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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말린 채소는 농축된 영양소의 보고

 

한국일보 / 2020-02-04 04:03

추운 겨울철 고향의 맛, 어머니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으로 우거짓국이나 시래기나물이 떠오른다. 시래기로 나물·찌개·국을 만들어 먹고, 우거지로 국·찌개·김치·해장국을 만들어 먹는 등 무청이나 배추 잎을 말린 시래기와 배추의 겉에 덮여 있는 잎을 말린 우거지는 먹을 거리가 부족하고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철을 나는 중요한 식재료다.

채소는 신선한 상태에서 먹어야 영양가가 높다고 알고 있는데, 말린 채소는 영양학적으로 어떤 수준일까? 토마토·양파·콩을 건조하였을 때 영양소 함량의 변화를 조사한 한 해외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토마토를 건조하였을 때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은 감소하지 않았고, 비타민C는 70%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양파를 건조하면 항산화 물질의 51%와 비타민C의 29%가 남아 있었다. 콩을 건조하였을 때, 엽산의 75~90%가 남아 있었다. 건조한 모든 채소에서 칼륨과 식이섬유는 거의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건조 과일과 채소의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함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채소와 과일의 식이섬유와 β-카로틴, 비타민K, 칼슘 등의 영양소는 대부분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지,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호박 등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 양은 100g당 30~50g이나 되었다. 한국영양학회에서 권장하는 1일 식이섬유 섭취 권장량이 20~25g인 것을 감안하면 건조한 채소는 식이섬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채소를 말려서 먹으면 좋은 이유는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은 빠져나가고 영양소는 그대로 남아 농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청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은 92%나 된다. 따라서 무청을 건조하여 시래기로 섭취한다면 같은 양을 먹어도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항산화 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 성분을 5~10배까지 농축된 상태로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무청 100g에는 단백질 2.3g, 식이섬유 1.2g, 칼슘 329㎎, 철분 7.3㎎, 칼륨 328㎎, 비타민C 62㎎, β-카로틴 5㎎이 들어 있다. 단백질, 식이섬유, 칼슘, 철분, 칼륨 등은 건조과정에서 영양소가 거의 소실되기 않기 때문에 시래기는 무청보다 이들 영양소가 10배 이상 농축될 수 있다.

따라서 시래기는 면역력을 높이고 몸의 근육을 만드는 재료인 단백질, 변비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식이섬유,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되는 철분,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칼륨이 풍부한 건강 만점의 식재료가 된다.

또한 배추는 수분 함량이 95%에 달하기 때문에 배추의 맨 겉에 덮여 있는 잎을 말린 우거지에는 단백질·식이섬유·칼슘·철분·칼륨 등의 영양성분이 최대 20배까지 농축될 수 있다.

하지만 말린 식품이 건강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포도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포도 100g의 열량은 66㎉이고 당류는 16g이 함유되어 있다. 반면에 건포도 100g의 열량은 300㎉나 되고 당류가 59g이나 함유되어 있다. 건포도 100g의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고 세계보건기구(WHO) 1일 섭취 권장량을 넘어서는 당류가 함유되어 있는 셈이다. 과일을 말리게 되면 수분이 빠져나가서 영양분이 농축되는 만큼 당분과 칼로리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린 과일은 부피가 작아 포만감이 덜 생겨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게 된다. 게다가 과일 건조 과정에서 설탕을 첨가할 때도 있어 그야말로 열량 폭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체중 조절이 필요하거나 당뇨병 등 열량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은 말린 과일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린 채소는 보존성이 좋아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이섬유와 β-카로틴, 비타민K, 칼슘 등 농축된 영양소의 보고다. 자칫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는 겨울철에 말린 채소는 우리 건강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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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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