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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4 [전통주 기행] (10) 김천 과하주(過夏酒)
  2. 2015.07.14 [전통주 기행] (09) 고구려 술 ‘계명주’
  3. 2015.07.14 [전통주 기행] (08) ‘대한민국 대표소주’ 안동소주
  4. 2015.07.14 [전통주 기행] (07) 순천 사삼주
  5. 2015.07.14 [전통주 기행] (06) 3大소주 ‘제주 고소리술’
  6. 2015.07.14 [전통주 기행] (05) ‘경주 교동법주’
  7. 2015.07.14 [전통주 기행] (04)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8. 2015.07.14 [전통주 기행] (03) 지리산 솔송주
  9. 2015.07.13 [전통주 기행] (01) 소주와 지초의 만남 ‘진도 홍주’
  10. 2015.07.13 정종처럼 데워서 마시는 와인 ‘글루바인’
  11. 2015.07.13 [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또 다른 변신 - 코냑
  12. 2015.07.13 약주는 차게 마셔야 제맛
  13. 2015.07.13 [박재은의 명품 먹거리] 소곡주 그윽한 술맛보다 백제의 향기에 먼저 취하다
  14. 2015.07.13 [화학산책] 표면 활성 물질, 계면활성제(Surfactant)
  15. 2015.07.13 [지구과학산책]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 희토류
  16. 2015.07.13 [물리산책] 액체에서 기체로 바뀐다, 끓는점
  17. 2015.07.13 [원리사전] 후덥지근한 공기를 차가운 공기로, 에어컨의 원리
  18. 2015.07.13 [지구과학산책] 기상이변의 주범, 엘리뇨와 라니냐 1
  19. 2015.07.13 [원리사전]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 올리는 방법, 도르래의 원리
  20. 2015.07.13 [알아봅시다] 석유정제 원리와 석유제품
  21. 2015.07.13 순금은 왜 ‘24K’라고 할까
  22. 2015.07.13 [지구과학산책] 해양심층수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까지, 심해저 자원 개발
  23. 2015.07.13 방사성 물질 ‘세슘137’ 반감기 몸밖선 30년, 몸안선 108일… 왜?
  24. 2015.07.13 드라마 ‘싸인’의 안티몬보다 위험한 건 천연 독?
  25. 2015.07.13 [수학산책] 특별한 수, 원주율 π
  26. 2015.07.13 [물리산책] 전기학과 자기학의 통합, 전류의 자기작용
  27. 2015.07.13 [생물산책]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28. 2015.07.13 [물리산책] 열전달의 방법, 대류
  29. 2015.07.13 [생물산책] 생물다양성의 실제, 미생물
  30. 2015.07.13 [물리산책] 열전달의 방법, 열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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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10) 김천 과하주(過夏酒)

 

경향신문 / 2005-05-11 16:42

 

 

투명한 황갈색에 부드러운 맛과 향. 한여름의 더위를 넘겨도 변하지 않는 약주. 경북 김천의 ‘과하주(過夏酒)’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된 명주 중에서도 상품으로 꼽혔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힘차게 뻗어 내려가던 백두대간이 추풍령을 지나며 숨을 고르는 곳에 위치한 김천(金泉). 지명부터 ‘금(金)이 나는 샘(泉)’이니 이 고장 물로 빚은 술맛이 어떻겠는가. 과하주는 16도짜리 순곡주와 여기에 소주를 섞어 거른 30도 안팎의 재성주(再成酒) 등 두가지가 있다. 과하주에는 충북과 전북·경남의 접경지역으로, 물 좋고 산 좋은 김천의 풍광과 숨결이 그대로 배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나지 않는 맛
“김천 과하주는 온 나라에서 그 이름이 높으며 외지 사람이 그 술을 빚는 방법을 배웠으나 맛이 본토주(김천 과하주)와 같지 아니하였음은 그 샘물이 타지와는 달리 특이한 신비가 있는 연고다.” 오래된 향지 금릉승람(1702년)은 이렇게 과하주 맛의 비결이 이 고장 물에 있다고 적고 있다. 김천의 향토사에 따르면 옛날 이 지방에 샘이 있어 그 샘물로 술을 빚으면 맛과 향기가 좋았다. 이 샘을 금지천(金之泉) 또는 주천(酒泉)이라고 불렀으며 김천이라는 지명도 그 샘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곳을 지나다가 물 맛을 보고 중국의 금릉(金陵)에 있는 과하천(過夏泉) 물맛과 같다 하여 김천의 옛 이름인 금릉이란 지명과 과하천이 유래됐다고 한다. 또 이 샘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금이 났다는 샘인 금지천은 묻혔다고도 전해져 과하천과 같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랫동안 과하주샘으로 불려온 과하천은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228호로 남산동에 있다. 이 샘에는 1882년 새겨진 ‘금릉주천(金陵酒泉)’이란 글귀가 있다.

치과의사가 되살린 전통주
김천 과하주는 조선 초기부터 만들어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기록에 남겨질 정도의 명주다. 1930년 한·일 합작으로 김천주조가 설립되면서 대량 생산됐으나 해방과 함께 문을 닫으면서 명맥이 끊겼다. 이를 치과의사이자 김천문화원장이던 고 송재성씨(1912~98)가 복원, 8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됐다. 김천주조 건너편에서 병원을 하면서 제조 과정을 익히 봐왔던 송씨는 김천주조에서 근무했던 조무성씨와 함께 숱한 시행착오 끝에 과하주를 복원했다. 91년 제조면허를 받아 생산에 나섰으며 기능보유자이던 송씨 작고 이후에는 둘째 아들인 송강호씨(66·전수조교)가 대를 잇고 있다.

주량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술
과하주는 예부터 음력 정월에 빚어서 4월에 즐겨 먹었다고 전한다. 밀을 갈아 샘물로 반죽해 누룩을 만든다. 찹쌀을 샘물에 담갔다가 하루 뒤 건져내 고두밥을 찐다. 이를 떡판에 올려놓은 다음 누룩가루가 24시간 우러난 것과 함께 버무려 떡편을 만든다. 식힌 떡편을 독에 넣고 한지로 밀봉해 서늘한 곳에서 30일 이상 장기 저온 발효시킨 뒤 떠낸 16% 약주가 경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과하주다. 정주(精酒)를 뜨고 남은 술지게미에 증류소주를 부어 숙성시켜 거르거나 16% 약주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든 뒤 이를 16% 약주와 섞어 숙성시키면 한여름 복더위에도 변질될 우려가 없는 30% 안팎짜리 과하주가 된다. 여름에 강해 이름 그대로 한여름을 나는(과하·過夏) 술이다. 소주처럼 톡 쏘는데 맛은 약주로 술이 약한 사람도 즐겨찾는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신맛이 느껴지는 과하주는 손에 묻으면 끈적거릴 만큼 진하다. 숙취가 없고 갈증을 없애주며 적당량을 마시면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과 신경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산이수(三山二水)의 맛과 멋
과하주는 삼산이수(三山二水, 황악산·고성산·금오산·직지천·감천)의 고장이 빚어낸 술이다. 그런 만큼 이 고장의 향토음식이 안주로 제격이다. 껍질과 비계를 그대로 구워도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차지면서도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지례 흑돼지는 과하주의 맛을 돋운다. 직지사를 보듬고 있는 황악산의 버섯·참나물·곰취같은 산채와 두부·묵 등도 부드럽고 뒤끝이 없는 순한 과하주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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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9) 고구려 술 ‘계명주’

 

경향신문 / 2005-04-27 16:24

 

 

백제의 술이 ‘소곡주’이고, 신라의 술이 ‘경주법주’라면, 고구려의 술은 단연 ‘계명주(鷄鳴酒)’이다. 계명주는 여름철 황혼녘에 술을 빚어 밤을 재운 뒤 새벽에 닭이 울면 익어 마실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계명주를 ‘속성주’, ‘삼일주’라고도 부르지만 실상은 보름 이상의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거쳐야만 참맛이 난다.

계명주는 연한 황색 빛깔로 단맛과 함께 은은한 솔향이 압안에 오래 남아 입맛을 돋운다. 동의보감에도 적당량을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폐와 위를 보한다고도 기록돼 있다. 쉽게 취하지 않으며 설령 취했다 하더라도 금세 깨는 것이 이 술의 특징이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 자락 자그마한 공장에서는 고구려인의 기개가 물씬 풍기는 계명주를 빚고 있다. 계명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생산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계명주) 민속주 기능보유자이며, 한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최옥근씨(62)가 운영하는 곳이다. 계명주는 평안남도 지방에서 그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씨는 평안남도 결성(結城) 장씨가(張氏家)의 11대 종손 며느리. 평안남도 출신인 최씨의 시어머니 고 박재형씨는 한국전쟁 때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기일록(忌日錄)을 품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기일록에는 조상의 제삿날과 함께 제주를 담그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최씨의 남편인 장기항씨(2005년 3월 작고)도 당시에는 기일록에 제조과정이 적힌 가양주(家釀酒)가 고구려 전통술이란 사실을 몰랐다. 1980년대 정부가 민속주 개발을 지원한다는 말을 듣고 이리저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 술이 계명주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계명주에 대한 문헌은 1,500년 전 중국에서 편찬된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 안내서 제민요술(齊民要術)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에서는 하계명주(夏鷄鳴酒)로 밝히고 있는데 ‘여름철 황혼녘에 빚어 다음날 새벽에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 문헌에 기록돼 있어 자칫 중국 술로 오해할 수 있지만 1,000년 전 중국 송나라 때 국신사를 수행한 서긍(徐兢)이 고려에서 보고 들은 것을 쓴 기행문 ‘고려도경’에 고려인은 계명주를 잔치술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고려도경에는 ‘고려시대 잔치술은 맛이 달고 빛깔이 짙으며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국내 관련 학자들은 이 책에 기록된 술의 제조법이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 제조법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1987년 계명주를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했다. 또 전수자인 최씨는 전통주 명인으로 선정됐다.

계명주는 현재 알코올 도수에 따라 4가지로 생산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가장 적은 7%에서부터 11%, 13%, 16% 등이다. 특히 도자기에 담긴 13%와 16%짜리 계명주는 최근 개발된 상품으로 일본과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해외에도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계명주 제조원 이창수 사업본부장(50)은 “계명주는 국내 민속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며 “품질을 알아본 미국의 관련 유통회사와 최근 5억원가량의 수출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일본에서도 주문이 조금씩 늘고 있어 최씨는 일부 제조과정을 제외하고는 자동화 장치를 도입, 하루에 1만5천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유통망이 미흡해 실제 생산량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오랫동안 감치는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줘 계명주의 안주로는 고기류가 잘 어울린다. 특히 일반 돼지고기보다 느끼함이 덜한 멧돼지고기는 예부터 계명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계명주는 이달말 국내 최대 규모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완공되는 고양국제전시장(KINTEX) 내 주류 상설매장에 국내 유명 전통주와 함께 항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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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8) ‘대한민국 대표소주’ 안동소주

 

경향신문 / 2005-04-20 16:36

 

 

화끈하게 취하고 깨끗하게 끝난다. ‘안동소주’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 ‘대표 소주’로 불리는 까닭이다. 시인 유안진은 “사나이의 눈물 같은, 피붙이의 통증 같은, 첫사랑의 격정 같은 내 고향의 약술”이라고 노래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화끈거리는 불의 힘이 느껴지는 45% 화주(火酒). 이 고장 시인 안상학의 구수한 술타령처럼 “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고리 엎어놓고 장작불로 짜낸 홧홧한 안동소주”에는 “취한 두어 시간 잠에서 깨어나 머리 한번 흔들고 짚세기 고쳐 매고 길 떠나는 등짐장수”와 같은 우리네 모습과 정서가 배어있다.

안동소주, 우리나라 소주의 역사
우리나라에 증류주인 소주가 전해진 시기는 쿠빌라이가 고려를 침략한 13세기로 전해진다. 몽골은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아랍의 알코올 증류법을 배워 소주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 정벌을 위한 몽골의 전진기지가 있던 개성과 안동, 제주를 중심으로 전파됐다는 설이 보편적이다. 칭기즈칸 후예의 약탈 상흔과 함께 남은 증류주 문화가 재탄생한 것이 안동소주인 셈이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사’에 김진(金眞)이란 무장이 임지인 경북 북부지방에서 소주 먹기를 즐겨하여 소주도(燒酒徒)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사대부들이 호사스러워져서 소주를 많이 마셔 취해야만 그만뒀다는 등의 내용이 눈에 띈다. 이같은 기록 등으로 미뤄 권문세가에서 소주를 빚어 마시거나 약으로 이용되다 일반 백성에게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만주까지 명성 ‘명품소주’
안동소주는 안동지방 명문가에서 가양주로 전승돼왔다. 처음으로 대량 생산된 것은 1920년대 참사를 지낸 권태연이 안동시 남문동에 공장을 세우고 상품화한 ‘제비원 소주’다. 전통 누룩대신 배양균을 이식하는 일본식 흑국을 사용한 개량된 방식으로 생산, 일본과 만주에까지 판매되면서 명성을 떨쳤다. 64년 정부의 양곡정책에 따라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개량된 방식으로 생산되던 소주마저 생산이 중단됐다. 일제 강점기와 주세법 개정으로 안동소주의 전승이 위태로웠지만 민간에서는 몰래 만들어 마시며 맥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87년 안동소주 제조 비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고 조옥화씨(83)가 기능보유자로 인정돼 90년 민속주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면서 ‘대한민국 대표 소주’로 부활했다.

밤이슬이 만들어 그윽하구나
안동소주를 만드는 재료는 깨끗한 물과 누룩을 만드는 밀, 고두밥을 만드는 멥쌀이 전부다. 다른 첨가물은 전혀 없다. 누룩은 통밀을 씻어 말린 다음 적당히 바수어 물을 섞어 버무리면서 꼭꼭 뭉쳐 누룩틀에 넣어 만든다. 20일 정도 띄운 다음 콩알 정도의 크기로 부숴 널어놓고 밤이슬을 맞힌다. 멥쌀로 고두밥을 쪄 그늘에 멍석을 깔고 넓게 펴서 식힌 다음 깨끗한 물을 부어가며 고두밥과 누룩을 손으로 버무려 술독에 넣어두고 15일 정도 숙성시키면 노르끄레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증류하기 이전 단계인 전술이 된다. 발효된 전술을 솥에 넣고 소주고리와 냉각기를 솥 위에 얹은 뒤 불을 지펴서 열을 가하면 전술이 증발하면서 냉각기에 닿아 액체로 변해 소주 고리관을 타고 떨어진다. 처음에는 70~80%의 높은 도수의 소주가 흘러나오다 점점 도수가 낮아지는데 45%가 됐을 때 증류를 멈추면 맛과 향이 뛰어난 안동소주가 된다.

빨리 취하고 빨리 깨고 뒤끝 없고 ‘싸나이 술’
안동소주는 도수가 높은 만큼 빨리 취하고 빨리 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이 쌀로 다져졌기 때문에 쌀과 밀 등 순곡으로 만들어진 안동소주의 위 흡수력이 빨라 빨리 취하고 몸에 부담도 덜 준다고 안동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도수가 높기 때문에 안주로는 육류 등 기름진 것이 좋다. 안동 특유의 음식인 가오리찜과 삶은 문어, 상어전, 고기를 넣은 파산적이 안주로 제격이다. 안동 사람들은 곧잘 ‘쌀과 보리의 만남’이라며 안동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기도 한다. ‘안동소주 폭탄주’인 셈이다. 애주가인 김휘동 안동시장(61)은 “안동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면 양주를 섞을 때와 달리 거품도 안 생겨 깨끗하게 마신 뒤 깨끗하게 깬다”며 “안동소주야말로 뒤끝없는 사나이의 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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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7) 순천 사삼주

 

경향신문 / 2005-04-13 16:39

 

 

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낙안민속마을 인근 낙안 민속양조장(대표 박형모)에서 빚어내는 사삼주(沙蔘酒)는 달콤한 향이 이내 코를 자극하고 마시면 약간 씁쓰레한 게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는 찹쌀과 더덕을 원료로 사용해 숙성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이 우러나고 더덕의 씁쓰레한 맛이 술에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삼주 맛의 비밀은 더덕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더덕(뿌리)을 한방에서 사삼이라 부른다. 인삼(人蔘)과 형태와 성분이 엇비슷해 일컫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삼은 인삼의 효능인 강장은 물론, 거담이나 위장을 튼튼히 해주는 약리성분을 갖고 있어 호흡기가 약하거나 위장이나 간이 부실한 사람에게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박씨가 사삼주를 정부로부터 전통 민속주로 지정받아 본격 시판한 것은 1990년이다. 88년부터 낙안민속마을에 걸맞은 전통주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문헌을 뒤진 박씨는 시제품을 만들어 순천대 김용두 교수팀에 의뢰, 충분한 시험과정을 거쳤다. 지봉 이수광이 펴낸 승평(옛 순천지명)지에 낙안사삼주의 맛과 향취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고을 원님들이 즐겨 마셨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기록은 순천의 양반과 풍류객들이 기품있는 사삼주를 가양주로 빚어 마셨음을 설명해 준다. 현재 낙안에서 만들어지는 사삼주는 박씨의 부인 허효현씨(78)의 손끝에서 나온다. 허씨는 낙안과 인접한 보성군 득량면 오복리 양천 허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청정해역 득량만을 끼고 있어 다양한 어패류의 젓을 직접 만들어 밥상에 올리는 ‘발효식품’의 원조 마을이다. 허씨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밥상에 토하젓과 멸치·조갯살·대구아가미 등 매일 5종류 이상의 젓갈을 올렸다”고 술회한다.
제대로 된 젓갈맛을 내려면 좋은 재료에 천일염을 적당히 버무려 알맞은 환경과 기온에서 숙성시켜야 하고 이때 적정한 ‘발효’가 맛을 좌우하듯 전통주도 그렇다. 그는 18세때 보성읍에 사는 박씨와 결혼, 박씨 문중에서 가양주로 대를 이어온 사삼주를 접하게 된다. 결혼 직후 서울에서 살던 허씨는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남편의 고향인 보성읍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주조장을 15년가량 운영하다 70년 낙안읍성내로 이사하여 주조장을 계속했다. 91년 낙안읍성 정비계획에 따라 성밖 50여m 거리로 이주하여 생산시설과 안집을 마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허씨가 ‘발효주’인 사삼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50년 세월을 헤아린다.

찹쌀+더덕+청정지하수
순천 사삼주는 땅이 비옥하기로 이름난 낙안 들녘에서 재배한 토종 찹쌀과 질좋은 더덕, 끓이지 않고 그냥 마셔도 배탈이 나지않는 낙안의 청정지하수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빚어진다. 1차로 찹쌀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5:1 비율로 버무려 숙성실에서 사나흘간 익혀낸다. 여기다 2차로 다시 더 많은 양의 고두밥과 누룩·맑은 물을 더해서 혼합, 숙성시키고 술내리기 6일 전에 생 더덕즙을 넣어 3~4일간 5℃가량의 상온저장을 거치는 등 완제품까지는 20~25일이 소요된다. 이같은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더덕의 효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사삼주가 완성된다.

씁쓰레한 맛엔 생선회가 제격
사삼주가 갖는 씁쓰레한 뒷맛 때문에 안주로 농어와 도미 등 생선회가 최고로 꼽힌다. 이들 안주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지녀 더덕 특유의 맛을 반감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즈음 많이 생산되는 멍게(우렁쉥이)도 궁합이 맞는 안주거리이며 더덕구이와도 잘 어울린다. 사삼주는 약간 차갑게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으며 만취해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거나 속쓰림 등 숙취가 거의 없다. 생 더덕즙이 갖는 효능이 호흡기의 가래를 삭이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 뒤탈을 없애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낙안읍성 민속양조장에서는 서민들의 술인 막걸리도 함께 만들고 있다. 92년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가업을 이어가는 장남 장호씨(41)는 “낙안 사삼주야말로 ‘웰빙시대’에 걸맞은 술”이라고 말한다. 요즈음 젊은층이 소주와 맥주·양주 등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으나 언젠가 이같은 전통주의 진가를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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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6) 3大소주 ‘제주 고소리술’

 

경향신문 / 2005-04-06 16:18

 

 

‘눈물 한 방울에 술 한 방울’
장작불을 때며 술을 내리는 고소리술의 제조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매캐한 장작불 연기에 눈물을 줄줄 흘려야만 고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술 한 방울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소리술은 제주의 토종 좁쌀과 지하수로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 토기로 된 증류기인 고소리에서 술을 내린다 하여 고소리술이란 이름이 붙었다.

제주를 대표하는 민속소주
화산토양 제주도는 쌀이 매우 귀했다. 따라서 제주에서는 쌀보다 잡곡 등을 원료로 술이 빚어졌다. 그 대표적인 술이 좁쌀을 원료로 한 고소리술이다. 1520년 조선 중종때 김정이 쓴 ‘제주풍토록’에는 ‘쌀이 매우 적어 청주는 귀하고 소주를 쓴다’고 적혀 있다. 1653년 탐라지에도 ‘소주를 많이 마신다’고 적혀 있듯이 제주에서는 증류식 소주가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소리술은 이처럼 과거 제주선인의 삶과 혼이 깃든 전통주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통적인 제조방법에 의한 고소리술은 명맥을 잃어가고 있다. 소주는 600년전 중국 원나라때 처음 생산됐다. 한반도에 들어온 소주는 지역마다 명칭을 달리했다. 특히 몽골의 전초기지가 있었던 제주, 안동, 개성에서 소주가 많이 빚어짐에 따라 제주소주, 안동소주, 개성소주가 유명해졌다. 고소리술은 우리나라 3대 소주의 하나인 셈이다.

힘든 제조과정만큼 귀한 술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만든 뒤 재증류과정을 거쳐 나오는 술로 전통적인 제조과정이 복잡하다. 우선 좁쌀을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물에 반죽해 오메기떡을 만든다. 오메기떡을 물에 넣어 끓인 뒤 맥보리로 만든 재래누룩과 섞어 술독에서 발효시킨다. 숙성기간은 겨울은 15일, 여름은 7일 정도다. 이 과정에서 누룩을 다시 첨가, 술기운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이를 술을 일으켜 세운다고 한다. 2차 숙성이 끝나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구수한 맛이 배어나오는 오메기술이 된다. 고소리술을 만들려면 오메기술이 익었다고 판단된 상태에서 무쇠솥에 넣고 30분 정도 끓여줘야 한다. 이어 고소리를 무쇠솥 위에 올려놓고 장작불로 계속 끓인다. 이때 고소리와 솥사이는 띠로 친친 감아 증기가 새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고소리 위에는 알코올 증기의 냉각이 잘 되도록 찬물을 채워넣는다. 고소리 안에서 알코올 증기가 이슬로 변하면서 주둥이를 통해 맑고 투명한 술이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떨어지게 된다. 고소리 한솥에서 떨어지는 술방울을 다 모아야 겨우 1병을 채울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고소리술 제조방법은 최소한 한달 이상 걸려 상당한 고역이 따른다. 경조사나 제사에 대비해 고소리술을 빚는 어머니의 몸에서는 항상 술냄새가 배어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고소리술은 어머니 향내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모향주, 또는 사모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독특한 맛과 향, 해산물 안주 일품
고소리술은 알코올 농도가 약 40%로서 무색이고 향취는 약간 탄듯하면서도 고소하다. 목에서 깨끗이 넘어가며, 원료에서 오는 독특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많이 마셔도 몸을 괴롭히지 않고 뒤끝이 없다. 누룩의 종류에 따라 알코올 농도가 다르다. 고소리술 전수자의 한 사람인 고(故) 고익만씨는 70%까지 나가는 고소리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까지도 제주 중산간 마을에서 고소리술을 제조, 주둥이가 좁은 술항아리인 옹기에 담아 팔기도 했다. 고소리술과 유사한 술로 허벅술을 들 수 있다. 허벅술은 1996년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 당시 일본 하시모토 총리가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시모토 술’이라는 별명과 함께 유명세를 탔다. 허벅술은 오크통에 1년동안 저장, 숙성시킨 후 출하한다. 알코올 농도 35%의 독주이지만 맛이 부드러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고소리술과 궁합이 맞는 안주는 육류보다 나물종류나 해산물이라 할 수 있다. 술 자체가 담백하기 때문이다. 산나물이나 제주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로 만든 전, 옥돔구이 등을 안주로 곁들이면 술맛은 더욱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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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5) ‘경주 교동법주’

 

경향신문 / 2005-03-30 16:33

 

 

혀 끝에 착 감기는 달콤한 맛, 노르스름하고 투명한 빛깔, 곡주 특유의 향긋한 냄새. 경주최씨 가문에서 대대로 빚어온 교동법주는 조상 제사와 손님 접대를 위한 가양주(家釀酒)로 우리나라 민속주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맛과 빛깔,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주 교동법주는 화학주가 아닌 살아 있는 술이다. 그래서 과음을 해도 취하는 줄 모르고, 마시고 난 뒤에도 숙취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경주 가서 교동법주 맛보지 못했으면 경주 헛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애주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198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이 술은 경주최씨 가문에서 며느리의 손끝으로 전해져 독특한 맛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경주 최부자 집과 교동법주
교동법주는 만석꾼 집안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 집에서 350여년간 빚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제사용, 손님접대용으로 제조했으나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더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최부자 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준수하면서 인심을 쌓아왔다. 예부터 분에 넘치는 벼슬을 탐하지 말고 필요 이상의 축재를 멀리하라는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진정한 부자소리 들으려면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최씨 집안의 가훈이다. 사람 사는 집의 인심 소문은 과객의 입에서 난다는 말처럼 손님을 따뜻하게 대접해 왔다. 법주를 처음 빚은 사람은 현재 기능보유자인 배영신씨(89)의 남편 최종씨(작고)의 9대조인 최국선으로 전해져 온다. 그는 조선 숙종 때 임금님의 수라상 및 궁중음식을 감독하는 사옹원(司甕院)의 참봉을 지냈다. 그는 사옹원의 실무 책임자로 봉직하다가 낙향하여 법주를 빚었다. 이는 법주가 궁중으로부터 유래된 술임을 시사해 준다.

민속주의 대명사
찹쌀 특유의 진득한 감촉이 돋보이는 교동법주는 은은한 향기와 입에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놋잔에 담긴 교동법주는 밝고 투명한 미황색을 띠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시각적으로 술맛을 음미하게 한다. 황남빵과 함께 경주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꼽히는 교동법주는 고종때 진상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경주시가 1998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한국의 술과 떡잔치’에 매년 출품되는 교동법주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으로부터도 인기품목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맛의 비밀은 토종찹쌀과 우물물
최상의 술을 빚기 위해 원료부터 차별화를 꾀한다. 원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찹쌀과 밀누룩, 우물물이 전부다. 그러나 일반 술은 멥쌀로 제조하는 데 비해 교동법주는 토종 찹쌀을 고집한다. 누룩도 엄선된 밀누룩만 쓴다. 물은 100년 넘은 구기자 나무 뿌리가 드리워진 집안 우물물만 사용한다. 배할머니는 ‘명주는 명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술 담그기를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석달 열흘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술은 원재료 못지않게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하루에 20여병(900㎖들이)만 생산하고 별도의 유통망도 갖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제조시설이 재래식인 탓도 있지만 최고의 술은 희소성과 품격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점이 없는데다 인터넷이나 우편으로도 구입할 수 없고 교동마을 최씨 고택에 가야만 살 수 있다. 술 빚을 양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찹쌀과 누룩 물로 밑술을 만들어 약 10일간 발효시킨다. 밑술이 익으면 덧술을 만드는데 밑술에 물을 붓고 끓여서 식힌 뒤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섞어 넣는다. 20여일이 지난 뒤 용수(술 거르는 기구)로 거른 뒤 두 차례의 숙성단계를 거치면 술이 완성된다. 미황색을 띠며 찹쌀 특유의 진득한 감촉과 더불어 순하면서도 곡주만의 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교동법주와 사연지 ‘맛있는 만남’
경주최씨 집안에 대대로 전해오는 사연지는 교동법주에 딱맞는 안주다. 싸서 넣은 김치라는 뜻의 사연지는 큰 새우 속살 등을 배추잎으로 싼 것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실고추에 버무린 해산물이 맛을 더해준다. 시원한 국물 맛도 빼놓을 수 없다. 톡쏘듯 찡한 맛으로 겨울철 별미 보쌈김치를 연상케 한다. 북어포를 참기름에 버무린 북어포무침, 송화·깨 등을 갈아 만든 다식, 전과 등도 교동법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 꼽힌다. 최씨 집안에서 내놓는 안주는 모두 손수 만들어 정성이 묻어나 입맛을 더욱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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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4)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경향신문 / 2005-03-23 16:21

 

 

한산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건지산 맑은 물로 빚어내는 명주(銘酒) 중의 명주다. 기록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민속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역사만큼이나 맛과 향이 뛰어나다. 백제시대부터 면면히 흘러온 제조비법은 지금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나씨 집안에서 전수해 장인정신으로 특유의 향과 맛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最古)의 명주, 맛도 최고(最高)
옛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소곡주는 백제 멸망후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백제 유민이 한산지역에서 다시 빚어 마신 게 유래가 됐다. 삼국사기 백제본기를 살펴보면 ‘다안왕(多晏王) 11년(318)에 추곡의 흉작으로 민가에서 제조하는 소곡주를 전면 금지하였다’고 기록돼 있고 ‘무왕 37년(635) 3월 왕이 조정 신하들과 백마강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시어 그 흥이 극치에 달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초기에는 왕실은 물론 민가에 가장 많이 알려진 술로 기록돼 있다. 술에 얽힌 재미난 얘기도 많다. 조선시대 때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지방을 지나다 목이 말라 인근 주막에 들러 미나리부침을 안주로 소곡주 한잔을 마셨다. 그 맛이 너무 좋아 두잔째부터 취흥이 돋은 선비는 시를 읊고 즐기다 시간을 보내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서 술맛에 취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독특한 들국화 향… 고혈압 방지효과도
한산소곡주는 저온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켜 제조한 곡주로 독특한 감칠맛과 깊고 그윽한 향이 으뜸이다. 피를 맑게 해주고 말초혈관을 확장,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하 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효과가 뛰어나다. 인공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산소곡주를 빚을 때 사용되는 재료는 찹쌀·메주콩·누룩·들국화 등으로 신토불이 재료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특히 들국화는 그윽한 향과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순수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 한산소곡주는 술을 내리는 정성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나는데 양력으로 12월, 음력으로 10월에 술을 내려 그 이듬해 1월까지 100일 동안 익힌 술을 으뜸으로 친다.

세계인의 명주 꿈꾼다
최근들어 청와대 만찬 등 각종 주요행사에 소개되면서 한산소곡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농림부 주최 ‘2004 한국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에서 우리 고유 전통주류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할 만큼 한산소곡주 명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대형 유통매장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한 한산소곡주는 이제부터 세계시장을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미나리부침·육회 등과 찰떡궁합
한산소곡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단연 미나리부침이다. 과거를 보러 가다 술맛에 취해 주저앉은 선비가 먹던 안주도 바로 미나리부침이었다. 미나리는 향긋한 맛이 일품인 계절채소로 비타민A·C의 보고로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한방에서는 신경통·류머티즘·혈압강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고혈압 방지효과가 있는 한산소곡주와 닮은 꼴이다. 요즘에는 미나리부침 외에 육회, 아구찜 등이 애주가로부터 손꼽히는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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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3) 지리산 솔송주

 

경향신문 / 2005-03-16 16:18

 

 

은은한 솔향, 입안에 맴도는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 지리산 솔송주의 매력이다. 솔송주는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사는 하동 정씨 집안에서 제조법이 대대로 전수되고 있다. 개평마을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고을로 흔히 ‘좌(左)안동 우(右)함양’ 할 때 우함양이 지칭하던 곳이다. 그만큼 개평마을에서는 1년 내내 선비들의 시와 풍류가 끊이지 않았다. 바로 그 주안상에 오르던 술이 지금의 솔송주라는 이야기다. 1996년 주조허가를 받아 대량 생산의 길로 접어든 솔송주는 특유의 향과 맛으로 이제 대중적인 술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정여창과 솔송주
개평마을은 조선시대 동방오현(東方五賢)의 한 사람인 성리학의 대가 문헌공 일두 정여창(鄭汝昌·1450~1504) 선생의 고향이다. 중요민속자료로 보존되고 있는 선생의 생가는 한때 KBS 대하드라마 ‘토지’의 최참판댁 배경으로 활용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개평마을에 모여 사는 그의 후손들에게는 선생 때부터 솔송주가 가양주(家釀酒)로 명성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학문이 높았던 선생의 집에는 선비의 방문이 줄이었다. 선생에게 시집온 정종(定宗)의 손녀인 완산 이씨는 접대를 위해 솔순·솔잎을 넣어 술을 빚고 엿과 식혜를 만들었다. 술은 임금에게도 진상했다. 거기에 들어간 쌀이 많게는 한 해 300석에 달했다. 솔송주의 내력이 500년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 다만 선생의 집안에서 불리던 본래 술 이름은 송순주(松筍酒)였다는 점만 다르다. 주조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먼저 등록된 명칭을 피하다 보니 새 이름이 불가피해서였다. 개평마을 앞에 자리잡은 제조회사 ‘지리산 솔송주’의 정천상 대표(59)는 선생의 16대손이다.

약주(藥酒)의 ‘으뜸’
솔잎·솔순 등을 재료로 한 술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신 약용주다. 송순주, 송주, 솔잎주 등 다양한 이름도 그 때문이다.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상징하던 늘푸른 소나무가 술의 재료로 널리 이용된 이유는 그 효능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소나무는 솔잎·속껍질·솔방울·송진은 물론 뿌리부터 마디에 이르기까지 유용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는 약재 덩어리로 통한다. 특히 솔잎에는 비타민·엽록소·칼슘·철분과 체내 합성이 불가능한 필수 아미노산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 있다. 또 혈당을 낮춰주는 글리코키닌도 함유, 당뇨병에도 도움을 준다. 비타민C와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도 좋다. 혈액순환을 개선해 고혈압과 중풍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송주의 시장개척
지리산 솔송주는 유사한 술 가운데 주류시장 입성에 성공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지리산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한국 토종 솔을 재료로 고집한다는 점이 먹혀들었다. 상품 다양화와 함께 국내외 주류 박람회를 쫓아다닌 정천상 대표의 마케팅 노력과 부인 박흥선씨의 정성이 담긴 제조도 밑바탕이 됐다. 1999년 농림부 주최 전국 우리식품 품평회에서 주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솔송주는 알코올 13%의 약주와 40%의 리큐어주 두 가지가 독특한 모양의 도자기나 유리병에 담겨 전국 48개 대리점에서 판매되고 유통회사를 통해 백화점 등에도 납품된다. 회사측은 과실주인 복분자술과 머루주도 함께 생산하는 등 상품을 다각화했다. 세가지 술의 국내 매출액만 연간 50억원대에 이르렀다. 농가소득 향상 등에 기여한 공로로 민속주 제조업체로서는 드물게 2002년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2003년 하반기부터는 수출에도 눈을 돌렸다. 일본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수출은 미국·홍콩 등으로 대상지역이 늘어났다. 수출액은 연간 2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금은 복분자술이 수출 주품목이지만 솔송주도 중국 등 바이어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

석이버섯과 먹으면 신선놀음
과거 개평마을에서는 지리산 솔송주의 안주로 석이(石耳)무침을 애용했다. 마치 바위에 붙은 귀같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석이는 깊은 산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지의류(地衣類)의 일종으로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고 무침·튀김·탕 등의 재료로 이용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석이를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며 배고프지 않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선승들이 즐겨 먹어 신선의 식품으로 불리는 솔과 닮은 꼴이다. 담백한 석이는 솔송주의 깔끔한 뒷맛을 더욱 짙게 한다. 석이가 아니라도 송이 등 버섯류도 역시 솔송주와 어울리는 안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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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1) 소주와 지초의 만남 ‘진도 홍주’

 

경향신문 / 2005-03-02 16:48

 

 


진도 홍주는 소주와 지초가 만나 조화를 부린 전통 명주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주 500여가지가 대부분 일제 강점기의 ‘밀주단속’과 우리 문화 말살정책으로 사라졌으나 홍주만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진도에서 명맥을 유지해 오늘까지 뛰어난 맛과 향을 전하고 있다. 홍주가 진도에서 대를 이어 전수된 것은 주원료인 만병통치약 지초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주와 양천 허씨
홍주는 조선시대 ‘지초주’라 하여 최고 진상품으로 꼽혔으며 양반가에서도 술을 빚었다. 이 술에 얽힌 두가지 야사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세조때 경상도 절도사를 지낸 허종의 부인 청주 한씨가 성종이 윤비를 폐출하기 위해 어전회의를 소집하자 남편에게 홍주를 권해 입궐을 막아 갑자사화의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광해군의 형 임해군이 진도로 유배될 때 부인 허씨(허명의 딸)가 친정조카인 허대에게 고숙을 보살피도록 부탁해 허대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조리(소주를 내리는 기구)를 가지고 진도에 와 정착한 뒤 홍주비법을 전수했다는 이야기다. 진도의 양천 허씨는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와 미산·남농 등 운림산방 3대와 의제 허백련 등 위대한 예술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추사 김정희 등 당대의 명사들도 운림산방을 찾았으니 그 때마다 홍주가 상에 올랐을 것이다. 1995년 전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6호로 등록된 진도 홍주의 기·예능 보유자 허화자 할머니(76)도 소치 집안 출신이니 홍주와 허씨 문중과는 인연이 깊은 게 틀림없다.

몽골 백주와 지초의 만남
“1960~70년대까지도 진도에는 집집마다 서너뿌리의 지초를 상비품으로 재배하거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가 경기를 일으키면 지초 뿌리에 참기름을 부어 약한 불로 다려 치료하고 가루로 만들어 체했을 때 먹이거나 피부질환이 생기면 환부에 바르는 등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했습니다” 허씨 문중 전래설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은 몽골 침략때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와 백주(소주)제조법을 전수한 뒤 지초와 소주가 만나 자연스럽게 홍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외지산 지초는 아무리 뿌리가 굵고 길어도 한번 홍주를 만들고 나면 색소가 우러나지 않는데 진도의 지초는 뿌리가 작아도 3번까지 사용할 정도로 우수해 홍주가 진도에서 뿌리내리고 명품이 되었을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다.

홍주의 현주소
진도 홍주는 향이 좋고 맛이 뛰어나며 뒤끝이 깨끗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밀조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제 때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박해와 단속의 대상으로 일부 주민이 생계수단으로 빚어오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 현재는 7개 영농조합법인과 최소한 100가구 이상의 가정에서 제조돼 연간 1백억원어치가 판매되고 있다. 이름은 똑같은 홍주지만 술을 담는 용기와 상표가 각각 다르고 유통구조도 확립되지 않았는데 이처럼 엄청난 양이 유통되는 것을 보면 그 진가를 짐작하게 한다. 진도 홍주 제조자가 난립하고 있는 것은 홍주의 제조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쌀과 보리를 찐 뒤 누룩을 버무려 밑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드는데, 증류된 소주가 지초뿌리를 통과하면 붉은 색이 우러나고 진한 향을 지닌 홍주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홍주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쌀과 보리, 누룩의 혼합비율, 숙성기간, 숙성·증류 온도, 지초함량, 여과장치 등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명품화 작업
진도군 농업기술센터는 2003년부터 전남대, 농업전문대와 함께 홍주 명품화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는 5월에 완료되는 제1차 연구에서 기술센터는 진도 홍주중 가장 뛰어난 제품 20가지를 선정해 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원곡·누룩·지초함량·숙성온도·증류온도·여과장치·숙성기간 등을 조사해 홍주제조 표준모델을 확정했다. 전남대는 지초성분을 연구한 결과 장내 유산균의 생육인자로 소화촉진 및 변비 개선효과가 크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며 다이어트 효과와 당뇨예방 및 면역증강, 항암효능을 지닌 프락토올리고당이 2~3%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 제2차 연구(2005~2006년)는 40% 안팎의 홍주 도수를 20~25%로 낮춰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찾고 3차 연구(2006~2007년)는 장기 숙성주로 양주와 견줄 만한 고품격 술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홍주의 파급효과
홍주 1백억원어치를 만드는 데는 지초 60㏊, 보리 100㏊, 쌀 70㏊의 재배면적이 필요하다. 명품화 연구가 끝나 5백억원의 매출이 이뤄질 경우 지초는 300㏊, 보리는 500㏊, 쌀은 350㏊로 재배면적이 늘어 농산물 가격안정과 군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홍주는 올들어 미국에서도 10만달러어치의 주문이 들어오고 청와대에서도 1,500상자를 구매해 가는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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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처럼 데워서 마시는 와인 ‘글루바인’

 

세계일보 / 2009-01-07 22:00

 

 

정종처럼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와인이 있다.

최근 와인 드라마 ‘떼루아’에서 소개돼 화제가 된 글루바인(사진)은 겨울이 일찍 오는 유럽에서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술이다. 독일어로는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프랑스에서는 ‘뱅쇼’ 영어로는 ‘뮬드 와인’이라고 부른다.

글루바인의 주재료는 레드와인으로 여기에 정향·계피 등의 향신료와 오렌지, 레몬을 넣고 약간의 설탕이나 꿀을 넣어 입맛에 맞게 끊이면 된다. 유럽에서는 가정식 감기약으로 먹을 정도로 비타민이 풍부하며, 따뜻한 술이 추위로 긴장된 몸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까지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포도품종은 피노누아, 쉬라, 가메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포도품종의 레드 와인이 좋으며, 집에 남은 와인으로 만들어도 좋은 장점이 있다. 글루바인을 만들기 좋은 와인은 무겁지 않고 풍부한 과일향이 좋은 블랙타워 레드나 빌라 M 로미오를 추천한다.

가정에서 만들기 간단해 끊여두고 마시면 겨울을 찾는 입맛을 향기로운 따뜻함을 전할 수 있으며, 보온병에 넣어 다니면서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많이 마시면 일반 와인보다 빨리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주전자에 글루바인을 담아 가스버너로 끓여 길거리에서 팔 정도로 겨울을 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지만, 한국에서는 마니아들의 수요와 최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보드나 스키를 즐기는 중간 휴식시간이나 활동을 끝내고 펜션에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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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또 다른 변신 - 코냑

 

세계일보 / 2008-09-05 01:46

 

 

 

와인의 변화된 모습들을 살펴보자. 일반 와인에 알코올을 더 강화하면 포트나 셰리 스타일의 ‘포티파이드(Fortified)’ 와인이 되고 일반 와인에 한번 더 발효를 통해 탄산가스를 생성시키면 스파클링 와인이 된다. 와인의 또 다른 변신은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코냑(Cognac)’과 같은 브랜디(Brandy)이다.

코냑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브랜디의 한 종류라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랜디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다시 이를 증류해서 숙성시킨 40%의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이다. 즉 와인이 발효주라면 브랜디는 증류주(영어로는 증류주를 스피리츠·Spirits라고 부른다)로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만든다. 물보다 먼저 끓는 알코올을 증기 형태로 분리한 후 다시 냉각시켜 액체 형태로 농축된 알코올을 모으게 된다.

대표적인 증류주에는 브랜디 말고도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등이 있다. 포도를 원료로 한 브랜디는 전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브랜디의 대명사인 코냑은 오로지 프랑스의 남서부, 보르도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 ‘코냑’ 지방에서만 만들 수 있고 ‘Cognac AC’로 원산지 보호를 받는다.

코냑은 위니 블랑이란 포도 품종을 사용해 만드는데 코냑 지방 내에서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보르드리 지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한다.

코냑 병이나 포장 상자에 ‘Fine Champagne(핀 샹파뉴)’라고 표시된 경우가 있어 사람들이 샹파뉴(영어로 샴페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Fine Champagne’는 스파클링 와인 산지인 샹파뉴와 무관하게 그랑 샹파뉴와 프티트 샹파뉴, 즉 가장 품질 좋은 코냑을 생산하는 두 지역의 코냑을 블렌딩한 걸 의미한다.

샴페인이나 피노 셰리를 식전주 즉, 아페리티프로 많이 마시듯이 코냑은 식사 후 소화를 돕는 ‘다이제스티프(digestif)’로 많이 즐긴다. 특히 서양에선 전통적으로 식사 후 응접실에 모여 시가와 함께 코냑의 향을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원료는 똑같이 포도인데 코냑의 여러 가지 다양한 특별한 풍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코냑은 단지 와인을 증류한 것이 아니다. 증류 후 오크통에서 여러해 동안 숙성되면서 다른 스피리츠와 차별화된 고품격의 스피리츠로 탄생한다. 즉, 오크통 숙성을 하는 동안 높은 알코올 도수는 조금씩 증발해 자연적으로 감소된다. 또 숙성 과정 속에 스피리츠의 거친 알코올은 부드러워지며 오크통으로부터 견과류, 바닐라, 코코넛, 말린 과일, 커피 캐러멜, 토스트 등 여러 가지 풍미를 얻게 되고 색도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게 된다.

오크통 숙성 후 병 입 전에는 알코올 도수를 40%로 맞춰 물로 희석시키고 여러 오크통을 블렌딩하여 각 코냑 회사마다 고유한 스타일로 완성되는데 이때 비로소 ‘코냑’이란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코냑은 병에 VS(또는 ***,), VSOP, XO(나폴레옹) 등으로 숙성 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2, 4, 6년 이상을 숙성시켰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부분 유명한 코냑 상품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숙성해서 출시된다. 코냑을 숙성시키는 데 사용되는 오크통은 프랑스 오크 중 세계적으로도 가장 품질 좋기로 유명한 트롱세나 리무젱 지방의 오크로 만든다.

코냑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 브랜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르마냑(Armagnac)’이다.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보다 아래쪽 내륙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아르마냑은 코냑처럼 원산지를 지칭하는 것이고, 포도 품종도 코냑과 같고 양조 방법도 비슷하지만 스타일엔 좀 차이가 있다.

코냑은 꽃향기가 풍부하고 좀 더 섬세하며 화려하고 우아한 스타일인데 아르마냑은 말린 과일 향에 견과류 향이 강하고 우아하기보다는 좀 더 남성적이며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아르마냑도 VS(또는 ***,), VSOP, XO로 숙성기간을 표시하는데 각각 최소한 1, 4, 5년 이상을 숙성했음을 의미한다.

코냑이나 아르마냑을 마실 때는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체온으로 데워서 향을 음미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실온에서 즐기면 된다. 술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원샷으로 즐기는 술도 있지만 코냑처럼 천천히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는 술도 있다.


올 추석엔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한가위 밝은 달을 보며 향긋한 코냑 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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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는 차게 마셔야 제맛

 

스포츠칸 / 2008-05-16 05:06

 

 

온도따라 맛과 향 달라져… 전도율 낮은 도자기잔 딱… 보관도 서늘한 곳이 좋아…

우리 술은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자 하셨던 옛 조상들의 지혜가 배어 있다.

선조들은 술을 담글 때 몸에 좋은 재료를 적절히 사용했으며 계절에 따라 제철에 맞는 술을 즐겨 마셨다. 즉 마시고 단순히 즐기기 위함이 아닌 건강까지도 생각하는 술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한 음청류(식혜, 수정과, 매실차, 오미자차, 유자차, 대추차 등)가 발달돼 있는데, 우리 술 역시 가양주 형태로 여러 종류의 술이 제조됐다.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몇 가지 항목만 가지고 우리 술의 맛과 향을 규정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특성을 알고 있으면 와인 못지않게 다양한 맛과 향으로 우리 술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전통 약주의 색은 대체로 선명한 황금색을 띠고 있다. 색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을 가지며, 색이 짙을수록 진한 맛을 내뿜는다. 전통 약주는 맑은 황금색을 띠는 것이 좋은데 약재 등 곡물이 아닌 원료가 들어간 경우에는 원료의 색깔에 따라 술의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제조 공정 기술을 통해 거의 무색으로도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약주의 빛깔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술들로는 술빛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백하주, 그 색이 푸른 파도와 같다는 데서 붙여진 녹파주 등이 있다.

약주는 또 발효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향을 갖게 되는데, 사용된 누룩의 종류에 따라 술의 기본 향이 달라진다.

구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누룩 향은 품격 높은 전통 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으로 기호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약주를 선택하면 된다.

발효 과정을 통해 사과향이나 배향 등 은은한 과실향이 풍기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 저온 숙성시킨 약주에서 좀더 풍부한 편이다. 또한 어떠한 한약재 원료를 사용하였느냐에 따라서 그 한약재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향들이 조화를 이루어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풍겨야 좋은 약주라 할 수 있다.

전통 약주는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보다 강한 편인데,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고전적 방식대로 빚은 술은 너무 시고 달아 현대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맛은 우리 술만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술과 비교해 맛을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약주의 단맛은 어느 정도 발효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쌀을 보충하거나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되게 하는 덧술법으로 생성된다. 신맛은 누룩 속의 미생물 조성과 발효 경과에 따라 젖산, 구연산 등 다양한 유기산에 의해 생기는 자연적인 산미로, 온화하고 상쾌한 산미를 나타낸다.

다만, 술맛이 너무 시큼하고 오래된 김치냄새, 식초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의심해야 한다.

단맛과 신맛 외에도 약주에서는 쓴맛, 떫은맛, 구수한 맛, 매운 맛 등을 느낄 수 있다. 약주의 쓴맛은 효모 등의 대사 산물이나, 부 원료로 첨가된 약재에서 주로 유래하는데, 쌉싸래하게 퍼지는 맛은 입맛을 돋우고, 뒷맛을 깔끔히 마무리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약주의 떫은맛은 주로 감이나 도토리 등에서 느껴지는 맛과 유사한데, 적당한 떫은맛은 고기류의 안주와 잘 어울린다. 약주의 구수한 맛은 곡물 발효주의 특징적인 맛으로 곡물의 피질에 있는 단백질들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나는 자연스러운 맛으로 이는 약주의 맛을 한층 부드럽게 해준다.

전통 약주의 매운맛은 주로 알코올에 기인하지만, 감미와 산미, 그리고 다양한 향과 어우러져,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약주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차게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옛 고전서인 규합총서에서도, “밥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술은 특히 차가운 것이 좋다. 하지만 중후한 맛과 향을 좋아한다면, 너무 차지 않게 즐겨도 되며, 구수한 향을 좀더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면 기호에 따라 살짝 데워서 마셔도 좋다.

단, 마시는 도중에 술의 온도가 큰 차이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약주를 마실 때에는 비교적 온도 편차가 적은 도자기 잔으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유리잔을 사용할 경우에는 입구가 바닥보다 넓어서 약주의 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잔이 좋다.

좀더 맛있는 약주를 즐기기 위해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약주는 이산화황(SO₂) 등의 보존료를 넣지 않아, 보관상태에 따라 그 풍미가 쉽게 변할 수 있다. 빛에 노출이 길어지면 탈색이 될 수도 있고, 2차적인 화학반응으로 인해 맛과 향이 변질된다.

고온에서 오래 방치될 경우에도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야 오래도록 원래의 풍미를 잃지 않고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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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명품 먹거리] 소곡주 그윽한 술맛보다 백제의 향기에 먼저 취하다

 

한국일보 / 2008-03-29 03:33

 

 

지난 주 본 칼럼의 ‘명품 먹거리’로 400년 된 일본 과자를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좋은 술을 마시게 되었다. 2~3년 전쯤 선물로 받아 맛을 보았던 ‘한산 소곡주’를 다시 맛볼 기회가 생긴 거였다. 술맛에 취해 그냥저냥 지나칠 뻔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아, 이 맛은 천오백년이나 되었잖아!”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들의 흔적이 아직 오사카(大版) 등지에 선연히 남아있는, 나라가 멸망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백제인들의 술. 오늘은 천오백년 묵은 백제의 소곡주를 이야기하련다.

● 한산 소곡주
백제의 궁중 술이었다고 전해지는 한산 소곡주. 지금도 소곡주가 빚어지고 있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은 백제 때부터 명주의 본산으로 이름난 마을이었다. 한산면 호암리에서 소곡주 명인으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으신 분이 고 김영신님. 그 옛날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을 함락하자 백제의 풍 왕자가 주류성에 머물며 부활을 꾀하였고, 그 주류성이 있던 산자락이라 전해지는 서천군 한산면이 고향이셨다. 혼례를 올린 후, 부군과 함께 고향에 돌아와 살게 되면서 그녀의 소곡주 전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70년대에 이미 잔치집마다 돌아다니며 술을 빚어 주었을 정도로 동네에서는 소문난 명인이었던 김영신님의 술은 줄 서서 기다려야 맛볼 수 있었단다. 항아리 100개를 묻고 석달을 기다려야 했기에 독을 여는 날에는 집 앞은 술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거렸다고. 1979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으셨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쌀이 모자라던 시절. 먹기에도 빠듯한 쌀로 빚은 맑은 술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귀하디 귀하기만 했다. 올림픽을 치른 후 쌀 공급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인 1990년부터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 김영신님 일가로부터 한산 소곡주는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고구려에는 계명주, 신라에는 교동 법주가 있어 삼국삼주(三國三酒) 시대였던 무렵, 백제의 소곡주는 훗날 일본 사케(청주)의 모태가 되었을 만큼 그 영향력이 컸다. 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하다면 맛을 보면 된다.

● 소곡주의 눈물
와인이 잔을 타고 흐르는 모양을 흔히들 ‘눈물’이라 부르는데, 소곡주도 눈물이 있다. 일부러 물컵 크기의 유리잔에 따라 마셔보면 안다. 잔을 기울여 한 모금 하고, 다시 잔을 원위치시키면 끈적하게 흔적을 남기는 소곡주의 눈물. 바로, 술의 농도가 진하다는 증거다. 꺼룩하게 충분히 발효시켜 만드니 그렇다. 한산 소곡주의 재료로는 지역 농민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얻는 100% 국내산 찹쌀과 멥쌀. 여기에 야생 국화와 메주콩, 생강, 엿기름, 고추 등이 더해져 향을 돋운다. 순 전통의 방법으로 담기 때문에 화학첨가제나 당분은 일체 섞지 않는다. 고 김영신님의 며느리 우희열 여사와 우 여사의 아드님이자 ‘한산 소곡주’(041-951-0290) 대표를 맡고 있는 나장연 사장의 고집이다. 당을 섞지 않고 전통적인 ‘누리기’를 통해 발효에 이르게 하며, 효모를 인위적으로 주입하지도 않는다. 자연발효를 따르지 않고 억지로 효모를 넣으면 술이 ‘써진다’고 한다. 환경의 변화로 농산물의 맛이 변했고, 누룩의 맛이 변했기에 더욱이 믿을 수 있는 쌀로만 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턱없이 높아지는 재료비. 찹쌀 80㎏, 멥쌀 20㎏, 누룩 30㎏으로 한 독을 담그는데, 그걸로 얻어지는 술은 고작 70리터 남짓. 마음 졸이며 석달을 기다린 항아리 앞에 모자가 쪼그려 앉아 용수를 하는 순간, 그 분위기는 진지하고 진실하다. 대나무로 만든 용수통을 독 중앙에 푹 꽂으면 밥알이 걸러지면서 맑은 술만 가운데로 퐁퐁 솟아오르는데. 잘 익은 술은 색깔이 누리끼리하고, 덜 익은 술은 뿌옇게 떠올라 그 때깔만으로도 술맛을 알 수 있단다. 자식 낳듯이 빚고 기다려 얻어내는 소곡주. 하루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정성과 사랑으로 깊이 익으니 잔을 타고 눈물이 흐를 만큼 진할 수밖에.

 

● 21세기형 명품 먹거리
전 세계적으로 명품 먹거리의 가치가 무한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무개 농부가 재배한 아스파라거스는 안심 한 덩어리보다 비싸고(진짜다), 이탈리아의 아무개 농장에서 짜 낸 올리브유는 유럽 각국 정상들이 아껴 먹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는 먹거리에서 더 나아가 ‘누가 만든 먹거리냐’가 화두라는 것이다. 재배자, 양조자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그렇게 1차 산업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과도기에 우리가 있다. 서천으로 내달려 한산으로 들어가 만나 뵌 우희열 여사와 나장연 사장.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고향에 돌아와 소곡주 전수에 뛰어들게 된 용기가, 이제는 40대에 접어들어 가업을 당당히 이어가는 의지가 멋지다. 이렇게 한산 소곡주의 메이커(Maker·말 그대로 만든 이)가 믿을 만하다. 믿음직한 메이커가 만든 상품은 세계적으로 适ㅉ濱?것이 추세인데, 정작 국내에서는 서양에서 수입한 와인의 열풍에 비해 그 수요가 미미하다. 자랑스러운 우리 술을 마시고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우리 몫으로 남는다. 한산 소곡주, 전주 이강주, 여산 호산춘, 진양주, 문배주 등 역사 깊고 맛 좋은 술이 우리에게는 이미 있다. 우리가 찾지 않고, 챙기지 못한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고집 센 메이커들이 고생으로, 마음으로 지켜주었다. 이제 그들의 술을 와인 마시듯 천천히 향기 맡고, 천천히 시음하면서 일일이 ‘테이스팅’해 보고 싶지 않은가.

소곡주와 푸드 매칭

쌀을 순수 발효시켜 얻는 소곡주를 처음 마신 이들은 비교적 단맛의 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푸 마시다 보면 결코 단맛이 다가 아닌, 넓게 퍼지는 국화 향과 고추와 생강이 바탕을 이루는 숨겨진 감칠맛을 찾아 낼 수 있다. 모든 한식 메뉴와 멋들어지게 어울리지만 간장, 참기름, 다진 파와 마늘, 설탕, 깨소금에 소금, 후추를 더하여 양념한 육회에 잣가루를 뿌리고, 배와 곁들여 소곡주와 먹었더니 끝내주는 조화였다. 또 미나리 반 단에 붉은 고추 좀 썰어 넣고, 부침가루와 물을 더해 술술 풀어 부쳐 낸 미나리 부침과도 그 향기가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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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종류도 많고 사용 범위도 대단히 넓은 화학물질이다. 식품, 화장품, 약, 세제, 샴푸, 치약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마주치는 수 많은 생활용품에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농약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사람을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도를 한 후에 계면활성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계면활성제는 무엇이며,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계면활성제는 무엇이며,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계면활성제란 무엇인가?

 

기름과 물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기름과 물은 화학적으로 서로 친하지 않다. 그것은 물은 극성의 성질을, 기름은 비극성의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은, 극성 용매에는 극성 분자들이 잘 녹고, 비극성 용매에는 비극성 분자들이 잘 녹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분자들도 서로 끼리끼리 상호작용을 잘하는 것이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 부분(친수성, hydrophilic)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소수성, hydrophobic)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계면활성제의 친수성 부분은 기름을 싫어하고(lipophobic), 소수성 부분은 기름을 좋아하는 특성(친유성, lipophilic)을 가진다. 계면활성제를 영어로 surfactant라 하는데, 이것은 표면(surface) 활성(active) 물질(substance 혹은 agent)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이다.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부분은 탄소 원자가 여러 개 연결된 구조이며, 비극성이다. 반면에 비극성 부분에 같이 결합되어 있는 친수성 부분은 극성이다. 일반적으로 극성 부분의 크기는 비극성 부분의 크기에 비해서 작은 편이다. 그래서 편의상 극성부분을 머리(head)라고 부르며, 비극성 부분을 꼬리(tail)라고 부른다. 계면활성제 분자를 생각할 때는, 콩나물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콩나물 대가리를 머리, 콩나물 줄기를 꼬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꼬리부분은 비극성인 기름과 상호작용을 잘하며, 머리 부분은 극성인 물과 상호작용을 잘한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친수성 부분과 소수성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냐에 따라 음이온, 양이온, 중성, 주피터 이온형(zwitter ionic) 계면활성제로 분류를 한다. 물과 상호 작용하는 머리 부분이 음이온(예:-COO-)이면 음이온 계면활성제, 양이온(예: -N((CH3)n)4+)이면 양이온 계면활성제, 극성을 띠지만 전하는 중성인 그룹(예: 폴리에틸렌 옥사이드)이 붙어 있으면 중성 계면활성제, 양이온과 음이온이 모두 포함된 경우에는 주피터 이온형 계면활성제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누나 샴푸는 모두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이며, 머리와 꼬리 부분을 변형하면 기능과 활용도가 다른 수 많은 종류의 계면활성제를 만들 수 있다.

 

 

 

 

 

마이셀(micelle)과 역 마이셀

 

물은 표면장력이 큰 액체이다. 액체 내의 물 분자들은 주위에 있는 같은 물 분자들에 의해 서로 끌려서(수소결합 포함) 안정화가 된다. 그러나 공기와 접촉하는 액체 표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즉 계면(액체와 기체)에 존재하고 있는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서는 물 분자들이 끌어 당겨주지만 공기 방향에서는 그러한 요인이 없다. 따라서 계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 있는 물 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액체의 물은 표면에 가급적이면 공기와 접촉할 수 있는 분자들의 수를 줄여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깨끗한 고체표면에 물을 조금 떨어뜨려 보면 물이 동그란 구형으로 방울이 맺히는 것도 물의 표면이 최소가 되려는 자연 현상인 것이다.

 

 

 

 

 

물에 계면활성제 분자가 일정 농도가 되면, 친수성인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이 물 쪽으로 노출되는 둥근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를 마이셀이라고 한다. 기름에 계면활성분자가 들어가면 이와는 반대모양의 역 마이셀이 만들어진다.


계면활성제를 물에 첨가하면 물보다 가벼운 계면활성제 분자들은 물 표면에 모여든다. 그 때 물 분자간의 인력은 계면활성제 분자가 물 분자들 사이에 끼어서 약해지고 더 이상 물이 구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넓게 퍼진다. 그런 상태의 용액의 표면장력은 순수한 물의 표면장력보다 약하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물에 섞여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분자들의 머리부분은 친수성이므로 물 속에 잠겨있을 것이며, 꼬리부분은 소수성이므로 공기를 향해서 배열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에 계면활성분자들이 점점 많아져서 물 표면을 다 채우고도 남은 계면활성제 분자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물속에 뭉치기 시작한다. 뭉쳐진 모습은 구형(sphere)의 작은 입자처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계면활성제 주변은 온통 물 분자이기 때문에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은 물 쪽으로 노출되려고 하고, 계면활성제의 꼬리부분은 물과 가급적 접촉을 피하여 꼬리 부분이 서로 뭉쳐지는 정렬이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한 구형 입자를 마이셀(미셀, micelle)이라고 한다. 또한 마이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농도를 임계 마이셀 농도(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라고 한다. 마이셀이 형성되는 조건은 농도뿐 아니라, 용액의 온도, pH, 용액에 존재하는 다른 이온들의 농도(이온세기)에 따라 다르다.

 

 

 

 

 

반대로 기름(혹은 비극성 용매)에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마이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머리부분은 기름을 피하여 서로 뭉쳐지고, 꼬리 부분은 기름 속으로 퍼져있는 형태를 상상하면 된다. 마이셀의 구형 입자가 안과 밖이 한 번 뒤집어진 구형이 될 것이며, 이것을 역 마이셀(reverse micelle)이라 한다. 역 마이셀에서 머리 부분이 형성하는 구형 모양의 크기는 포함된 물의 양과 온도에 따라서 변한다. 그런 구형의 역 마이셀은 나노 입자를 만드는 템플릿(template)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에 비누(계면활성제의 한 종류)를 많이 풀어서 비누 분자의 수가 많아지면(임계 마이셀 농도 이상이 되면) 마이셀 입자가 형성된다. 그 입자들로 인해서 빛이 산란 되기에 용액 전체가 뿌옇게 보인다. 물에 포함된 기름 분자들이 마이셀의 중심에 놓여있을 경우 아주 안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마치 잠수함(마이셀)에 타고 있는 사람(기름 분자)처럼…

 

 

 

계면활성제는 비누, 치약, 샴푸를 비롯한 생활용품부터 여러 가지 식품까지, 우리 생활의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의 계면활성제

 

 

물에 기름을 한 두 방울 넣고 잘 흔들어주면 기름은 작은 입자로 쪼개져서 물 속에 분산된다. 마찬가지로 소량의 물을 기름에 넣고 흔들면 물은 작은 입자로 갈라져서 기름 속에 분산된다. 흔드는 것을 멈추면 금방 작은 입자들은 서로 뭉치고, 결국에는 물과 기름으로 분리된 상태로 변한다. 에멀션(emulsion)은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분산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액체가 작은 입자로 다른 종류의 액체 내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가 에멀션이다. 에멀션 액체가 뿌옇게 혹은 불투명한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액체입자로 인해서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다. 분산된 작은 입자들이 안정이 되어 에멀션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 3의 물질을 첨가하는 데 그것이 바로 계면활성제이다. 우유도 물에 지방과 지질 단백질이 잘 분산된 에멀션 상태이지만 자연산 계면활성제(레시틴(lecithin))가 들어 있어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식용유와 식초를 섞어서 샐러드 드레싱(dressing)을 만들어 보면 불안정한 상태의 에멀션이 되어 곧 바로 두 층의 액체로 분리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량의 식용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샐러드 드레싱이 안정한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에멀션은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분산된 상태다.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것이 계면활성제다.

 

 

 

 

계란 노른자에 식용유를 넣고 계속 저어 주면 흰색의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계란 노른자에는 역시 레시틴이 들어 있다. 레시틴은 인지질(phospholipids)의 한 종류이며, 콩 기름에 많이 포함된 식용 계면활성제이다. 그래서 콩 기름에서 추출된 레시틴은 식품에 사용되는 계면 활성제로 많이 이용한다. 계란 노른자 한 개에도 약 2 그램 정도의 레시틴이 포함되어 있다. 레시틴의 꼬리 부분이 식용유 입자 혹은 지방을 둘러 싸서 식용유는 안정이 된다. 마요네즈 역시 오랫동안 안정된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식품이다. 마아가린과 같은 유제품에도 식용 계면활성제가 첨가되어 있다.

 

화장품에도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 있다. 안전한 에멀션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만약에 피부에 바르려고 화장품을 열었을 때 기름과 물이 분리된 상태로 있다면 화장품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 같다. 먼지나 기름기를 닦아내는 기초 화장품인 클렌징 크림(cleansing cream)은 물 속에 지방산을 포함한 기름 등을 섞고,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여 안정화 시킨 제품인 것이다. 연구를 통하여 피부에 안전한 계면활성제와 그 양을 잘 조절하여 안정한 상태로 에멀션을 유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계란 노른자에 식용유를 넣고 계속 저어 주면 흰색의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계란 노른자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레시틴이 식용유 입자 혹은 지방을 둘러 싸서 식용유는 안정이 된다.

먼지나 기름기를 닦아내는 기초 화장품인 클렌징 크림은 물 속에 지방산을 포함한 기름 등을 섞고,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여 안정화 시킨 제품이다.

 

 

 

 

 

계면활성제, 위험한가?


다른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계면활성제도 적절한 양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용 용도와 범위를 벗어나 이용하면 계면활성제 역시 위험한 화학물질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독버섯을 보고 놀라서 모든 버섯에 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자연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일지라도 공장에서 합성한 계면활성제와 분자구조가 정확히 같다면 그것은 같은 효과와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계면활성제 이름 앞에 천연, 자연, 유기농과 같은 이름을 붙이지만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모든 화학물질 분자의 관점에서 변한 것은 없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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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7일, 동중국해 일부 섬들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이 중국 선원을 구금시키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경제적 조치로 압박을 가했고 이에 일본은 체포했던 중국 선원을 곧장 석방한 바 있다. 영토분쟁을 둘러싼 2010년 9월의 외교전에서 중국의 일방적 승리를 이끈 희토류란 무엇이며,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희토류 산화물 사진. 가운데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라세오디뮴, 세륨, 란타넘(란탄), 네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

 

 

외교에 영향을 주는 전략자원, 희토류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그리고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희토류는 물질의 지구화학적 특성상 경제성이 있을 정도로 농축된 형태로는 산출되지 않고 광물 형태로는 희귀하므로,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의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 희토류는 그 이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지구상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일례로, 원자번호 58번인 세륨은 지각 내 함량이 68ppm으로 지각에서 25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며, 희토류 중 가장 매장량이 적다고 알려진 툴륨과 루테튬의 경우에도 금보다 200배 이상 매장량이 많다.

 

주기율표에 표시된 희토류 원소 (붉은 사각형 내의 17개 원소).

 

 

최초로 발견된 희토류, 이트륨의 발견

1787년 스웨덴의 칼 악셀 아레니우스(Karl Axel Arrhenius)는 스웨덴 스톡홀름 부근에 위치한 이테르비(Ytterby) 마을의 채석장에서 우연히 밀도가 크고 무거운 미지의 검정색 광석을 발견했다. 광석이 발견된 마을 이름에 광물을 의미하는 접미사 ‘ite'를 따서 이테르바이트(Ytterbite)로 이름붙인 아레니우스는 여러 과학자들에게 이 광석의 분석을 의뢰했다. 1789년 핀란드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며 광물학자인 요한 가돌린(Johan Gadolin, 1760~1852)은 이 광석으로부터 새로운 산화물을 분리하는데 성공하고, 이 연구결과를 1794년에 발표했다. 이 새로운 산화물은 1797년 안데르스 에셰베리(Anders Gustaf Ekeberg)에 의해 이트륨(Yttria)으로 명명됐다. 이테르바이트는 1800년에 가돌리나이트(Gadolinite)로 이름이 바뀌었다.

 

요한 가돌린(Johan Gadolin, 1760~1852). 핀란드의 화학자.

이트륨, 형광체, 세라믹 기능 소재, 초전도체 등에 쓰인다.

 

 

1828년 프리드리히 뵐러(Friedrich WÖhler)는 이트륨 광석으로부터 이트륨 원소를 최초로 분리했으며, 1843년 칼 구스타프 모산더(Carl Gustaf Mosander)는 이트륨 광석이 흰색의 이트륨 산화물, 노랑색의 터븀 산화물, 그리고 장밋빛의 어븀 산화물 등 3개의 산화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1878년 진 찰스 칼리싸드 드 마리낙(Jean Charles Galissard de Marignac)은 4번째 산화물인 이터븀을 분리했다. 현재 이트륨은 CRT  및 형광램프 등의 형광체와 세라믹 기능 소재, 그리고 초전도체 등의 제품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네오디뮴, 영구자석, 레이저, 콘덴서 등에 쓰인다.

사마륨, 영구자석 등에 쓰인다.

 

 

희토류의 성질 및 용도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도하는 특징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탁월한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갖는다. 현대사회에서 희토류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 21세기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수적인 영구자석 제작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한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영구자석에는 희토류 원소가 약 1kg가량 포함되어 있다. 또한 희토류는 LCD·LED·스마트폰 등의 IT산업, 카메라·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CRT·형광램프 등의 형광체 및 광섬유 등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방사성 차폐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원자로 제어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희토류 매장량 및 생산량

미국 USGS의 2011년 자료에 의하면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국은 중국으로 매장량은 약 5,500만 톤에 이른다.  중국희토류협회는 중국내의 미확인 희토류 량을 1억 톤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두 번째 최대 매장국은 독립국가연합(CIS)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1,900만 톤이며, 미국의 희토류 매장량이 1,300만 톤으로 그 뒤를 잇는다. 점유율은 각각 48.4%, 16.7%, 그리고 11.4%로 3국가의 총 매장량 점유율은 76.5%에 이른다. 희토류 생산량을 알아보면, 최대 생산국은 중국으로 2010년 생산량은 130,000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인도의 생산량이 2,700톤, 브라질의 생산량이 550톤으로 그 뒤를 잇는다.

 

시대별 희토류 주요 생산지를 알아보면, 1948년까지는 인도와 브라질이 주요 생산지였다가, 1950년대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중국이 희토류 주요 산지로 떠올랐다. 이 당시 중국은 희토류를 저가로 대량 공급해 미국 등 경쟁 국가를 압도했다. 그 결과 미국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02년부터 채광을 중지하게 되었다.

 

시대별 희토류 생산량의 변화.

 

 

희토류는 1)채굴과정(mining), 2)분리과정(separation), 3)정련과정(refine), 그리고 4)합금화과정(alloy)을 거쳐 수요자에게 공급되는데, 희토류의 분리, 정련 및 합금화 과정에는 고도의 기술력과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공해물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중국 대비 희토류 생산비용이 높고, 환경보호 등을 위해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점차적으로 중지한 바 있다.

 

 

자원무기화 되는 희토류

2010년부터 중국은 자국 내 희토류 생산량을 제한하고, 수출량을 감축하며, 희토류에 부과하는 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희토류를 정부 통제 하에 자원무기화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희토류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다. 일례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의 가격은 2011년 11월 초 현재 톤 당 79,750달러로 2010년 대비 4배 이상 뛰었고, 액정패널의 연마제에 필수적인 세륨은 톤 당 가격이 2009년 8월에는 2,950달러, 2010년 9월에는 20,050달러, 2011년 11월에는 51,950달러로 폭등했다. 이에 미국과 호주 등은 다시 폐광된 광산을 재가동하거나 새로운 생산지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희토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국내외 희토류 광산을 직접 개발하는 등 안정적인 희토류 수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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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는 물질의 상이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것이다. 기화가 일어나는 동안 열을 가해도 물질의 온도는 변하지 않는다. 이때의 온도가 끓는점(비등점)이다. 끓는점은 물질에 따라 다르고, 외부 압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물이 끓고 있다.

 

 

끓는다 – 액체 내부에서 기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

물을 가열하면 온도가 올라가다가 어떤 온도(끓는점)에 이르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내부에서 기포가 부글거리며 표면까지 올라와 수증기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을 비등이라고 하고, 이때의 온도를 끓는점(비등점, boiling point)이라고 한다. 비등은 액체 내부에서 기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의 비등은 물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비등점(약 100℃)에 이르렀을 때 일어난다. 비등은 그릇 밑바닥에 생긴 기포의 움직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등점에 도달하면 기포는 물의 표면까지 올라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아직 비등점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에는 위쪽의 물의 온도가 아래쪽 보다 낮아서 위로 올라오던 기포는 중간에 다시 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끓는점은 액체에 따라 다르다. 액체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 사이에 강한 힘이 작용할수록 끓는점은 높아진다.  한 종류의 물질로 된 순수한 액체는 고유한 끓는점을 갖는다. 예를 들면 순수한 물의 끓는점은 1기압일 때 보통 100℃ 라고 한다(단, 정확하게는 99.97℃).  위의  표는 여러 가지 물질의 끓는점과 기화열을 나타낸 것이다.

 

 

끓는점은 액체 물질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아지는 온도

액체 내에서 기포가 생기려면 기포내의 압력이 주위의 물에 의한 압력과 대기압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끓는점 아래에서는 기포내의 압력이 충분히 크지 않으므로 기포가 형성되지 않는다. 액체가 끓으면 액체 속에 있는 기포 내부의 증기압이 매우 커져서 기포를 누르는 압력을 견딜 수 있다. 만약 증기압이 충분히 크지 않으면 주위의 압력이 액체 속에서 생겨나는 모든 기포를 터뜨려 버리기 때문에 끓는점 이하의 온도에서는 액체 내부에서 기포가 형성되지 못한다. 따라서 액체는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을 때 끓고, 끓는점은 액체 물질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아지는 온도가 된다.

 

 

끓는점 오름(비등점상승, boiling point elevation)

순수한 물질의 경우 끓는점은 일정하다. 만일 여기에 비휘발성의 다른 물질이 녹아 있으면 끓는점은 더 높아진다. 이 현상을 끓는점 오름이라고 한다. 끓는점 오름은 액체에 따라 다르고, 녹아있는 물질의 농도와 관계가 있다. 하지만 물질의 농도가 높지 않을 경우 물질의 종류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액체 속에 다른 물질이 녹아있을 때 끓는점이 올라가는 이유는 녹아 있는 물질이 액체의 기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끓는점 오름이 녹아있는 물질의 농도와 관련이 있는 이유도 녹아있는 물질이 많을수록 더 많은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끓는점은 액체 물질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아지는 온도이다. 물을 끓이는 냄비의 뚜껑이 들썩거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끓는 물에 의한 화상 보다 끓는 국물에 의한 화상이 더 심한 것은 끓는점 오름과 관련이 있다. 국물은 다른 물질이 녹아 있는 일종의 수용액이므로 정상적인 물의 끓는점(100℃) 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이다.

 

 

압력이 증가하면 끓는점은 높아진다


끓는점도 녹는점과 마찬가지로 외부 압력에 따라 변한다. 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액체는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이 커지면 끓는점이 높아진다. 외부압력이 커지면 끓는점이 높아지는 이유는 액체 내부에서 비등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은 1 기압 하에서 100℃에서 끓는다. 하지만 기압이 1기압 이상이 되면 물은 100℃ 이상의 온도에서 끓게 된다. 끓는점은 녹는점에 비해 압력에 따른 온도 변화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압력이 2기압이 되면 녹는점은 0.007℃ 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끓는점은 20℃나 올라간다. 그 이유는 액체에서 기체로 변할 때의 부피변화가 고체에서 액체로 바뀔 때의 부피변화 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압력솥과 구조. 압력이 올라가면 끓는점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러한 현상을 생활에서 이용하고 있는 예는 압력솥이다. 압력솥은 솥 안의 압력을 높여서 식품을 단시간에 조리하는 기구이다. 압력솥은 뚜껑을 꽉 조이게 만들어서 물이 끓을 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하여 솥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 가정용 압력솥의 경우 압력은 대기압 보다 0.7~1.5 기압 정도 높이 올라가서 물은 110∼125 ℃에서 끓는다.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간헐천(geyser)은 100℃가 넘는 뜨거운 열수와 수증기를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온천이다. 간헐천은 좁고 깊게 파인 구멍으로부터 땅속의 열수나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이다. 간헐천의 물이 뜨거운 이유는 지하 깊은 곳에서 화산 열로 가열되기 때문에 100℃가 넘는다. 지하 깊은 곳은 압력이 높아서 물은 100℃이상에서 끓게 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높은 산에서는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진다.

 

 

높은 산에서 음식이 잘 안 익는 이유

액체의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이 작아지면 끓는점은 낮아진다. 외부압력이 작아지면 액체 내부에서 비등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은 산에서 물이 100℃ 이하에서 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라산 정상에서는 약 95℃, 백두산 정상에서는 약 90℃에서 물이 끓는다. 따라서 높은 산 위에서 음식을 익히는 데는 평지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음식을 익히는 것은 일종의 화학반응이며 온도가 낮을수록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발행일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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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전, 공기청정, 고온살균, 로봇필터청소…. 여름을 앞두고 판매전쟁에 나선 에어컨 업체들은 각종 첨단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공략한다. 그러나 에어컨의 기본적인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습기를 줄이고 공기를 냉각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원해지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고대 로마인은 집 안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찬 물이 순환되도록 벽 뒤에 수도관을 설치했고, 2세기 중국인인 딩 환은 직경이 3m에 달하는 회전하는 바퀴가 달린 팬을 개발해서 연못 주위의 찬 공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와 같이 공기를 순환·냉각시키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1758년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과 그의 동료인 존 하들리(1731-1764)는 수은 온도계에 에테르를 적신 후 계속 풀무질을 해 에테르를 증발시켜 온도를 -14℃까지 떨어뜨렸다. 이 실험은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물질이 상태변화를 할 때 열의 흡수나 방출이 일어난다. 열이 흡수되면 온도가 내려가고 열이 방출되면 온도가 올라간다. 액체인 에테르가 증발하는 것은 기체로 상태 변화하는 것이고 이 때 열을 흡수하여 온도가 내려간다-을 보여준다.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시원한 바람, 그 안에 숨겨진 원리는?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는 1820년에 압축-액화된 암모니아가 다시 기화할 때 공기가 차갑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암모니아의 독성이 문제였으나 아무튼 모든 현대의 냉각 기술은 마이클 패러데이의 발견에 바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842년에는 존 고리에가 패러데이의 압축 기술을 얼음을 만드는 데 이용했고 1902년에 미국의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가 최초의 상업적인 에어컨을 만들어 인쇄 공장에 이용했다. 캐리어의 설계 역시 패러데이의 암모니아에 의한 냉각 시스템에 기초한 것이다.


초기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각제로 암모니아, 염화메틸, 프로판 등의 기체가 쓰였는데 독성과 가연성 때문에 이러한 기체들이 누출될 경우 위험했고 사고도 잦았다. 1920년대 인체에 안전한 프레온을 개발했으나 이후 프레온이 대기의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에어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냉매는 R-22로 알려진 HCFC인데 역시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이 R-22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까지 생산·수입을 제한해 2030년에는 완전히 금지될 전망이다.
 

에어컨의 기본 원리: 기화열에 의한 냉각

에어컨의 기본적인 원리는 한마디로 기화열에 의한 냉각 이다. 액체가 기체로 기화할 때는 열을 흡수하고 기체가 액체로 응축할 때는 열을 방출한다. 기화할 때 흡수하는 열이 기화열이다. 에어컨은 압축기로 압력을 크게 변화시켜 기체 상태였던 냉각제를 액체로 응축한 후 압력을 낮춰서 증발기 안에서 액체 상태의 냉각제가 다시 증기로 기화할 때 열을 빼앗아 주위의 온도를 낮춘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의한 냉각은 많은 기화열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간단한 냉각 사이클을 통해 이루어진다. 열은 원래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하지만 에어컨의 냉각 사이클을 통해서 반대 방향인 낮은 온도의 실내에서 높은 온도의 실외로 옮겨간다. 실내기에서는 찬 바람이 나오고 실외기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온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로 열이 낮은 온도의 기기 안에서 높은 온도의 기기 밖으로 옮겨간다.

 

 

냉각과정: 냉각제가 압축기, 응축기, 팽창벨브, 증발기을 거치며 냉각이 이루어짐.

 

 

구체적인 냉각 과정은 냉각제가 압축기, 응축기, 팽창밸브, 증발기를 거치며 이루어진다.


1. 압축기

실외기 속에 있다. 기체 상태의 냉각제는 먼저 압축기에서 고온, 고압의 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냉각 시스템은 압축기를 작동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2. 응축기

실외기 속에 있다. 압축기를 나온 고온, 고압의 기체는 외부에서 흡입된 공기와 만나 식으면서 액체가 된다. 이 때 열을 방출하므로 실외기에서는 더운 공기가 토출된다.


3. 팽창밸브

실내기나 실외기 어느 한 곳에 있다. 좁은 곳을 통과할 때 유체의 속도가 커지고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해 모세관을 통과시켜 고압 상태인 액체의 압력을 낮춘다. 압력을 낮추어야 액체가 증발기에서 잘 증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증발기

실내기에 있다. 팽창밸브를 나온 액체 상태의 냉각제는 온도와 압력이 낮다. 이러한 액체는 주위의 더운 공기에서 열을 흡수해 기체 상태로 증발한다.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 지고 팬이 돌면서 이 공기를 실내로 내보낸다. 완전히 증발된 기체는 다시 압축기로 들어가 냉각 시스템의 순환이 계속된다.

 

 

시원한 공기에는 전기에너지라는 대가가 필요하다

이렇듯 에어컨은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뜨거운 국에 담긴 숟가락이 뜨거워지듯이 열에너지는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증기 엔진을 살펴보자. 이 열기관은 뜨거운 열원에서 열에너지를 얻어 바퀴를 돌리는 등의 일을 하는데 이 때 일부의 열은 저절로 낮은 온도로 흘러가 손실된다. 엔진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주어진 열을 100% 일로 바꾸는 열기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 이다. 이것은 자연계에 비가역적인 과정이 있음을 의미한다.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열 펌프인 에어컨은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에어컨은 전기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작동한다. 즉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계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고 결국 열역학 제2법칙을 만족시킨다.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시원한 공기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냉방을 삼가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Oxtoby, [현대일반화학], 박영동 역, 자유아카데미, 2000

 

  1. 기화열에 의한 냉각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를 기체로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다. 액체 상태의 분자간 인력을 이겨야 기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액체가 기화할 때 주위에서 기화열을 흡수하므로 주위의 온도가 내려간다. 뜨거운 여름날 거리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 예이다. 기체가 다시 액체로 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액화열이라고 한다. 기화열과 액화열의 크기는 같다.

  2. 열역학 제2법칙

    에너지의 흐름에 방향성이 있음을 말하는 법칙. 낮은 온도의 물체와 높은 온도의 물체가 접촉하면 열은 높은 온도의 물체에서 낮은 온도의 물체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변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일을 하지 않고 찬 열원에서 더운 열원으로 열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다음은 캘빈의 표현이다. “열원에서 꺼낸 열을 완전히 일로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이러한 장치는 2종 영구기관이다. 이렇듯 자발적이며 비가역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에는 회수 불가능한 에너지의 손실이 따르게 되므로 고립계의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함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을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발행일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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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상이변.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엘니뇨(El Niño)와 라니냐(La Niña)를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원래부터 지구에서 일어났던 현상이지만 그 빈도와 정도가 차츰 강해지면서 20세기의 주요 환경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엘니뇨’, 낮아지면 ‘라니냐’


동태평양과 중앙 태평양에는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진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간이 있다. 바닷물이 따뜻하면 물고기가 덜 잡혀 페루 사람들은 이 기간에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의 영향으로 이 현상에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와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렇듯 엘니뇨는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아져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2~7년을 주기로 반복돼 나타나는 엘니뇨는 1만 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20세기 후반인 1960년대에 바닷물의 온도가 크게 높아져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자 뒤늦게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엘니뇨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차가운 해수가 흐리지 못해 해수온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현상이다.

그림처럼 이 기간에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페루 지방 어민들은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엘니뇨와 반대로 수온이 차가워지는 현상은 ‘라니냐’라 불리는데, 이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의 반대인 ‘여자 아이’라는 뜻이다. 두 현상은 진동하는 추처럼 번갈아 나타나며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단순히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머물지 않는다.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따라 해양과 대기의 흐름이 달라져 기후 현상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상 기상현상이 일어나거나 갑작스레 질병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엘니뇨와 라니냐를 꼽는 이유다. 실제로 1997년과 1998년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아져 이와 함께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6일 공개한 1997년 11월(왼쪽)과 1998년 11월(오른쪽)의 지구 바다의 온도 분포도. 1997년에는 동태평양 페루 주변에 난류가 침입하는 엘니뇨 현상이 일어난 반면 1998년에는 반대로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라니냐 현상이 일어나 바다 생태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엘니뇨 현상과 ENSO


엘니뇨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수의 온도가 일정 기간 높아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느 지점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야 엘니뇨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또 높아진 온도가 지속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엘니뇨의 발생을 살피기 위한 기준 해역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대표하는 지점이다. 이곳의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올라간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엘니뇨라고 정의한다. 엘니뇨는 흔히 ‘ENSO(El Niño-Southern Oscillation)’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엘니뇨가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과 연관돼 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남방진동은 인도양과 남반구의 적도 태평양 사이의 기압 진동이다.

 

이것이 엘니뇨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은 20세기의 두 유명한 기상학자 길버트 워커(Gilbert Walker)와 야곱 비야크네스(Jacob Bjerknes)다. 1923년 길버트 워커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지역, 태평양의 타히티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다윈 지역의 기압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타히티 지역의 기압이 높아지면, 다윈 지역의 기압은 낮아졌던 것. 그는 이 현상을 남방진동이라고 불렀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것이 마치 시소를 연상시키므로 ‘기압 시소현상’이라고도 부른다.)

 

1960년대에 야곱 비야크네스는 적도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기압 시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다 대기의 기압 차로 해수면 대기가 동서로 순환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여기에 ‘워커 순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엘니뇨와 남방진동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1969년 비야크네스는 마침내 ENSO의 특성을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이른다. 보통 저기압은 따뜻한 해수면에서 형성되므로 엘니뇨 시기의 동태평양에는 저기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므로 저기압이 발생한 동태평양 지역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약해진다. 그는 이처럼 해수면의 온도가 기압의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엘니뇨와 남방진동의 연관성을 찾았다. 또한, 이런 기압 차이가 적도의 바람 방향을 평소와 반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비야크네스가 밝혀낸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엘니뇨는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으로 생기고, 남방진동은 해수면의 온도가 변함에 따라 대기가 변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방진동과 엘니뇨는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서로 결합된 동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현상을 통틀어 ENSO라고 부르게 됐다.
 


엘니뇨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엘니뇨는 동태평양 지역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엘니뇨 시기의 따뜻한 해수는 동태평양을 넘어 날짜 변경선(중앙 태평양)까지 확장된다. 평상시 적도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편동풍이 강하다. 따라서 상층부의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이동해 서쪽에 따뜻한 해역이 만들어진다. 해수표층이 서쪽으로 밀려간 동태평양에는 차가운 심층해수가 올라온다. 따라서 동태평양 지역은 차가운 해역이 된다. 그러나 엘니뇨 시기가 되면 동태평양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돼 바람이 약해진다. 따라서 따뜻한 해수가 서쪽으로 밀려가지 못해 동태평양의 바다가 따뜻한 해역이 된다.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 대류 활동은 중앙 태평양으로 이동하게 돼 아래 그림과 같은 대류 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평상시와 엘리뇨 시기의 대기의 대류현상과 해수의 대류현상.

 

이제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엘니뇨의 특성을 살펴보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엘니뇨 시기에는 편동풍이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이 때문에 서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부분적으로 동쪽으로 옮겨지고, 동태평양의 수온약층은 깊어진다. 수온약층은 아래층 온도가 낮고, 위층 온도가 높은 안정된 층이므로 해수의 흐름이 적다. 이는 결국 편동풍을 더 약화시켜, 정상적인 대기와 해양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강수량과 바람의 방향도 바뀐다. 또 동태평양의 수온약층도 더욱 깊어진다. 엘니뇨 절정기가 될 때까지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해수면 온도는 계속 높아진다. 이와 같은 대기와 해양의 상호 작용을 흔히 ‘대기-해양 피드백’이라고 한다. 이 피드백은 무척 강해서 해수면 온도가 조금만 변해도, 또 무역풍이 감소해도 엘니뇨를 불러올 수 있다. 라니냐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해수면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엘니뇨의 변종도 나타난다


최근 엘니뇨의 변종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지구온난화와 상관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일반 엘니뇨는 동태평양에 중심이 있어 ‘EP엘니뇨’로 부르는 반면 중앙 태평양에서 강한 진폭을 나타내는 엘니뇨는 ‘CP엘니뇨’라고 불러야 한다. 또한 CP엘니뇨가 날짜변경선 부근에서 강하게 나타나므로 ‘데이트라인(dateline) 엘니뇨’라고도 부른다. 일반 엘니뇨와 약간 다르다는 의미로 ‘엘니뇨 모도끼’라고도 부른다. ‘유사하면서 다른’이라는 의미의 일본어 ‘모도끼’를 뒤에 붙인 것이다. CP엘니뇨는 태평양보다 대서양 주변에 더 강하게 나타나고 허리케인을 자주 발생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북서태평양 지역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CP엘니뇨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엘니뇨 시기의 특성 요약


   · 평상시에 적도 해상에서 부는 동풍인 무역풍(적도 편동풍)이 약화된다.
   ·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해류가 줄고, 동태평양에 차가운 심층수가 올라오지 않는다. 결국 동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므로 대

     류 활동이 중태평양으로 옮겨진다.
   ·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강수량과 바람장이 변하고, 동태평양의 수온약층도 깊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해수면의 온도

     가 계속 높아진다.

 

 

엘니뇨 때문에 일어난 몇 가지 일들


엘니뇨는 적도 지역의 대기 대류를 변화시키므로 적도 지역의 강수 분포를 크게 바꾼다. 더욱이 적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강한 대류현상은 대기 중에 파동 운동을 유도한다. 이 파동 운동은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고위도 대기 순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주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엘니뇨 시기에는 중태평양의 대류가 활발해져 강수량이 증가한다. 또한, 대류의 영향이 북쪽으로 전파되면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파동을 만든다. 이런 기압 배치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PNA패턴(태평양 북미패턴, Pacific North America Pattern)’이다.

 

엘니뇨 시기의 PNA패턴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알류샨 저기압을 강화시키고, 알류샨 저기압을 동쪽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태평양 대기 상층의 제트 기류도 동쪽으로 확장, 강화된다. 이런 기압 배치는 결국 중위도 대기 순환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게 파동이 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대기의 원격 상관’이라고 한다. 엘니뇨와 관련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1997년 인도네시아의 산불이다. 엘니뇨 시기에는 적도 지역 중태평양의 강수량이 늘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북부 오스트레일리아의 강수량은 줄어든다. 이는 산불 피해로 연결되기도 해 1997년 인도네시아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여름철에는 인도 몬순 지역과 카리브해, 호주의 강수량이 감소한다. 반대로 미국 서부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한, 엘니뇨에 의해 변화된 해수면 온도와 대기의 대규모 순환은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의 생성과 경로를 바꾸어 해일, 홍수와 같은 피해를 입게 한다.

 

변화된 수온은 생물권에도 영향을 준다. 페루 앞바다의 멸치어장이 파괴거나 북동태평양의 연어가 다니는 길이 북쪽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엘니뇨의 절정기가 나타나는 북반구 겨울철에 나타나는 필리핀 해역의 강한 고기압성 흐름은 열대의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를 동아시아 지역으로 공급해 동아시아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엘니뇨 시기에 나타나는 전 지구적인 영향도(왼쪽). 라니냐 시기에 나타나는 전 지구적인 영향도(오른쪽).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엘니뇨와 라니냐는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그치는 현상이 아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변하는 과정에서 기압에 영향을 주고 대기의 흐름도 변화시킨다. 해수의 온도변화가 가져왔던 어장의 파괴라는 문제를 넘어서 다양한 산불이나 질병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엘니뇨와 기압배치, 지구온난화가 함께 작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앞으로도 엘니뇨와 라니냐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서 우리에게 닥칠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음의 상관관계

    A와 B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때, A가 증가함에 따라 B가 감소하는 현상을 ‘음의 상관관계’라 한다. 반대로 A가 증가함에 따라 B도 증가하는 현상을 ‘양의 상관관계’라 한다.

  2. 수온약층

    해수를 온도에 따라 구분하면 위에서부터 혼합층, 수온약층, 심해층 3개로 나눠진다. 혼합층은 바람의 영향으로 수온의 변화가 거의 없는 층이고, 수온약층은 밀도가 큰 찬물이 아래에 있고, 밀도가 작은 따뜻한 물이 위에 있어 안정된 층이다. 혼합층과 심해층의 물질과 에너지 교환을 억제한다. 수온약층의 깊이는 계절이나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하경자 /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

발행일 20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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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물체 무게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는 여자 75kg 급 역도 부문에서 인상 140kg, 용상 186kg 을 들어 올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중력에 대항하여 사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물체 무게의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인 역도 기록을 보면 아무리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선수라고 해도 자기 몸무게의 약 3배를 넘기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에 가보면 크고 무거운 돌로 성곽을 쌓은 것을 볼 수 있다. 매우 무거운 돌 하나, 하나를 사람이 어떻게 쌓았을까? 이 궁금증은 성을 축성한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성곽에 사용한 돌은 약  18만개이며…거중기를 이용하여 12,000근의 큰 돌을 불과 30명의 장정으로 움직여 한 사람당 넉넉히 400근을 감당할 수 있었다.’ 라고 쓰여 있다. 1근을 600g이라고 한다면 7200kg 의 돌을  1인당 240kg 씩 나누어 든 셈이다. 만약 사람이 역도선수처럼 직접 이 무게를 감당한다면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게이지만 이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약용이 제작한 거중기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1/8의 힘만 들었을 뿐이다. 거중기는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도구이다. 4개의 고정 도르래와 4개의 움직도르래 그리고 녹로가 응용된 도구로 무거운 물체를 손쉽게 들어 올림과 동시에 무게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고안이 되었다고 한다.

 

 
도르래의 종류

도르래는 둥근 바퀴에 튼튼한 줄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감아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이 도르래는 지레와 함께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가장 기본이 되는 도르래는 고정도르래와 움직도르래이다. 고정 도르래는 줄을 감은 바퀴의 중심축이 고정되어 있으며 힘의 이득을 볼 수는 없지만 힘의 작용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정도르래를 사용할 때는 그림1의 (가)와 같이 줄의 한쪽에 물체를 걸고 다른 쪽 줄을 잡아 당겨 물체를 원하는 높이까지 움직인다.  힘의 이득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르래의 종류.

 

예를 들어 무게 1000N 인 물체를 직접 들어 올리려면 무게를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힘 1000N 이 필요하다. 고정도르래를 이용하여 이 물체를 원하는 높이까지 들어 올리려면  그림1의 (가)와 같이 장치한다. 그림1의 (가)에서 보는 것처럼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은 줄 하나가 지탱하고 있으므로 직접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이 힘의 이득은 없으며 고정 도르래로 인해 줄을 당기는 힘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팔을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더 편하듯이  물체를 높은 곳으로 직접 들어올리기 보다는 줄을 잡아당겨 내림으로써 물체가 올라가게 하는 방법이 훨씬 편하며 방향을 원하는 데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또한 물체를 1m 들어올리기 위해 잡아당기는 줄의 길이도 1m 면 된다. 힘의 이득이 없다는 이 상황은 이상적인 경우이다.  실제로 작용하는 힘은 무게와 약간 차이가 난다. 왜냐하면 도르래 무게, 도르래의 회전, 줄의 무게, 도르래의 마찰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고정도르래는 국기게양대, 엘리베이터, 블라인드 등에 사용되고 있다. 

 

복합도르래를 이용해 물체를 들어 올릴 때 힘의 변화.

 

힘의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움직도르래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림1의 (나)와 같이 움직도르래는 도르래 축에 직접 물체를 지탱하기 때문에 줄을 당기면 물체와 함께 도르래 축의 위치도 움직인다. 움직도르래를 사용하려면 그림1의 (나)와 같이 줄을 감고 물체를 들어 올리는데 이 때 물체를 지탱하는 줄은 두 가닥이 된다. 물체의 무게만 고려하였을 때 두 줄의 합력이 물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힘과 같으므로 나란한 각 줄에 걸리는 힘은 물체 무게의 1/2 이 된다. 즉 물체의 무게는 각 줄에 분산 되어 두 사람이 각각의 줄을 잡고 동시에 들어 올리는 효과가 나므로 움직도르래 한 개를 사용하면  물체 무게의 1/2의 힘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체를 1m 들어올리기 위해 당겨야 하는 줄의 길이는 물체가 올라가는 높이의 2배인 2m이다. 왜냐하면 물체가 1m 올라갈 때 물체를 지탱하는 두 줄도 동시에 1m 씩 움직여야 하므로 도르래를 통해 줄을 당기는 쪽으로 감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움직도르래를 이용하여 물체를 들어 올리는 일을 하면 실제로 줄은 물체가 움직여야 하는 높이의 2배가 필요하게 된다. 만약, 물체를 움직이는 힘을 더 줄여 힘의 이득을 보고 싶으면 움직도르래의 개수를 증가시키고 움직도르래의 연결법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면 된다. 이러한 움직도르래는 높은 빌딩을 짓기 위해 무거운 건축자재를 들어 올리거나 바다 속에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 크레인에 고정도르래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움직도르래와 고정도르래를 함께 사용하면 힘의 이득과 더불어 힘의 방향도 바꿀 수 있는데 이를 복합도르래라고 한다. 또는 축바퀴처럼 같은 중심축에 크기가 다른 도르래를 여러 개 연결한 복합 도르래는 차동도르래라고 하는데 차동 도르래는 체인 호이스트에 응용되고 있다.

 

여러 개의 도르래를 연결한 복합도르래를 이용하여 물체를 들어 올릴 때 힘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그림2과 같다.  같은 개수의 움직도르래를 사용하여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힘의 효과는 달라진다. (가), (나) 와 같은 연결방식이 (다),(라)와 같은 연결방식보다 힘의 효과는 더 크다. 왜냐하면 (가), (나) 는 각 도르래에 걸리는 힘이 무게의 (1/2)n=움직도르래의 개수 으로 감소하지만 (다) (라)는 물체를 지탱하는 전체 줄의 수만큼 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와 같은 연결방법은 (마)와 같이 변형할 수 있다. 이처럼 균형과 힘의 효과를 고려하여 적절한 응용이 가능하며 거중기는 (라)와 같은 방법을 응용하였다.

 

위대한 건축물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나 타워 크레인과 같은 기계는 이러한 도르래의 원리를 적절히 응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중력에 반하면서 더욱 거대한 건축물과 편한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는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kg

    무게의 단위는 N이나 kgf 로 표시한다. 실생활에서는 무게와 질량이 비례하기 때문에 질량의 단위로 무게를 대신하여 표현한다.

 
발행일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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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석유정제 원리와 석유제품

 

디지털타임스 / 2011-06-22 21:12

 

 


원유 증류 통해 중유부터 가스까지 추출… 주성분 탄화수소 끓는점 달라 성분 분리 용이… 국내, 중유 소비 최대… 항공기연료는 제트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름은 자동차 휘발유를 비롯해 등유, 경유, 항공유, 중유 등 쓰임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같은 종류의 기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석유정제과정을 통해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름을 생산합니다. 석유 정제는 원유를 증류해 각종 석유 제품과 반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정유(精油)라고 부릅니다.

원유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이며 이 밖에 황, 질소, 산소 등의 화합물이 소량 함유돼 있습니다. 원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는 증류에 의해 분리시킬 수가 있는데, 이 탄화수소들의 각기 끓는점이 달라 원유에서 휘발유 유분, 등유 유분, 경유 유분 등 주요 성분을 분리해 뽑아냅니다.

휘발유(Gasoline)는 비점 범위가 30~200℃ 정도로서 휘발성이 있는 액체 상태의 석유 유분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휘발유의 물리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상온·상압에서 증발하기 쉽고, 인화성이 매우 높으며, 공기와 적당히 혼합되면 폭발성 혼합가스가 돼 위험합니다. 휘발유는 일반적으로 자동차용, 항공용, 공업용 등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휘발유는 주로 자동차와 이와 유사한 가솔린 엔진의 연료로 사용됩니다. 옥탄가에 따라 고급 휘발유(Premium Gasoline)와 보통 휘발유(Regular Gasoline)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요. 옥탄가는 자동차 휘발유의 중요한 성능 중 하나로 옥탄가가 높을수록 고급 휘발유에 속하며 낮으면 보통휘발유에 속합니다.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는 압축에 잘 견디며, 전기 불꽃에 의해 불이 붙어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옥탄가가 낮은 휘발유는 강하게 압축하면 전기 착화 이전에 부분적 연소를 일으켜 엔진의 효율을 저하시키며, 심할 경우 운전 불가능 상태까지 될 수 있습니다.

제트유(Jet Fuel)는 항공기에 쓰이는 연료로 군용기에 쓰이는 JP-4와 민간 항공기에 사용되는 Type-A 두 가지가 있습니다.

JP-4는 휘발유분과 등유 분을 합친 넓은 비등 범위의 연로로서 원유로부터의 수율은 크지만 인화성이 높아 주로 군용기에 사용되며 Type-A는 인화성이 낮은 등유 분으로 돼 있어 수율은 낮으나 안전성이 높습니다.

납사(Naphtha, 나프타)는 페르시아어의 Naft(땅에서 스며나온 것)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조(粗:거칠 조)가솔린이란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것은 추가 제조공정을 거쳐 가솔린을 제조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납사는 원유를 증류할 때 LPG와 등유 유분 사이에 유출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경질 납사와 중질 납사로 구분합니다. 경질 납사는 비점 30~130℃, 비중 0.65~0.70이며, 중질 납사는 비점 90~170℃, 비중 0.70~0.75 정도로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유종이 아니란 점 때문에 품질성상에 관해서는 표준화돼 있지 않고, 제품 인도 시에 용도에 따라 당사자간의 협의에 따르고 있습니다. 경질납사는 석유화학원료(에틸렌 제조용), 도시가스 용 또는 합성비료 등 화학공업 원료로 사용되므로 열 분해되기 쉬운 파라핀계 탄화수소가 많고 황분이 적습니다.

등유(Kerosene)는 예부터 등유를 보통 석유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등유를 연료로 하는 곤로를 석유곤로, 또는 난로를 석유난로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석유제품 중에서 최초로 이용한 것이 램프용 등유였고 다시 그 등유를 석유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 명칭이 지금껏 이어 내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등유에는 정제된 백등유와 정제되지 않은 다색 등유 등 2가지가 있는데 백등유는 무색이고 불순물이 없으며, 인화점이 높고 안전하며 연소 시 악취를 풍기는 일도 거의 없어 가정용 주방이나 난방 연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색 등유는 불순물이 다소 포함돼 있어 여러 가지 색깔을 띄고 있으며 농경용 엔진 등의 연로 혹은 기계의 세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유(Gas Oil)는 디젤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디젤오일(Diesel Oil)이라고도 불립니다. 디젤 엔진의 주요 성질에 세탄가가 있는데 이는 앞에서 설명한 휘발유의 옥탄가와 대칭되는 성질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는 달리 공기가 혼합된 경유를 실린더 내에서 압축하며, 그 압축열에 의해 스스로 착화돼 연소하는 것으로 휘발유와 같이 전기 불꽃에 의한 외부 점화는 아니기 때문에 압력이 전달되었을 때 스스로 발화하기 쉬운 성질입니다.

중유(Fuel Oil)는 우리나라 석유 제품 중에서 가장 수요가 많으며 원유를 정제할 때 수율이 가장 높은 것도 중유입니다. 중유는 경질 중유, 중유, 벙커C유 등 3가지로 분류되는데, 중유는 정유탑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것으로 단독 증류를 할 경우 최후까지 남기 때문에 ‘솥잔유’라고도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그대로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혀 가공할 필요가 없었지만 최근, 굴뚝으로 내뿜는 배기 가스에 의한 대기 오염이 사회 문제로 중유 속의 유황분(SO₂)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벙커C유는 선박이나 항구에서 연료용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용기를 ‘벙커’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벙커유에는 보통 A,B,C 종류가 있으나 벙커A,B는 경유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 것으로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벙커C유는 증류잔사유(Residual Oils)를 주성분으로 하고 특히 화학적인 정제는 하지 않으므로 석유제품 중 품질 면에서 저급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를 다시 가공해 윤활유, 아스팔트, 석유코크스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유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석유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C유는 열 손실이 적고, 연소의 조절이 용이하며, 점화 및 소화가 간편해 열의 이용도가 높으며 대형 엔진의 동력원, 보일러 연료 등의 열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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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은 왜 ‘24K’라고 할까

 

머니투데이 / 2011-06-17 14:43

 

 

[생활속 과학상식] 식물 '캐럽'에서 유래… 안정된 원자구조로 영원성 지녀

 

 

 

↑신라의 금관

 

 

금속의 제왕으로 불리는 금. 빛나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영원성 등으로 고대부터 ‘금’은 고귀함을 의미했고, 화폐로도 사용됐다.

 

 

 

 

지금도 금은 귀금속 중 가장 비싸고, 경제위기나 전쟁 등으로 화폐가 기능을 상실할 때 이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금모으기’를 통해 국민경제 위기를 극복한 적도 있다.

 

 

 

 

선물 등을 위해 금반지나 금목걸이를 살 때, 어김없이 나오는 알파벳이 있다. 바로 ‘K’다. 24K, 18K, 14K 등. ‘K’가 의미하는 바는 금의 순도다. 24K는 순금이고, 숫자가 적어질수록 순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왜 금의 순도를 나타낼 때 우리에게 익숙한 %가 아니라 K로 표기할까. 그리고 순금이면 100K라고 하는 게 더 계산하기 편할텐데 왜 24K라고 할까.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캐럿(Karat)이다. 캐럿은 중동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린 캐럽을 한 손에 쥔 정도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을 교환했다. 캐럽이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됐던 것.

 

 

 

 

캐럽은 보통 어른의 손으로 쥐면 24개가 잡히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18K는 18/24의 순도이므로 75%가 금이고, 나머지 25%는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14K는 58.5%의 금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유래가 같고 발음도 같지만 철자가 다른 ‘캐럿(Carat)’도 있다. 이는 보석의 질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다이아몬드 1캐럿이라고 하면 0.2g짜리 다이아몬드를 뜻한다.

 

 

 

 

24K로 표시되는 순수한 금은 영원불변의 성격을 가진다. 대다수 금속은 시간이 오래되면 산소 등에 의해 녹이 슨다. 하지만 순금은 그렇지 않다. 고대 이집트 유물이나 신라의 금관 등이 현재까지도 녹슬지 않고 유지되는 것도 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금이 지닌 성질 때문이다. 보통의 금속들은 자연 상태에서 전자를 빼앗겨 쉽게 녹슬지만, 금은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들이 모두 채워져 있다. 따라서 전자를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이런 안정된 원자가 전자를 잃어 변질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금은 잘 변질되지 않는 것이다.

 

 

 

 

또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이나 전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은 물체가 가늘고 긴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고, 전성은 압축력에 의해 물체가 넓고 얇은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다. 금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두드려 펴서 넓고 얇은 호일 형태를 만들면 1㎡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을 계속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된다. 반투명 상태의 금판은 가볍고 적외선을 반사하므로 열방지복에 방패처럼 사용된다. 우주복의 선바이저(차광판)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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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를 돌아보자. 인구는 늘어났고 산업은 나날이 발전했다. 화석연료와 공업기술 발전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특히 1960년대부터 급속도로 보급된 석유는 물질문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65억 명에 이르는 인류가 엄청난 양의 자원을 사용한 결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위기에 처했고 환경오염도 심각해졌다. 인류의 편리한 문명을 이어가려면 화석연료를 대신할 새로운 자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부터 수소 경제까지 다양한 대안이 나오는 가운데 바다에서 발견된 해양심층수,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새로운 자원으로 관심을 끄는 중이다. ‘친환경 자원’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2007년 동해 울릉분지에서 채취한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연소장면. 

 

순환재생형 청정자원, 해양심층수와 해양온도차 에너지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은 재앙을 가져온다고 예견했던 사람은 프랑스 학자 달손벌(D'Arsonval)이다. 그는 1881년 자신이 쓴 논문에서 “인류가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에만 의존한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점점 짙어지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는 온난화 현상이 발생해 지구는 멸망해 갈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자연에너지, 특히 해양심층수와 해양표층수(표층해수)의 온도차 발전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층해수는 태양열을 받아 뜨겁고, 아래쪽에 자리 잡은 해양심층수는 차가운 상태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동해 수심 200m 아래에 있는 해양심층수는 1년 내내 온도가 2℃ 이하에 머무는 반면 해양표층수는 계절에 따라 변해 겨울에는 8℃ 정도이지만 여름에 26℃까지 올라간다. 이들은 각각의 온도를 유지한 채 서로 섞이지 않고 층을 이뤄 흐르고 있다. 이런 온도차를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달손벌의 생각이었다.

 

해양온도차 발전의 원리는 온도 차이가 나는 두 개의 방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드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고, 이를 식히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진다. 만약 두 방 사이를 파이프로 연결하면 증기가 뜨거운 방에서 차가운 방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증기의 움직임을 이용해 터빈을 돌린다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해양온도차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1931년 크라우드의 실험 이후 확인됐지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석유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연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던 석유 가격이 치솟자 해양온도차발전 연구가 다시 시작됐다. 미국은 100MW 해양온도차발전플랜트 100척을 만들어 적도 해역으로 보내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장비들로 전력은 물론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생산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해양온도차 발전의 가능성을 주장한 프랑스 학자, 달손벌.

 

 

그러나 석유 가격이 다시 안정화되면서 꿈에 부풀던 계획은 다시 수면 아래로 잠겼다. 이후 학술적 수준에서만 진행된 해양온도차 에너지 연구는 전기 생산보다 냉·난방 등 현장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을 직접 이용하는 분야에서 먼저 실용화됐다. 또 이 과정에서 얻은 해양심층수를 담수화, 농수산업, 식품공업 등에 이용하는 응용산업들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해양연구원이 강원도 고성에 해양심층수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부터 해양온도차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해양대학교가 각각 해양표층수를 이용한 기술을 건물 냉난방에 적용해 전기와 석유보다 에너지 비용이 50~70% 절감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런 녹색기술을 강릉 녹색시범도시에 적용해 2012년까지 새로운 난방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의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양온도차 발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 늘었다. 특히 해양심층수나 표층해수는 온도차 에너지뿐 아니라 물, 용존물질 등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이용하면 신재생에너지와 청정자원 확보, 물 순환 등의 목표도 이룰 수 있어 녹색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란?


해양심층수와 함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다. 이 물질은 물 분자와 가스 분자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상태에서 형성되는 얼음 모양의 고체 결정이다. 물 분자는 내부에 5~6Å(옹스트롬, 1억분의 1㎝) 크기의 공극을 가지는데, 이 공극에 가스 분자가 포획된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는 5~6Å의 크기가 매우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자 단위로 본다면 이는 매우 큰 공간이다. 결정 내부에 이처럼 큰 공극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정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가스 분자와 물 분자는 이 공극을 메우고 안정한 상태로 있기 위해 고압·저온 상태에서 결합하는 것이다. 공극에 들어가는 가스의 종류에 따라 결정구조-Ⅰ, Ⅱ, Ⅲ으로 나뉘기도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발견


가스하이드레이트는 1810년 영국의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경이 처음 발견했다. 이어 러시아의 유리 마코곤(Yuri Makogon)은 1964년 시베리아에서 천연 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과학자들이 심해저 퇴적층에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천연가스’로서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질 때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화학공장의 파이프라인 폐쇄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1930년대 석유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화학공장에는 가스나 석유 또는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설치됐는데, 종종 압력가스를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막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파이프라인의 막힘 현상을 일으킨 얼음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


파이프라인 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생겼고, 이것이 파이프라인 폐쇄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운송가스는 약간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파이프라인 안에서 가스와 수분이 결합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파이프라인 폐쇄사고를 일으킨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상태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됐고, 이를 바탕으로 천연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생성압력, 온도, 등의 수치자료가 정리됐기에 해저에 존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지역을 추정할 수 있고, 잠재자원부존량도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특징


영구동토지역이나 심해저 지층에 고체 상태로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 고압 환경에서 안정된다. 온도와 압력 조건은 물 분자에 포획되는 가스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스하이드레이트에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금방 물과 가스로 분해된다. 대량의 가스를 소량의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자신의 약 160~170배의 부피에 해당하는 가스로 해리된다. 그래서 천연가스를 가스하이드레이트로 만들어 저장 공간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아무래도 저장 공간이 줄면 운반과 저장이 쉽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그 양도 막대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의 영구동토지역과 유기물이 풍부한 대륙붕이나 대륙사면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많다. 자원 매장량으로 따진다면 다른 자원보다 미래에너지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해저퇴적층과 동토 지역에 분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보라색 점은 부존이 확인된 지역이며, 적색 점은

부존이 추정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은 UBGH1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에도 단점은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온실효과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붕괴돼 연약한 해저퇴적층이 무너지면 해저산사태와 같은 지질 재해를 일으켜 해저사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2007년 동해의 총 9개 지점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해 미국,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심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고,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래 청정에너지의 장, 심해저!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약 97%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나라에도 포함된다. 따라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되는 심해저 자원을 연구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해양온도차 발전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처럼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표층해수의 온도가 끓을 정도로 뜨겁지 않아 촉매를 사용해야 하지만, 기술적인 보완을 하면 항상 일정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자원으로서 갖는 막대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메탄가스가 방출돼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미래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 전 세계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에 나섰다. 더 이상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먼저 개발하는 나라가 다음 세대의 주도권을 잡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에너지로서 가능성이 무한한 해양온도차 발전기술과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1. 해양심층수와 표층해수가 서로 섞이지 않는 이유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심해에 존재한다. 해양심층수는 4000년을 주기로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이나 남극의 차가운 빙하해역과 만나 섭씨 2도 이하까지 물 온도가 내려간다. 차가워진 바닷물은 비중이 커져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 무거운 해양심층수가 아래에 자리 잡아 바닷물은 안정한 층을 이루고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염분의 농도 또한 심층수가 더 짙으므로 이 역시 안정된 층으로 유지된다. 결국, 해양심층수는 물은 수심 200m 이상의 표층수와 온도, 염분의 차이로 섞이지 않게 된다.

  2. 공극

    작은 구멍이나 빈틈, 또는 비어 있는 틈

  3. 영구동토지역

    땅이 항상 얼어있는 지역, 짧은 여름 동안에 지표면이 녹기는 하지만 그 밑은 늘 그대로 얼어붙어 있음.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및 시베리아의 툰드라지역이 대표적

  4. 해리

    물질이 열이나 전기로 인하여 이온, 원자, 원자단, 분자 따위로 분해되는 현상

  5. 온실효과

    대기 중의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따위가 지표에서 우주 공간으로 향하는 적외선 복사를 대부분 흡수하여 지표의 온도를 비교적 높게 유지하는 작용

 


발행일 20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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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 ‘세슘137’ 반감기 몸밖선 30년, 몸안선 108일… 왜?

 

동아일보 / 2011-04-08 06:44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감기가 30년인 세슘137과 2만4300년인 플루토늄239 등 반감기가 긴 방사성 물질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실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 일반적인 반감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반감기 30년 세슘… 몸 안에선 훨씬 짧아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이 내는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뜻한다. 대기나 토양 등 몸 밖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을 ‘물리적 반감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감기이다.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소화, 배설 등 대사 작용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몸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은 ‘생물학적 반감기’이다. 가령 세슘137은 물리적 반감기가 30년이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109일이다. 물리적 반감기가 8.04일인 방사성 요오드는 생물학적 반감기가 138일이다. 방사성 물질이 실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물리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를 합친 ‘유효 반감기’로 계산한다.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고유의 물리적 반감기를 겪으면서 동시에 소화, 배설 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효 반감기는 두 반감기에 비해 짧다. 예를 들어 물리적 반감기가 10일이고 생물학적 반감기가 5일인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온 지 10일 지나면 물리적 반감기는 1번 겪고, 생물학적 반감기는 2번 거친다. 따라서 유효 반감기는 생물학적 반감기인 5일보다 짧게 된다. 물리적 반감기가 생물학적 반감기보다 짧은 반대의 경우에도 유효 반감기는 물리적 반감기보다 짧다. 실제 방사성 요오드의 유효 반감기는 7.6일로 두 반감기와 비교해 가장 짧다. 유효 반감기가 108일인 세슘137 역시 마찬가지다. 하위호 한국원자력의학원 선량평가연구팀장은 “세슘137의 물리적 반감기가 30년으로 매우 길지만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문제가 됐던 플루토늄239는 물리적 반감기뿐 아니라 유효 반감기도 매우 길어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만일 대비해 방사선 질병 치료법 개발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백혈병 등 여러 병을 앓을 수 있다. 사람이 시간당 200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받으면 골수세포에 문제가 생긴다. 이 세포는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균을 없애는 백혈구와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를 만든다. 골수세포가 손상되면 백혈병 등 각종 혈액 질환을 앓게 된다. 피폭된 방사선량이 5000mSv를 넘으면 소화기관의 점막에 염증이 일어난다.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 여러 방사선이 세포에 악영향을 미쳐 세포를 죽이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방사선 질병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선후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방사선피폭치료 기술개발팀 연구원은 “골수세포가 많이 생기도록 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골수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도 피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센터에서는 점막에 염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약물도 개발 중이다.

물리적 반감기
대기, 토양 등 몸 밖에있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생물학적 반감기
우리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유효 반감기
우리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실제 영향을 미치는 반감기. 물리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로 계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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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싸인’의 안티몬보다 위험한 건 천연 독?

 

한겨레 / 2011-03-14 15:15

 

 

과학향기

커피를 마시고 나간 남자가 30분도 채 안 돼 사망했다. 20년 전 살해당했던 시체 한 구는 현재까지 전혀 부패가 일어나지 않았다. 20년 전 5명의 의문사,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또 다시 5명이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의문의 사건들…. 과연 이들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살인 사건을 파헤쳤던 SBS 드라마 ‘싸인’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 내용은 국과수 법의관들이 시신 부검을 통해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것. 도입부에 소개한 살인자의 정체는 드라마 에피소드 중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킨 독극물, ‘안티몬’이었다. 안티몬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때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학자들은 실제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등장해 일반인과 범죄자에게 안티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만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간에게 직접 독을 먹여 본 적 있나? 체질, 식습관, 지병을 다 고려한 정확한 치사량…, 모르지?” 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독극물로 사람이 사망하려면 독의 양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상태도 중요하다.

하지만 안티몬이 독성을 갖고 있는 중금속임은 확실하다. 드라마에서 ‘모차르트가 안티몬으로 독살됐다’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유럽 화가들 중 안티몬에 중독돼 죽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안티몬(Antimon)은 어떤 물질일까? 안티몬은 주기율표 제5족에 속하는 은백색의 금속원소로 원소기호 Sb, 원자번호 51, 원자량 121.75, 녹는점 630.5℃, 비중 6.684이다. 안티몬은 도금, 의약품, 안료, 에나멜취약 등에 사용되며 냉각용 반도체금속으로도 사용된다.

안티몬 중독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일어날 수 있다. 값이 싼 법랑 그릇에 과일주스를 따라 마실 경우 법랑 그릇 유약에 함유돼 있는 산화안티몬이 산성인 과일주스에 섞여서 녹아나올 수 있다. 극미량이 몸에 계속해서 축적되면 안티몬 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주요한 안티몬 중독 장애는 위장관(위와 창자를 함께 포함하고 있는 소화 계통의 한 부분) 질환이다. 안티몬을 섭취해 급성 중독이 될 경우 오심, 구토, 점액질이나 혈액이 섞인 설사가 유발되고 출혈성 신장염 및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안티몬을 흡입할 경우 두통, 구토, 황달, 빈혈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중독되면 피부 가려움증이나 결막염, 후두염, 두통, 체중 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안티몬은 발암물질로도 의심 되고 있다. 작업자가 안티몬 가스와 먼지를 흡입할 경우 폐의 양성 종양, 피부염 및 심장과 신장에 경미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토주석에 들어 있는 안티몬에 노출돼 중독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토주석은 기생충류나 균류의 감염을 치료하고 구토를 유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외국의 경우, 850~2,500mg의 토주석을 사고로 복용한 4명의 성인에게서 비정상적인 경련, 오심, 지속적인 구토와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이들 중 3명은 살았으나 나이가 가장 많았던 한 명은 3일 만에 여러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현재 알려진 토주석의 중독량은 0.01g 이고, 치사량은 0.5~1.0g이다.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안티몬에 중독되거나 그로 인해 사망한 예는 드물다. 실제로 필자가 국과수에 근무한 10여 년 동안 안티몬에 중독돼 사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안티몬은 수은과 비소에 비해 거의 거론되지 않던 중금속이다.

비소는 독성을 가진 비금속 원소로 안티몬과 독성이 비슷하다. 1998년 일본 와카야마 현에서 카레에 비소를 넣은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일본에 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와 유사한 범죄, 즉 각종 음식에 중금속을 넣는 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에는 ‘천연 독’도 있다. 천연 독은 말 그대로 천연에 존재하는 독성 성분으로 독물성, 식물성으로 분류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천연 독으로는 복어 독이 있다. 동물성 독으로, 그 성분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다. 이 독은 복어의 간과 난소(알)에 주로 함유돼 있으며 한 마리의 복어 간에서 추출된 테트로도톡신이 32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력하다.

김포주변 주민들이 두꺼비 알을 식용개구리 알로 오인해 날것으로 먹고 설사와 복통증세를 일으켜 병원에 후송됐다가 3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동물성 독인 ‘부포톡신(Bufotoxin)’에 중독된 사례였다. 부포톡신은 두꺼비의 침샘, 피부 등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다.

2006년 3월 경기도 연천에 사는 마을 주민 20명이 투구꽃(초오)으로 담근 술을 나눠 마셨다가 집단 중독 증세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이는 식물성 천연 독 ‘아코니틴(Aconitine)’에 중독된 경우였다. 아코니틴은 투구꽃(초오)에 함유된 독으로, 뿌리>꽃>잎>줄기 순으로 독성물질이 분포돼 있다. 특히 뿌리부분은 독성이 강해 과거에는 독화살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투구꽃의 뿌리부분을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부자(附子)’라고 부르며 신경통, 관절염, 중풍 등의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성 독을 말하자면 독버섯도 빼놓을 수 없다. 독버섯에 함유돼 있는 ‘무스카린(Muscarine)’이나 ‘아마니틴(Amanitine)’은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산을 타는 사람들이 가끔 독버섯을 생김새가 유사한 다른 식용버섯으로 착각해 먹었다가 중독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드라마에서는 안티몬이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실제로는 천연독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연 독은 독성이 강한 편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헤치는 독이 되기도, 사람에게 이로운 약이 되기도 하는 독(毒). 정확한 과학지식만 있다면 독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글: 이상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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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14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발렌타인데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3월 14일을 발렌타인데이와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하여 화이트데이로 부른다. 화이트데이는 일본의 어떤 제과회사에서 만든 날이라고 한다. 얄팍한 상술이 없는 기념일을 하나를 만든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진 것이다.

 

 

한편, 수학자들은 3월 14일을 원주율 π가 3.1415926...임을 기념하기 위하여 ‘파이(π) 데이’라고 이름 붙였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π-Club’이라는 모임에서는 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6초에 모여 π모양의 파이를 먹으며 이 날을 축하한다. 그리고 π값 외우기, π에 나타나는 숫자에서 생일 찾아내기 같은 게임과 원과 관련된 놀이기구의 길이, 넓이, 부피 구하기 등의 퀴즈 대회를 한다.

 

 

 

π는 원이나 구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값이다.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원과 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과 구, 이것들만큼 신성한 것에 어울리는 형태는 없다. 그러기에 신은 태양이나 달, 그 밖의 별들, 그리고 우주 전체를 구 모양으로 만들었고, 태양과 달 그리고 모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지구둘레를 돌도록 하였던 것이다.”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이 옳지 않다는 것은 이미 판명되었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도는 것도 아니지만, 원과 구의 완벽함에 대한 그의 찬사는 정당한 것이었다.

 

원은 ‘한 평면 위의 한 정점(원의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반지름)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원은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크기만 달라질 뿐 모양은 모두 똑같다.

 

그리고 원의 둘레의 길이는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다. 특히 원의 둘레의 길이와 지름은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를 이루는데, 이 값을 원주율이라고 하고 기호 π로 나타낸다. 이 기호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εριμετροζ’의 머리글자로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


플라톤(좌)과 아리스토텔레스(우) 라파엘로의 작품 일부

 

 

 

반지름의 길이가 주어졌을 때 원의 둘레와 원주율 π를 구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런 수학자 중에는 아르키메데스도 있었다. 아르키메데스는 π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값을 정확하게 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원의 둘레의 길이를 측정하기 어려우므로 원에 내접하고 외접하는 정다각형을 이용하여 원의 둘레의 길이를 구하였다. 즉, 다음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접하는 정사각형인 □EFGH의 둘레의 길이는 아래와 같다.

 

 

따라서 원의 둘레는 5.6보다는 크고 8보다는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반지름이 1인 원의 둘레는 π의 두 배이니까 이 계산으로는 π는 2.8보다는 크고 4보다는 작다고 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정8각형을 원에 외접하고 내접하게 그려서 정8각형의 둘레의 값을 구한다면 조금 더 참값에 가까운 π의 근삿값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정96각형을 이용하여 원의 둘레의 길이와 원주율 π의 근삿값을 구하였다. 아르키메데스의 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 값은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정확한 값이었기 때문에 π 를 ‘아르키메데스의 수’라고도 부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π 의 정확한 값을 구하기 위하여 많은 수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π 에 관련된 몇 가지 역사적인 내용들이다.

 

약 150년 경 : 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y)가 그의 명저 <수학대계>에서 π 를 3.1416으로 주었다.

약 480년 경 : 중국의 조충지(祖沖之)는 π의 유리근삿값 355/113=3.1415929…를 만들었는데, 이 값은 소수점 여섯째 자리까지 정확하다.

약 1150년 경 : 인도 수학자 바스카라(Bháskara)는 π 의 값을 3927/1250=3.1416으로 주었다.

1650년 : 영국의 수학자 월리스(John Wallis)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식을 만들었다.


 

 

1767년 : 람베르트(Johann Heinrich Lambert)는 π가 무리수임을 증명했다.

1882년 : 어떤 수가 유리수를 계수로 갖는 다항식의 근이면 대수적 수(algebraic number)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초월수(transcendental number)라고 하는데, 린데만(F. Lindemann)은 π가 초월수임을 증명했다.

 

 

 

π 와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π를 많은 자리까지 기억하기 위하여 생각해낸 다양한 방법들이다. 그 중에서 다음에 소개하는 방법은 1906년 「Literary Digest」지에 실린 오르(A. C. Orr)의 작품으로, 단순히 각 단어를 문자의 수로 바꾸면 정확히 π 의 소수 30자리까지의 값이 된다. 작품의 내용은 아르키메데스를 찬양하는 것이다.

 

 

π를 기억하기 위한 또 다른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는 노래를 듣는 방법이다. 인터넷에는 π의 값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는 사이트도 있다. "Pi song"을 검색해보면 된다.

 

 

 

2005년 10월 20일에 일본 도쿄대학교의 가네다(金田 康正, Yasumasa Kanada)교수는 컴퓨터를 601시간 56분 사용하여 소수점 1,241,100,000,000 자리의 π값을 구하였다. 이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보통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서를 편집할 때 사용하는 A4 용지에 맞게 쓴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한 줄에 모두 82개의 숫자를 쓸 수 있고, 모두 41줄을 쓸 수 있으므로 A4 용지 한 장에는 3,362개의 숫자를 쓸 수 있다. 결국 야수마사가 얻은 π의 값을 쓰기 위해서는 모두 369,155,265장의 A4 종이가 필요하다.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다음은 그가 얻은 π의 값의 소수점 1000개의 숫자이다. 개수를 세기 편하게 10개씩 묶어서 적었다. π의 값을 즐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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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에 출판한 [자석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가 전기와 자기를 구분한 이후 전혀 다른 두 분야로 나누어져 있던 전기학과 자기학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 일어났다. 전기와 자기의 통합은 전자기학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학과 자기학이 전자기학으로 통합된 1820년은 전자기학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였다.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여 전자기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발자국을 내딛은 사람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 영어권에서는 Oersted 라고 표기. 편집자 주)였다.

 

 

외르스테드의 발견, 전류가 자석 바늘을 움직인다!

1777년에 덴마크의 랑겐란트 섬에서 약사의 아들로 태어난 외르스테드는 코펜하겐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였으며, 1798년에는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로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01년에는 여행경비를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고 독일과 프랑스를 3년 동안 여행했다. 이 여행 동안 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많은 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외르스테드는 코펜하겐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교수가 되어 그가 처음으로 한 연구는 전류와 음향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전자기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실험을 한 것은 1820년 4월 어느 날 저녁이었다. 볼타 전지를 이용하여 다음날 강의에서 하게 될 실험준비를 하고 있던 외르스테드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외르스테드가 전기회로의 스위치를 올리자 가까이 있던 나침반의 바늘이 갑자기 움직였던 것이었다. 깜짝 놀란 외르스테드는 이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 보았다. 스위치를 넣을 때마다 자석의 바늘이 움직였다. 그 당시는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기와 자기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외르스테드의 이 실험으로 전기와 자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덴마크 물리학자 외르스테드의 동상. 자침이 전류에 의해 흔들리는 현상을 발견, 전자기학의 통합을 이끌었다.

 

외르스테드의 발견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3개월 동안 실험을 반복하여 충분한 자료를 수집한 외르스테드는 1820년 7월 21일에 [전류가 자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이라는 제목의 라틴어로 된 논문을 유럽 여러 나라의 학자들에게 보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접한 학자들은 실험을 재현하여 그 결과를 확인했다.

 

 

앙페르 법칙 - 전류의 자기작용의 수학적 해석

외르스테드의 실험 결과를 확인한 프랑스 과학자들은 외르스테드의 실험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일에 착수했다. 1820년 9월 4일 아라고(Dominique Francois Jean Arago, 1786-1853)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전류의 자기작용에 대한 발표회를 열었고, 11일에는 이 실험을 재현해 보였다.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1775-1836). 전자기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 앙페르 법칙을 발견했다. 전류의 단위 암페어(Ampere)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외르스테드가 발견한 전류의 자기작용을 수학적으로 완성시킨 사람은 프랑스의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1775-1836)였다. 1775년에 리용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앙페르는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방면에 두루 재능을 갖추고 있던 아버지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앙페르는 특히 수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 처형당하자 앙페르는 실의에 빠져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공부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학 개인교습을 해야 했다. 그의 개인교습은 그가 대학의 교수로 임명된 1802년까지 계속 되었다.


1803년에는 파리로 옮겼다. 이 당시에 이미 그는 수학 강사로서 그리고 수학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앙페르는 1809년에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의 교수가 될 수 있었고 1828년까지 그곳에서 수학과 역학을 강의했다. 1820년에 외르스테드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곧 그것을 수학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앙페르는 몇 주 동안의 실험을 통하여 전류가 흐르는 두 평행한 도선 사이에 작용하는 자기력을 측정하는 한편 전자기 효과와 관련된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리하여 앙페르 법칙을 발표하였다.

 

 

오른 나사의 법칙 – 전류에 의해 생기는 자기장의 방향

앙페르의 법칙은 수학식을 이용하여 나타내진 것으로 전류 주위에 만들어지는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칙이다. 앙페르의 법칙 중에서 전류에 의해 생기는 자기장의 방향을 다룬 것이 오른나사의 법칙이다. 오른나사의 법칙은 오른손 엄지를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향하게 하고 다른 손가락으로 도선을 감싸 잡았을 때 다른 손가락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른나사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른나사가 나가는 방향을 전류의 방향이라면 나사를 돌리는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류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은 도선 주위를 싸고도는 방향으로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자기장은 시작점과 끝점이 없다. 그것은 자기장에는 N극과 S극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N극 방향과 S극 방향이 있을 뿐이다. 오른 나사의 법칙을 이용하면 도선이나 솔레노이드에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의 방향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오른 나사의 법칙. 오른손 엄지를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향하게 하고 다른 손가락으로 도선을 감싸 잡았을 때
다른 손가락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 된다.

 

 

전류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암페어는 앙페르의 영어식 이름을 따라서 붙여진 것이다. 1820년 10월에 비오(Jean Baptist Biot, 1774-1862)와 그의 조수 사바르(Felix Savart, 1791-1841)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장의 세기를 계산할 수 있는 적분식을 제안했다. 이것을 비오-사바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여 1820년 한 해 동안에 전류가 만들어 내는 자기장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길버트가 서로 다른 전혀 다른 성질이라고 멀리 떼어 놓았던 전기와 자기가 다시 결합하게 된 것이다. 자석의 성질은 전기와 무관한 성질이 아니라 전하에 의해 만들어지는 성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전하가 정지해 있을 때는 전하 사이에는 전기력만이 작용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전하 사이에는 전기력뿐만 아니라 자기력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자기력은 움직이는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전하가 이동하는 것을 전류라고 한다. 따라서 전류가 흐르면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

 

 

전자석에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철심이 아니라 전류

초등학교에서 가장 자주 하는 과학 실험의 하나가 못과 같은 철심에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흘려서 전자석을 만들어 보는 실험이다. 이런 실험을 한 학생들은 후에 자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코일을 감아서 만든 전자석이고, 다른 하나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되는 영구자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영구자석도 원자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의 운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원자 내부에도 전류가 흐르고 있고, 이 전류가 만들어내는 것이 영구자석의 자기장이다. 따라서 전기와 관련이 없는 자석은 있을 수 없다.

 

전자석은 대체로 철심에 전선을 감은 형태지만, 전자석에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철심이 아니라 전선에 흐르는 전류이다.

 

 

전자석 실험을 할 때는 항상 못에다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흐르게 한다. 이런 실험을 많이 한 학생들에게 못이 아닌 나무젓가락에다 코일을 감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못은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의 세기를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자석 실험에 자주 사용되지만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못이 아니라 전류이다. 따라서 나무젓가락에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흐르게 해도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아무 것도 가운데 넣지 않고 그냥 코일만 둥글게 말아놓은 다음 전류를 흘려도 자기장은 만들어진다.

 
전류가 자기장, 다시 말해 자석의 성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음에 다루게 될 전자기유도법칙이 발견된 후에 가능해졌다.

 
발행일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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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불과 20~30살에 불과했다. 태어난 아이 10명 중 3명은 1살도 되기 전에 사망했으며, 절반 정도가 10살 이전에 사망했다. 그 이유는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설사, 폐렴, 패혈증 같은 질병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인류는 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기껏 귀신의 저주이거나 나쁜 공기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인간이 걸리는 질병의 대부분이 미생물 때문이란 사실을 밝힌 사람은 파스퇴르와 코흐였다.

 

 

대부분 질병의 원인은 미생물

미생물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예방과 치료 두 가지로 형태로 발전했다. 이중 예방법은 좀 더 빨리 등장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를 막기 위해 우두를 만들어 최초로 예방접종을 했다. 하지만 당시 제너가 예방접종의 원리를 알아낸 것은 아니었고, 1885년이 돼서야 파스퇴르가 원리를 알아냈다. 그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만들면서 균의 독성을 약화시켜 주입하면 우리 몸에 면역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원리에 입각해서 홍역, 풍진, 볼거리, 소아마비 등의 예방접종이 계속 개발됐다.

 

그러나 미생물을 직접 억제하거나 죽이는 항생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먼저 특정 질병은 특정 병원균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이 확립됐다. 그중 독일의 에를리히는 매독균을 억제하는 특효약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무려 606번의 실험 끝에 비소화합물인 살바르산 606호를 만들어냈다. 당시 매독 치료제로 썼던 수은은 부작용이 많고 효과는 적었는데, 살바르산은 화학요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였다. 그러나 여러 항생물질은 인간에도 해롭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페니실린은 인체에 비교적 해롭지 않은 항생물질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기적의 약물’인 항생제는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찾아냈다.


예방접종의 원리를 알아낸 루이 파스퇴르.

 

 

행운이었지만 행운만은 아니었다


플레밍은 1881년 스코틀랜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3세에 런던으로 가서 안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던 형의 집에서 폴리테크닉 공업학교를 졸업한 뒤 의학공부를 하기 위해 세인트 메리 의과대에 들어갔다.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배지에서 곰팡이가 떨어진 부분 주위로 포도상구균이 녹아 있다.(왼쪽)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오른쪽)에서 나온 물질이 포도상구균을 죽였다고 추정했다.

 

 

플레밍은 미생물학자가 됐다. 그는 페트리접시라는 특수한 배양접시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연구를 통해 눈물에서 추출한 라이소자임이라는 효소가 몇몇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종종 위대한 발견에는 행운이 따르는 법이다. 플레밍이 일하던 실험실의 아래층에서는 곰팡이를 연구하던 라투슈가 실험을 하고 있었다. 1928년 여름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페트리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곰팡이가 페트리 접시 위에 자라있고 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깨끗하게 녹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냥 재수 없는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평소 항균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해석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푸른곰팡이의 대부분은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하고 오직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만이 페니실린을 만든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곰팡이는 아래층의 라투슈의 연구실에서 올라와 플레밍의 페트리 접시에서 자리를 잡고 자란 것이었다.

 

페니실린을 상용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실험에 몰두 중인 플레밍.


플레밍은 문제의 곰팡이를 배양했다. 그리고 배양된 곰팡이를 새로운 액체 배지에 옮기고, 다시 1주일이 지난 뒤 배양액을 1,000분의 1까지 희석했는데도 포도상구균의 발육이 억제됐다. 이로써 곰팡이가 생산해 내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속에 속했으므로 그 이름을 따서 곰팡이가 만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불렀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나타냈다. 특히 연쇄상구균, 뇌수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 등 인간과 가축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에 효과가 컸다.

 

이와 더불어 페니실린이 다른 약물들에 대체로 취약한 인간의 백혈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과 페니실린을 생쥐에 주사하여도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플레밍은 이듬해인 1929년 연구결과를 ‘영국 실험병리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플레밍을 실망시키는 실험 결과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플레밍이 토끼의 혈액 속에서 페니실린의 항균력을 측정한 결과 그 효과가 30분도 지속되지 않았다. 또 동물 장기를 세균이 포함된 용기에 넣었다가 다시 페니실린 용액에 담그자 동물 장기 표면의 세균은 멸균됐으나 장기 내부의 세균은 남아 있었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이 조직 내부로 침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그만 페니실린 연구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또한 페니실린 상용화에는 중요한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페니실린을 약품으로 정제하는 것. 곰팡이를 직접 인간에게 투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페니실린을 정제해야 하는데 플레밍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페니실린 상용화까지


플레밍의 위대한 발견은 오스트리아 출신 플로리와 유대계 독일인 체인 덕분에 사장되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1935년 옥스퍼드 대학의 병리학교수로 발령받은 플로리는 곧 체인을 화학병리학 실험 강사로 채용했다. 플로리는 전부터 눈물과 침 등 점액에 들어 있는 라이조자임에 관한 플레밍의 논문에 관심이 있었다. 플로리는 1937년 체인과 공동으로 라이소자임을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라이소자임을 연구하는 동안 항균물질에 대한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플레밍의 페니실린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꼈다.

 

1939년 플로리와 체인은 미국의 록펠러 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 페니실린 연구에 착수했다. 반년 동안의 노력 끝에 페니실린을 정제하여 결정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정제된 페니실린을 가지고 동물 실험을 시도했다.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10마리의 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5마리에는 페니실린을, 5마리에는 가짜약을 투여했더니 페니실린을 맞은 쥐들만 살아남았다. 그들은 동물 실험을 거듭해 1940년 의학 저널 ‘란셋’에 페니실린이 강력한 전염병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뿐. 이듬해인 1941년 인간에게 최초로 페니실린이 투여됐다. 패혈증으로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앨버트 알렉산더에게 페니실린 200mg이 투여된 것이다. 페니실린은 3시간 단위로 투여됐는데 그 효과는 놀라웠다. 24시간도 안 되어 알렉산더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체온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곪아가던 상처가 낫기 시작했으며 입맛도 돌아왔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엿새 만에 임상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알렉산더는 사망했지만, 이 임상시험은 인간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무기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확실하게 알린 사건이었다.


페니실린이 작용하는 부위는 미생물 세포의 세포벽이다. 세포벽이 유지되려면 펜타글리신 연결이 필요한데 페니실린은 펜타글리신 합성을 막는다. 세포벽에 구멍이 뚫린 세포는 삼투압으로 ‘터져’ 죽게 된다.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상용화에 성공해 1943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4년부터는 민간에도 사용돼 수많은 전염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페니실린의 개발자인 플레밍과 함께 플로리와 체인은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발행일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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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달(heat transfer)은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열전달을 이용하고 있다. 열전달의 방법에는 전도·대류·복사의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는 대류에 대해서 알아본다.

 

 

대류는 매질의 이동에 의한 열전달

대류는 기체나 액체와 같이 유동성이 있는 유체 내에서 일어나는 열전달 방법이다. 대류는 온도차에 의해서 생겨난 유체의 흐름에 의해서 열이 전달되는 것이다. 대류는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열전달 방법일 뿐 아니라 건물의 냉난방이나 자동차 엔진의 냉각장치, 몸의 체온 조절 등에도 이용된다. 예를 들어 라디에이터로 집안이 데워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라디에이터의 열로 데워진 주변공기는 가벼워져서 벽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 때 위쪽의 찬 공기는 반대편 벽을 따라 내려온다.

 

한편 위로 올라간 공기는 열을 방출한 다음 식어서 내려오고 다시 라디에이터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순환이 계속 된다. 이와 같이 유체가 순환하는 방식에 의한 열전달을 대류라고 한다.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의 물이 끓는 과정도 대류에 의해 일어난다. 난로의 열을 흡수한 주전자 바닥의 물은 가벼워져 위로 상승한다. 이 때 위쪽의 찬 물이 아래로 내려와서 난로의 열을 흡수한다. 아래쪽의 물이 위쪽의 물 보다 더 뜨거워지면 다시 위로 상승하고 상대적 찬 위쪽의 물이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이 생겨난다. 이와 같은 물의 순환이 계속되어 물의 온도가 물의 비등점에 도달하면 물이 끓게 된다.


물이 끓는 장면을 열상 촬영한 것. 흰색,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검은색 순으로 온도가 낮다. 물의 대류를 잘 볼 수 있다.

 

 

대류는 이류와 확산을 포함한다

이류(advection)는 수평방향으로 일어나는 유체의 흐름이다. 대류가 상하와 수평방향으로 일어난다면 이류는 상하이동 없이 수평방향으로 흐르는 수평기류이다. 이류에 의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는 바다안개(ocean fog)를 들 수 있다. 바다안개는 고온 다습한 공기가 찬 바다 위를 지나면서 이슬점 아래로 냉각되어 생긴다. 확산(diffusion)은 유체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이 다른 물질과의 충돌에 의해(브라운운동)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속에 떨어뜨린 잉크 방울의 잉크가 퍼져 나가면서 섞이는 현상이나 향기가 공기 중으로 퍼지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물질의 확산속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또 매질의 밀도가 낮을수록 빨라진다.

 

 

자연대류와 강제 대류

유체 내에서 대류가 생기는 원인은 뜨거워진 유체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밀도가 줄어든 유체는 가벼워져서 부력을 받아 위쪽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밀도가 높은 위쪽의 유체가 흘러들어가 순환하는 유체의 흐름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체 내부의 온도차에 따른 밀도차로 발생하는 대류를 자연 대류라고 한다. 


자연대류는 유체내부의 열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가열되고 있는 유체 내에서 자연대류가 생기지 않는다면 물을 끓이는 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죽이나 풀을 쑬 때 부지런히 저어주지 않으면 아래쪽이 과열되어 바닥에 눌러 붙는 일이 발생한다.  만일 물을 끓일 때도 이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랫물은 과열되고 윗물은 차가워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아세톤에 용해된 페인트에서 대류가 일어나면서 베나르 셀이 나타나는 장면.

강제대류를 이용해 컴퓨터 부품의 열을 식히는 장치.

 

자연대류에서는 베나르 셀(Bénard cell)이라 부르는 규칙적인 대류환(convection cell)이 나타난다. 대류환이 나타나는 것은 부력과 관계가 있다. 대류는 바닥층에서 가열되어 따뜻해진 유체가 상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상승류는 자발적으로 규칙적인 형태의 셀을 만들어낸다. 상승한 유체는 차가운 외부와 접촉하여 열을 잃고 식어서 아래로 내려가는 순환이 일어난다.

 

대류의 또 다른 방법은 강제대류이다. 강제대류는 유체를 강제로 순환시키기 위해 팬이나 펌프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온수난방장치나 자동차의 냉각장치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몸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대류를 이용한다. 우리 몸은 피를 순환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이때 심장이 펌프의 역할을 한다. 심장은 한번 박동할 때 마다 60-80㎖의 혈액을 내보내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물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이 하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심장은 인체에 퍼져 있는 총 8만 km가 넘는 혈관 속으로 혈액을 쉬지 않고 순환시킴으로써 열대류를 통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류를 더 잘되게 할까? 막을까?

라디에이터나 방열판은 많은 핀을 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공기와의 접촉면적을 넓혀 더 많은 열을 방출하기 위한 것이다. 동물들 중에도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몸 바깥으로 빨리 방출시키기 위해 체표면적을 넓히는 쪽으로 진화해온 동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더운 지방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의 귀는 아시아 코끼리에 비해 훨씬 크다. 코끼리는 덩치가 커서 체구에 비해 표면적이 작다. 열방출을 늘리기 위해 귀가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끼의 귀가 유달리 큰 것도 마찬가지다. 힘없는 동물인 토끼는 항상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도망쳐야 한다. 이 때 발생한 체열을 빨리 방출하는데 큰 귀가 도움이 된다.

 

방열판에 핀이 많은 이유는 공기와 접촉면적을 넓히기 위해서이다.

 

 

공기는 열전도도가 가장 작은 물질의 하나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기는 좋은 단열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날 맨몸으로 밖에 나갔다간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기는 열전도도는 낮지만 유체이기 때문에 대류에 의한 열전달이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더 추운 이유도 열대류가 더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를 단열재로 이용하려면 대류에 의한 손실을 줄여야 한다. 이를 잘 구현한 것이 스티로폼이나 유리섬유와 같은 단열재이다. 이들 소재는 내부에 작고 밀폐된 수많은 공기층을 갖고 있다. 동물들이 옷을 입지 않고도 추위를 잘 견디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동물의 깃털이나 모피 사이에 있는 수많은 공기층이 뛰어난 단열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대류 - 대기와 해류의 대순환

지구는 대부분의 열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얻는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순환시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표면은 밤낮에 따라서 또는 위도에 따라서 엄청난 온도차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지구의 표면에는 대기와 대양이 있어서 대류를 통해 열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흐름은 복잡하지만 가장 큰 규모는 태양열을 가장 많이 받는 적도지방에서 상승하고 가장 적게 받는 극지방에서 하강하는 대류에 의해 시작된다. 이와 같은 대기의 대순환은 장기간에 걸쳐 대기가 평균상태를 이루게 한다. 해류의 대순환은 표층대순환과 심층대순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표층대순환은 해면에 부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강제대류의 성격을 띠고 심층대순환은 온도와 밀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연대류의 성격을 띤다. 이런 대기와 해양의 대류가 기후와 날씨를 만들고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발행일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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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란 무엇일까요? 미생물은 매우 작아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미생물은 어디에 있을까요? 미생물은 이 지구 상 어느 곳이나 존재합니다. 우리 몸속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고 우리 주변 모든 곳에서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즉, 인간은 미생물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생물은 인간의 삶의 동반자?

그동안 우리는 미생물이라면 건강에 해로운 병원균만을 많이 떠올려왔고, 그래서 미생물이라면 더럽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있는 발효음식 등에 있는 유산균 등 우리 몸에 매우 이로운 미생물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우리가 분리해서 배양하고 있는 미생물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생물에 대해서는 아직 새로 발굴하고 연구해야 할 미지의 분야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미생물은 어떻게 처음 발견되었을까요? 미생물의 발견은 현미경의 발견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안톤 판 레이우엔훅(Antonie van Leeuwenhoek, 레벤후크)이 처음으로 단식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한 후 전자현미경의 개발까지 현미경의 발전은 미생물학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미생물의 순수배양은 파스퇴르에 의해 가능해졌으며 이제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생물의 종류

그럼 이제 미생물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미생물은 원핵미생물과 진핵미생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핵미생물은 핵산을 둘러싸고 있는 핵막이 없고, 핵산이 세포질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대부분이 단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핵미생물에는 세균(남조류 포함), 고세균 등이 포함됩니다. 이와 대응하여 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진 진핵미생물에는 곰팡이, 효모 등이 포함됩니다. 지금부터는 대표적인 미생물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세균(Bacteria)

먼저 세균(Bacteria)입니다. 세균은 그 모양에 따라 구균, 간균, 나선균 등으로 구분되고, 그람염색반응에 따라 그람양성균 또는 그람음성균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소 요구도에 따라 호기성세균과 혐기성세균으로도 나뉠 수 있습니다. 세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어는 곳이나 존재하며,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세균과 관련된 질병을 살펴보면, 결핵(Mycobacterium tuberculosis), 페스트(Yersinia pestis), 탄저(Bacillus anthracis), 콜레라(Vibrio cholerae), 위궤양(Helicobacter pylori), 폐렴(Streptococcus pneumoniae), 장티푸스(Salmonella typhi), 충치(Streptococcus mutans)  등 인간의 많은 질병이 병원성 미생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병원성 세균을 없애기 위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병원균의 안전한 관리와 그를 통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세균인 대장균

 

세균은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켜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로 많이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균주로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산균이라는 세균을 이용하여 치즈나 요구르트 등 발효식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동양에서는 나라마다 다양한 발효식품을 먹어왔습니다. 우리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치, 된장, 젓갈 등에는 유산균과 같은 많은 유익균이 작용하여 맛있는 발효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항생물질, 비타민 등 유용물질을 생산하는데도 널리 이용되며, 폐수처리 등 환경오염의 생물학적 복원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장균은 가장 널리 이용되는 세균자원인데, 대장균이 가지고 있는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원형 DNA를 이용한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다양한 유전학 실험과 유용물질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이 식물과 공생하는 세균도 있는데, 이들은 유리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질소화합물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균의 유기물 분해능력은 지구 상의 모든 물질순환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인 남조류도 분류학적으로는 세균에 포함됩니다. 남조류는 녹조현상과 같은 환경문제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연구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고세균(Archaea)

고세균의 한 종류인 호염성세균(Halobacteria)


다음은 고세균(Archaea)입니다. 고세균은 핵이 없는 원핵미생물이지만 세균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세균과 비교하여 세균을 진정세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고세균은 높은 온도, 높은 압력, 높은 염도 등 극한환경에서 잘 자라고, 메탄생산 등 아주 오래전의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추정되는 환경에서 자라는 종이 많기 때문에 고세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고세균은 분자생물학을 통한 계통분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균보다는 진핵생물에 가깝습니다. 또한 고세균은 세균과 비교했을 때 세포벽의 구성도 차이를 보이고, 세포막의 지질 구성도 다른 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고세균은 극한환경이라는 서식지 특성 때문에 특이적 활성을 보이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효소를 이용하여 바이오에너지 생산, 환경정화, 식품 및 제약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노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효모(Yeast)와 곰팡이(Mold)

이제 진핵미생물인 효모(Yeast)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효모는 우리에게는 전통발효식품인 막걸리와 같은 주류발효의 주균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빵, 와인 등을 만드는 주요 미생물로 발효식품 산업의 주요 균주입니다. 또한 효모 그 자체가 단백질원으로서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효모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진핵생물로서 인간의 세포주기와 비슷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진핵생물에서의 DNA복제, 세포분화 등 다양한 연구가 효모를 이용하여 이루어져 왔습니다.

 

또 다른 진핵미생물로는 곰팡이(Mold)가 있습니다. 곰팡이는 실 같은 균사체의 본체를 가지고 있는 사상균을 말하는데, 효모, 버섯과 함께 분류학적으로 보면 균류(Fungi)에 속합니다. 대부분의 곰팡이는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곰팡이도 세균과 마찬가지로 유기물을 분해하는 분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은 푸른곰팡이가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곰팡이도 유용물질 생산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효모의 한 종류(Saccharomyces cerevisiae)

물곰팡이의 일종

 

 

미생물,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새로운 금광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생물은 병원균 또는 유익균의 양면을 가지고 우리 삶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사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새로운 감염질병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다양한 생물자원으로부터 유용물질을 얻으려는 연구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후보로서 미생물자원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병사를 구해낼 수 있었던 페니실린처럼, 미래의 질병퇴치 등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새로운 금광으로서 미생물이 활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발행일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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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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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물과 찬 물을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된다. 이처럼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열적으로 서로 접촉하면 더운 것은 차가워지고 차가운 것은 더워지는 열전달 현상이 일어난다. 열전달(heat transfer)에는 전도․대류․복사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흔히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복합되어 일어난다. 이 글에서는 전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전도란 물체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열이 전달되는 것

전도(conduction) 또는 열전도(heat conduction)는 물체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열이 전달되는 것이다.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뜨거워지는 것처럼 물질의 직접적인 이동을 수반하지 않고 접촉하고 있는 두 물체의 온도차에 의해서 열(에너지)이 흐르는 방식이 전도이다. 전도는 한 물체 내에서도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제3의 물체를 매개로 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미시적 규모에서 보면 전도는 빠르게 진동하거나 움직이는 원자 또는 분자들이 이웃 원자 또는 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열(에너지)이 전달되는 것이다. 열은 이웃 원자들이 다른 원자에 대해서 진동하거나 전자들이 한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옮겨가는 형태로 전달된다. 전도는 물질의 모든 상태(고체, 액체, 기체 등)에서 일어나지만 고체에서는 가장 중요한 열전달 방법이다. 고체에서 전도는 결정을 이루는 분자들의 진동의 조합과 자유전자의 이동에 의해서 일어나고, 기체와 액체에서는 분자들의 충돌과 그들의 무작위 운동이 일어나는 동안의 확산에 의해서 일어난다.


뜨거운 머리를 얼음으로 식히는 것은 열의 전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푸리에의 법칙과 열전도도

열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을 푸리에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을 만든 푸리에 (Jean Baptiste Joseph Fourier , 1768 –1830)는 푸리에 급수로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이다. 법칙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두 물체 사이에 단위시간에 전도되는 열량은 두 물체의 온도차와 접촉된 단면적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단위시간을 Δt,  전도되는 열량을 ΔQ,  두 물체의 온도차를 ΔT, 접촉된 단면적을 A, 거리를 Δx라 하고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푸리에 법칙을 표현하는 식에서 비례상수인 k가 나타나는 데, 이는 물체마다 열을 전도하는 성질이 물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온도차와 거리에서 물질이 열전달하는 정도를 비교한 것을 열전도도라고 한다. 값이 클수록 열전도가 잘 된다. 참고로 열전도도의 단위는 열의 단위(W, 와트)를 거리의 단위( m, 미터)와 온도의 단위 (K, 캘빈)의 곱으로 나눈 W/m•K 이 된다. 열전도도가 큰 물질을 열의 양도체라고 하고, 열전도도가 작은 물질을 열의 부도체(혹은 불량도체)라고 한다.

 

여러가지 물질의 열전도도.

 

 

열의 양도체 – 대부분 금속, 최고는 그래핀

그래핀의 구조, 그래핀은 가장 뛰어난 열의 양도체이다.


열의 양도체는 주로 은,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들이다. 금속이 열을 잘 전달하는 이유는 금속을 이루는 원자들이 결정격자를 이루고 있어서 격자진동을 통해서 열이 전도될 뿐 아니라, 금속은 원자에 속박되지 않은 자유전자가 많아 전자의 이동으로 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속은 전기전도(electrical conduction)도 잘하는데 자유전자는 전하를 함께 운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은 열전도체인 은이나 구리가 좋은 전기전도체가 되는 것이다.


반면, 열전도도가 가장 뛰어난 물질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의 연구 주제였던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의 그물모양으로 연속 배열된 것으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가 2004년에 발견하였다. 이들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원자를 한 층씩 떼어내어 단원자층 그래핀을 얻고 그 물리적 성질을 밝혀내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동소체이지만, 지름 0.2㎚(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의 원자층 한 겹으로 이루어져서 물성이 전혀 다르다. 그래핀은 플라스틱 랩처럼 잘 휘어지고 열전도도가 매우 뛰어나 미래의 초소형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열의 부도체 -  단열재, 공기가 대표적

열의 부도체(불량도체)는 나무나 스티로폼, 섬유 등과 같은 비금속 물질이다. 열의 불량도체들은 열 흐름을 차단하는 보온용 건축자재나 화재를 막는 단열재로 쓰인다. 액체와 기체는 대부분 불량도체에 속하는데 특히 공기는 매우 좋은 단열재이다.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동물의 모피나 깃털이 열의 부도체이기도 하지만 모피나 깃털 내부의 수많은 빈 공간이 공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면이나 유리솜이 좋은 단열재인 이유도 많은 공기를 포함한 다공성물질이기 때문이다. 눈 역시 많은 공기를 포함하여 단열효과가 좋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가벼운 고체인 에어로젤(Aerogel)은 단열효과가 가장 뛰어난 신소재이다. 에어로젤은 머리카락의 1만 분의 1 굵기의 이산화규소(SiO2) 소재의 실을 성글게 얽어 만들어지며 실과 실 사이 공간에는 공기분자가 들어간다. 에어로젤은 전체 부피의 98%가 공기여서 밀도가 공기의 3배 밖에 되지 않는다. 에어로젤은 높은 기공률로 인해 열·전기·소리·충격 등에 강하여 미래의 단열재·충격완충재·방음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로젤의 놀라운 단열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불꽃과 꽃 사이에 있는 물체가 에어로젤이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추운 겨울날 대문 밖에 매달린 쇠고리를 맨손으로 잡으면 손이 얼어붙듯이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무로 된 문을 만져보면 그렇게 차갑지는 않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쇠고리가 나무문 보다 온도가 더 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두 물체는 밤새도록 같은 기온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온도를 측정해 보면 같다. 이유는 두 물체의 열전도율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쇠는 나무보다 열전도율이 거의 1000배나 더 커서 손의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손바닥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손바닥에 있는 약간의 수분이 얼어붙어 쇠고리에 손이 달라붙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온도계로 측정한 온도가 같더라도 물질과 접촉하였을 때 감각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열의 양과 관련이 있으며 열 흐름이 크고 열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면 더 차갑거나 더 뜨겁게 느껴진다.

 


발행일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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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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