지역 추청쌀을 깨끗이 세척한 뒤 증미시켜 밥을 만들고 고열에 반죽해 열을 식힌 다음 종국(미생물)을 파종해 제국기에 넣고 1차 숙성시킨다. 다음 단계는 ‘주모’다. 누룩을 적당한 비율의 물을 붓고 4일간 발효시켜 주모를 만든 뒤 ‘1단 사입’(주모에 입국을 넣고 물을 붓고 2일간 발효시켜 주모를 만든다)과 ‘2단 사입’(밑술에 덮밥을 넣고 20일 이상 숙성시킨다)을 한다. 이어 안성지역 특산품 6년근 인삼과 솔잎을 곱게 갈아 넣어 완전 숙성시킨다. 마지막으로 부유물을 걸러내 맑은 술로 만드는 ‘압착’ 단계를 거쳐 노르스름한 죽엽색을 띤 진땡이술이 만들어진다. 031-677-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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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3) 경북 의성 ‘주지몽 석류주’

 

경향신문 / 2006-03-21 15:24

 

 


고대 페르시아가 원산지인 빨간색의 건강 과실. 매혹적인 색과 모양만큼이나 약리효과가 뛰어나 예로부터 페르시아에서 ‘생명의 과일’로 불린 석류다. 가공 식품을 많이 먹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고루 함유돼 있다. 특히 천연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어 ‘여성의 과일’로 각광받고 있다. 양귀비가 매일 반쪽씩 먹었다고 전해질 만큼 피부 미용과 갱년기 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석류가 사과 주산지인 경북 의성군에서 와인으로 태어나 맛과 향, 분위기를 즐기는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고장 영농조합법인 한국애플리즈가 빚는 ‘주지몽 석류주’다.

의성 명물 옥사과와 절묘한 조화
석류주는 석류의 새콤함과 사과의 달고 신맛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난다. 사과와 석류가 8:2의 비율로 들어간다. 경북은 우리나라 대표 과일이라 할 만한 사과의 주산지. 전국 생산량의 61%를 차지한다. 경북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의성은 한서(寒暑)의 차가 심하고 일조량이 풍부,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은 ‘의성 옥사과’로 유명하다. 이같은 사과의 고장에서 사과전업농들이 석류주를 탄생시켰다. 석류주가 첫 출시된 것은 2002년 10월. 의성군 단촌면과 점곡면 일대 사과 재배 농민들이 설립, 사과와인을 생산하던 한국애플리즈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개발했다. 대표 한임섭씨(54)가 새로운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찾다 석류에 주목하게 됐다. 석류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건강 과일’로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던 터라 그 동안의 와인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석류와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럽에서 와인 제조법 등을 보고 배워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한씨는 “석류로 와인을 만든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토옹기서 숙성… 부드럽고 신선한 와인
이 고장에서 생산되는 의성 옥사과와 석류로 만들어진다. 석류 껍질을 벗기고 즙을 짜낸다. 이때 씨가 부서지지 않도록 한다. 씨가 섞이면 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짜낸 석류즙을 18℃ 정도에서 2주간 발효시킨다. 온도를 5℃ 정도로 바꿔 발효를 중지시키고 가라앉은 섬유질을 빼낸 뒤 15℃ 상태에서 한 달 이상 장기 숙성시킨다. 오크통보다 숙성 효과가 좋다는 황토 옹기독에서 숙성시킨다. 같은 방법으로 숙성시킨 사과즙과 8:2의 비율로 브랜딩하면 16%짜리 석류와인이 된다. 사과의 달고 시원한 맛이 석류의 신 맛을 희석시켜 새로운 개념의 산뜻한 와인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입 안에 머금으면 자연이 빚어낸 향긋한 알코올 향이 느껴진다. 석류와 사과의 발효 미학이 빚어낸 은근한 맛에 끌리다 보면 어느결에 핑크빛 취기가 돈다. 석류의 신비가 젊음과 아름다움을 한껏 욕심내게 하는 ‘꿈의 술’이라 자랑할 만하다. 안주로는 생선회와 생선구이, 통닭·오리구이, 한우 소금구이 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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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2) 옥천 ‘한주’

 

경향신문 / 2006-03-14 15:33

 

 


조선시대 ‘노주두말빚이’ 비법 재현
한주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노주두말빚이(露酒二斗方)’ 비법을 옥천의 물과 쌀로 재현한 전통 증류식 소주다. ‘노주’란 찹쌀과 멥쌀로 술을 빚은 후 이를 다시 땀을 내듯 증류시킨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슬처럼 맺혀 내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번 맛을 보면 일반 소주보다 맹렬한 기운에 금세 흥취가 오른다. 하지만 뒤끝이 없이 맑게 깨 또 한번 찾게 되는 매력이 장점이다. 한주에 대한 고증은 자세하게 밝혀진 게 없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조선 선조대의 충경공 이정란(李廷鸞) 장군(본관 全義)의 14대손 이필승(李弼承)의 처 허성산(許城山)이 가문에 대물림된 송절주(松節酒·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호)를 빚은 것이 그 유래다. 허씨는 송절주와 함께 노주두말빚이의 담금방법에 의해 덧술을 증류시켜 백로주(지금의 한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만든 백로주로 시아버지와 남편을 공양했다고 한다. 그 후 이 독특한 방법에 의한 맛과 향을 허씨의 며느리인 박아지(朴阿只)가 이어 받았으며, 현재 손자며느리 이성자씨(李成子·59·송절주 기능보유자)에 의해 전국에 전해지고 있다. 백로주는 가문의 술에서 민족의 술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서 이름의 변화를 갖게 된다. 맛과 향이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안고 있다 하여 ‘한주’라고 지어졌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엄격한 고증과 문화체육부의 추천에 의해 한주는 한국의 정취에 가장 알맞은 민속주로 승인받았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집’ 전용 민속주로 선정돼 우리 민족 고유의 음주 문화 특성을 선양하게 된 것이다. 한주는 1993년 10월 국세청의 주류제조면허를 취득, 이듬해인 199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됐다.

증류방법따라 도수 35~60% 조절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해동경서(海東慶書)’에 기록된 백로주의 노주두말빚이 기법은 다소 까다롭다. 멥쌀과 찹쌀 각 1되를 물에 담갔다가 가루를 내고 이를 누룩가루 9되와 함께 끓여 식힌 8되의 물에 섞어 밑술을 담근다. 3일 후 찹쌀 두말을 물에 담갔다가 지에밥으로 쪄서 이를 차게 식힌 후 밑술에 섞어 덧술을 빚는다. 7일 후 모두 솥에 담아 고리를 앉히고 테를 두른다. 그러나 이 술의 기능인인 이성자씨 집안에서는 전통 기법 그대로를 따르지 않고 나름대로 조금은 독특하고 개발된 방법으로 한주를 빚는다. 물론 ‘노주두말빚이’ 기법을 기본으로 하지만 각각의 단계마다 이씨 집안에서 전수된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한주는 송절주를 만드는 데에 근본 뿌리를 두고 있다. 봄·가을에 소나무 마디를 잘라 한약재와 함께 끓인 후 멥쌀로 백설기와 누룩을 잘 섞어 1주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 다시 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술밥을 식혀 양조용수를 미리 담가 놓은 밑술에 섞는다. 그리고 30일간을 숙성시키면 강한 약재 향의 송절주가 탄생되는 것이다. 선조들은 여기에 계절을 좇아 진달래나 국화를 솔잎과 함께 덮어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송절주를 증류시키면 한주가 만들어지는 데 증류의 방법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35%에서 60%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갓 완성된 한주를 벗삼아 취흥을 즐기고 싶겠지만 보다 깊은 맛을 원한다면 밀봉한 후 6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편을 택해야 한다. 오랜 기다림 뒤에 다가오는 그윽하고 진한 향취, 톡 쏘는 곡향 뒤에 오는 깔끔한 뒷맛, 진정한 명주는 이렇듯 긴 시간과 정성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다.오디를 원료로 한 과실주 ‘백상 오디주’(16%)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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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1) 충남 아산 ‘짚가리술’

 

경향신문 / 2006-03-07 15:15

 

 


충남 아산시 선장면에 가면 촌스러운 이름의 술이 있다. 명칭은 ‘시골스럽고’ 투박하지만 맛 하나는 일품인 바로 ‘짚가리(짚동가리)술’이다. 다른 전통주들이 그 나름의 맛과 고풍스러움을 자랑하고 있지만 짚가리술이야말로 우리민족의 애환과 이를 극복한 고난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국내 유일의 명주라 할 수 있다. 맑은 물과 좋은 약재들로 빚어지고 있는 짚가리술은 아산지역 특산술로서 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부드러운 술맛으로 애주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제 밀주단속 속에서도 명맥
‘짚가리술’이 탄생하게 된 것은 일제가 본격적으로 술을 통제하면서부터다. 1909년 일제에 의해 주세법이 도입되고 1916년 강화된 주세령이 도입되면서 우리 민족은 일제의 밀주단속에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서 제조된 술은 단속반원들의 손길을 피해 음지로 숨게 됐다. 어떤 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에 술독을 묻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청마루 밑이나 헛간에 숨기기도 했다. 때론 짚단이 쌓인 짚가리에 묻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짚가리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푸라기의 묶음인 짚뭇 그리고 짚뭇의 더미인 짚가리를 술의 은신처로 이용한 것이다. 술을 빚어 술항아리를 땅에 묻거나 땅위에 놓고, 그 위에 짚가리를 쌓는 식이었다. 단속이 심할 때는 단속반원이 와서 쇠꼬챙이로 짚단 속을 쑤셔보아도 찾을 수 없게 깊숙이 넣기도 했다. 이렇게 짚가리를 이용해 술을 숨기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술을 ‘짚가리술’이라 부르게 됐다.

보온·숙성 효과 술맛 ‘탁월’
짚가리는 술을 은닉하기 좋은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 맛을 내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짚가리 속은 보온효과가 뛰어나 그 속에 있는 술의 안정적인 발효를 가능하게 했다. 땅에다 묻고 짚을 수북이 덮을 때는 훨씬 술 맛이 좋았다. 추수가 끝나고 빚은 술을 늦봄에야 꺼내 먹기 때문에 술이 저절로 6개월 넘게 장기 숙성될 수 있었다. 우리네 민속주중에는 한산소곡주 등 백일동안 숙성시키는 백일주가 있지만 땅속 짚가리술은 그 백일주보다 최소 2배 이상 더 오래 숙성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짚가리술의 특징은 코끝에서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도 향이 오랫동안 머문다는 점.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시면 달착지근하고 쌉사래한 느낌이 진한 뒷맛을 남긴다. 짚가리술이 아산지역에서 탄생하게 된 데에는 주변환경 여건도 작용했다. 인접한 당진군 등에서도 짚가리술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대부분 아산지역에서 전파돼 제조되기 시작한 것. 인근 지역중 특히 아산지역 선장면이 농토가 넓어 짚가리가 많았고 그래서 주민들이 숙성과정에 이를 쉽게 이용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짚가리술은 짚동가리술로도 불리는데 짚동은 짚단이나 짚뭇과 같은 뜻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짚가리술을 짚동가리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회갑연때 사용
아산지역 명주로 그칠 뻔한 짚가리술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회갑잔치에 쓰이게 되면서부터였다고 알려져 있다. TV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70년대 당시, 지방순시차 아산지역을 방문한 박전대통령이 한 할머니에게 짚가리술을 얻어 마시고 “참 맛있다”고 하자 할머니가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우리 박대통령과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고 한다. 술맛에 반한 박전대통령이 그때부터 자주 짚가리술을 찾자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짚가리술이 ‘대통령주’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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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50) 충남 서산 ‘들국화주’

 

경향신문 / 2006-02-21 15:10

 

 

 

충남 서산의 ‘들국화주’는 들국화의 아름다움과 맛, 멋과 향을 모두 머금고 있다. (주)예술주조(충남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의 사장이며, 들국화주의 맛과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전영자씨(47·여)는 가을이면 늘 들국화 여행을 떠난다. 그해 들국화주의 품질은 이 여행에서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들국화가 있어야만 좋은 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씨는 오랜 세월 태안반도 곳곳을 누벼왔기 때문에 좋은 들국화가 있는 곳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국화가 있는 곳은 아무에게나 얘기하지 않는다. 회사의 ‘1급 비밀’이기 때문이다. 직원 몇명과 함께 떠나는 들국화 여행. 이 여행을 통해 채취한 들국화로 1년 동안 들국화주를 빚어낸다. 채취 시기는 10월25일부터 11월10일까지 보름 남짓. 들국화가 활짝 피어나야만 술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칠 수 없다. 만개시의 들국화는 향이 풍부하고 맛도 좋다. 봉우리 상태의 들국화나 철이 지난 들국화는 향이 적고 술맛도 나지 않는다.
야생 들국화에 8가지 약재 첨가
예술주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생 들국화만 쓴다. 시중에서 요즘 재배한 들국화가 유통되고 있지만 맛과 향기가 야생만 못하다. 전씨는 남편 이문수씨(54)와 함께 충남 서북부지역 주민들이 빚어 마시던 민속주인 들국화주를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전씨는 들국화의 그윽한 향기와 맛을 머금은 이 술은 국내 그 어떤 술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씨는 “우리지역 서민들의 애환과 멋이 담긴 술을 지켜내고 싶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들국화 등 재료의 색깔에 따라 연한 황색 또는 담황색을 띠는 들국화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술”이라고 말했다. 들국화주에는 인삼·산수유 등 우리 몸에 좋은 8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간다. 예술주조 측이 특히 자랑하는 것은 이 지역 특산품인 생강을 술에 넣는다는 것이다. 생강 때문에 한결 감칠맛이 돌며 몸에도 좋다고 전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뒤끝이 깨끗하다는 술이 많지만, 들국화주만큼 뒤끝이 깨끗한 술도 없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서산 생강과 들국화의 절묘한 배합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 정신이 더욱 맑아진다는 소리도 듣는다고 했다.

피 맑게 하고 독 없애… 여성들에게 인기
들국화주는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13%인 들국화주를 마셔본 여성들은 먼저 향에 취하고 맛에 놀란다. 깊은 향기와 부드러운 맛은 여성들의 입에도 딱 맞는다는 평가다. 원래 들국화는 피를 맑게 하고 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말초혈관을 확장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혈압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산·태안 등 지역에서 이름을 알려가던 들국화주는 요즘 ‘전국주(全國酒)’ 또는 ‘국제주(國際酒)’로 성장하고 있다. 서산시 관광특산품과 충남도지사 농특산물 품질추천 지정주로 되면서 찾는 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들국화 등 원료 확보 상황에 따라서는 술을 제대로 댈 수 없을 때도 있다. 요즘은 일본쪽에서도 구매 요청이 들어와 수출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식용 국화를 이용해 음식과 술을 해먹는 경우가 많아 들국화주를 특히 좋아한다. 들국화주(yesul.co.kr)는 서산·태안 지역의 바다에서 잡아올린 생선이 안주로 잘 어울린다. 생선구이도 좋고, 회도 좋다. 그러나 안주를 그렇게 가리지는 않는다. 고기안주를 놓고 마셔도 술이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041-662-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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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9) 전남 나주 ‘상이오디주’

 

경향신문 / 2006-02-14 15:02

 

 

‘상이오디주’가 탄생하는 전남 나주시 봉황면 오림리 들판에 자리한 봉황농협배술가공사업소. 광주에서 국도 1호선 광주~나주 구간을 10여분 달리다 지석강을 건너 샛길로 들어선 후 ‘꼬부랑길’을 타고 20여분. 가는 길 주변이 모두 배나무 밭이다. 유난히 모진 겨울을 만난 배나무들이 벌써 겁도 없이 움을 틔우고 있다. 때 아닌 배 향기가 코 끝을 스친다. 100여평 됨직한 사업소 마당이 지난해 가을 수확한 황금빛 나주배로 넘쳐 난다. 볕이 좋아 술 담그는 날이란다. 흠집이나 상처가 있는 배는 영락없이 퇴출이다. 연말과 설날 특수로 동이 난 ‘상이오디주’는 처음부터 그렇게 정성이 녹아들고 있었다.

‘열매 중의 열매’로 알려진 오디
뽕나무에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 먹은 어린 시절의 추억. 빨갛게 설익은 오디는 조금 시긴했지만 너무나 달콤했다. 먹고 난 후 온통 입술은 보랏빛으로 물이 들었다. ‘그때 그시절’ 오디는 동의보감에서도 일렀듯이 ‘배 고픔을 달래는’ 간식거리로도 너끈했다. 그뿐인가. 동의보감엔 ‘오디는 소갈(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노화를 막는다. 또 귀와 눈을 밝게 해주며 백발도 검게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예부터 오디는 술 담그는 열매 가운데 첫번째로 쳐주는 ‘열매 중의 열매’로 통했다. 많은 묵객들도 ‘오디주’를 시·그림 등을 통해 ‘장수연명주(長壽延命酒)’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오디의 ‘역사성’에다 면역기능 향상에 탁월한 효능을 보여준다는 ‘상황(桑黃)버섯’과 ‘나주의 특산품’ 배(梨)가 더해졌다. ‘상이오디주’는 바로 이렇게 ‘명물 세가지’가 만나 2003년 8월 세상에 나왔다.

새콤달콤한 맛에 향도 일품
포도주 와인처럼 부드럽고, 향기가 일품이다. 또 소화효소가 많은 배즙이 주 원료여서 흡수가 빠르다. 도수(16%)는 낮지만 마치 ‘배갈’을 마신 듯 금방 몸에 퍼지는 화끈한 술이다. 달콤새콤한 맛을 강조해 술이 상큼하고 깔끔하다. 맑은 적갈색도 구미를 돋우는 포인트. 술병과 케이스도 디자인을 단순·간결하게 처리해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다. 심재승 사업소장은 “세가지 재료의 ‘화학적 결합’에는 현대인의 심신쇠약을 달래줄 수 있는 상징적인 부호가 들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 한 방울 안들어간 전통주
술은 물로 담근다는 공식을 깬 유일한 술이다. 지하 수백미터에서 퍼올린 암반수니, 심심산천에서 가져온 청정수도 ‘상이오디주’ 앞에선 명함을 못내밀게 됐다. 이 술은 순전히 배즙에다 오디와 상황버섯을 넣기 때문이다. 우선 배를 으깨 주스로 만든 후 상황버섯 분말, 오디와 골고루 섞는 일이 중요하다. 그 다음엔 자체 연구실에서 생산한 액체 상태의 ‘발효균 덩어리(酒母)’를 넣고 저온에서 14일간 발효시킨다. 이를 다시 90일간 숙성시킨 후 위로 맑게 뜨는 액체를 거르면 상이오디주가 된다. 그 밑의 걸쭉한 액체는 증류·혼합·숙성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제품인 ‘배로와인(14%)’과 ‘황주(40%)’로 만들어진다. 마지막 단계에서, 대량 생산되는 알코올 주정이 아닌 천연 주정을 쓰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술의 원천이 소화효소가 많은 배즙이어서 불고기 등 육고기를 먹을 때 좋다. 375㎖짜리 낱개가 5,500원, 포장용기에 든 750㎖가 1만8천원, 750㎖ 2개 포장용이 3만2천원, 선물용으로 도자기에 넣은 700㎖ 2개짜리가 4만2천원. 농협에서 사면 30%가량 싸다. 2004년 전남도 전통식품선발대회에서 주류부문 금상을 받고,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히트예감 농산물 1위’로 뽑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061-331-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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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8) 경북 청도 ‘감그린’

 

경향신문 / 2006-02-07 14:51

 

 

 

술은 우리 육체의 오감을 만족시켰을 때 제맛이 난다.살포시 잔을 잡을 때, 잔 속에 든 술의 향을 맡을 때, 은은한 빛깔이 눈에 스칠 때, 입술에서 혀 끝까지 천천히 적셨을 때, 그리고 건배를 하면서 ‘쨍~’ 하고 술잔을 부딪칠 때 오감 만족이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잔을 부딪칠 때의 맑고 청아한 소리는 와인을 담은 유리잔이 가진 독특한 멋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와인이라면 대부분 포도를 연상한다. 그런데 감으로 와인을 빚으면 어떤 맛이 날까.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감와인이 경북 청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청도와인(주)이 빚어낸 ‘감그린’이 바로 그것이다.

APEC 정상회의 만찬석상 올라
청도는 납작하면서도 씨가 없는 감, 즉 반시로 유명하다. 씨는 기름기와 약간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씨가 있는 감을 이용해 술을 만들 경우 일일이 씨앗을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청도감을 이용하면 이 공정을 줄일 수 있고, 특유의 높은 당도 또한 와인을 빚는데 더 없이 좋은 소재다. 감그린의 우아하고 깊은 맛은 감나무의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재료인 포도나무 수명은 고작 10년 안팎. 그러나 감은 1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감이 열린다. 감나무의 수명이 50~100년이니 포도나무와 비교도 안될 만큼 길다. 떫은 맛을 내는 ‘탄닌(Tanin)’ 성분이 포도에 비해 20%나 더 많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심장병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며 숙취 해소에 그만인 탄닌 성분의 대량 함유는 곧 이를 소재로 만든 감그린의 좋은 효능으로 이어진다. 고급스러운 황금 빛을 내는데다 동·서를 막론하고 입맛에 맞아 APEC 정상회의 참가 대표단의 만찬 석상에 오르기도 했다.

온도 일정 폐 철도터널서 숙성
감그린의 숙성은 폐 철도터널에서 이뤄진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 고개 아래 길이 1,200여m, 폭 4.5m, 높이 5.3m 크기로 직육면체로 깎은 돌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기차 터널이 감그린의 숙성실이다. 입구에 ‘명치(明治) 37년’(1904년)에 건설됐음을 알리는 초석이 붙어 있다. 일제가 대한제국 말기 철도부설권을 따내 건설했다가 1926년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폐쇄한 뒤 방치된 것을 청도와인측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입구에서 50여m를 들어가면 양쪽 벽면에 놓인 철사를 엮어 만든 저장통에 검푸른색의 와인병이 가득 쌓여 있다. 이곳의 온도는 11~13℃. 습도가 80%여서 와인 숙성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 청도와인측은 이 터널에 감즙으로 만든 와인 1만여병을 보관 중이고, 올해에만 모두 15만병을 저장할 계획이다. 입구쪽에는 6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원목 테이블 10개와 주변에 연분홍 빛 조명, 유럽식 카페 지붕이 설치된 시음장이 들어서 있다. 흔히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생선, 레드 와인은 육고기를 안주로 삼는다. 때문에 포도 와인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테이블에 놓이는 와인의 종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와인은 안주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다. 구운 것이든 날생선이든, 육류이든 감그린의 안주로 못쓰는 것이 없다. 한정식과 함께 감와인을 마셔도 전혀 손색이 없고, 감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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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7) 경기 고양 ‘주교주’

 

경향신문 / 2006-01-31 14:57

 

 


경기 고양시 배다리 술도가에서 빚어내는 주교주(舟橋酒)의 역사는 엄밀하게 따지면 1세기에 가깝다. ‘주교’라는 이름은 마을 명칭을 딴 것으로 서해 바닷물이 마을 입구까지 밀려와 배를 이용한 다리가 놓여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산하는 업체인 ‘배다리 술도가’ 라는 상호는 한자를 한글로 표현한 것이다. 배다리 술도가는 박상빈 대표이사(43)의 고조부가 창업했다. 1915년 ‘인근상회’라는 상호로 문을 연 뒤 5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술과 잡화를 취급한 인근상회를 개업한 고조부는 상궁 출신인 집안 사람과 다양한 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녀는 궁궐에서 오랜 기간 전약(典藥) 직책을 맡은 경험이 있어 궁내 약용주를 만드는 비법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당시 배다리 술도가에서 빚어 낸 여러 종의 막걸리와 약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해 한강 남쪽까지도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구기자·인동초등 6가지 한약재 배합
창업자인 고조부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집안 상궁과 함께 연구한 술 비법 책자를 가보(家寶)로 남겼지만 아쉽게도 한국전쟁으로 양조장에 불이 나면서 모두 소실됐다. 배다리 술도가라는 회사명은 1970년대 특별법으로 지역 양조장이 통폐합되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못했다. ‘고양 탁주합동제조장’이라는 상호로 막걸리가 생산됐다. 그 막걸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즐겨 마시던 고양막걸리로 2000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선물한 것이기도 하다. 막걸리를 생산하면서도 박씨 집안에서는 며느리들이 직접 전수 받은 약주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당시에는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가양주로 빚어 명절이나 제삿날에만 사용해 왔다. 주교주는 이들 가양주 가운데 한 종류다. 예전에는 ‘약용주’라고만 불렸는데, 최근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지역명을 붙이게 됐다. 박대표는 이 술을 지난 2004년부터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지만 대량 생산에 필요한 설비 부족 등으로 아직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고 있다.

‘배다리 술박물관’서 무료 시음
쌀로 빚은 청주에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복분자, 차전자, 인동초 등 6가지의 천연 약재를 배합해 옹기 술독에 3개월 이상 상온숙성시켜 만든다. 약재향 때문에 처음에는 쓴 맛이 들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혀 끝에서 단 맛이 맴돌아 특별한 안주가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생약주다. 일반 약주에 비해 알코올도수가 다소 높은 16%이지만 과음을 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다음날 배가 따뜻해 장에 불편함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박대표는 “고조부의 창업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배다리 술도가’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게 됐다”며 “각종 한약재를 넣어 제조하는 주교주는 밀성 박씨 집안에서 100년 가까이 전해지는 약용주”라고 설명했다. 주교주는 박대표의 부친이 고양시 주교동에 건립한 ‘배다리 술박물관’에서 무료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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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6) 전북 순창 쌍치복분자주

 

경향신문 / 2006-01-24 15:01

 

 

복분자의 원조 생산지가 전북 고창이라면 순창지역은 복분자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지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순창군내에서도 쌍치복분자는 채광성을 최대한 살린 재배기술과 섬진강 상류 해발 250m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열매라는 점이 차별화된다. 여기에 주·야간 일교차가 13℃나 되는 내륙성 기후 영향도 받는다.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당도와 단단한 과육은 복분자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순창군에서 복분자가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89년. 출발은 고작 3㏊였다. 지난해 재배면적은 무려 420㏊. 연간 1,000여t을 생산할 수 있지만 물량은 늘 부족하다. 농촌을 등지는 이농현상 속에서도 순창 복분자는 연간 70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효자작목으로 자리잡았다.

오줌항아리 뒤집는다는 산딸기
순창 복분자의 유래는 흥미롭다. 옛날에 어떤 노인이 땔감을 장만하기 위해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가 탐스럽고 먹음직스런 열매를 발견했다. 한껏 따 먹고 집에 오자마자 기력이 상승했다. 젊었을 때의 정력이 되살아난 것이다. 소변 힘이 어찌나 세던지 오줌항아리인 요강이 뒤집어졌다. 이래서 열매의 이름이 탄생했다. 산딸기가 요강을 뒤집었다 해서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 분(盆)자를 써서 복분자라 불리게 되었다. 학술적으로 복분자는 장미과에 속하며 속명은 곰딸이나 수메라고도 불린다. 산록 양지에서 높이 3m 정도로 자라며 끝이 휘어져서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으로 새로 나는 가지에는 흰가루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3~7개의 작은 잎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5월에 개화해 6~7월에 열매가 붉게 익은 후 점차 검게 된다.

시력·기억력 증진에 특효

복분자의 주성분은 포도당(43%)·과당(8%)·펙틴 등 탄수화물과 레몬산·사과산·살리실산·개미산 등 유기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타민B·C, 그리고 색소로 카로틴·폴리페놀·안토시안 등도 포함된다. 복분자는 동의보감·당본본초·본초종신록 등에도 항암작용, 노화억제, 동맥경화·혈전 예방 등에 효능이 뛰어나고 시력과 기억력 증진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의보감은 복분자의 효능에 대해 ‘성질은 평하며 맛은 달고 시며 독이 없다, 남자의 신기(腎氣)가 허하고 정(精)이 고갈된 것과 여자가 임신되지 않은 것을 치료한다. 간을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머리털이 희어지지 않게 한다’고 적었다.

차게 마시면 신선도 더해
복분자주를 차게 마시면 고유의 향과 맛이 더욱 좋아진다. 이 술은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없애는 데 탁월하다. 육류음식과 궁합이 맞아떨어지는 셈. 찰떡궁합으로는 ‘장어’를 꼽을 수 있는데 장어와 복분자주의 결합은 맛도 좋고 비타민A의 작용을 크게 증강시킨다. 특이한 점은 복분자주는 육류뿐만 아니라 횟감이나 채소류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마시기가 부담이 없어 한번 음미해 본 여성들은 반드시 이 술을 찾게 된다. 개봉 후에는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게 좋다. 보관 시에는 밀봉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직사광선과 높은 온도는 복분자주의 천연색소를 변색시킬 수 있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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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5) 충북 괴산 ‘홍선21’

 

경향신문 / 2006-01-17 15:09

 

 

국내 약주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홍선(紅仙)21’은 기(氣)찬 술이다. 이름도 다소 생소한 홍선21은 무슨 뜻일까. ‘홍(紅)’은 행운을 나타내는 색인 동시에 역대 궁중비방의 결정체이며 ‘선(仙)’은 최고의 아름다움의 선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21’은 스물한가지 허브를 뜻한다. 술은 곧 물맛이다. 알코올 도수 15%인 ‘홍선21’은 지하 150m 천연 암반수에서 뽑아 올린 청안지역에서 딱 두 곳만 있다는 지장수를 사용하고 있다.

中 황실 주조비법 참고 12년간 연구 개발
중국에서 특허받은 홍선21은 복방처리기술로 만들어졌다. 복방처리란 한가지 약재만을 쓰는 단방(單方)처리와는 달리 주로 효능이 비슷한 3~5개의 약초를 한의학 원리에 의하여 배합한 처방을 말한다. 각 약재의 상호작용을 통해 원래의 효능을 증가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홍선21은 고대 중국 황실만의 주조 비법을 인용해 중국 왕기 박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12년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임상실험을 거쳐 웰빙 라이프를 위한 술로 태어났다. 홍선21에는 홍삼, 영지, 동충하초 등 21가지 한약재 성분이 들어가 있다. 회사측은 3가지로 분류한 배합 방법을 알고 마시면 기분이 더 좋다고 한다. 첫째, 신장과 에너지를 넘치게 한다. 홍삼과 토사자, 사상자 등을 넣어 신장의 양을 돕고 구기자, 오미자 등을 넣어 신장의 음을 도와 서로 기를 키워 준다. 에너지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둘째, 기를 도우며 정신을 맑게 해 준다. 약재 배합 과정에 동충하초, 영지, 황정 등 약재는 오장의 정력, 기력, 신력을 키워 주어 정력을 왕성하게 한다. 약학 실험을 거쳐 보면 위에서 거론한 약재들은 매우 뚜렷한 항 피로성과 항 노쇠기능을 갖고 있어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체력 소모를 개선할 수 있다. 셋째,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식물약재 배합 과정에 약간의 홍화와 장미를 넣어 혈액순환을 활성화시켰다. 혈액순환의 신진대사를 통해 빠른 시간에 말초신경까지 자극해 온 몸의 혈액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도록 돕는다.

지방·콜레스테롤 無… 영양분석표 병에 부착
술에 무슨 영양가가 있나 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물론 술의 주성분은 당연히 알코올이다. 그러나 실제로 술에는 알코올 이외에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많은 물질, 당분과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단백질의 일종), 핵산과 아민류, 칼슘, 인, 철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B 등 무려 100여종의 성분이 들어 있다. 홍선은 2004년 6월 대한민국 주류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홍선21에서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탄수화물 6%, 나트륨 9.5%, 칼슘 9.9%가 포함돼 천연보건식품으로 영양적인 테스트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 사탕에도 붙어 있는 영양분석표가 왜 술에는 없는 건지. 홍선측은 자신이 있기에 당당하게 영양분석표를 달았다고 강조한다. 홍선21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FDA와 ATF를 통과해 최고의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토대로 세계시장으로도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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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4) 전남 순천 ‘보성 녹차주’

 

경향신문 / 2006-01-10 15:18

 

 

차(茶)의 고장인 보성과 인접한 전남 순천시 외서면 신덕리 659 밀림산업 김동현 대표(50)가 빚어낸 ‘보성 녹차주’는 일반 민속주와 달리 ‘웰빙시대’에 걸맞은 술이다. 이 때문에 시판한 지 2년 만에 미국 바이어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14만달러어치를 사가는 등 ‘처녀주’에 걸맞지 않은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녹차주가 대부분의 주류와 달리 마실 경우 혀 끝과 식도를 자극하는 ‘톡 쏘는 맛’을 내지 않고 입안을 감미롭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뒷맛이 부드럽고 달콤해 미국 애주가들은 이를 ‘녹차 와인’이라 부른다. 부드러운 맛(알코올 13%) 때문에 국내 소비층도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도주처럼 부드러워 여성들에게 인기
김씨가 녹차주 생산에 도전한 것은 2002년부터. 이어 2003년 특허를 획득하면서 본격 시판에 나서 지난해 미국에 첫 수출을 하는 등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5억원을 매출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녹차주를 생산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녹차 성분에는 알코올(술) 분해 물질이 들어 있어 ‘궁합’이 맞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효소와 쌀, 누룩 등과 찻잎을 함께 넣어 직접 발효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으나 2년여 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쓴 맛을 봤던 것이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찻잎과 곰팡이균만을 이용, 별도로 발효시켜서 만든 ‘녹차 효소엑기스’와 쌀과 누룩 등으로 별도 발효시킨 물질과 ‘혼합 발효’하는 데 성공하면서 녹차주가 탄생한 것이다. 녹차주의 원료격인 ‘녹차효소 엑기스’를 만드는 데만 3개월이 소요되며 엑기스를 숙성, 탱크에 담아 3개월을 더 묵혀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효소 엑기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녹차효소는 26~29℃에서만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봄·가을에 필요한 양을 만들어 저장했다가 4계절 술을 빚고 있다.

항암·비만억제 등 유용한 차성분 함유
김씨는 보성 다원에서 생산된 녹차 가운데 ‘유기농 등록 찻잎’과 조계산 자락 지하 120m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 순천만 청정미로 녹차주를 빚고 있다. 특히 녹차주는 맛뿐 아니라 녹차 성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항암 작용과 비만을 억제하는 지방분해, 유해물질 해독 기능을 갖고 있다. 녹차주는 찻잎이 갖고 있는 성분 때문에 많이 마셔도 두통과 속쓰림 등 숙취가 전혀 없으며, 차(茶)로 마시는 것에 비해 몸속에서 더 신속하게 분해돼 효능이 곧 바로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다 차를 마시면 속이 찬(냉) 체질에 맞지 않지만 술은 효소 성분 때문에 상관없다. 녹차주 특징이 말해 주듯, 차게 해서 마시면 녹차향을 음미할 수 있다. 잘 어울리는 안주 역시 육류와 수산물 등 두루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생선회 등과 곁들이면 달콤한 맛과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한 층 술맛을 돋우어준다. 국내에서도 주로 일식집 등지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김씨는 녹차소금과 녹차생식 등도 특허를 받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 상당수 민속주 제조업체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지원 아래 지역별로 광역화해 생산할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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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3) 경북 영양 초화주

 

경향신문 / 2006-01-03 15:27

 

 

경북 내륙에서 해와 달이 떠오르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 맑은 날에는 동해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경북에서 가장 높은 산. 영양의 일월산이다. 일자봉(日字峰·1,219m)과 월자봉(月字峰·1,205m)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온갖 산나물과 약초를 키우며 품 속을 찾아드는 뭇 생명들의 기와 혼을 다스려왔다. 무속인들이 굿을 할 때면 가장 먼저 부르는 산신, 일월산신이 민초들의 삶을 보듬어 온 곳이다. 이런 산자락에서 빚어지기 때문인지 ‘영양 초화주(椒花酎)’는 온갖 한약재에다 후추와 꿀이 들어가는 독특한 술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단맛과 매운맛, 쓴맛, 떫은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 술을 마셨다는 느낌도 별로 받지 못할 정도로 뒤끝이 깨끗해 예부터 몸 가짐에 조심한 문인·선비들의 술로 사랑을 받아왔다. 조지훈·오일도·이문열 등 수많은 문인·선비를 배출한 ‘문향(文鄕)의 술’이다.

고려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명주
술 없이는 시를 짓지 못했다는 이규보(1168~1241)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이화주 등과 함께 초화주가 소개돼 있다. 적어도 고려 중기부터 명주로 꼽혀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맥을 잇고 있는 곳은 경북 영양군 청기면의 임증호씨(53) 집안이 유일하다. 임씨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많은 문중에서 빚어왔으나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주세정책으로 다른 문중에서는 맥이 끊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술과 시를 좋아한 선조들이 많았던 덕분에 예천 임씨인 자신의 집안에서는 초화주의 맥이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이규보보다 20여년 연상으로, 술을 의인화해 쓴 소설 ‘국순전’의 작가인 서하(西河) 임춘이 시조다. 그의 5대조 국은(菊隱) 임응성은 ‘원조(元朝)’란 시에서 좋은 봄날을 헛되이 보내야만 하는 자탄을 초화주 한잔에 실었다. ‘올해의 사람도 작년의 사람인데/사람은 해와 더불지 못하여 해만 홀로 새롭다/맑은 날 초화주 가득히 붓고서/흰 머리 그대로 부질없이 봄을 저버린다(今年人是去年人/人不與歲歲獨新/淸辰滿酌椒花酎/白髮居然空負春)’

반주로 2~3잔 마시면 기 북돋워
후추(椒)와 꽃(花) 속의 꿀이 들어간다 해서 초화주다. 먼저 우리 밀을 빻아 반죽을 한 뒤 연잎에 사서 누룩을 띄운다. 찹쌀(멥쌀을 쓰기도 한다)을 불려 고두밥을 찐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혼합해 선선한 곳에 1주일가량 둬 밑술을 만든다. 천궁·당귀·황기·오가피·갈근 등 12가지 한약재와 후추(또는 산초)를 함께 다린 뒤 밑술에 고두밥과 함께 넣어 섭씨 20도 정도 되는 곳에서 한 달가량 발효시킨다. 이를 증류하면서 항아리에 꿀을 발라놓고 증류주를 받으면, 다양한 맛이 어우러져 톡 쏘듯 입안에 번지는 45% 안팎의 초화주가 된다. 증류하기 전에 용수를 박아 위쪽의 맑은 층을 떠내면 15%짜리 약주가 된다. 반주로 2~3잔 정도 마시면 기(氣)가 돋고 피가 맑아진다고 영양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임씨는 “알코올 기운은 꿀이 풀어주고 열은 갈근이 내려주니 숙취가 전혀 없는데다 보기보혈(補氣補血)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선비들이 약용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이 고장 버섯전골이나 한우불고기, 인근 동해안에서 나는 과메기와 영덕대게, 생선회 등이 안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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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2) 강원 횡성 ‘청일하향주’

 

경향신문 / 2005-12-27 15:30

 

 

우리나라에 복분자(覆盆子:산딸기)를 주원료로 한 술들이 의외로 많다. ‘병약하던 아이가 스님의 권유로 산딸기를 장복한 후 소변을 보니 요강이 뒤엎어질 정도로 건강해 졌다’는 민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복분자는 퍽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타 왔다. “양기를 북돋우고 피를 맑게 해준대…. 머리털을 희지 않게 하는 미용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 좋겠지 뭐.” 민담뿐 아니라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을 통해 복분자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이를 이용한 술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러나 복분자에 여러가지 한약재를 첨가해 만든 민속주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강원 횡성군 (주)원앤원·하향주가에서 생산중인 ‘청일하향주(晴日荷香酒)’는 복분자를 주원료로 새로운 맛을 찾아낸 알코올 도수 18%의 술이어서 애주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일하향주는 누룩에 국화꽃, 약쑥, 인동초 등을 섞어 전통적인 방법으로 빚어내는 대구 달성의 하향주(荷香酒)와 이름이 비슷하나 생산 공정 및 맛이 전혀 색다른 술이다.

아름다운 빛깔과 7가지 맛 어우러져
새색시의 볼처럼 발그스름한 빛깔의 이 술은 (주)원앤원 대표인 이형익씨(55)가 전통비법을 바탕으로 3년여간 연구 끝에 제조에 성공, 1999년 첫선을 보인 술로 복분자를 비롯, 16가지 한약재가 첨가돼 있다. 남성호르몬 분비촉진과 양기, 음기 모두를 북돋워준다는 ‘사상자’, 조루나 유정에 좋은 ‘토사자’, 강장에 좋다는 ‘오미자’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여러가지 약재를 첨가하다 보니 쓴맛 단맛 신맛 등 7가지 맛이 공존하는 듯한 오묘한 맛을 낸다. 그 중 포도당, 과당, 펙틴과 레몬산, 살리실산, 카프론산 등 유기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복분자의 특성으로 인해 단맛이 돋보이고 와인과 같이 부드러워 여성들의 취향에도 맞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주로 횡성지역에서 재배하는 토종 복분자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복분자 사용량만 연간 4t에 달한다. 청일하향주는 95%의 주정에 물을 부어 희석한 다음 복분자와 한약재를 첨가해 6개월간 숙성시켜 침출한 원액에 각종 감미재를 첨가해 만들어진다. 이형석 대표는 “절묘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가미·여과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쓴맛을 줄이고 향을 높이기 위해 연간 5t가량의 배를 구입, 즙을 낸 후 숙성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청일하향주의 맛을 결정하는 몇가지 중요 비법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까다로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3년 전부터 굴지의 주류회사 연구실에서 25년간 일해온 주조사를 상무로 영입, 뒷맛이 깨끗하고 마시고 난 후 숙취감이 없는 현재의 ‘청일하향주’를 만들어 냈다.

와인처럼 부드러워 여성들도 좋아해
이대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은 술맛을 배가시키는 청정한 물이다. (주)원앤원·하향주가의 자동화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은 횡성군 청일면 갑천리 태기산 자락이다.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군에 대응했다는 태기산(해발 1,261m) 주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은 최고의 물맛을 자랑한다. 게다가 청일면 일대는 횡성댐 건설로 대부분이 상수원 규제를 받고 있어 오염원이 원천 차단돼 양질의 물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청일하향주를 접해본 애주가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회 등을 즐기며 부담없이 마시기에 적당한 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330㎖(4,500원), 500㎖(8,300원) 두가지 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에 13개 지사와 60여개 대리점이 있다. 033-34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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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1) 부산 ‘천년약속’

 

경향신문 / 2005-12-13 16:48

 

 


혈전, 즉 혈관 속의 엉겨 붙은 핏덩이를 녹이는 술이 있다. 부산에서 열린 200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건배주로 등장, 일약 명주(銘酒) 반열에 오른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다. 만찬장의 건배주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되고 혈전 용해 효과가 알려지면서 정상회의 이후 천년약속은 전 세계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대학교수가 항암물질 찾다 개발
‘천년약속’은 동의대 생명응용과학과 정영기 교수의 뜻하지 않은 발견으로 탄생했다. 정교수는 지렁이와 볏짚에서 발견한 ‘콩 발효 세균’으로 기존의 것보다 최고 36배나 분해효과가 높은 혈전용해제를 개발한 미생물학의 권위자. 1998년 상황버섯에서 항암물질을 찾던 정교수는 우연히 버섯 균사체 배양액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0.5%라는 수치가 나왔다.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효모’라는 것은 상식이었기에 전문가들조차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정교수는 버섯 균사체가 알코올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항암물질 추출은 제쳐 놓고 말았다. 배양액 등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실험한 결과 1999년에는 알코올 농도를 8%까지 올리는데 성공했다. 정교수는 2000년 3월에는 ‘버섯 균사체가 분비하는 알코올의 생산과 이를 이용한 기능성 주류 개발’ 특허를 출원, 2004년 특허를 받았다. 1,0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맛과 건강을 챙기는 술이라는 뜻으로 ‘천년약속’이란 이름을 지었다.

혈전제거에 좋은 상황버섯 발효주
상황버섯은 나무 그루터기에 혓바닥을 내민 모습을 하고 있어 수설(樹舌)이라고 불린다.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약재로 쓰인다. 대량 재배가 어려워 고가에 거래되는데다 일반인은 진품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버섯이다. 천년약속은 이같이 약재로 여기는 상황버섯으로 빚은 술이다. 상황버섯이 원료는 아니다. 술의 원료는 쌀이 100%다. 효모를 이용해 술을 만드는 일반적인 약주와 달리 천년약속은 상황버섯의 균사체가 발효원이다. 상황버섯에서 세포를 떼어내 균사체를 배양한 뒤 ‘알코올데히드로게나제’라는 효소를 추출, 쌀과 함께 발효시켜 떠낸 술이다. 동의대 한방병원 실험 결과 천년약속은 혈전생성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β-글루칸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다른 술에 비해 콜레스테롤 증가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술이기 때문에 과음이 좋을 리는 없다. 쌀과 상황버섯으로 만든 술이어서 부드러움과 버섯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다른 약주와 차이다. 현재는 부산 기장군의 (주)천년약속(대표 김성열)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하루 7,000병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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